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디 좁은 방.
한 사람정도 누울 침대와, 책상 하나정도 들어가는 자그마한 방.
그곳에서 눈을 뜬 남자는 다시금 곱씹었다.
여기는 몇번째더라.
산산히 부숴진 파편의 기억들이 스쳐지나간다.
즐겁고, 슬프고, 재미있고, 기쁘고, 아프기도 한 그 기억들이, 무수한 조각이 되어 그를 지나친다.
끔찍한 아침이다.
그는 수 많은 세계를 건너왔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최초의 그 때가 잊혀지지 않아.
어떤 아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불을 켜달라 이야기했다.
어떤 아이는 제대로 서기가 힘들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어떤 아이는 들고 있던게 어디갔는지 모르겠다고 찾아달라고 했고,
어떤 아이는, 죽고 싶지 않다고 그의 손을 잡아왔다.
그 아이들이, 매일 밤 그를 찾아온다.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언제나 똑같은 말을 하며, 언제나 그에게 찾아온다.
낭자하는 혈액, 산산히 부숴진 육체.
그리고, 지옥의 한 구석에서 그를 바라보는 여린 눈동자-
세계를 넘어온 후유증이다. 이어받은 기억이 만들어내는 플래시백이겠지.
그래, 어디보자. 이번이 몇번째더라.
기억나지 않아, 굳이 떠올려야할 이유도 모르겠어.
어차피 다시금 반복될 세상이라면, 굳이 기억해야 할까?
그런건 의미없어. 남자는 그렇게 되뇌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 드러나 있는건 철저한 무심 뿐이였다.
●
몇번째더라. 기억나지 않는다.
테라브레인을 활성화 시키고, 그 안의 기억을 되찾고.
조직을 만들고, 병사를 키우고. 만들고,고치고,대비하고,훈련하고,단련하고.
죽고
다시하고
죽이고
다시하고
죽고나면
다시하고
죽으면
다시하고
죽고
다시
죽고
다시
죽고
다시
죽고
죽고
죽고
죽고
죽고
죽
죽
죽
죽
주
주
주
주
주
ㅈ
ㅈ
ㅈ
.
.
.
.
.
.
.
"몇번째더라.""
"무슨 말이세요, 어르신?"
"아니, 별 거 아닐세. 녹차 맛이 훌륭하군, 고맙네."
"별 말씀을요. 어르신에게라면 얼마든지 차정도는 끓여들일 수 있는걸요."
"그것 참 반가운 이야기구만."
그저 향이 나는 물이다.
"아참, 자네가 추천한 책. 읽어봤다네, 재밌어서 밤을 샜어."
"정말이요? 다행이다...이 나이 먹고 책 읽고 우는건 들켰을땐 다 끝장인줄 알았는데..."
"이해가 가더군. 좋은 글이였어."
그저 활자의 연속이였다.
"그러고보니 동생은 어떤가?"
"어르신 덕에 활기차졌어요...감사드립니다. 어르신이 아니였다면 저희 남매는..."
"됐네, 그저 우연히-"
거짓말.
언제까지 그런 되도 않는 거짓말을 할거지?
거짓말 하지마.
그녀의 동생이 죽어간다는걸 알았을때, 너는 계획대로라며 안심했지.
동생을 끌어안은 그녀가 울부짖을때 네가 생각한 그저 타이밍 뿐이였어.
가장 간절할때 내리는 구원이야말로, 그 어떤 것 보다 강한 족쇄가 되니까.
너는 그걸 알고 있잖아?
그래서 묶고, 묶고, 묶고, 묶고묶고묶고묶고묶고묶고묶고묶고묶고
묶어서, 그들이 바스러질때까지 멈추지 않아.
살아.
죽어.
살아.
죽어
죽고, 죽고, 죽어.
전부 죽어서, 결국에는 홀로 남아.
그러면 다시 시작하면 돼.
틀렸어. 틀렸다면, 처음부터 다시하면 되는거잖아.
언제나처럼, 그 좁은 방에서 눈을 뜨고, 다시 조직을 만들고-
나는 틀리지 않았어
세상을 구해야 해.
그렇게 약속했으니까.
그는 다시 이야기한다.
얘야 괜찮단다. 별 일 아니야.
자네에게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네.
한 번 쯤은 해볼법한 도전이지.
나는 믿네.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을 거짓말을.
끊임없이 이어질 지옥을.
영원히 오지 않을 구원을.
"자, 이번이 몇번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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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입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