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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위험상황 복구 프로토콜. EDRP라는 약어로도 불리는 이것은, 관리자가 자신의 기술력으로 만들어내고자 했던 최후의 보루같은 것이었다.



모든 프로토콜을 취소하고 다음 세계로 넘어가는 현재의 기술을 개조해, 아주 약간의 시간만 "과거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프로젝트.



기존에는 극악의 확률을 뚫고 모든 계획이 성공했을때, 몇번의 실수를 되돌리고자 개발을 진행중이었고, 그렇기에 가장 성공에 다가선 지금이야말로 가장 필요없는 프로젝트라 생각해 개발 진행을 늦춰두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터졌고, 그 중요도가 갑자기 떠올라 프로젝트의 완성에 시간을 할애하던 중이었다.


물론 오로지 내 잘못이었고 그걸 되돌려 없던일로 만든다는것이 역겹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달리 방도가 없었다. 지켜야 할 것이 있었고, 절대로 포기하고싶지 않았다.
그 후회가 날 이 상황까지 몰 줄 알았더라면.

아니, 그런 후회는 별 의미 없다. 나는 결국 그 프로젝트의 완성에 손을 댔고, 그녀와 만나기 직전 조금이나마 완성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더욱 그만둘 수 없었을거고, 남의 말따위 들리지도 않았겠지.


그래, 모든건 그 프로토콜이 완성되기 직전이었다.


다음날 있을 '종전'에 대해 나는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렸고, 지금은 나를 제외한 회사의 그 어떤 인원들도 전투 준비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딱 한명, 곧 있을 종전에 대비해 "그녀", 미나양을 끝까지 쫒아다니던 이수연양을 제외하고는.



"띠딕"


부사장과의 직통 무전기 알람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 나는 무전기를 집어들었다.


"사장님?"


"그래. 듣고있다네."


"큰일난 것 같습니다. 미나양이 그 어디에도 보이질 않아요. 마지막으로 뒷골목에서 검을 차고다니던 여자아이가 발견되었다는것 외에는 큰 단서가 없습니다."



"뒷골목이라고?"



"네. 근처 시민의 제보입니다."


"잘못봤을 확률은?"


"아쉽게도... 없습니다. 근처 CCTV를 보니 타입 : 펜릴을 착용한 미나양의 모습이 포착됐어요."



"상황이 암담하군.... 우선 근처를 더 돌아보며 미나양의 위치를 더 찾아주게, 부사장."


"네, 알겠습니다. 그럼,"


"뚜-"


뒷골목.


그곳은 원래 내 "계획"상으로 빌런이 존재해야할 곳이다.


첫번째는 삼의회들의 본거지였고, 네번째에선 모두를 안전하게 해주던 민병대, 최근에서는...


"육익"


나유빈군과 이지수, 그리고 에이미양.

그들의 두뇌, ■■■■ 까지.


그들은 확실히 위험했다.


그 어떤세계의 대적자보다 강했던 나유빈군,


그런 그를 믿고 따라주는 이지수양과 에이미양.


그리고 그 어떤세계보다 가장 최악의 적수인, ■■■■ ■까지.


확실히 그들의 손에 미나양이 들어간다면.


이번 세계야말로, 최악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이럴 시간이 없다. 한시 빨리 EDRP를  완성시켜, 언제든 돌릴 수 있게 만들어야 했다.


"머신 갑, 세계 저장 데이터는 얼마나 복구되었지?"


"위이잉~ 치기치기치기치기"


머신 갑. 대외적으로는 코핀컴퍼니의 사장이지만, 실질적인 역할은 구 관리국 기술 총책임자로써 내 개발을 돕고 있다.


... 그리고 난 저런 효과음 넣은적 없는데.


"연산 결과! 70프로 완성!"


"어... 알겠네."


"아, 그정도 했으면 슬슬 프로토콜 시행 명령도 지정해주게. 노벰버, 오스카 - 유니폼 - 브라보 - 리마 - 인디아 - 에코. 승인 주문은 파파 - 알파 - 씨에라. "


"본부를 받들도록 하지! 치키치키치키치키..."


처음에 만들때 학습 알고리즘을 만들지 말 걸 그랬나보다.


"띠리릭, 띠리릭, 띠리릭, 띠리릭,"

무전기의 반복적 신호. 부사장과의 직통 무전기다.

하지만 이 신호는...


"그래, 수연양. 무슨일"


"사장님!! 조심하십시오!!!"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일어나!"


알렉스양의 목소리는 아니다.


이 목소리는...


"일어나라고 사장!! 왜그랬어!!!"


미나양이다. 최악이군.


"진정하게 미나양... 일단 이 칼을.."


"시끄러!! 왜 나래를 죽였냐고 묻잖아!!!"


대화가 통하는 상태가 아니다. 우선 버텨야 한다. 이정도 소란을 듣고 이목이 쏠리지 않을 리 없다.


"미안하네... 도저히 할말이... 윽!"


피할수 없는 한기가 느껴진다.


이렇게 끝인가.


...


눈앞에서 미나양이 사라졌다.


아니, 날라갔다.


이건...


"무슨일인진 몰라도, 물러나도록 해."


류드밀라양이다.


그녀가 미나양을 밀쳤다.


