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0024504?category=%EC%B0%BD%EC%9E%91&p=2#comment
평소처럼 6시에 일어난 달은 익숙하지만 실감나지 않는 아침을 맞았다. 침대 옆에는 미리 싸둔 짐가방이 있었다. 그 날은 달의 출근 첫 날임과 동시에 자신의 거처를 옮기는 날이기도 했다. 회사와 집이 꽤 멀리 떨어져있던 달은 이제 회사가 잡아준 원룸에서 생활하기로 되어있었다.
씻고 옷을 입으며 떠날 채비를 마친 달은 동생이 자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그는 가족들이 깰 까 까치발을 들고 조심히 움직였다. 그의 어린 동생은 새근새근자고 있었다. 그는 동생에게 다가가 몸 위에 부드럽게 얼굴을 올렸다가 땠다. 방을 나가려던 난 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 둘 째가 일어나 눈을 비비고 있었다.
"오빠 가는 거야?
"응. 연락할게."
달은 일어난 동생을 잠시 바라보곤 방 밖으로 나갔다. 부모님의 방에도 들어가볼까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어쩐지 닭살돋았고 밤새 일하고 온 부모님을 깨우고 싶지도 않았다.
집 앞에선 코핀 컴퍼니에서 마련해준 승용차가 한 대 서있었다.
'아무래도 괜찮은 회사에 취직했나봐.'
현관 앞의 계단을 내려가던 달. 그의 둘 째 동생은 급히 달려오며 그를 불렀다.
"오빠! 이거 가져가!"
"윤하야?"
달은 종이봉투를 하나 건내받았다. 안엔 쪽지와 뭔지 모를 물건이 들어있는 듯 한 부분이 푹 튀어나와있었다.
"오빠가 깨운거야? 미안하네."
"아니야. 가기 전에 한 번 더 보는 거지."
".......,"
둘은 어색한 듯 잠시 얼굴을 피했다. 솔직히 말해 둘은 오글거림에 몸을 떨었다. 그 후 달은 별 말 없이 차를 탔다. 덜덜 떨리던 차는 곧 출발했다. 그 차를 향해 윤하는 팔을 들어 흔들었고, 달은 뒤를 돌아보며 손바닥을 펴고 가볍게 흔들었다.
'꼭 용감해질게. 그리고 다시 보자."
점점 멀어지던 자신의 집을 보며 달은 그렇게 생각했다.
화장실과 부엌을 포함해 6평 정도 되어보이는 작은 방. 달은 그 공간도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현실개벽력이 아무리 높다지만 당장 자기가 회사의 전력이 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택배로 미리 와있던 짐들을 들이며 간단한 정리들을 하고 회사에 출근했을 때의 시간은 아침 9시였다. 두 번째 방문임에도 그 사무적이고 공적인 장소가 달은 어색했다.
"어머. 오셨어요?"
단정한 단발머리를 한 사원 한 명이 달에게 다가왔다. 달은 그 여성을 순식간에 훑었다. 일전에 잠깐 보았던 빼빼한 몸매와 예쁜 얼굴. 손목의 시계를 보니 카운터는 아니었다.
'아 관리부의 김하나 부장'
"관리부의 김하나 부장이에요. 사장님에게 얘기 들었어요."
"아……., 달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저도 잘 부탁해요."
그리곤 그녀는 달에게 간단히 회사를 안내해주겠다며 자신을 따르라고 손짓했다.
"이곳이 작전부, 이곳은 관리부에요."
하나는 가벼운 손짓을 하며 친절히 달을 안내했다.
"저 친구가 새로왔다는 친구에요?"
회사 안 쪽에서 한 쪽 어깨를 망토로 감싼 여자 한 명이 걸어나왔다. 달은 이번에도 역시 시계를 먼저 살폈다. 카운터였다.
"아 서윤양. 인사해요. 저 친구는 서윤. 유격 2소대인 알트소대 소대장이에요."
그렇게 김하나가 중심에 선 어색한 첫만남이 성사되었다.
"전 달이라고 합니다."
"후훗. 반가워. 얘기 들어보니 또래같은데 말 편하게 해도 돼. 이것도 인연인데 악수라고 할까?"
