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포트 게임 최종 국면

관리국 강습전대 펜릴 최종방어선


투두두두두두

콰쾅 쾅


“제기랄..제기라알. 죽어 좀 죽으라고”


가지고 있는 화력. 낼 수 있는 화력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못했다. 6종 침식체에 이끌린 하급 침식체는 우리가 죽이는 것보다 새로 나타나는 침식체가 더 많았다. 점점 방어선으로 접근해오는 개체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탄약도 바닥을 드러냈다. 이대로는 안된다. 이대로는 전멸이다. 우리마저 전멸하면 이 세계에 희망은 없다. 


“전대장님은?”


앞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방패를 들고 침식체의 원거리 투사체를 막는 동시에 접근해온 침식체를 노련하게 밀쳐내고 있는 거구의 사내의 모습은 벽처럼 굳건해보였지만 그 모습과는 다르게 그도 이제 한계에 다 달았다는게 느껴지고 있었다. 빠르게 전장을 흝어보았다.


“시야에 보이지 않습니다. 좀 더 앞쪽에서 교전중인 것 같습니다, 특전대장님.”


으음.. 

신음성을 한번 흘린 그는 침식체 하나를 벙커로 날려버리며 말을 이었다.


“통신하도록. 이곳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으드득..

이를 꽉 다물었다.. 평소대로라면 그들이 편하게 싸울 수 있도록 이렇게 거리를 유지하는 쪽이 더 효율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들없인 이곳은 무너져내린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특전대장은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결국 우린 이렇게 그들의 발목을 잡고 마는건가..

그런데...


“알겠습니다. 통신 연결합니다.”


사격을 풀고 통신을 시도했다.


치직 여기는 특전대. 관리국 특전대. 펜릴전대, 들립니까?

...

치직 여기는 특전대. 펜릴전대, 들립니까? 응답바랍니다.

......

예상대로 응답은 없었다.

이런 고농도 침식파 주위에서 통신이 될리가 없다...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계속 시도할 수밖에 없다. 다들 말없이 침식체를 상대하고 있지만 이 통신을 듣고 있다.

그들과의 연락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이니까.. 그 희망이 없다고.. 여기가 끝이라고 말할 수 없으니까..


치직.. 여기는 특전대..

치직.. 여기는..

치칙..


정신없이 통신연결을 시도하던 그 때.. 전방으로부터 갑작스런 강렬한  빛이 보였다. 통신을 연결하느라 숙였던 몸을 일으켜 그 빛을 바라본다. 이 난리에 도저히 존재하지 않을거 같은 따뜻하고 황홀한 빛.. 신성함이란 말을 붙일만한 그런.. 구원이 있을 것만 같은..그런 빛. 침식체들마저 그 빛을 바라보고선 좌우로 흩어지는 모습을.. 잠깐만 좌우로? 피.. 피한다고? 저것을?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목소리로 외쳤다.

피.해.!!!!!!

이윽고 시야가 빛으로 물들었다.

...

...

...

..도웰

..ㅁ도웰

“멕도웰”

허어억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떳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나를 붙잡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이런 제기랄 본능적으로 벗어날려고 몸부림치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차려 멕도웰. 가만있으라고”

익숙한 굵은 목소리에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되물었다

“하아.. 하.. 특전대장님?”

“그래.. 정신차리고 숨좀 고르고 얼른 일어나.. 죽지 않았다면 얼른 일어나라고”

그 말을 하고 그는 내 몸을 놓아주었다. 앞으로 달려가는 발걸음이 들리고 벙커의 특유의 굉음과 방패에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온다.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그런거다.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왜 인진 모르겠지만 그 빛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아직 끝이 아니구나.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이상황에서 미소라니.. 나도 참.. 


시야가 흐릿하게 돌아오고 있다. 땅을 구별할수 있다. 아직 빛의 여파때문인지 다른건 구별이 안된다.


조금 더 선명해졌다. 여전히 땅 위 쪽이 구분이 안간..다? 어..


땅을 바라본다.. 흙을 바라본다.. 조각난 돌도 보이고.. 그런데 앞이.. 앞이.. 텅 비었다.

망연히 보고 있다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없다.. 그곳에 있어야 할 것들이 있어야할 이들이 없다.. 깨끗이.. 흔적도 없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필사적으로 간격을 매우려는 전우들이 보인다. 그리고 이해했다. 아 그런거구나.. 이상황에서 내가 웃음을 보였구나.. 순간 분노가 끌어올랐다.... 웃었다니 내가.. 이런 줄도 모르고.. 시야가 다시 흐려지는게 느껴진다. 나는.. 나는...


“멕도웨엘!!!”


앞쪽에서 특전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우리에겐 이런 시간조차 사치다. 

방어선은 이미 무너졌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고 땅에 널브러진 소총을 하나 찾아 들고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뛰어간다. 이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애도다.

————-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