"닥쳐! 저새끼가 지금 나래를 죽였다고!"


"난 네가 말하는 것이 무슨 일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본디 같은 팀이라면, 한번쯤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것 아니겠어?"


"이거 놔! 저새끼를 죽여버리겠어!!"


젠장.  이렇게까지 상황이 흘러가면 안된다. 아직 시스템 완성까지 20%정도 남았다...


"자기!"


저 멀리서 알렉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 류드밀라도 알렉스의 요청으로 와준것이겠지...


정말, 항상 도움만 받는군.


"도와줘서 고맙네 알렉스양..."


"사장실쪽에서 큰 소리가 들리길래 달려왔지. 어디 다친덴 없어?"


"류드밀라양이 일찍이 와준 덕에 다친데는 없다네."


"그래, 그럼 잠시 여기 앉아서 쉬고 있어. 내가, 미나양을 설득해볼테니."


"하지만 그녀의 문제는..."


"괜찮아, 나도 듣고 왔거든. 수연이한테."


"뭐? 분명히 비밀..."


"변명은 됐어~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확실히 혼낼거니까."

"그러니까... 그때까지 별 일 없기다?"


"하하. 알겠네. 알렉스양이 혼내준다는데 죽을수야 없겠지."

"미나양과의 대면은 맡겨두지. 난 종전 대비를 마무리 하러 감세."


안심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번엔, 주변이 날 도우며 서로 나아갈 수 있다는것이 증명되었고, 그로하여금 더욱 지금 상황에서 변수를 무시하게 만들었다.

잘 생각해보면 이 때, 부사장과의 마지막 통화를 기억해냈어야 했다.


"그래. 이 상자는 엔터프라이즈 함선에 옮겨두게. 카일 웡 자네는 소형방벽 위치까지 정확하게 떨구도록 하고..."


"사장님?"


부사장의 목소리. 업무를 마치고 무사 귀환한 모양이다.


"왜 여기 계시죠? 저는 좀 더 사장실에 있을거라 생각했는데요."


"미나양 일은 걱정말게. 류드밀라와 알렉스양이 도와주러 왔다네. 난 그들을 대신해 준비를 도와주는 중이지."


"미나양... 일이요? 저는 분명..."


생각에 잠긴듯 한 부사장의 모습. 뭔가 할 일이 더 있는건가?


"잠깐, 설마!"


불안한 반응. 그녀의 동공이 커졌다.


"여기 계시면 안됩니다. 구 관리국 기지로 가두세요. 어서!"


"뭐? 아니, 그럴순 없네. 타입:펜릴 장치는 빼두었어. 미나양이 아무리 클리포트의 힘을 이끌어내도 그 둘을 상대할수는..."


"유빈이가 이리로 올거라고요!"


"뭐?"


그래, 그걸 까먹고 있었다니.


미나양이 여태껏 모습을 감춘 이유.


뒷골목.


이 세계의 대적자.


이번 세계의... 빌런


"나유빈군이...!"


그와 동시에, 다시한번 울리는 굉음.


아니, 이 소리는...


"글레입니르다."

"나유빈군이... 도착한 모양이군."


"젠장. 이럴 시간 없어요. 어서 뛰죠!"


당황했다. 과거 나유빈군과 마찰이 있었던 그녀이기에, 마치 분노한듯 보였다. 하지만 확실히 보인다. 목소리가 분명 떨리고있었다.


"윙즈 슈트 가동! 전 건물 외벽을 따라 날아가보겠습니다!"


그녀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럴 시간은 없다. 어서 도착해야 한다.


부디 별 일 없기를...





숨이 가쁘다. 생애 이렇게 무리한적은 처음이다. 하지만 멈출 순 없다. 이렇게 뛰어서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오랜만이네요, 관리자님. 이런식으로 재회하는건, 상상도 못했는걸요?"


망했다.


도착했을땐, 에이미양에게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류드밀라양, 이지수양에게 제압당한듯한 수연양, 그리고...


나유빈군이 직접 제압한듯 보이는, 바닥에 쓰러진 알렉스.


최악이다.


그 어떠한 상황보다 최악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제 답은 없다.


미완성의 그 프로토콜을, 작동시키는 수 밖에 없었다.


도망친다.


사장실은 바로 옆이다.


머신갑도 대기중이다.


이 시도를 살리지 못한다면, 끝장이다.


"머신갑! 긴급 위험상황 복구 프로토콜을 개시해주게!"


"알겠네! 삐리빠리뽀리..."

"계획 실행 전 보안 접근 요구!"


"노벰버!"


"어이쿠, 언제나 그렇듯, 자기만의 계획으로 빠져나가려 하시는 군요. 하지만 이거 안되겠는데요~? 제가 아는 사람이, 관리자님을 정~말 죽이고 싶어해서요."

"그렇지 않나요, 미나양?"


"... 맞겨만 줘. 나래의 복수를 해야해."


"치키치키치키치키... 프로토콜 작동 준비 완료! 오스카! 유니폼! 브라보! 리마! 인디아! 에코!"

"사용자 접근제한! 보안 코드 대답 요망!"


"...잘가, 사장님"


그렇게, 마지막 순간만을 눈앞에 두고, 나는 미나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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