달은 그런 서윤을 보며 어쩐지 어제 보았던 주시윤이란 사람이 떠올랐다. 능글거리며 너스레를 떠는 두 모습이 꽤 닮아있었다. 그 때 김하나의 전화기가 윙윙 소리를 내며 떨리기 시작했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김하나의 표정이 일순 어두워졌다.
"죄송해요. 제가 급한 일이 생겨서요. 안내는 다음에 해드릴게요."
김하나는 미안하다는 듯 눈썹을 움직이며 달에게 말했다.
"회사 안내야 제가 해줘도 되죠. 당장 임무도 없는데. 그치 달?"
서윤은 싱긋거리며 관리부장에게 말했다.
"아. 그래주시겠어요? 그럼 부탁드려요."
그리곤 힐을 신은 채로 급하게 걸어갔다. 서윤은 마치 배웅하는 듯 그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야 달에게 말을 걸었다.
"그럼 갈까?"
달은 서윤의 첫인상이 꽤 좋았다. 주시윤의 모습이
잠시 겹치긴 했지만 때론 친절하게 때론 친근하게 회사를 안내해준 서윤이 달의 마음엔 꽤 들었다. 그래 일전의 카운터들이 이상했던 거야라고 생각했던 그는 그녀의 소대원들을 소개받았을 때, 카운터들은 이상한 사람이 더 많구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돼지니 멸치니 싸우던 둘은 소대장의 말을 듣곤 곧장 고개를 돌려 회사의 신입사원을 쳐다보았다. 안경을 쓴 김소빈이라는 여직원은 낯을 꽤 가리는 듯 했다. 달은 나보다도 낯을 가리는 사람이 있구나라고 잠깐 생각했다.
"나는 유진이야! 또래라던데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어……., 난 달이다."
꽤 큰 덩치를 가진 그녀는 힘차게 말하며 옆에 있던 자신의 소대원을 소개했다.
"얘는 멸치야. 특기는 뒤에서 총쏘기."
멸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는 무식하게 들이대는 것 밖에 못하는 돼지고."
"누가 누구보다 돼지래!"
"지는?"
둘은 그러면서 또 다시 언성높여 투닥거렸다.
"얘……., 얘들아……., 새로 들어온 친구도 있는데……., 얘들아…….?"
김소빈은 어쩔 줄 몰라하며 얘기했다. 그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멸치와 돼지는 말싸움을 이어갔다.
"미안. 우리 애들이 좀 기운차."
멋쩍었을 상황에도 서윤은 너스레를 떨며 달을 쳐다보았다.
"친해보이고 좋은데 뭐."
'어후……, 고생 좀 하겠네.'
달은 그렇게 말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달이 한 말은 진심이었다. 그의 친구는 거의 다 죽었으니까.
다른 곳을 안내받으며 달은 서윤에게 회사에서 보이지 않던 펜릴 소대는 어디에 있는지 아냐고 물었다.
"아 오늘 파견임무갔어. 못 들었구나?"
"그래?"
달은 탕비실의 믹스커피를 타고 있었다. 첫 번째 컵은 서윤에게 건내졌다. 일종의 감사인사였다.
"후훗. 고마워. 커피 잘 타네?"
그 말을 듣고 달 역시 자기가 탄 종이컵 하나를 입에 물었다
"혹시 워치 좀 보여줄 수 있어?"
"응? 워치?"
달은 손목을 내밀려다가 망설였다. 그 질문에서 이유모를 싸늘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응? 보여줄 수 있어?"
그녀의 재촉에 달은 오른 손목을 내밀었다.
'......., 엄청 나네. 이런 대단한 놈은 또 어디서 계속 나타나는거야.'
"고마워. 사실 워치 보는게 취미거든. 워치마다 다들 생긴게 제각각이잖아. 재밌지 않아?"
서윤은 표정관리를 하며 또 너스레를 떨었다. 달은 하긴 그렇긴 하지라며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그 이유모를 싸늘함이 아직 주변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
"우리 왔어. 부사장."
부사장실에서 서류들 위로 펜질을 하던 달은 반가운 목소리를 들었다. 유미나의 목소리였다. 부사장실의 문이 열리며 달의 소대원들이 들어왔다.
