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유사 비키니를 입으라고 주는 거, 진심이야?"


요요 걸의 방 안 거울을 보고 난 뒤의 내 신랄한 감상평에 녀석은 능글맞게 웃으며 책상 위에 올려둔 헤드셋을 가리켰다.


"이거랑 잘 맞을 거라니까? 일단 헤드셋까지 써보고 다시 거울을 보라고. 잠바는 잠그지 말고."


그 말에 궁시렁거리면서 헤드셋을 두 귀에 걸쳤다. 솔직히 잘 어울리긴 하는데, 살이 너무 드러나는 거 아냐? 괜한 거부감에 다시 까만 점퍼에 지퍼를 채웠다.


"에헤이, 거 안 잠그는 게 낫다니까. 이왕 잠글 거면 그거보단 이거 핑크로 입어봐. 이건 이거대로 따뜻한 느낌이라 보기도 어울릴걸."


"옷 진짜 많은가보다, 하기야 아까 보니 평생 안 입을 거 같은 가디건도 있더만."


"안 입긴 왜 안 입어, 노는 날에 입기 좋은데. 지금 입은 이런 옷은 작업복이라고, 막 입는 거."


"다리 한 쪽이 날아갈 정도면 너무 막 입은 거 같은데?"


"말 많네 시바, 얼른 입어나 봐."


옷걸이를 건네받고 분홍색 점퍼로 갈아입어봤다.

지퍼까지 위로 쭉 올리자 그제야 완전히 옷을 입은 느낌이 들었다. 이거지, 옷은 가리려고 입는 거라고.


"쯧쯧, 옷으로 다 안 가려도 밸런스 좋은 몸매가 다 받춰줄텐데 아깝다. 각선미는 좀 살려서 다행인가?"


"살면서 처음 듣는 소리네, 추하다고 하는 말은 들어봤는데."


나름대로 칭찬이겠지, 무안해져서 대충 대답했다. 요요 걸은 얘 나름 놀랐는지 표정이 살짝 변했다.


"추하다는 말을 면전에서 하는 새끼가 다 있어? 보는 눈은 둘째 치고 싸가지가 없네. 아까 말한 개새끼들인가봐?"


"아니 씹, 혼잣말 갖고 계속 울궈먹네 진짜!"


"왜, 같이 씹고 욕해주면 속 좀 풀릴텐데."


"아무튼 민망하니까 그만 좀 얘기해, 좀."


갑자기 플래시백이 일어난 걸 하필 남이 보고. 재수 옴 붙은 날이다.


"히로세 씨... 무슨 일인데 손님이 소리를 지르게 만들어요? 또... 진라면 매운맛이 아니라, 히로세 씨 먹으라고 사둔 순한맛으로 준 거에요?"


뭔가 물으며 들어오던 민서가 나를 보더니 요요 걸을 다시 봤다. 표정이 뭔가 심히 언짢아보이는데.


"...린 씨 헤드셋이잖아요. 왜 저걸..."


린이라는 친구인가보군, 원래 주인은. 요요 걸은 계면쩍은 듯 시선을 피하며 대꾸했다.


"그 뭐냐. 이제 우리도 털어내야지. 프리덤 라이더즈는 원래 멤버 유동이 많은 팀이라고. 이별에 익숙해져야 해. 그 일환이라고 생각해둬."


"그렇다고 린 씨가 간 지 열흘도 안 돼서 벌써 흔적을 지운다니, 인정머리 없는 용병 같아서 좀 그렇네요..."


"인정머리? 새삼 인정머리를 신경쓰는 입장이었어 우리가? 그냥 사람들 일에 안 휘말리고 안빈낙도나 즐기고 싶었지."


"안빈낙도 그 자체긴 하네요, 요즘은 거의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중이니..."


"시엔이 가고 나서 밖에 나간 일이 없는 댁이 그런 말 하기야?"


"아무튼... 이런 경우는 저도 알게 해주세요, 같이 사는 입장인데."


주거니 받거니, 둘은 서로만 한참 얘기하다가 내 쪽을 돌아보았다. 나? 그냥 뻘쭘해서 헤드셋 줄이나 만지작 하고 있었지.


"어, 응. 대화 끝났구나? 너네 라면 있다며. 이왕 얘기를 더 할거면 라면 먹고 든든한 속으로 하면 어때?"


"남의 라면을 마치... 자기가 사는 것처럼 뻔뻔하네요."


민서의 지적은 무시하자.


"아무튼 그래서, 라면은 뭐로 할까? 매운 거 순한 거 있다며."


"순한맛." "매운맛."


"...가위바위보로 정할까?"


...이윽고 아카데미 운동회를 방불케 하는 치열하고 졸렬한 가위바위보 대결이 벌어져 라면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어쩐지 출출하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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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6~7화 선에서 끝낼 수 있나 모르겠네

넉넉잡아 8화 예상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