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찬바람이 부는 겨울

나유카가의 사당 앞에서 미나토는 조부에게 워치의 사용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제 네가 가장 자신있는 무기를 떠올려보거라."

'역시 무난한게 낫겠지?'

미나토가 팔을 뻗자, 푸른색 빛이 점차 형태를 갖춰나가고 있었다.

긴 막대기는 이윽고 휘어져 활이 되었으며 등에는 화살과 화살통이 생겼다.

그리고 왼팔에는 검은색 베이스에 황금색이 곁들여진 아대가 착용되었다.

"활이더냐 나쁘지 않은 징조로구나."

조부는 미나토의 활을 훓어보고는 평을 내렸다.

'내가 뭐 잘못한거라도 있는건가?'



"이제 너는 나유카가의 당주가 되었다. 이제 우리가문의 앞날은 네게 달려있노라."


"이걸 네게 맡기겠다."

조부는 미나토에게 검은색 천으로 감싼 물건을 건넸다.

"네!"

"3일 뒤 나나하라 본가에 가거라.내가 말해놓으마."

그 말만을 남긴 채 조부는 떠났다.



혼자 남겨진 미나토는 한번 자신의 힘을 연습해보기로 했다.

'한번쯤은 괜찮겠지.'

화살통에 손을 뻗어 화살을 쥐어 시위에 매긴다.

눈에 힘을 주어 자신의 표적인 나무를 보자, 거기에 기어다는 벌레까지 보였다.

"후....."

차가운 공기를 폐에 넣어둔다.


쉭!


시위를 떠난 화살이 나무를 향해 날아가고 이내 나무를 뚫고 뒤에있던 바위에 화살이 박혔다.

"이거...힘조절이 잘못된건가?"


궁도부를 다니면서 자신의 실력이 어느정도 있다고 자부하려던 자신감이 이내 바닥을 쳤다.

"쏠때 조심해야겠다."

바위에 박힌 화살을 빼서 통 안에 넣은 후 미나토는 산을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겨울의 찬바람을 여과없이 맞으며 집에 도착한 뒤 미나토는 환복을 하고 씼었다.


'정말 바쁜 하루였네.'

아직도 손목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시계가 어색했다.

'카운터라면 관리국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받으며 평범하게 살 수 있을까?'


"일단 자고나서 생각해야지."

미나토는 침대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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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어오는 이른 아침

미나토는 단골 빵가게로 발을 옮겼다.

'춥네.'



"어서오세요."


은은한 팥냄새가 풍기는 가게에 도착한 미나토는 방금 구워진 빵을 집었다.

"이걸로 주세요."

"네 여기 포장되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빵을 먹고 싶었던 충동을 참고서 미나토는 학교로 향했다.

등교를 하기에는 많이 이른시간이지만 이 시간대의 등교는 그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시끄럽게 울리는 경적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여기저기 바쁘게 다니는 사람도 없었다.

다만 달라진건 자신의 모습이었다.


왼팔을 감싸고 있는 건틀렛

등 뒤에는 천으로 감싼 활

이것들이 어제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 일상도 끝인걸까.'


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미나토는 여러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카운터가 되었다고 해서 딱히 학업에 문제가 생기는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더 나아졌다고 보는게 맞겠지

관리국의 카운터 우대정책으로 여러가지 편의성이 보장된다.

다만 미나토가 걱정하는건 이제까지 사귀었던 친구들이 자신을 다르게 보는것이었다.

사회전반에 깔린 카운터에 대한 안좋은 인식들

한가지 예로

며칠전만 해도 이 근처에서 카운터 범죄자가 나타나, 엄청나게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고 한다.

다행히도 민병대라고 불리던 조직이 이를 처리했다고는 하지만 이로 인해 동네의 카운터에 대한 인식은 최악이었다.


"하아...."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볼걸 그랬나?'


미나토의 생각을 누가 읽었다면 배부른 소리라며 핀잔을 줬겠지만 그에게는 심각한 문제였다.


"고민이 있으신가보네요."


미나토의 옆에는 어제 보았던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옆에 있었다.


"당주님."


파란 눈동자가 자신을 응시하고 있자, 옆에는 교복에 검은색 외투를 입은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양쪽허리에는 짧은 소태도가 하나씩 있었고 긴 장도를 손에 쥐고 있었다.



"죄송해요 버릇이 도졌나보네요."


"그러면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살짝 목례를 마친 그녀는 길을 따라 걸어갔다.




그녀들이 떠나자, 미나토는 의아해 했다.



'신기한 사람들이네.'


