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만 같아요.”

 

“뭐?”

 

대시가 양손을 깍지를 끼며, 의자에서 몸을 쭉피며 씁쓸함이 담긴 말투로 말했다.

 

“아무리 모습이 이리 바뀌었다고 해도, 저랑 언니 둘 다 무사히 돌아온 거잖아요? 언니를 상대할 때는 어떻게 생각을 해봐도 이런 결말은 상상이 안됐거든요.. 에헤헤. 그래서 더 실감이 나질 않나봐요.”

 

“꿈이라. ..그리 생각하는 게 틀린 건 아니야. 지금은 꼬맹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실감이 잘 안나는 상황이 분명하니까.”

 

아직 항해중인 코핀의 함선에 있는 둘.

 

리타도 고개를 푹 내려 자신의 가슴께와 팔을 천천히 쓸어내려본다. 흉흉한 붉은 색이었지만, 원래 자신의 머리카락처럼 빛나는 에메랄드빛의 네모난 수정. 그에 비해 함선의 유리에 비춰보이는 아직 침식체라는 흔적이 남아있는 적안과 흑발. 

 

확실히, 리타도 대시와 같은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난다면 그 사람이 둘 모두 원래의 인간 모습으로 돌려줄지도 모를 것이다. 

 

그만큼 기대하고, 희망을 걸게 되는 지금의 상황에 절로 긴장을 놓아버린 것이다.

 

“코핀 컴퍼니에 계신 다른 사원 분들과도 친해질 수 있을까요? 그, 예전에 저랑 언니가 침식체일 때? 아, 지금도 침식체지! 음. 어쨌든 간에요! 예전에 상대했던 알트 소대라는 분들도 아마 회사에 있을 때 마주칠 거 같으니까요..”

 

“그건 걱정 말게!”

 

옆에서 기계 소리가 나더니 머신 갑이 슬쩍 다가와 대시의 말에 대답한다.

 

“알트 소대와 우리 코핀 컴퍼니와 인류의 주된 적이라고 볼 수 있었던 리플레이서들도 우리 회사의 사원이 된지 몇 달이 지나가는데, 자네들이라고 친하게 지내지 못할 이유라도 있겠나?”

 

“사장님. 친하게 될지는 모르죠. 저는 아직도 유빈이와 나유빈이 회사에 아무렇지도 않게 들락날락거리는 게 적응이 안 됩니다. 그둘과 신나서 대화하는 어릴 적의 저를 보면 회사를 그만두고.. 아니, 부셔버리고 싶은 심정이 대체 몇 번이나 뇌리에 왕복을 하는지 아시긴 아시는 겁니까?”

 

“하하! 나중엔 6종 침식체도 데려올 생각도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게!”

 

콰앙ㅡ!

 

부사장, 이수연이 홧김에 ‘살짝’ 힘을 줘서 오른쪽 주먹을 내리치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의자의 팔걸이가 헝겊자락 마냥 너덜너덜해졌다. 

 

“히익! 농담일세! 농담! 진정하게!”

 

“하하, 정말 재미있는 농담이군요. 관리자님의 농담은 몇 년이 지나도 너무너무 재밌네요. 저도 어릴적부터 잘하던 농담이 있죠."


"어, 그.. 그랬는가?"

 

이수연은 함선의 조작을 자동순항으로 잠깐 돌리고, 팔걸이를 우그러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녀의 목표는 의자 다음으로 저 검은 바보상자.


"제 주먹의 이름이 '농담'입니다.”

 

“음! 이번 머신 갑은 길게 쓰나 했건만!”

 

리타와 대시는 저 둘의 대화를 듣고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시는 벌써 다시 팝콘을 씹어 먹고 있었다. 리타도 똑같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시가 주는 팝콘을 오물거리고 있다.

 

그 이후로 비명 소리와 부서지는 소리가 함께 나며 함선도 목적지에 도달했다.

 

 

 


 

 

 

[그래서, 호라이즌. 이렇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네만, 자네는 그 둘을 여기에 보러오지 않아도 괜찮겠나?]

 

어둡지만 홀로그램의 빛과 모니터의 빛만이 존재하는 이상한 공간. 그 안에서 도복을 입은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작은 인영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다.

 

“..감사를 표하죠. 당신에게 받은 건 저희 호라이즌 파이낸스에서도 평생을 들여 값을 수 없을 만큼의 빚입니다. 그만큼 전 지금 바쁩니다. 그 둘을 살려냈다 하더라도, 제가 진행하는 일에 중지는 없습니다.”

 

[하하! 역시 신기하군. 어디, 우리 딸이랑 교제할 생각은 없나?]

 

호라이즌이라 불리운 인영은 평소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로봇인지 사람인지 분간이 안가는 존재지만, 지금은 평소보다 유난히 분위기가 들떠있어 보였다. 그에 대한 반증으로 호라이즌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코핀 컴퍼니의 부사장과 대화할 때보다 한층 분위기가 가벼워져 있었다.

 

“미쳤습니까, 휴먼? 전언은 이게 끝입니까?”

 

[그 둘도 자네를 보고 싶어 하고 있단 것만 알아두게. 일찍이나마 찾아와준다면 고맙겠네만. 시간이 너무 지체된다면 그 둘이 참지 못하고 자네를 찾아갈게 분명할걸세. 연락이 안 된다는 가짓수가 적은 변명은 오래가지 않는 편이니 말이ㄴㅡ.]

 

[통화 종료.]

 

“.....”

 

호라이즌은 통화를 끊어버리고 잠시 턱을 괴고 생각한다. 이성에 힘을 더할지, 감정에 힘을 더할지 고민 중이었다. 

 

“웃기는군요.”

 

답지 않게 이러한 사항에 휘둘리는 호라이즌은 지금의 상황 자체에 고민을 하는 것 자체에 어이가 없어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은 기계처럼 행동할 때이다.


============================


바빠서 2주만에 올렸네! 다음 편이 끝일거임!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