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비사 노인정’ 이란 이름의 건물이 하나 존재한다. 이 세계관에서 정말로 높은 어르신들이 계시는 곳이라고 할 수가 있지. 근데, 그 노인정보다도 더 높은 건물이 있지 않냐고? 물론 있기는 하다. 굳이 이름이야 거론하지 않더라도, 아는 이들은 다 아는 곳이니까. 블루로즈 아일랜드. 지상 최고의 휴양지이자 카운터 아카데미 소유의 섬. 그곳에는 소유주들도 모르는 불가사의가 존재한다.
그것은, 누군가가 몰래 제작한 ‘지하벙커’ 라는 거다. 지하 방공호라 불러도 되고.
아카데미의 선생님들조차도 모르는 비밀의 지하벙커. 이걸 누가 만들었는지 전혀 확인할 길이 없다. 당연히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는 곳이지. 아무래도 이걸 만든 이들은 아카데미 측에 사전에 얘기도 하질 않고서 몰래 건설했던 것은 아닐까? 그거 아니라면 설명이 어려운데? 그 지하 방공호로 들어가 보면 말이다. 각종 초호화 시설들이 죄다 갖춰져 있는 데다가 차원 함선 격납고 기능까지도 갖춰져 있다.
그래봐야 차원 전투함 한 척만 정박시킬 수가 있지만, 긴급 탈출용으로 아주 유용하다.
“아카데미 사람들조차 아무도 모르는 불가사의. 그것이 바로 이 지하벙커다.”
“......!!”
“뭐, 실질적으로는 세상을 실컷 가지고서 놀던 녀석들의 진짜 본거지이긴 했지만.”
“무슨 말이야?”
“내가 살던 세상에서는 그랬다고. 지금의 이 세상에서는 뭐라 표현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지만.”
초호화 지하 방공호. 블루로즈 아일랜드의 불가사의. 선생님들조차도 아무도 이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불가사의. 그러고 보니, 이 검은 긴 생머리를 하고 있는 여성은 누굴까? 아무리 봐도, 유미나와 정말 빼닮았는데 말이지? 누가 보면 유미나와 쌍둥이 자매라도 되냐고 괜한 오해를 할 것만 같은 느낌이다. 미나가 포니테일로 머리 스타일을 하는 편이라면, 이 여자는 머리를 풀고 다닌다.
내부로 들어와서 둘러보는데, 역시 초호화 지하벙커라 그런지, 이 안에서 최소 50년 이상을 자급자족하며 지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다. 마치 뭐랄까? 지상 세계가 침식되거나 아주 그냥 큰 전쟁이 일어나서 초토화가 되어갈 때에, 이곳으로 숨어들게 될 경우, 남의 이야기라도 되는 마냥 지하벙커의 내에서 느긋하게 TV나 보며 편안하게 구경이나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할까? 이 지하벙커는 정말 불가사의다.
근데 이 여자는 도대체 뭐 하는 여자이기에 이렇게 빠삭하게 많이 아는 걸까?
“글쎄다. 이것도 다 소문으로 들은 거라서.”
“단순 소문으로만 보기엔 너무 리얼 그 자체의 내용인데? 그럼 이거... 선생님들에 알려도 될까?”
“그건 곤란해.”
“왜?!”
“아직 이곳에 대한 모든 분석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섣불리 알리는 것은 위험해. 어쩌면 이 안에 침식체가 있을 가능성도 있고.”
“뭐? 침식체?”
“어차피 유미나 너에게 4종 이하들은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말하는 너는 5종이랑 6종 애들이랑도 실컷 싸워봤다면서.”
“내가 살던 세상에서는 3종 이하는 침식체로 취급도 하지 않았을 정도로 카운터의 기준이 엄격해진 세상이었거든.”
3종 이하는 기본으로 잡을 수 있어야만 할 정도로 카운터의 기준이 높았다고 한다.
즉, 3종 이하들은 그냥 뭐 지나가던 잡몹 따위로 취급되었을 정도란 의미. 세상 분위기는 그랬는데, 정작 세상 자체적으로 보면 그냥 답이 없었다고 한다. 왜냐고? 유미래. 그녀가 살던 세상에서는 침식체들보다도 ‘악의 세력들’ 이라 불렸던 이들이 훨씬 더 문제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 세계를 상대로 괴롭혀댔기 때문이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자본을 갈취했고, 모두들 그들에게 굴복해야만 했다.
“.......”
“저... 저기...?”
“뭐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고. 당분간 이곳은 선생님들에게는 알리지 않는 게 좋아.”
“.......”
“이걸 보도록 해. 초호화 지하벙커에 이런 게 숨겨져 있잖아?”
