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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지역 이후의 시점
1편~마지막 편까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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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윤은 언제나 실 눈을 뜨고 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눈꺼풀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푸른 눈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붉은 눈. 변종 클리포트 인자를 활성화한 자들의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였다.
"주시윤, 설마.....용혈을 각성한거냐...?!"
"네, 맞아요. 솔직히 처음 쓸 때는 꺼림칙 했는데 막상 힘을 깨우니까 제법 짜릿하네요. 이런 좋은걸 스승님과 미나양만 즐기고 있었다니 솔직히 질투가 날 정도예요."
그리고, 자신의 것과 같은 색이었던 주시윤의 넥타이가 이제는 나유린의 것과 같은 색이다. 그 사실을 확인한 힐데의 눈빛이 떨렸다.
"서, 선배...펜릴 소대의 제복은 대체 어쩌고 그 옷차림이야? 늑대 장식이라던가 다 어디가고....?!"
당황한 목소리로 미나가 묻자 시윤은 평소처럼 웃으며 후드 집업 안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제복이야 이미 다 버렸고....그리고 늑대 장식이요? 하하, 혹시 이거 말씀 하시는걸까요?"
미나가 행방을 물었던 바로 그 펜릴 소대원의 증표인 늑대 장식이었다.
"그래! 그거 말야! 왜 안 달고 있는거야? 선배도 펜릴 소대잖ㅇ...."
콰직.
미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시윤은 늑대 장식을 바닥에 떨어뜨리더니, 그대로 검으로 부숴버렸다.
".....!!!"
불길한 소리를 내면서 산산조각이 나는 늑대 장식을 본 육익을 제외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유감스럽게도, 저는 더 이상 펜릴 소대의 소대원이 아닙니다. 그 증거로 이렇게 소대의 상징이자 소대원이라는 표식인 늑대 장식까지 지금 부숴버림으로서 보여드렸으니까요."
부서진 늑대 장식 조각을 멍하니 바라보던 힐데가 주시윤에게 다가가며 외쳤다.
"주시윤, 너 정신 나갔어?!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당연히 알죠. 그런데 하나 정정할거는, 제 정신은 지금 멀쩡하다는거예요. 그리고 정신이 나갔다니, 그러는 스승님도 정신이 나가신 것 같은데요. 제자인 저를 너무 험하게 다루시는거 아닌가요? 미나양이 오던 날도 어디서 객사 한거 아니었냐고도 하시고, 항상 용혈을 깨우면 네 부모처럼 죽인다고도 하시잖아요. 스승님, 제가 죽었으면 좋겠나요?"
"그건-."
"아, 용혈을 가진 자들이 남긴 자식이니 만큼 저를 어떻게던 처분하고 싶으신 것 같네요. 그래도 부모님을 죽였지만 어찌되었건 그 때 목숨을 건졌으니 저는 스승님을 원수라고 해야 할지, 은인이라고 해야 할지 수년간 고민해왔어요. 그런데,"
주시윤의 검이 힐데에게 겨누어진다.
"저번에 병원에서 저한테 하신 말로 확실해졌어요. 스승님은 제 원수라고."
"그렇대요, 스승님."
어느새 다가온 유린이 시윤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나유린, 주시윤에게 무슨 짓을 한거야!!"
"무슨 짓? 하핫, 누가 들으면 제가 시윤군을 납치하고 감금해서 온갖 고문으로 세뇌 시킨줄 알겠네요. 확실히 저는 시윤군에게 육익에 와달라고 제안을 했지만, 폭력적 수단은 전혀 동원하지 않았고 거절할 권리도 제공했어요. 그런데도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순전히 시윤군 본인의 선택인거죠."
힐데가 이를 갈며 유린을 노려보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유린은 신경 조차 쓰지 않았다.
"자, 그럼 지수씨, 에이미양. 나머지는 부탁 드릴게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린의 뒤에서 이지수와 에이미 퍼스트윙이 쏜살 같이 달려나와, 힐데 일행을 공격 했다.
"아무래도 여성 분들만 싸우게 하긴 그러니까, 건장한 남자 분이신 시윤군이 좀 도와주셔야겠죠?"
