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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집
마젤란 예언회라는 사이비 종교집단을 조사하던 나는 너무나도 늦게 소식을 접했다.
도착했을때는 모든게 끝이 나 있었다.
남아있는 팀원은 전신화상을 입고 병원에 누워있는 팀장뿐이었다.
분하다
만약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팀원들의 장례는 내가 치루게되었다.
녀석들이 장난스레 찍었던 사진들이 영정사진이 되어버리다니 이런 촌극이 없었다.
"우리 아들이 왜 죽어야했냐고!!!"
때때로 그들의 부모 혹은 지인들이 나를 찾아와 설움을 풀고는 했다.
당연하다.
업무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그 자리에서 도망친거나 다름없었으니
무력감 때문에 하루에도 몇번씩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하고는 했다.
하지만 내가 무책임하게 떠나버린다면 먼저 간 이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사람이 사라져버리겠지.
말 그대로 죽지 못해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팀장이 휠체어를 타고 서에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하던 일을 잠시 맡기고 급하게 갔지만 이번에도 결국 늦어버렸다.
도착해서 들은 얘기는 성냥팔이 사건으로 생긴 책임은 모두 팀장이 안고 경찰을 그만뒀다는 것이었다.
"젠장.....젠장!"
벽을 주먹으로 쳐도 나오는건 붉은 피밖에 없었다.
화풀이를 하고서 돌아간 제 4기동의 사무실에는 다른 부서의 사람들이 와서 짐을 치우고 있었다.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을 보내줘야한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짐이 다 빠진 사무실에는 내 자리만 남게 되었다.
책상에 있는 팀원들과 같이 찍은 사진이 나를 반겨줬다.
"정말.....미안하다...."
이렇게 무능해서
그 뒤로는 그저 죽을자리를 찾는 나방마냥 일했다.
워험한 일들이 있다면 누구보다 먼저 나서서 몸을 던졌다.
하지만 내 목숨은 더럽게도 질겼는지 뻔뻔하게도 사지 멀쩡히 살아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특별공채로 겨우 16살짜리 여자애가 카운터라는 이유로 경정을 달고서 곧 제4기동에 부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어이가 없었다.
개밥만도 못한 부서라고는 해도 우리는 목숨을 걸어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했는데
결과가 이거라고?
제 아무리 카운터라 한들 중학교도 다 졸업하지 못한 애가 경정이라니
윗대가리들도 어지간히 카운터에 대한 신뢰감이 있다 생각했었다.
그래
그 꼬마를 만나기 전에는
"오늘부로 제4특별기동수사대로 배속받은 이유미 경정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딱딱한 어투와 어린애의 목소리라니 이 얼마나 어색한 조합인가
"그래. 난 강민우 경위라고 한다. 발목은 잡지 않도록 부탁하지."
"지금 그게 상사에 대한 태도입니까! 강민우 경위!"
첫 만남은 그냥 대판 싸웠던걸로 기억한다.
서로 서장한테가서 도저히 이녀석과 못해먹겠다고 했었지.
하지만.
이유미 경정이 성냥팔이 사건의 피해자라는걸 알고서는 내가 그녀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게 되었다.
"왜 그런눈으로 보는거죠? 저를 동정이라도 할 생각이세요?"
"아니. 그저 내가 여태까지 편하게 살았다는걸 깨달아서 말이지."
이런 어린애도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난 도대체 뭘 한걸까?
"범죄자를 처단할때는 되도록이면 티가 안나도록 해라."
이 꼬마 경정님도 과거의 나처럼 범죄자를 죽이는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다만 그게 서투르다는게 나와는 다른점이었다.
"여기서는 정당방위를 강조하도록. 저자식들은 죽어 마땅한 녀석들이지만 걸리면 귀찮아진다."
그녀는 유능한 경정이었다.
가끔씩 나이대에 맞게 감정조절이 서투르지만 그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녀를 보며 점점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해진다.
성냥을 태워버리는것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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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우 경위?"
이유미 경정은 불러도 대답이 없는 강민우 경위에게 다시 한번 불렀다.
그때서야 강민우 경위는 잠에서 깬거 마냥 대답을 했다.
"미안하군. 그래서 어디까지 얘기했지?"
그녀는 한숨을 푹 쉬었다.
"아니 회식자리에서도 또 생각인가요?"
"직업병이라서 말이야. 우리 경정님은 생각이 적어서 부럽군."
"네? 지금 말 다했어요?!"
"장난이다. 술자리에서는 원래 이런 장난을 하는거라고."
이유미는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아는 술자리의 정의와는 많이 어긋나는데요."
"그러는 경정님께서는 오렌지 주스대신 술을 시키려고 했나?."
