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로니카
전날 밤에 술 오질나게 마셨단 건 기억이 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랩으로 포장되어있는 밥만 있고 베로니카는 안보임
뭐 장보러갔나보다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밥먹고 출근했다가 귀가했는데 아직도 베로니카가 안보임
반질반질한 방바닥, 욕실 앞에 곱게 개여있는 내 잠옷, 식탁 위에서 먹음직한 자태를 뽐내는 저녁식사를 보면 집안일은 해놓은 것 같은데 베로니카는 안보임
아 내가 어젯밤에 뭔가 병신같은 짓을 했구나 싶어서 베로니카한테 전화 해보는데, 전화기는 꺼져있다는 안내원의 음성만 들릴뿐임.
베로니카와의 연락망은 평소에 절대 끊인적이 없기때문에 이건 분명 베로니카 측에서 나와의 소통을 거부하는 것이 분명함.
전화는 불가능하니 문자만 존나게 보내놓음
베로니카? 어디야?
베로니카? 만나서 이야기좀 하자.
베로니카? 보고있는 것 맞지?
베로니카? 제발 대답 좀 해줘.
와 같은 의미없는 문자를 50통쯤 보냈을 즘에, 갑자기 전화가 옴.
주인님,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시나 보네요.
저는 급히 수행해야 할 일이 있어서 아마 귀가는 늦어질 것 같아요.
내일 아침 식사는 냉장고에 있으니 데워서 드셔주세요.
뭔가 기계같은 목소리로 이쪽에서 말 할 틈도 주지않고 말을 끝내고는 전화를 바로 끊음
아 개좆됐다 싶어서 바로 다시 전화를 걸어보지만 이걸 어쩌나 다시 전화가 꺼져있다는 안내음성만 들려옴
후우, 한숨 내뱉고 편의점가서 맥주랑 몬스터 몇병 사와서 밤새 까먹음.
말은 저렇게 했어도 베로니카가 집안일 내팽겨치고 돌아다닐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뜬 눈으로 기다리기로 한거임.
그런데 혹시 이쪽에서 깨어있다는 티를 내면 안들어올까봐 침대에 누워서 기다리기로 함.
새벽 4시 30분쯤 되었을까?
눈이 막 자동으로 감기려하고 조금만 정신줄 놓아도 입에서 침이 줄줄 새어나오는데 갑자기 존나 은밀한 옷깃스치는 소리가 들림.
젖먹던 힘을 짜내서 현관문까지 대쉬함.
장바구니에 식재료들 한가득 사온 베로니카가 보임
베로니카가 뭐라 하기도 전에 바로 무릎꿇고 고개숙임
미안해 베로니카, 내가 죽일놈이야.
굽던 삶던 때리건 죽이건 맘대로 해.
그래도 제발 떠나가지는 마.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차라리 내가 나갈게.
막 눈물이 나올 것 같음.
그때 베로니카가 내 앞에 같이 무릎을 꿇음.
아니에요, 주인님.
오히려 제가 죄송해요.
주인님께서 이렇게나 저를 원하고 계신데 응대하지 조차 않는다니.. 이래서야 메이드 실격이에요.
라면서 따뜻한 목소리로 대답해줌
그래도 주인님, 이것만큼은 알아주세요.
결혼 기념일에 밖에서 술을 마시는 건 저도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지만.. 친구분들과 집에까지 오셔서 추가로 마시는 건..
메이드로서도, 아내로서도 견디기가 힘들답니다.
그 말 들으니까 갑자기 끊겼던 필름이 촤라락 이어짐
내가 개새끼였구나 씹새끼였구나 싶어서 머리에 손얹고 한숨 푹 내쉬는데
베로니카가 그 위에 자기 손을 덮음.
새벽빛 반사하면서 반짝이는 결혼 반지가 보임
후후, 괜찮아요. 주인님.
이 시간까지 기다려주신 것만으로 저는 행복하답니다.
이제 아침이라 배도 고프실텐데 아침식사를 차려드릴까요? 아니면..
무릎 꿇느라 말려올라간 베로니카의 치맛자락 틈새로 검은색 레이스 속옷이 보임.
보자마자 졸음 싹 가시고 그날 점심때까지 의무방어전 존나게 조짐
그 후엔 기절하듯이 잠잤는데
일어나보니까 한밤중임, 베로니카는 일어나셨나요 주인님하면서 미소짓는데 베로니카의 말랑말랑한 팔에 팔베개하고있었음
바로 2차 야스 조지고 야식까지 먹음
해피엔딩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