"그것 참 성차별적인 발언이네요...."
그러면서도 시윤은 유린의 말을 순순히 듣는 듯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힐데 일행 쪽을 향해 던졌다.
"뭐야...설마 수류탄?"
"그럴리가요. 여러분은 카운터인데 고작 그런게 통하겠어요?"
삐이이이이이-
던져진 무언가에게서 뇌를 흔드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갑자기 어디선가 폭발음이 들리더니, 폭발음이 들린 곳에서 괴성을 내지르며 사방에서 침식체들이 달려들었다.
"방금 던진건 침식체를 유도하는 주파를 발사하는 송신기고, 몰려올 침식체들이 평소보다는 제법 셀테니까 각오 하시는게 좋을거예요."
확실히 침식체들은 평소대로 더욱 몸집이 커지고, 흉악해진 모습이었다. 변이된 침식체들에 대한 목격담과 정보, 전투 기록 등은 여럿 존재 했으나, 이 침식체들은 어딘가 이상했다.
-다이브 직전에 수연이 보여준 침식체들과 완전히 일치 했다.
◇
"갑자기 침식체들이 들끓는 이면 세계로 데려오다니, 설마 저것들이랑 싸우라는건가요?"
유린이 시윤을 데려온 곳은 이면 세계였다. 고층 빌딩들의 잔해들을 겹겹이 쌓아 일종의 우리처럼 임시로 만든 공간 안에는 침식체들이 잔뜩 우글거리고 있었다.
"그럴리가요. 아무리 그래도 처음부터 다짜고짜 저런 괴물들과 싸우라고 하겠어요? 그나저나 시윤군 넥타이 잘 어울리는걸요? 저랑 커플로 맞춘 것 같아요~"
"진짜, 낮간지러운 소리 좀 그만하세요..."
유린에게 전화를 건 것은 육익의 일원인 이지수였다. 유린과 시윤이 온 것을 확인한 지수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말씀하신대로 침식체들을 한 곳에 몰아넣어두었습니다."
"고마워요, 두 분 다 힘들었을텐데 수고 많으셨어요."
"아니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지수의 옆에는 에이미도 있었다.
"빡통 이지수랑 함께여서 1년은 걸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다행이야~"
"누가 빡통이냐, 이 패션 테러리스트 금발 원숭이가!"
"뭐? 그러는 너는 옷 잘 입고 다니는줄 알아? 그 나이 먹고 중2병이라도 도졌어? 왜 눈도 멀쩡하면서 안대 쓰고 다니는거야?"
"그만. 새로운 동료 분 앞에서 서로 싸우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서야 되겠어요?"
또 지수와 에이미의 신경전이 시작되자, 유린은 진지한 표정을 하며 지수와 에이미 사이를 떼어놓았다.
"미안해요, 이런 모습을 보여버려서....어쨌든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이 쪽은 우리 육익의 일원, 이지수씨와 에이미 퍼스트윙양입니다."
"너는 전에 대장과 싸웠던 애송이인가...어쨌든 이제 육익의 일원이 되었으니 적대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이지수. 잘 부탁한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에이미야! 우리 이제부터 친하게 지내보자?"
"아하하, 주시윤입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니 기억하실거 없어요. 구구절절히 길게 자기 소개할 필요는 없겠죠?"
시윤이 멋쩍게 웃으며 자기 소개를 했다.
"그럼, 이제 시윤군에게 육익으로서의 첫 임무를 맡겨볼까 해요. 저기 아래에 침식체들 보이시죠?"
"저것들과 싸우라는 건 아니라고 하셨고...그럼 무슨 생각이신가요?"
"시윤군의 피가 필요합니다. 용혈을 각성한 상태의."
용혈. 그 말을 듣자 시윤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혹시 지금 제정신이 아니신가요? 용혈을 깨운다면 스승님이 당장 여기로 달려오셔서 제 목을 떨어뜨리실거예요."
"애송이 주제에 대장에게 무례하게!"
지수가 열을 내며 시윤에게 다가가려는 것을 제지하고, 유린이 입을 열었다.