“이... 이건... 뭐야?!”
“특별한 건 아니고, 그냥 뭐 ‘작전계획서’ 같은 느낌의 문서인 것만 같은데?”
작전계획서? 뭔 내용이냐고? 그렇게 뭐 특별한 것도 없다. 저 기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차원 전투함에서 순항 미사일을 발사해, 해당 지역을 침식파로 오염시켜서 인위적으로 침식체를 늘리고, 세상을 혼란에 빠트린 틈을 타서, 본격적으로 침식파 퍼트리는 작전을 진행한다는 거다. 그러니까 지금 이 지하벙커의 내에 있는 저 대형 함선이 사실은 차원 전투함이고, 동시에 ‘BCGN’ 계열이라는 거다.
더욱 기가 막히는 건, 지금 격납고의 내에 있는 차원 전투함이 ‘순양전함’ 이라고 한다. 순양전함? 전투순양함으로 불러도 되는데, 다들 아는 표현 그대로 한다면 ‘배틀크루저’ 라는 거다. 상당히 큰 차원 전투함인데, VLS. 미사일 수직 발사 플랫폼이 가히 어마어마하다. 아무리 봐도 최소 600셀 이상은 되어 보이는데, 정말로 미사일 600발 이상이 적재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저게 바로 작전계획의 핵심이겠지?
유미나는 저 전투함이 뭔지 희한하다고 할 때에, 유미래는 의미심장한 표정이다.
“아아... 그렇군... ‘6.5종 침식체’가...... 그런 거였나.”
“방금 뭐라고 했어?”
“아니야. 아무것도. 그럼 이제 그만 가볼까? 여기 오래 있으면 골치 아파지게 될 거야.”
“그... 그래. 야, 잠깐만.”
“왜?”
“돌아가면, ‘그 사진’에 대해 제대로 좀 얘길 해줘.”
뭐냐고? 그러니까, 유미래의 엄마 사진에 대해. 왜 미나랑 정말 빼박으로 닮은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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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사 노인정.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들은 다 모르는 전설의 노인정이다.
비사 노인정. 원래 이 노인정에서는 ‘고라니’ 라고 불리는 그 동물이 방송을 담당하고자 했다고 한다. 문제는 고라니가 정말로 아악! 아악! 하면서 울음소리만 낼 줄을 아니, 얼마 가지도 않아 결국 방송 기기가 통째로 교체되어버렸고, 두 번째 고라니를 잡아왔다. 정작 그 고라니는 몸값이 정말 비싼 동물이라 울음소리를 7분 정도만 내는 것인데도 방송 기기에 심각한 피해를 주니 이거 참 난감하다.
“네가 그 ‘루나’ 라는 녀석이냐?”
“두 명의 할아버지들... 어르신들이 불러서 왔죠!? 근데, 그 ‘고라니’ 동물은 어딨어요?”
“저 앞에 있잖아?”
“금태 할아버지. 저 동물이 정말로 방송을 하나요? 울음소리만 내는 거 같은데?”
“야야, 그리고 내가 어딜 봐서 할아버지냐?”
“네? 상연 할아버지도 저거 동물이라 불러도 아무렇지도 않으시던데요?”
이름이 루나라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하트베리의 ‘루미’ 와는 정말 빼박으로 닮았다.
그래도 차이점이 없지는 않지? 루미와는 달리 머리를 풀고 다니거든. 그리고 그렇게 노출이 심한 옷차림이 절대 아니다. 방탄헬멧을 기반으로 하는 방석모를 머리에 착용하고 있는데, 방탄유리와 바이저로 무려 이중으로 두 눈을 보호한다. 바이저는 사격통제장치의 기능을 하고 있지. 의상? 의상이라고 해봐야 최첨단 방탄 장비로 추정이 된다. 3종 이하의 공격들에는 방호가 얼마든지 된다고 하지.
근데 루나 이 여자는 도대체 누구기에 ‘할아버지’, ‘어르신’ 이란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그렇다면, 다른 할아버지...... 아니, ‘그 고조할아버지’ 라는 분은 안 계시나요?”
“고... 고조할아버지... 이게 진짜?!”
“아아~ 이게 그 ‘신세대’ 소설이라는 거구나? 진짜 재밌네?”
“.......”
“이야아~ ‘나에미 블루스틸’ 그 녀석이 이 시대에 넘어왔다면 아주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겠네요? 금태 할아버지?”
“나에미는 또 누구냐?”
“아아~ 나에미라고...... 있어요. 유미래에게 개겼다가 반쯤 죽어버려서 신비로워진 녀석이죠.”
이 여자의 말에 의하면 유미래가 나에미와 그 부하들을 혼자서 다 때려 눕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