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트인 녹색의 초원, 아름드리 나무들이 우거져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5월의 다소 이르게 뜨거워진 햇빛으로부터 쉴 장소를

제공해주었다. 날씨가 이보더 더 좋을 수 없다는게 다행이었다. 

5월의 블루로즈 아일랜드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녀는 순백색의 드레스를 만지작거렸다. 

'내가 정말 이런 드레스를 입게 될 줄은 몰랐는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여자의 행복을 누리고는 싶었지만

그것이 그녀 자신에게 허락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의 행복이 꿈같고 더 소중했다. 

나를, 아니 그를 축복해주러 왔는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함께해주는

사람이 많은걸 보니 적만 만들고 살아온 건 아니다 싶었다.

힐데의 볼에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모처럼 비싼 화장했는데

울수야 없지. 주시윤과 교제한 이후로, 버렸던 여자로서의 그녀가

깨어난 듯 했다. 이런 일로 눈물까지 흘리다니. 나답지 못하게.


"신부, 입장!"


힐데는 푸른 초원에 깔린 붉은색 카팻위를 걸었다. 

안 보려고 해도 하객들이 신경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벌써 신나서 음식을 집어먹는 유진이 녀석, 쪽팔리다고 말리는

린이, 행여 내가 실수라도 하는지 눈을 밝히며 영상을 찍는 윤이,

접시에 음식을 꽉꽉 눌러담는 신입과 여고생 경정. 뭘 먹고 있는지

연신 부푼 볼을 우물거리는 오르카. 그리고 저 카펫에 끝에 보이는

그녀의 제자이자, 여자로 만들어준 연인이자, 이제 그녀와 영원히

함께할 신랑 주시윤이 보였다. 주시윤은 드레스를 차려입은 

힐데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인다. 힐데도 오만 감정이 교차하는

미소로 화답했다. 


"야외 판타지가, 야외 결혼식을 말하는 건진 몰랐다, 시윤아."

"하하, 끝나고 기대하시죠. 스승님의 판타지도 생각해놨으니까요."

"하객이 이렇게 많은데, 미친게 확실하군."

"하객이 많은 건 다 제 인덕 덕분이죠."


힐데는 못 이기겠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기어코 내게 이런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히는구나."

"못 입으면 아까워서 어쩔 뻔 했나요, 이렇게 잘어울리시는데."


"자자, 잡담은 그쯤 하시게. 주례GAP이 여기 멀뚱히 서있잖나."

"어이쿠, 사장님. 죄송합니다."

"a/s받기 싫으면 짧게 하도록. 깡통."


"에.. 원래 8만자 분량의 주례사를 준비했으나.. 여기 신부

힐데 양이 주례 이후 치뤄질 각종 부부행사를 기대하는 눈치로

짧게 끝내겠습니다. 이제 부부로 새 출발할 두 사람의 영원한

행복을 기원하며! 신랑, 신부. 야ㅅ..아니 키스!"

"내가 언제 부부행사를 기ㄷ...."


쪼옥

주시윤이 힐데의 입술을 덮치고 부드럽게 키스했다.


"하으..."

"일단은 이 정도로 참아주세요. 누나."

"그러니까, 나는 그렇게 밝히지 않는다니까.."


주시윤은 아직 녹아있는 듯한 표정의 힐데를 번쩍 들어올렸다.


"저희 결혼식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쁜 사랑하면서

아이도 많이 낳을게요! 하하하."

"아,아이 얘기를 여기서 왜 하는 거냐!"

"어라, 어제는 분명 5명넘게 낳자시더니..."


퍽. 주시윤의 가슴팍에 힐데의 조그맣지만 묵직한 주먹이 날아들었다.


"빨리 이 자리를 뜨자. 창피해서 못 견디겠군."

"하하, 저는 제 신부의 예쁜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여주고

싶지만, 저는 아내의 말을 존중하는 애처가니까요."


