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가 오면, 시윤군이 무슨 선택을 할지 궁금하네요.'
그 재수없는 목소리가 스쳐지나간다.
애써 잊고있었던, 그렇지만 잊혀지지 않았던 그의 말은 이 때를 위함이였을까.
"선배! 그 몸으로 어딜 가는거야!"
누구보다 큰 등을 가진, 누구보다 가녀린 그녀를 맡긴다.
그녀는 한동안 눈을 뜰 수 없겠지. 저 자들의 나의 스승에게 사용한 것은 그 정도로 흉악한 물건이다.
통신은 끊겼고, 알트소대와 에디소대가 우리를 찾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미나양의 클리포트 인자와 도르마 역시 저들의 수작질에 한계에 달했고, 본신의 상처또한 그리 녹록치 않다.
"미나양, 스승님을 부탁해요."
"선배!"
"괜찮아요. 그러니...후퇴할 틈이 보이면 바로 도망치세요."
사실 괜찮지 않다.
복부의 상처는 터져서 피가 줄줄 새고, 시야를 가득 채운 침식체들은 줄어들 기미도 없으니까.
그러니, 괜찮게 만들어야지.
손목의 염주를 끊어 버린다. 아무런 능력도 기능도 없는 악세사리지만-
'임시지만 네 능력을 막아줄거다. 주변사람에게도 그렇게 말해.'
나의 스승이 그렇게 말했으니, 그렇게 쓰여왔던 하나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낱낱이 흩어진다.
가벼워진 손목과, 무거운 검으로.
그리고 몽롱해진 정신으로.
"용의 앞이다."
내 피가 이끄는 대로.
"고개를 조아려라."
뱀이고자 하던 용은 허물을 벗었다.
그것으로 인해 파멸을 맞이하더라도.
소중한 이를 잃지 않기 위해서.
-------
토막글.
반응좋으면 다음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