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모두가 그녀를 원했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모성애가 느껴지는 것 같은 그녀의 포근한 말투는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는 했다.

 

 그녀의 태양같은 미소는 슬픔에 잠긴 이들조차 웃게 만들었으니 셀 수 없이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결혼을 청하고 교제를 청했으나 그녀는 밝게 웃으며 그 모든 청을 거절했다.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쥔 대부호도, 높은 위치에 선 권력자도, 명예로운 이들도 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녀에겐 이미 장래를 약속한 사람이 있었고 가난하지만 높은 뜻을 지니고 조금씩 실현해 나가는 그를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오래도록 행복했다. 현실의 높은 벽에 좌절한 남자가 그녀를 때리기 전까지는.

 

좌절한 남자가 돌변한 모습에 그녀는 생전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다. 남자는 자신의 폭력성에 놀라 그녀를 다시 안아주며 사과했지만 그녀가 흘린 눈물은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이었다. 

 

가격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순도의 이터니움. 그녀의 눈물은 그의 뜻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 분명했다. 세계를 구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다시 날개를 펼치는 환상이 보였다.

 

그는 변했다. 다정하고 따뜻하며 배려심 넘치던 그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상을 쫓으며 눈앞의 행복을 걷어차고 광기에 물든 그는 여자에게 끊임없이 폭력을 휘둘렀고 그녀의 눈물을 갈취하며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했다. 그러나 욕심이 커질수록 그는 더 많은 이터니움을 갈구했고 더 강한 폭력, 더 잦은 폭력으로 그녀를 학대했다.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뜻을 향해 나아가던 그에게 한통의 편지가 왔다.

 

‘당신을 더 돕고 싶었어요. 나는 당신의 배려에, 당신의 따뜻한 마음에, 당신의 높고 숭고한 뜻에 반한 거니까. 미안해요. 더 오래도록 당신을 사랑하고 싶었는데... 못나고 약한 여자라 여기서 끝이 나네요. 비록 계속 함께하지 못하더라도 멀리서 당신의 목표를 응원할게요. 당신만을 사랑했던 한 여자가.’

 

편지와 함께 온 것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크기의 초고순도 이터니움이었다. 너끈히 1억 이터니움으로 계산할 수 있을 법한 물건이다. 

 

남자는 그제서야 자신이 무얼 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가장 빠른 수단으로 집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집은 정갈하고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식탁위에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가득 한 상이 차려져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포스트 잇 한 장

 

‘식사는 제 때 해주세요.’

그는 눈물을 흘리며 후회했지만 이미 그녀는 세상에 없다. 

 

“미안해 알렉스......미안해. 미안..”


그는 아주 오래도록 오열하고 슬퍼하며 자신의 뜻만을 쫓았던 과거를 후회했다.  그리고 

다시는 좌절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다시는 현실앞에 무너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품고 

세계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