"걱정마세요. 다 방법이 있답니다. 아무리 스승님일지라도 이면 세계에서 용혈을 쓰시는 것까지는 눈치 채기 힘들고, 그럴줄 알고 스승님이 알지 못하게 방해 중이니까요."
"......"
"저는 저 침식체들에게 시윤군의 피를 살포할 생각입니다. 용혈을 먹여서 폭주한 침식체들은 하나하나가 최소한 3종 이상으로 강해지겠죠."
"그렇게 하려는 이유가 뭐죠?"
"아직은 시윤군에게 모든 것을 알려드릴 수 없지만...시윤군의 복수를 위해서기도 해요. 시윤군이 복수할 대상은 생각보다 많은걸요? 당장 힐데 스승님부터 시작해서 시윤군을 처분하려고 대기 중인 수연이, 거기다가 시윤군의 부모님이 돌아가신걸 학교에 퍼뜨려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못하게 만든 사람, 시윤군을 부모님이 없다는 이유로 왕따 시킨 친구들 등, 더 나아가서 시윤군을 비참한 운명으로 만든 이 세계 그 자체."
목소리와 말투는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어머니처럼 부드럽고 나긋나긋 했지만 그 내용은 소름이 돋으리 만큼 충격적이었다.
"뭘 망설이는거죠, 시윤군? 모든 것은 그들이 먼저 시작했어요. 복수 하려면 지금 뿐입니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늦었어요. 다시 돌아가더라도 힐데 스승님 아니면 수연이에게 목이 떨어지겠죠."
떨리는 눈빛, 불안한 표정. 시윤은 명백히 갈등하고 있었다. 그것을 놓칠새라 유린이 시윤에게 가까이 다가가 시윤을 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혹시 정말로 후회해? 복수, 안 할거야? 하고 싶지?"
"저는......"
유린은 시윤을 죽이려고 하지도, 죽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윤을 품에 안고 귓가에 속삭였을 뿐이다. 그런데, 시윤이 이토록 식은 땀을 흘리며 불안해하는 것은 분명...유린이 부추기는 복수를 망설이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괜찮아.....이해해. 막상 하려니까 고민되지? 양심에 찔리지? 하지만 모든 것은 그들이 먼저 너한테 시작한거고, 너도 똑같이 돌려주면 돼. 본인들이 먼저 시작한건데 너한테 그러면 안된다고 할 권리가 있을까? 저지르고 나면 편해질거야. 그러면 돼. 너는 지금까지 핍박 받은 것에 대한 복수를 할 이유가 있으니까. 네가 손에 쥔 그 힘으로 전부 부숴버려. 과거도, 인연도, 갈등도, 원한도, 모두..."
그 현혹의 말에 시윤은 완전히 유린의 손바닥 안으로 굴러떨어진다. 그래,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무슨 소용이지? 이제 어차피 더 잃을 것도 없는데. 이미 자신은 펜릴 소대를 배신 했고,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배신한 것에 대한 처분이 기다릴 뿐이다.
"네. 역시....그래야겠죠. 그럼,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그렇게 말한 시윤의 눈이 붉어졌다. 자신과 같은 색의 그 푸른 눈동자가 붉게 물든 것을 본 유린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어려운거 없어요. 용혈을 깨운 다음에 저한테 피를 조금 주시면 됩니다. 그 뿐이예요."
◇
"용혈...제 피를 먹여서 폭주 시킨 침식체들이예요. 용혈을 먹였어도 어차피 여러분들이 이기겠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저것들은 시간 벌기용으로 만든거고 충분히 그 역할을 해줄테죠."
변종 클리포트 인자, 용혈. 그냥 클리포트 인자도 위험한데 변이된 클리포트 인자인 용혈을 먹어 각성한 침식체들이라니, 얼마나 위험할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드는, 용혈에 잠식된 침식체들. 그리고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며 다가오는 이지수와 에이미 퍼스트윙.
"자~ 그럼 이제 슬슬 몸이나 풀어보실까? 도망칠 생각은 접어둬. 전력으로 간다!"
"모든 것은 대장의 뜻대로."