"어땠나요? 스승님. 시윤군. 미나양."
"별 거 없던데? 훈련보조 였잖아."
"별 거 없었다뇨 미나양. 타 테스크포스와 합을 맞춰보는 귀한 시간이었는 걸요. 다른 회사랑 보조를 맞추며 작전 수행할 일이 없을 것도 아니고요. 그렇지 않나요 부사장님?"
"시윤군이 제 의도를 아주 잘 알고 있네요."
부사장은 흡족한 듯 말했다.
"그런거야?"
"속지마라 신입. 우리 놀리기 싫어서 보낸거다."
"그건 그렇고 서류는 다 작성했겠죠 달군?"
이수연은 스승의 말을 그렇게 무시하며 달에게 서류를 받았다.
"좋아요. 이제 달군은 정식적으로 법적으로 저희회사 사원입니다. 자 그럼 회사를 위한 살신성의를 보여주세요."
힐데는 자연스럽게 그 서류들을 받아 살폈다.
"새 신입…….,"
'완전 호구 잡혔잖아…....'
힐데는 안타깝게 달을 불렀다. 달은 고개를 돌리며
"네. 소대장님"하고 대답했다.
"아……., 아니다."
힐데는 그렇게 말하고 서류를 책상 위로 내려놓았다.
*
달의 첫 훈련. 앞엔 훈련 용 머신갑 로봇을, 옆엔 사수를 둔 그는 전혀 이능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유미나는 현실개변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줄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녀에겐 무척 감각적이고 당연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상하다……..,"
그러하였기에 그녀는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달은 미안함과 멋쩍음에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는건데…….,"
그녀가 든 총구가 불을 뿝자 그 머신갑 로봇의 절반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봐도 봐도 모르겠어……..,"
달은 유미나의 그런 일방적인 시범들을 6번은 더 보았다. 그럼에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새신입은 어떤가 신입?"
모의훈련실에 힐데와 주시윤이 들어왔다. 주머니에 손가락을 찔러넣고 들어오는 그녀가 달의 눈엔 여전히 차고 도도해보였다. 그 질문에 달은 멋쩍게 웃었다.
"마시면서 하세요."
대답을 하려던 그녀에게 주시윤은 이온음료를 건냈다. 곧 이어 나에게도 건냈다. 유미나는 그 음료를 따며 답을 했다.
"능력을 전혀 못 써. 뭐가 문젤까?"
"현실개변력을 세심하게 쓰거나 한 번에 많이 쓰는 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만, 간단히 쓰는 것 정도야. 다들 어렵지 않게 한다. 그런 것도 못하는거냐?"
유미나는 말 대신 고개를 주억거림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개인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이나 심리적 문제 아닐까요?"
"있는 걸 안 쓸 이윤 없지."
*
"그래서 여길 오신거군요?"
휠체어를 탄 여자가 자초지종을 듣고 대답했다.
"안 될까?"
유미나가 묻자 그 여잔 냉큼 대답했다.
"오히려 환영이에요. 개인적으로 달씨한테 흥미도 있었거든요."
"흥미?"
유미나는 불안한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후후. 당연히 회사와 달군의 전력강화에 대한 흥미였죠. 아침에 종합적인 검산 해봤으니 이번엔 좀 디테일하고 딥한 검사를 해볼게요. 조교야~"
"네, 박ㅈ….."
"올리비에라니까. 잘 하자?"
달은 그 '박ㅈ'의 팔꿈치에 옆구리를 흠씬 맞는 조교를 불쌍히 쳐다보았다. 달은 피를 뽑기도 하고 몸 안으로 뭔지 모를 액체를 주사받기도 하고 가만히 누워 요상한 기계 안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몇 시간 짜리 지루한 검사의 결과는 '큰 이상 없음'이었다.
"힘줄이랑 어깨가 안 좋은 편이긴 한데, 현실개변력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
"그렇다면…….."
"심리적인 요인도 찾아봐야겠구나."
"가능해?"
유미나와 달은 올리비에를 애절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허락이 필요하긴 한데…….,"
올리비에는 잠시 고민하다 말을 이었다.
"뭐 별 일 있겠어요? 여기 누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