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썰 : 알렉스가 조금 더 욕심부리는 문학 보고싶다. - 카운터사이드 채널 (arca.live) 




"사장님. 이번 작전 결과 보고서입니다."


알트 소대의 소대장, 서윤은 특유의 자신만만한 웃음을 띈 채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이전에 있었던 유물 회수 작전의 결과가 기록되어 있었다.


보고서를 살짝만 보고도 관리자는 서윤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쾌재가 나올 만큼 우수한 성과, 버릴 것 하나 없는 내용, 과연 언더그라운드의 에이스이자 지금은 자신이 세운 계획의 한 파츠를 맡은 인물다웠다.


"음! 훌륭하군. 눈부신 전과를 낸 것 뿐 아니라, 일처리도 이렇게 세심하다니."


"다들 바쁘다는데, 저라도 힘내야죠."


관리자는 뿌듯한 미소를 띄웠다.


"그래. 수고 많았네."


"후훗. 더 좋은 모습도 보여드릴 수도 있는데요? 사장님께서 합당한 보상만 주신다면요."


서윤은 기대가 잔뜩 담긴 눈망울을 하고 입맛을 다셨다. 관리자가 언제나의 '그것'을 해주길 내심 바랬다.


관리자는 본모습으로 남을 대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을 영 좋아하지 않았지만, 항상 충실하게 따르는 서윤의 태도를 생각하여 뜻을 한 번 굽혀주기로 했다.


고개를 끄덕여 무언의 긍정을 표시하자, 서윤이 화색을 띄우며 관리자를 향해 쪼르르 걸어왔다.


관리자는 손을 들어 서윤의 머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서윤은 실없는 웃음을 흘리면서 따스한 손길에 몸을 맡긴 채 싱글벙글 웃었다.


서윤이 바라는 보상이란 이런 것이었다.


"이러고 있으면 정말 마음이 놓여요."


"좋아해서 다행이네. 난 괜한 걱정이 들지만 말이야."


"어머. 이 이상의 것을 원하시나요? 사장님도 참~"


서윤이 입을 가린 채 요망하게 쿡쿡 웃었다. 


아마 부사장이 이 광경을 봤다면 도둑고양이가 부뚜막에 앉아서 뭐하는 거냐며 된통 성을 냈을 것이다. 현역 시절 침식체들을 우악스럽게 날려버리던 그 성질은 어디 안 갈 테니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별안간 문이 열렸다. 관리자도, 서윤도, 문을 연 당사자도 당황한 채 서로를 마주봤다.


천만다행으로 문 너머에는 이수연이 아닌 알렉스가 서 있었다. 놀랐던 표정이 곧 안도로 녹아내렸다. 알렉스만 빼고.


"어머나. 실례. 좀 있다 다시 올게."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알렉스를 서윤이 제지했다.


"앗, 아니에요. 용건은 다 끝났거든요. 그럼."


다음에 또 뵈요 사장님?


마지막까지 요염하게 꼬리를 치며 서윤은 알렉스를 제치고 사장실을 나갔다. 이 자리에 이수연이 없는 것이 정말로, 정말로 다행이었다.


"어쩐 일인가, 알렉스?"


"메이즈 전대 보급현황 관련해서 왔어. 류드밀라가 특별히 직접 전해달라고 하더라."


서윤 다음에는 바람이 내려앉는 것 같은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관리자의 귀를 간지럽혔다. 알렉스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한층 업된 기분으로 관리자는 알렉스가 내민 보고서를 지긋이 훑어보았다.


타나토스급 중장갑 자주포에, 크루시오급 레일캐논, 테크 레벨 4의 전투복 등등등.


종류와 요청 수량만 놓고 보면 전대급이 아니라 아예 군단급 화력이라 봐도 무방할 사항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도대체 류드밀라는 무엇을 만들고자 하는 것일까. 본인부터가 이미 5종 침식체에 준하는 원맨아미의 전략병기인데.


그런 생각을 하다 말고 관리자는 알렉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알렉스는 언제 봐도 성숙함과 앳됨이 공존하는 눈부신 미모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눈부신 얼굴에 떨떠름한 표정이 드리워져 있었다. 알렉스 답지 않은 얼굴이다.


그러고 보니 태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평소 같았으면 은근히 말을 걸어왔을 텐데, 지금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말수가 적었다.


"...알렉스?"


"어?"


반응이 한 템포 늦는다. 살짝 놀란 알렉스는 걱정스러움을 품고 있던 얼굴을 황급히 펴고,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관리자를 바라봤다.


역시 오늘의 알렉스는 뭔가 이상했다. 항상 갖고 있던 활기와 여유를 잃어버린 것이 고민거리가 큰 것만 같았다.


이럴 땐 오래 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스스로에게도 마음을 추스를 시간을 주는 것이 그녀에게도 더 효과적이리라.