유린과 시윤에게 가려고 해도 당장 달려드는 지수와 에이미, 수 없이 덮쳐오는 침식체들을 상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일행은 시윤의 배신보다는 눈 앞의 싸움에 몰두해야했다.
"저까짓 것들....내가 가기만 하면...!"
"그렇게는 안되겠는데요."
시윤이 허공에 칼을 휘두르자, 옆에 있던 고층 건물들이 우르르 무너져 일행과 힐데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아무리 힐데라도, 잔해를 치우고 일행에게 도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리라.
"시윤군, 그래도 스승님이 전력을 다하시면 용혈을 깨운 시윤군이라도 버거울 수 있으니 화풀이만 적당히 하시고 오세요."
이렇게나 부추기는데도 당신 진짜 스승님 안 미워하시는거 맞아요? 라는 말을 삼키고 시윤은 힐데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주시윤, 너는 나유린에게 속고 있는거다!! 용혈을 각성 한다고 해도, 그 끝은 광기와 나락일 뿐이야!!!"
힐데의 표정과 목소리는 누가봐도 진심으로 시윤을 걱정하는 모습이었지만, 시윤은 그러거나 말거나 옛 스승에게 뱀의 허물 같은 검은 천을 벗겨내고 복수심으로 붉게 이글거리는 검을 휘둘렀다.
전과는 다르게 힐데가 시윤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이 눈에 띄게 힘들어졌다. 물론 싸우기 힘들 만큼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용혈을 깨우기 전과는 달랐다. 거기다가, 시윤은 전력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주시윤은 더 이상 상대의 빈 틈만을 기다리면서 핍박 받던 하찮고 미천한 뱀 따위가 아니었다. 뱀의 허물을 벗고, 힘을 각성하여 승천한 신성하고 막강한 용이었다. 모든 것이, 심연 같이 끝을 알 수 없는 광기 어린 사악한 이 힘 앞에 무릎을 꿇으리라.
"그래서요? 지금이라도 돌아오라는 말을 하시려는건가요? 어차피 돌아가도 이렇게 용혈을 깨웠으니 부사장님과 저를 처분할 궁리를 하실거죠? 그리고, 이미 저는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가족도, 돌아갈 곳도, 행복도, 그리고-"
시윤이 더는 참기 힘들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평화로운 일상도요. 전부 스승님이 제게서 그 날 뺏어가신거예요."
그 날. 용혈의 힘에 미쳐 폭주한 시윤의 부모님을 힐데가 죽인, 잊고 싶어도 영원히 잊을 수 없었던 날. 그 날을 기점으로 시윤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시윤....."
"이미 제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그렇다면 스승님이나 이 세상 따위 어떻게 되어도 딱히 상관 없어요. 설령 이 힘에 잠식 되어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이미 제가 있는 곳이 나락이니까 별 차이도 없죠."
어느새 시윤이 짓고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왜....왜 그러셨어요? 클리포트 인자를 썼다는 이유로 수 많은 이들을 학살하고! 우리 부모님 마저도 죽였으면서!!! 왜 미나양은 내버려두시는건가요?! 거기다가 지금 스승님의 모습을 보세요!! 그건 관리국 비밀 병기 무장이죠? 클리포트 인자를 활성화한 모습이죠? 클리포트 인자의 사용자를 처분하시면서, 본인이 그런 모습으로 있으면 안되잖아요!!! 그렇다면 우리 부모님은 대체 무엇 때문에 당신 손에 죽은건데?!"
마침내 시윤의 얼굴에서 가면처럼 늘 붙어있던 웃음이라는 가식이 사라지고 붉은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힐데의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진다. 상처 입길 바라지 않았던 자가 자신이 제일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변해버린 현실. 비참하게 타락하고 각성한 모습. 결국 힐데도 참았던 눈물을 흘리고 만다.
"미안....하다....."
"네? 뭐라고요? 큭...아....아하하...."
시윤은 미친듯이 절규하는 것 같기도 하였지만, 반대로 미친듯이 폭소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하하하하하!!! 이제 와서요? 헛소리 하지마세요, 스승님. 고작 미안하다 이 한마디면 모든게 끝날 것 같으세요? 아니, 애초에 진짜로 미안하긴 하신가요. 전혀 그렇게 생각이 안 드는데요?"
