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썼지만 다시봐도 꼴려서 썼읍니다. 야한건 하나도 없지만 혹시 만약 설마를 대비해서 19금 탭으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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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자리아 르 프리데. 일전에 있던 리플레이서와의 결전에서도 모습을 드러냈고, 그 이전엔 클리포트 게임에서도 모습을 드러낸 마왕 중 하나다. 빈말로도 신뢰와는 거리가 먼 상대인 그녀가 지금 사장실에 있는건 놀라워야 할 일이다.


"오늘 결재하실 서류입니다. 그러고보니 스승님이..."


그러나 부사장인 이수연도, 그녀에게 흐트러짐 없는 서류를 건내받는 나도, 그런 내 뒤편에서 공중에 띄운 옥좌에 앉아 무릎 위에 노트북을 얹고 드라마를 보는 중인 마왕도 이 상황에 이견이나 위화감을 품지 않았다.

 서큘레이터의 바람이 텅 빈 감자칩 봉지를 부사장의 구두로 날려보냈다. 가만히 내려보던 부사장은 내 뒤편에 있는 로자리아에게 들릴 만큼 크게 혀를 찼고, 역겨운 것이라도 만지는양 검지와 엄지 끝으로 봉지를 잡아 들었다.


"..스승님이 영어 교재를 들고 이 쓰레기의 주인을 찾더군요. 누군지 몰라도 백수보다 여유가 넘치는 분 같으니 그분께 한번 얘기라도 해주시죠, 사장님."


"크흠, 알겠네. ...그, 그러고보니 시윤 군이 연봉 문제로 자네를 찾던데. 한번 내려가보지 그러나?"


당장 사람 하나 죽일것 같은 눈빛에 그만 눈웃음이 사글사글 거리던 청년을 방패삼고 말았다. 부사장 역시 할 말은 차고 넘치는 표정이었으나, 비닐봉지를 한손으로 꾸겨버리고는 사장실에서 나가버렸다.

봉급은 쉽게 쉽게 올려줄테니 이번만 잘 넘어가주게, 시윤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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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핫!! 보거라, 이 치정극..! 두근두근대지 않느냐?!"


부사장의 문제는 차치하고 본론으로 돌아오자. 마왕 로자리아가 왜 코핀 컴퍼니의 사장실에, 그것도 왜 내 무릎 위에 앉아서 땅에 닿지 않는 다리를 즐겁게 흔들고, 하필이면 왜 지상파 일일연속극을 보고있는지 말이다.


"자네가 이대로 있으면 두근거림은 둘째치고 내 머신-갑이 두쪽날텐데.. 결재할때 까지만 어떻게 봐주면 안되겠나? 생각보다 비싸거든."

"무엄하긴, 이건 정실의 특권이다. 그러게 누가 마왕에게 꼬리를 치랬어? ...뭐, 추궁 당할 걱정은 말거라. 이곳의 구조를 조금 손봐서 미로처럼 만들었으니. 그 애꾸눈 녀석이 벽을 부수면서 와도 30분은 걸릴테지."


그렇다. 몇달전 나는 클리포트의 마왕 로자리아 르 프리데와 종신계약을 체결했다. 코핀 컴퍼니의 종신계약은 단순한 신뢰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계약이라는게 암묵적인 인식이었고, 그것은 로자리아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거기에 아침드라마의 막장성 때문인지 로자리아는 오히려 거기서 한발 더 나가 이것을 일종의 약혼관계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반론조차 하지 않는건 이유가 있다. 우습지만 나 역시 그녀에게 이성으로써 호감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생도 쓰레기는 스스로 치운다 같은건 배울거라고 생각... 으읍!"

"시끄러워, 지금 중요한 장면이란 말이다!"


 내 입에 감자칩을 욱여넣고 본인은 드라마에 집중하느라 허리를 뒤로 쭉 내민 로자리아의 자태. 계약 당시에는 키나 더 크고 오라며 응수했을 만큼 아담한 키였지만 몸매까지 아담한건 아니다. 지난 여름에 깨달았고, 지금은 체감하고 있다.