얼굴이 빨개진 이유미가 소리쳤다.
"아니! 당연히 회식자리에서는 술을 마시는건줄 알았다고!"
이유미 경정은 올해로 16세이다.
"하하하...이 순간이 계속되었으면 좋겠군."
강민우 경위는 조용하게 혼잣말을 했다.
"뭐라고요?"
"아무것도 아니야. 콜라 더 시켜줄까?"
"으으으......사이다요."
"이거 진짜 웃음이 멈추지 않는군."
"그러고보니 요즘 강민우 경위가 많이 웃는거 같네요."
이유미 경정은 사이다를 술처럼 한번에 마시며 말했다.
"캬!"
"세상에....설마 탄산에 취한거야?"
"그냥 따라해보고 싶었던거에요...."
"이제 좀 사람답네."
강민우 경위는 소주가 들어있는 잔을 들었다.
"축배사는 내가 하지."
"좋아요."
"제4기동을 위하여."
"제4기동을 위하여~!"
짠 하는 소리와 함께 서로의 잔이 부딪혔다.
"잠깐만 그거...!"
건배 후 강민우의 술잔에 있던 소주의 절반이 이유미 경정이 들고 있던 음료수잔에 들어가버렸고.
"크으으으으~"
그대로 원샷을 해버렸다.
"술맛은 되게 쓰다 들었는데 꼭 그런건 아니네에~?"
"당연히 사이다랑 섞였으니 그렇지...하아...."
"헤헤...."
"카운터들은 알콜에 어느정도 면역이 있는거 아니었나?"
점점 자신이 알고 있는 상식이 붕괴되어 가는 강민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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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에게 술을 먹이다니 나도 참 갈데까지 갔군."
지금 강민우와 이유미는 공무원 아파트의 현관에 도착해있었다.
강민우가 살고 있는 층은 5층으로 3층에 거주하고 있는 이유미 경정과는 거리가 있었다.
"난 괜찮다고오....."
"누가 보면 병나발이라도 분거처럼 보이겠군."
강민우는 이유미를 들처업어 그대로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언니...보고 싶어...."
엘리베이터 거울 너머 비친 이유미의 얼굴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언니가 있었다고 했지."
성냥팔이 사건 당시 이유미의 언니는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들었다.
하지만 말이 행방불명이지 그녀의 언니는 신원확인조차 불가능한 시체중에 섞여있었으리라.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강민우는 이유미를 흔들어서 깨워보려 했다.
"반잔먹고 취한 경정님. 집에 도착했다고 일어나."
하지만 흔들어도 이유미는 꼼짝하지 않고 잠꼬대를 반복할 뿐이었다.
"으으.....학교가기 싫어...더 잘거야.."
강민우의 마음 한편에 복잡한 감정이 스친다.
이제 겨우 고등학교 입학준비를 할 나이일텐데
이 망할 세상은 이렇게나 불공평한걸까.
"어쩔 수 없지."
이대로 현관앞에 버려두고 가는건 안된다.
이유미 경정의 엄지를 들어 인식기에 가져다 대었고 본인임을 확인한 문은 자연스럽게 열렸다.
강민우는 이유미를 들처 업고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가, 침대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방 안은 여러가지 또래 여자애가 좋아 할만 한 물건들이 있었다.
그 중에도 눈에 띄는건 빵 모양 인형이 있었는데, 그건 침대 구석에 놓여있었다.
"언제 한번 빵이나 사줘야겠군."
그대로 이유미의 집에서 나온 강민우는 계단을 타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간 그는 집 안에 인기척이 있는걸 알아챘다.
그의 직업 특성상 원한을 가진 이는 셀 수없이 많았고 이번에도 그중 하나겠지.
강민우는 품에서 권총을 꺼내고 발소리가 나지않게 걸어갔다.
"아직 감이 살아있어서 다행이네요."
거실쪽으로 오자, 너무도 익숙한 목소리가 그를 반겼다.
"진짜 빈말로도 칭찬받지 못할 악취미야."
강민우는 권총을 다시 집어넣고 거실의 불을 켰다.
"어떻게 들어온거야?"
여기는 빈말로도 보안이 느슨하다고 하지 못할텐데
"반갑다는 말을 기대했는데. 아쉽네요."
강소영은 강민우에게 빨간색 카드를 보여줬다.
"마스터 키 카드라...그 녀석들 일 안하는건 알아줘야겠군.'
"전 이 카드를 사용할 날이 없기를 바랬지만요."
"용건은 뭐지?"
"꼬마 경정님과 같이 도와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요."
그녀는 품에 카드를 넣은 뒤 강민우에게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건넸다.
"이제 성냥팔이를 죽이러 갈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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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가 마지막 일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