시윤의 붉은 눈이 힐데의 주황색 눈과 마주친다. 그 매섭고 차가운, 복수심과 광기에 물든 시선과 만나자 힐데는 그만 온 몸에 힘이 풀려 검을 놓치고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그저 네가 부모를 죽인 나한테 정 같은걸 붙이지 않길 바라서...시간을 줘. 전부 해명할테니까, 제발."
"시간이요? 이미 저는 시간을 많이 드렸고, 기다렸다고 생각 했어요. 그런데 스승님은 항상 저한테 용혈을 깨우면 부모처럼 죽인다고 하셨었죠. 대체 왜? 해명하긴 이미 늦었어요."
힐데의 목에 시윤의 검이 드리워진다.
"그 날로부터 6년이 넘는 긴 시간이 흘렀어요. 그런데도 스승님은 제게 해명하려고 하지도 않으셨고, 미안해하는 것처럼도 보이지 않았었죠. 그 동안 스승님이라고 부르면서 따랐던 것도 후회되네요, 그리고 이제 더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니니 스승님이라고는 못 부르려나요? 그럼 힐데씨로 부를게요."
시윤의 언행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그 뒤에서는 부정적인 무엇인가가 고개를 슬그머니 내밀고 있었다.
"주시윤...."
"그렇게 기다렸는데도 힐데씨가 아무 것도 하지 않으셔서 제가 이렇게 된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되니까 그제서야 해명이니 뭐니 하시는걸 봐선 즉석으로 변명이나 지어내려고 하시는거죠? 그딴 거짓말을 뭐하러 들어요? 그런걸 듣느니 차라리.....
그 때, 시윤에게 누군가가 날린 공격이 날아들었다.
"어이쿠, 누구신가 했더니 그 쪽이었나요?"
하지만 용혈을 각성한 시윤에게는 공격을 막는 것이 어린 아이 장난 만큼 쉬운 일이었다.
"선배의 말을 중간에 끊다니. 서윤양도 미나양 만큼 참 버릇 없는 후배시네요."
시윤에게 기습을 감행한 것은 얼터그레시브 모드를 기동한 서윤이었다. 서윤의 뒤에는 샤오린, 김소빈, 유진도 있었다. 아마 힐데를 지원하기 위해 알트 소대 전원이 일행에서 이탈한 것 같았다.
"선배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기습이라면 조금 전에 선배도 했고 버릇 없는건 나랑 마찬가지잖아. 감히 하늘 같은 스승님을 배신하고 적의 편에 서? 전혀 남자 답지 못하네."
여유로운 표정으로 도발을 날리는 서윤이었지만,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 땀과 용혈을 깨운 시윤을 향한 공포와 두려움, 초조함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이래서야 완전 자기 내키는대로나 하는 어린애나 다름이 없잖아. 비겁하고, 뻔뻔하고, 이기적이야. 어렸을 때 부모님한테 가정 교육 안 받았거나 이상하게 받았어? 아니면, 그런 부모님 조차 없어?"
주시윤은 괴물 그 자체였다. 시윤이 힘을 다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서윤은 시윤을 이길 수 없었는데, 그랬던 시윤이 각성함으로서 더욱 격차가 벌어졌으니 알트 소대가 죽을 각오를 하고 전력을 다해서 동시에 덤벼도, 시윤에게 4명 모두 도륙이 나는 결말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최대한 말을 걸어서 침식체와 육익의 일원들을 정리하고 주시윤과 나유린에게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라도 벌어야.....
"하아, 서윤양,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입만 나불대시기는....."
시윤의 얼굴에서 다시 한번 미소가 사라졌다.
"어....커억....?!"
그리고 시윤의 검이 순식간에 서윤의 배를 꿰뚫었다.
분량 조절 실패로 이번화가 아니라 다음화가 마지막 화임..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어떤 장면을 그릴지 감이 안 잡혀서 그냥 짤은 빼고 완결 낸 다음에 원하는 장면 신청 받아서 그리거나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