지난번 시나리오 작가 공모를 준비할때부터 사복에 맛이 들려 오늘 역시 얇은 후드티를 입고 있느라 상체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골반 아래를 나름 가리는 후드티의 끝자락과 거의 맞닿는 기장의 핫팬츠. 그리고 그 아래의 검은 스타킹은 적지 않게 위험했다.

 적당히 살이 붙어 다리를 꼬고 있으면 빈틈 없다 못해 보기 좋게 살이 눌리는 허벅지는 뽀얗기까지 했고, 거기에 착 달라붙은 스타킹의 광택이 빛을 발해 봉긋하게 차오른 가슴보다도 사람을 흥분시키고 있었다.


..이대로면 내 신체에 있는 머신갑이 위험하겠군.


"그래, 그 망할 바람둥이에게 오렌지 주스를 뿌리는거다! 시원하게 저질러.... 야! 이거 하지 말랬지? 내가 꼬맹이로 보여?!"


아무튼 키는 아담한 여자다.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얌전히 들어올리자 그대로 붕 떠올라 분한 표정으로 허공에서 발만 휘둘러대는 로자리아를 원래 있던 옥좌에 앉히고는 재빨리 업무에 들어갔다. 뒤에서 한참 씩씩대면서 의자도 몇번 발로 차는것 같았지만, 퇴근도 못하는 사축으로 전락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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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슬슬 용서해줄순 없겠나, 로자리아?"

"ㅡ하! 나보다 일이 더 중요하다 그거지?"


사면초가다. 겨우 결재 서류를 처리하고 의자를 뒤로 돌리자 옥좌에 잔뜩 웅크려앉은 로자리아가 이어폰을 낀 채 제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단단히 토라진 상태였으니. 마왕이 어린아이처럼 토라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나만의 특권이라 생각하면 나름 기쁘기는 했지만, 그래도 평소처럼 제멋대로 구는 편이 더 사랑스럽다.


"그게 아니라.. 자네도 알지 않나?"


땅을 가볍게 밀어내자 의자 밑에 달린 바퀴들이 굴러가 옥좌 앞에 멈춰선다. 장난스런 분위기로 풀기 위해 내가 머리 위에 손을 얹자 로자리아는 귀여운 수준의 원망을 담아 잠시 노려보다가 고개를 홱 돌려 창문 아래 전경을 내다보았다.


"암. 천천히 해도 된다는 나의 선물을 무시한건 잘 알지."


말은 토라진 사람의 것이었지만, 마주친 시선에 담긴 표정은 까닭없이 밝아져서 묘하게 즐거워보일 수준이었다.


"...좋아, 내 관대함으로 용서하도록 하마."


갈피조차 잡을수 없었으나 일단 그녀의 기분이 풀렸다는 사실에 의자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드라마 정주행이라도 같이 해줘야겠군.


"하하, 그럼.."


그러나 느닷없이 옥좌가 떠올라 그녀와 시선이 맞춰졌다. 당황스러움에 벙쪄있는 나의 시야에 이어서 나타난건 작고 가녀리며 아름다운 손의 중지였다.

..중지? 갑자기?


"하! 그야 농담이지, 마왕의 진노가 그리 쉽게 풀릴것 같더냐? 정 내 화를 풀고 싶으면 네가 가진 그 잘난 돈으로 증명해보거라!"


택도 없다는 표정으로 중지를 들어올린 그녀는 흥분했는지 남은 손으로 팔걸이에 손을 거칠게 올렸고, 그 반동으로 무릎에 올려뒀던 노트북이 거칠게 떨어지며 이어폰이 뽑혀나갔다.

용케 박살나지 않은 노트북은 '넝쿨째 굴러들어온 아내의 오로라 공주' 라는 이름의 일일연속극을 재생 중이었다. 여주인공이 남주인공과 마주보고 있던 테이블을 뒤집어 엎어버리고 중지를 내밀며 외쳤다.

'당신은 내가 그렇게 쉬운 여자로 보여? 정말 날 사랑하는거면 당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 전부 줘봐!'

요즘 지상파는 대체 어디까지 가는걸까. 애초에, 이거 방송심의 넘는거 아닌가?

너무 어이없는 대사와 상황 연출에 드라마에만 의식을 집중하다가, 문득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뭔가 많이 비슷한거 같은데?


