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응용을 해보라고요?"

"맞아요,에델.지식은 단순히 알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어떻게 해야 지혜롭게 사용할 수 있는지 익히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레지나는 찻잔을 내려놓고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에델 양이라면 모를 리가 없겠지만...최근 들어서 지식을 끌어모으는 데만 집중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래요."

"하지만 세상에 널리 퍼진 지식은 아무리 먹어도 부족한 걸요?"

"수집 자체도 중요다는 건 이해합니다.단지 그 사용법을 익히는 것도 음미하는 데에 중요한 과정이라는 거죠."


에델은 식기를 싱크대에 넣고 가는 레지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세상 모든 걸 알기 위에 닥치는 대로 먹었지만.그로 인해 얻은 쓸모 없는 상식들로 인해 곤혹스런 일도 많이 겪었다.

레지나의 말대로 알아낸 지식을 직접 써 보는건 단순히 늘어놓기만 하는 것보다 입맛을 더 돋궈줄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요리 같은 개념이군요!아주 맛있어질 것 같아요."


에델은 뒷마당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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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먹은 것들을 뒤져봤더니 대부분이 용병들이었던 탓에,그녀가 가장 먼저 떠올린 건 사격이었다.

물론 그녀는 '우리'들이 있는데 굳이 총이 필요한가 의문이 들었지만,입맛을 돋궈준다는데 딱히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과녁도 설치했고....총은 보이는 대로 가져오긴 했는데,리벳 양이 화내진 않으려나 모르겠네요."


그녀는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로 대충 자세를 잡고 쏘기 시작했다.1탄창..2탄창...

박스를 하나 비우고 나서야 그녀는 숨을 돌렸다.


"기억 속의 여러분들은 반동 때문에 힘들어 하던데.역시 신체가 달라서 그런지 체감이 잘 안오네요."

아무리 인간 형태라 해도 마왕은 마왕.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그녀는 바주카도 한 손으로 잡고 쏠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총알을 다 써도 아직 부족한 거 같은데..."


그녀는 뒤에 있는 무기고를 바라봤다.


"리벳 양도 아마 이해 해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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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벳,대체 지출이 이게 뭡니까?이렇게 며칠만 쏘면 함선도 하나 사겠어요!"

"아 무급으로 부려먹으면서 총알 값까지 뭐라고 하네 쫀쫀하게,먹고 살려고 그랬다고요!그리고 그거 내가 다 쓴 거 아니라니까?"

"그러면 에델 양이 혼자서 이만큼 쐈다고요?상식적으로 그녀가 얻는 게 뭐가 있다고 총을 쏴요?"


멀리서 말싸움을 하는 두 명을 바라보며 에델은 산책로를 걸었다.

그녀는 잠시 뭐라 하는지 들을까 고민했지만 싸우는 것 같아서 딱히 간섭 안하기로 했다.


"어제는 별로 소득이 없었죠...다른 맛있는 기억이 있나 볼까요?"

다시 최근에 먹었던 것들을 뒤적거리자 이번엔 어제 시비를 털다 먹힌 불량배의 기억이 떠올랐다.

"파..쿠르..?"



잠시 후, 에델은 저택 발코니에 있었다.

"여기서 저 쪽 난간으로 뛰어서 넘어가는 거군요!근데 이거 조금 높지 않나요?"

발코니의 높이로 미루어보아 거의 아파트 5층 높이에서 뛰는 격이었다.확실히 그 기억에는 '삐끗하면 위험'이 대문짝만하게 실려 있었다.


"뭐 전 카운터 보다도 튼튼하니까 괜찮겠죠!"

그녀는 자신만만하게 달리며 도움닫기를 했고


에델이 간과한 것 두 가지는

첫 번째는 그녀의 치마가 보폭을 제한해 달리기 힘들어 속도가 안 나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몸이 좀 튼튼하다고 해서 신체능력까지 전부 만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그녀는 야심차게 뛰었다가 다음 난간은 커녕 아래에 있는 오솔길로 떨어졌다.




"그러니까 뒷마당에서 누가 총을 쏜 흔적이 있다니까?"

"그럼 에델 양이-"


쿵!

"아잇 뭐야!"

"...에델?"

"어머,두 분 다 여기에 계셨네요.식사는 하셨나요?"

"...대체 왜 하늘에서 떨어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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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은 샌드위치를 먹으며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레지나 양이 말해준 조리과정은 좀 어렵네요.정말 이 방법이 맞는 걸까요?'

잠시 부학회장을 의심하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다 의미가 있으니까 그런 말씀을 하신 걸 거에요.'


어제 추락사건이 있던 뒤,그녀는 먹었던 지식들을 오랫동안 뒤져보기 시작했다.

 사격술..파쿠르..단검술......주식..지식의 호수에 대한 연구....

식자재는 많았지만,대부분 저택에서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레지나한테 자랑할 수도 없었다.


'이건 별로네요,뭔가 같이 나눠먹을 것이...'

길을 가던 그녀는 옆에 있는 포스터를 바라봤다.

'XX월 X일 에버렛 홀 고요한 오케스트라-7:30 PM'


에델은 문득 응접실에 있던 레코드가 생각났다.

'에델 양도 이 선율이 좋지 않나요?마음을 잔잔하게 해 준다고 생각해요.'

'평상시엔 듣지도 않더니,또 팬드래건 때문이지?'

'조용히 하세요,리벳.'



"클래식이라,딱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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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그녀는 학회 관련해서 레지나와 얘기하고 있었다.


"이제 좀 쉴까요?급한 일은 끝났으니까 서두를 것 없죠."

"좋아요.레지나님."


방이 조용하단 걸 느낀 에델은 레코드를 틀었다.


"노래 좋지 않나요?최근 들어서 음악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에델도 클래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군요.리벳 양은 뭘 그리 싫어하는지.."


에델이 웃으며 신문을 펼치자 악단이 공연을 마친 뒤 대기실에서 단체로 실종된 사건이 대문짝 만하게 실려 있었다.

"...공부를 좀 많이 하고 있죠."


그녀는 레지나가 안 보는 사이에 몰래 신문을 엉덩이 아래에 숨겼다.

"조만간 뮤지컬 같은 곳도 가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