주시윤은 붉게 상기되어 있는 힐데의 뺨에 가볍게 입맞췄다.


"그럼 하객여러분, 마음껏 드시고 허니문 이후에 뵙겠습니다."

"허니문 베이비 기대할게!"


힐데는 방금 눈치없이 소리친 자칭 스마트 가이와 미친듯이 웃던 제이크의 얼굴을 기억해 두겠다고 다짐하며 주시윤의 품에 안긴 채 멀어져갔다.


*****


"주 선배, 의외로 남자다운 구석이 있더라, 로맨틱하기도 하고 말야."

"우물우물, 그러게. 그리고 이 고기도 참 맛있다."

"야, 유미나. 너 고기를 좀 아는구나?"

"으으, 대장. 돼지 통제좀해줘.. 나 혼자선 무리야.."


"야외 결혼식, 괜찮다. 블루로즈 아일랜드 참 예뻐."

"실비아 양도 야외 결혼식을 좋아하십니까? 알겠습니다."

"아니, 야! 카일! 누가 너랑 결혼 한대? 설레발치지마!"

"그럼 안 하실 겁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닌데... 나는 뭐 꼭 야외 결혼식이어야되는건 아니고.."


"흑흑, 발키리야. 행복해야 돼."

"주인님, 주인님께도 고마워 하실겁니다."

"그치이? 분명 내가 다 기획한 건데 왜 눈물이 나지?"

"친구가 결혼 하면 원래 눈물이 나는 법입니다."

"에에잇! 나중에 신혼집이나 쳐들어가야겠다. 시종.

축의금이나 낭낭하게 넣어 줘라!"

"주인님, 저희 월세가..."

"오늘부터 인형 눈 두배로 붙여! 나 로자리아, 쪼잔한 마왕 아니다!"

"..."


"수연아."

"아, 왔구나. 봤어?"

"그래, 행복해 보이시더라."

"얼굴이나 보여드리지 그랬어. 기뻐하셨을텐데."

"우리 육익은 다크히어로.. 뒤에서 조용히 축복하는 것으로 충분해."

'중2병 덜 나았네.'

"대장.. 여기는 천국이야? 탕수육이 엄청 많아..!"

"빡통아, 여기선 탕수육먹으면 손해야, 회를 먹어야된대, 아키가."

"...저게 뒤에서 조용히 축복하는 자들의 자세야?"

"...모르는 사람들이야."



***********************


"정말.. 나는 나보다 연상인 남편과 살면서 서방님이라고 부르는게

로망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어린 제자와.."

"결혼도 했는데, 서방님이라고 불러도 돼요."

"크흠, 서..서... 서있네 벌써..."

"하하, 사실 드레스 입으신 거 보자마자.. 부부행사를 기대한 건

제쪽이었나 보네요."

"호칭 정리는 나중에 하자. 사실 나도 좀 .. 기대했다."

"역시 야외 판타지가.."

"깊은 숲이니까 누가 오진 않겠지?"


힐데는 드레스 치맛자락을 걷어올렸다. 주시윤은 드러난 탐스러운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손을 뗄 수가 없을 정도의 찰기였다.


"누나, 정말 야하고 예쁘네요."


힐데는 주시윤의 키스를 기다리듯 눈을 감았고 주시윤은 기대에

응했다. 두사람의 혀에서 침이 실처럼 길게 늘어졌다.


"이제 누나라고 부르지말도록."

"네?"

"여보라고 불러줘.."

"하하, 정말 불타게 만드는 데 일가견이 있으시다니까요. 여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서로의 상처와 불안감을 뛰어넘은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할 것은 

세상에 없었으니까. 


=========================================


외로운 늑대 끝!

장문 뇌절글이지만 읽어주고 콘달아주고 댓글달아주신덕에 완결까지

썼읍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여신님 응애하지말고 평생카사하자!

중간에 콘문학 오마주는 존경해서 넣었습니다 콘문학 너무꿀잼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