리타 아르세니코는 자신이 사람을 더는 믿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마피아 보스의 딸로 태어나 질투와 시기, 암투와 음모 등을 배신이라는 형태로 겪어온 그녀에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대부업체의 수금원이 되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추악한 인간군상을 대해보고 나서 그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착각이었다. 리타에게는 자기도 모르게 믿고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눈 앞의 소녀가 명랑하게 웃는 낯으로 이런 말을 꺼냈을 때 충격을 받지 않았을 리 없었을 테니까.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요. 그냥 말 잘 듣는 애완견이 갖고 싶었을 뿐이라고. 어때요? 언니가 정중하게 부탁하면…… 그렇게 되어 드릴 수도 있는데?"


눈앞의 소녀는 리타가 아는 사람이었지만 소녀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얼굴도, 머리카락도, 목소리도 분명 '대시'의 것이었지만 소녀의 말에 묻어나온 뜻과 분위기는 '대시'의 것이 아니었다. 애완견을 자처하는 모습, 그리고 빈정대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관능적인 분위기. 그것은 매우 이질적이었다. 그렇다고 배신감을 느끼거나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평상시와 같은 모습으로 평상시와 다른 모습을 보게 되니 다소 충격적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리타는 잠시 당황했지만 어렵지 않게 파악해볼 수 있었다.


이것은 환영이구나.


눈을 떠보니 자신은 어딘지 모르는 수상쩍기 짝이 없는 공간에 있었고, 그 공간에서 '대시'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듯이 빈정대듯이 말한다. 이걸 보고 '이건 현실이야. 하지만 우리 대시는 그런 소리 하지 않아!' 같은 앞뒤가 꼬인 생각을 할 정도로 리타에게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리타의 '시계'는 리타만큼의 여유가 없었고 그러니까 이런 환영을 보게 되는 것이었을 것이다.


"멍. 멍. 어때요, 언니?"


"집어치워."


"언니는 이것이 환영이라고 생각하는구나."


리타는 대시─의 환영─가 내뱉는 직설적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대시는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정말 환영이라고 생각하면 한 번 절 죽여보지 그래요? 언니한테 죽는 거라면, 원망도 하지 않아요. 언니 같은 인간을 원망하는 건 저 같은 아이에게 사치스러운 일이잖아요?"


"뭐?"


"아니면 저를 환영이라고 생각하면서 죽이지 못할 이유가 있는 건가요? 멍!"


대시는 그녀 특유의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왔다.


"저는 그 이유를 알고 있어요. 언니는 저를 직장 부하로도, 동료로도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저 귀여운 애완견으로 생각할 뿐. 애완견이 어떤 짓을 하든, 언니를 물지만 않으면 언니는 상관없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아무리 환영이라도……."


말꼬리를 흐린 대시는 까치발을 들어 리타에게 얼굴을 가까이했다. 리타는 몸에 밴 반사신경이 대시를 쳐내려고 했지만 자기도 모르는 감정이 리타의 몸을 멈춰 세웠다. 리타가 어정쩡한 자세로 멈춰서는 동안 대시는 리타의 뺨을 핥았다. 리타는 환영이라고 하기엔 매우 현실적인 촉감에 살짝 몸을 떨었다. 그것은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촉이었다. 그리고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 몸 전체로 퍼져나갔다.


"……아무런 상관이 없는 거고요."


리타를 대시를 밀어내며 소리쳤다. 환영이라고 생각했기에 어떤 소리를 하든 무시하려고 했었지만 방금과 같은 행위에는 내성이 없는 리타였다.


"뭐 하는 짓이야!"


"애완견이 주인님을 핥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잖아요? 아니면 원하는……."


대시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리타는 몸을 돌렸다. 더 이상 저 소리를 듣고 있을 순 없었다. 저 환영이 지껄이는 말 중 하나는 사실이었다. 리타는 대시의 모습을 환영을 죽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외의 소리는 전부 개소리였다. 하는 짓거리조차 개 같은 환영이니 그야말로 언행일치를 실천하는 환영이 아닐 수 없었다.


몸을 돌린 리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둡고 붉은 공간을 둘러보았다. 여기서 어떻게 하면 빠져나갈 수 있을까? 여기는 이면세계일까? 아니면 이면세계도 아닌 또다른 공간일까? 다른 사람에 비해 비교적 냉철하고 합리적인 리타의 사고는 방금 전까지 대시의 환영이 저지른 짓을 생각 속에서 지워버리고 현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알고 있는 지식이, 어디선가 듣거나 보았던 소문이, 가능성이 있는 추측이 리타의 머릿속을 뒤덮었다. 리타가 집중하기 시작하자 대시의 환영은 이제 안중에도 없었다.


"……또 도피하시네요."


본인인지 환영인지 알 수 없는 소녀는 씁쓸하다는 듯이 말했다. 신기하게도 그 말은 탈출할 생각으로 가득찬 리타에게도 똑똑히 들렸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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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와 대시가 꽁냥꽁냥하는 글을 쓰고 싶어서 간만에 글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19금 말머리를 달아야될 정도로 달리고 싶은 소망이 있지만 소망과 능력은 별개.


근데 아무 생각 없이 써서 다음 편이 나올 지는 미지수.


오랜만에 글써서 어색한 전개나 비문이 많을 수 있으니 그정도는 건에서 만나면 쥐어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