"..아."


다시 시선이 마주치자 로자리아는 나와 노트북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당당하게도 꼿꼿이 세워둔 중지 역시 힘을 잃고 천천히 말려들어간다.


"그러니까.. 자네는 장난을 치고 싶었던거군? 내가 곤란해하는 모습을 보려고 말이야."


생각해보면 경제관념이 파탄난 마왕이 그깟 돈을 달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이 정도 일로 토라질 인물이 아니기도 했다.

말려들어가는 중지를 따라 천천히 내려오는 옥좌의 팔걸이에 손을 걸치고 눈을 가늘게 뜬 채 몸을 살짝 기울였다.


"이거 괘씸해서 안되겠어. 벌을 내리겠네."


여전히 시선을 피하는 로자리아의 손목을 붙잡아챘다.


"하.. 하하! 벌이라니, 그거 기대 되는구나. 건방진 말을 꺼낸 이유는 있..겠지? ㅡ힉!?"


끝까지 센 척 하면서도 움찔거리는 그녀였지만 아랑곳 않고 가볍게 끌어당긴다. 백옥 같은 피부와 유려하게 곡선을 그려내는 손가락들, 관리 받지 않았음에도 윤기를 내는 손톱까지 전부 아름답다.


"그러니까, 이런 손으로 내게 골탕을 먹였단 말이지..?"


피식 웃으며 그대로 아직 다른 손가락들보다 앞으로 나와있는 중지를 내 입 안에 넣는다.

보드랍고 깨끗한 손가락이 타액으로 더럽혀지고, 혀 끝이 손가락을 애무하듯이 간지럽힌다. 입 안에서 손가락이 꿈틀거리는게 느껴졌지만 빼내려고 할때마다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고, 혀로 중지를 감싸버렸다.

 저항이 줄어들자 중지의 굴곡 하나하나마다 진득하게 혀로 핥아대며 감촉을 확실히 기억에 담았고, 그러고서도 시간이 지나 마침내 나머지 손가락도 힘을 풀고 아침 햇살을 받은 꽃처럼 펼쳐지고 나서야 입 안에 물고있던 중지를 놓아주었다.


"이 정도면 벌은 충분한거 같군. 자네 소감이라도 듣고 싶은데... 음, 로자리아?"


나중에 역으로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세가 올라버리자 놀릴 의도로 물어보며 그녀를 바라봤다.


"이.. 변태 같은게.."


옥좌에 흘러내릴듯 앉아있는 그녀는 경멸과 흥분, 묘한 기대를 품은것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늦가을 초저녁 같은 눈동자는 잔뜩 풀려서 별 하나 없는 어두운 밤하늘이 되었고, 언제나 기세등등하던 표정은 창피와 흥분에 젖어 나를 노려보고 있었으며, 힘이 풀린 몸은 그대로 축 늘어져서 그녀를 떼어놓은 이유인 탐스러운 허벅지가 너무도 잘 드러났다.


"어? 무, 무엄하다! ...야! 끝났다며, 아까 충분하다며?!"


부사장 이수연이 무력으로 뚫고와도 30분이나 걸리는 미로가 되버린 사장실, 그리고 끝마친 업무라는 계산을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잠시 한발짝 물러났던 것을 두발짝 다가서서 당장이라도 서로의 입술이 맞닿을것 같은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건 기다려준 자네를 위한 상이거든."


그러나 아직 이성의 끈은 잡고 있었기에 능글맞게 웃어대며 로자리아의 허리춤에 부드럽게 손을 올려두고, 눈빛으로 동의를 구했다.

"...아직."


그녀는 잠시 맞추던 시선을 수줍게 돌리곤, 무언가 중얼거렸다.


"응?"


"저번에 한 것 때문에 아직 허리 아프니까..... 부드럽게 해줘, 관리자.."


...기어이 이성의 끈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약 한달 후. 코핀 컴퍼니는 '클리포트의 마왕의 임신' 이라는 전무후무한 대사건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




글로 2차 창작 하는거 처음이니까 곱게 봐주셨음 좋겠음.... 반응 좋으면 야스하는거랑 임신한 뒤의 후일담까지 올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