"잘 봤네. 나머지는 류드밀라랑 직접 상의하겠어."


"그래. 그럼 이만-"


"아. 잠시만."


나가려는 알렉스를 관리자가 넌지시 불러세웠다.


"혹시, 어디 아픈건 아닌가?"


"....."


알렉스는 잠시 망설였다.


"으응, 아냐. 보다시피 건강해. 나같은 거보다 자기 건강부터 먼저 챙겨. 항상 바쁜건 당신이니깐."


"그래. 알겠네."


그 말을 끝으로 알렉스는 사장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방금 전에 딸처럼 서윤을 쓰다듬으며 웃던 모습은 어디 가고, 관리자는 알렉스의 이상한 상태 때문에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알렉스는 그가 가장 신뢰하고, 아끼는 사원 중 하나이다. 


좋은 것만 보여주고 싶고, 나쁜 것은 겪게 두고 싶지 않은 사람이 저런 표정을 하고 있으니 뒤숭숭해질 수 밖에.


"하아....."


관리자는 해야 할 일에 관심을 쏟을 수가 없었다. 대신 알렉스를 떠올리며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마지막에 알렉스가 보여줬던 표정은 애써 침착해 보이려는 것 같은 미소.


그리고 '나 같은 거' 라는 말투가 마음에 걸렸다.


알렉스는 자신을 당당히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성향이 있었다. 자신보다 장비나 타인을 우선시하고, 자신을 돌보는 것보다 타인을 먼저 돌보았다.


배려심과 공감능력이 뛰어난 그녀의 성격이기도 했으나, 클론으로 태어나 제대로 된 성장 과정을 밟지 못한 탓에 자아 정체감이 유약한 탓이기도 했다.


이렇듯 알렉스가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염두에 두고 움직인다는 것은 자신도 알고 있다. 


그러나 방금 말한 부분에는 배려심이 들어있지 않았다. 배려심보다는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왜? 알렉스가 자신을 깎아내릴 이유가 어디에 있지?


하나 둘씩 최근에 있었던 단서를 잡아 조합해가며 알렉스가 갖고 있는 고민에 차츰 접근해간다.


서윤을 쓰다듬고 있을 때 들어와서 지은 떨떠름한 표정.


이수연과 함께 있을 때면 자리를 피하려는 애매한 태도.


알트 소대 인원들과 머신 갑의 모습으로 같이 있을 때, 이야기에 끼는 대신 조용하게 있던 그녀의 모습.


메이즈 전대 사람들이나 자신과 단 둘이 있을 때 보여주던 시원시원하고 부드러운 모습은 그 기억들에 없었다.


몇 가지 가능성이 관리자의 머릿속에 둥지를 틀었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 간단한 채비만 하고 직접 가서 대면하는 것이 문제를 풀어내는 데에 있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겠지.


관리자는 회사 내선전화로 관리부 쪽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로 전해질 목소리는 사전에 머신 갑으로 변조해 두었다.


"네. 코핀 컴퍼니 관리부 사원 레나 맥켄지입니다."


"아. 날세. 레나양. 자네가 즐겨 찾는 카페 이름을 좀 알려줄 수 있겠나 해서 말일세."


"어...."


기계인 사장이 카페를 찾다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싶겠지만 코핀 컴퍼니에서는 이미 흔한 일이 되었다. 


사원들이 보는 머신 갑은 기계이지만 슈퍼 스테이크 레어를 먹고 싶어하고, 감사패와 트로피 등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원하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로봇이었기에.


"저희 회사 건넛편에 한 블럭 정도 가면 뉴에이지 커피라고 있는데, 굉장히 유명한 곳이에요."


"아~ 뉴에이지 커피라. 위풍당당한 이름이로군. 고맙네, 레나양. 사례비로 오늘은 일찍 퇴근하게."


직원들이 추천한다면 믿을 만한 곳이겠지. 관리자는 기분이다 싶어 즉흥적으로 레나에게 갑의 축복을 내렸다.


조기퇴근의 기쁨에 젖어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쾌재를 뒤로 하고, 관리자는 사장실 의자에서 일어났다.


레나가 느끼고 있는 기쁨을, 홀로 고민에 빠져있는 그녀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종류는 다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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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동안 탱자탱자 놀면서 안써진다고 옘병을 해대던 글임 ㅎㅇ 다시봐도 내 글은 스레기야.


내가 관남충 원래 말투는 너무 틀딱같아서 싫어갖고 항상 글을 쓸때마다 젊은 청년 연상하면서 존댓말로 써왔는데, 이번만 인겜 반영해서 틀딱말투로 써봄.


나에게 감사하지 말고 원본 썰 제공해준 게이에게 항상 감사하십시오 korean CEO. and i also 마망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