미나토는 다시 등교를 시작해서 얼마지나지 않아,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는 교문만이 열려있을 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후..."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워치를 받고 좋아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미나토는 자신의 교실이 아닌 궁도부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간 뒤 주위에 사람이 없는걸 확인한 후 자신의 워치가 아닌 평소에 쓰던 활을 집었다.


분명 여태까지 들어왔었던 활일텐데도 지금은 무거워져있었다.

화살을 시위에 매기자, 손에 떨림이 왔다.

'침착하자.'

손의 떨림을 애써 억누르고 미나토는 표적을 응시했다.

오늘따라 표적이 작게보였지만 매겨진 화살을 손에서 떠나보냈다.

놀랍게도 화살은 빨간색 정중앙에 꽃혔다.


"나유카 여기서 뭐해?"

고개를 돌리자, 궁도부의 문 앞에 츠구메가 팔짱을 낀채 미나토를 보고 있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거든."

활을 바닥에 내려놓고 미나토는 츠구메에게 봉투를 건넸다.

"이건 팥빵이네 왠일이야? 네가 먹을걸 다 사고."

"먹다가 너 생각나서 사왔지."


츠구메는 풋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넌 매번 말하지만 거짓말이 서툴러."


미나토는 머리를 긁으며 어색해했다.


"그런가? 하하...."


"나유카 너 무슨 일 있지?"


츠구메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터놓고 말해봐 내가 도와줄 수 있는거라면 도와줄테니."


츠구메는 어렸을적부터 같이 지내던 소꿉친구였다.

항상 미나토가 고민이 있을때마다 그녀는 어떻게 알아차린건지 찾아와서 상담을 해주고는 했다.

"츠구메 나 사실 어제 카운터가 되었어."

미나토는 궁도부 구석에 세워두었던 활과 아대를 가리켰다.

"오 그거 축하할 일이네!"


츠구메는 웃으며 말을 받았지만 미나토의 표정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싫어하지....않는거야?"


미나토의 눈이 조금 커지며 츠구메를 바라보았다.


"이해가 되지 않는걸? 친구가 카운터가 되었는데 내가 싫어 할 이유라도 있어?"


미나토는 말을 더듬으며 망설였다.

"그렇지만 얼마 전에...."


그 말을 들은 츠구메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얼마전 일어난 카운터 범죄의 피해자 중 츠구메의 가족과 친구가 희생되었었다.

그래서 미나토는 그녀에게 이 사실을 밝히기 어려웠다.



"그랬던거구나. 나는 또 뭐라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 카운터가 정말로 미워 그렇지만 너는 내 둘도 없는 친구잖아?"

"난 네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알겠지?"

"어휴 이 화상아 이리와봐."

츠구메는 이리 오라는 손짓을 미나토에게 했다.

미나토가 어느정도 다가오자, 그의 몸을 팔로 감싸주었다.

"츠구메?"

당황한 미나토가 츠구메의 얼굴을 보자, 눈에는 조그마한 눈물이 고여있었다.

"나는 네가 사람들을 지켜주는 카운터가 될거라 믿어 그렇게 해줄거지?"

"물론이지."

"잠깐이면 되니까, 조금만 이대로 있어줘."

"너도 참 바보구나."

"헤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츠구메는 등을 돌린채 눈물을 닦아냈다.


"그건 그렇고 저기 세워둔게 네 디바이스야?"

츠구메는 한쪽 구석에 세워둔 활과 건틀렛을 가리켰다.


"어때 이상해?"


"한번 보여줘 나 카운터가 쓰는 디바이스를 가까이서 보는건 처음이거든."


미나토는 아대와 화살통, 검은색 천으로 감싼 물건을 들고 왔다.


"응? 화살통은 있는데 활은 어디에 있어?"

츠구메가 의아해하자, 미나토는 왼팔에 아대를 찬 후 활을 형상화 시켰다.

"이렇게 필요할때마다 꺼내 쓰고 있어."

활은 묵색 바탕에 손잡이 부분이 파란색으로 색칠되어 있었다.

"신기하다 그럼 이건?"

츠구메는 천으로 감싼 물건을 가리켰다.


"이건 나도 모르겠어."


"그렇구나."


"그러면 한번 지금 끼고 있는 활로 한번 쏴보는거 가능해?"


"음....그건 안될거 같아 이거 진짜 세거든 잘못하면 담장이 날아갈거야."

츠구메는 아쉬운듯 고개를 떨궜다.


"아쉽네..."


"그러면 나중에 한번 보여줘 알겠지?"

"물론이야 기회가 된다면 꼭 보여줄게."


그렇게 츠구메가 떠난 후 미나토는 짐을 챙겨 교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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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연애물이 나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