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알트 소대. 적성 세력 병사 하나를 생포했습니다. 다음 지시를.”

 

“역시 서윤 양이로군요. 귀환하도록 하세요. 챙긴 이터니움은 잊지 않도록 하시고.”

 

치직거리는 무선음과 함께 통신이 끊겼다. 

 

그것은 기습이었다. 단순한 이터니움 채취를 위한 다이브였지만 스캐빈저 소대라고 자칭하는 자들의 기습에 갑작스러운 전투가 벌어졌다. 곧 알트 소대의 화력에 물러가고 병사 하나를 생포했지만.... 그들은 카운터가 아니었다.

 

“저것들이 카운터가 아니라고?”

 

“사이보그에 가까워 보이는데.”

 

“사이.. 뭐? 먹는 건가?”

 

“...너도 지식이란 걸 쌓아보는 게 어때? 이 멧돼지야.”

 

늘상 있는 샤오린과 유진의 투닥거림을 중재하며 서윤은 포박한 자를 끌고 함선으로 향했다. 그러는 와중 눈에 들어온 것.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생포당한 지금에도 결코 그가 손에서 놓고 있지 않는 것이 있다.

 

“군번줄..?”

 

“건드리지 마라! 이 고심도에서 죽어나간 동료들의 유품이다!”

 

글리치라고 자칭하는 자가 분노를 담아 외친다. 

 

그들에게도 동료애는 있구나. 어쩌면 당연한 걸까. 리플레이서 출신인 우리들에게도 동료애가 있으니. 

쓸데없는 생각이 머리를 파고들어 서윤은 몇 차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요. 건드리지 않을게요. 하지만 저희를 습격한 대가는 치러야죠?”

 

“더러운 카운터놈들. 너희들은 언제나 그런 식이지. 자신들만이 특별하다 생각하고, 자신들만이 세계를 구원하리라 착각하는 얼빠진 놈들.”

 

“별로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요.”

 

“닥쳐. 너희같은 년놈들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 우리들의... 대..장도...”

 

“대장?”

“...”

 

갑작스럽게 입을 다무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착실히 귀환을 서둘렀다.

 

 

 

 

“...그런 고심도에서 활동하는 자가 카운터가 아니라니. 조금 놀랍습니다만... 저런 기술에 대해서 아는 바가 있나요?”

 

심문실에 가둬놓은 글리치를 바라보며 이수연이 관리자에게 묻는다.

 

“글쎄. 나조차도 저런 경우는 처음 보는 군.”

 

“그것보다 보셔야 할 게 있습니다.”

 

“음?”

 

그녀가 꺼내든 것은 몇 장의 사진이었다. 글리치가 들고 있던 군번줄은 찍은 사진들. 묘하게 동요하는 부사장의 모습에 평소 같지 않은 위화감이 느껴진다.

 

“...저도 아는 이름이 있어서 말이죠.”

 

그녀의 말에 사진을 보자 그녀가 느낀 동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예고르, 발레리...”

 

“류드밀라를 호출할까요?”

 

“...그게 좋겠군.”

 

구 관리국 시절 메이즈 전대 소속의 병사들의 이름. 어째서 그가 그들의 군번줄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류드밀라라면 알 수 있을까?

 

 

“메이즈 전대장, 류드밀라. 호출하셨습니까?”

 

어느 때고 군기를 잊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다. 믿음직한 모습에 관리자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보아야 할 것이 하나 있어서 말이지.”

 

“어떤 것입니까?”

 

“...혹시 저 자를 알고 있나? 원래의 모습은 거의 없네만.”

 

“...?”

 

관리자가 가리킨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지만 그녀 역시 모른다는 눈치였다. 하긴. 그것이 당연할까. 인간의 모습이라고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주변을 둘러보는 그의 시선에선 흉흉한 기계의 붉은 빛이 점멸한다.

 

“잘 모르겠습니다만...”

 

“저 녀석이 들고 있던 군번줄일세.”

 

“...?? 이걸 왜 저 녀석이...?”

 

“아직 예고르는 자네의 안에 살아 있지 않은가? ...발레리라면 모를까.”

 

“그렇습니다만.”

 

온갖 역경을 헤쳐나온 그녀조차 동요하는 것이 보인다. 

 

“...잠시 제가 이야기를 나누어보아도 되겠습니까?”

 

“그러려고 자네를 부른 것일세.”

 

그녀는 관리자에게 짤막한 목례를 하고나서 심문실로 향했다.

 

여전히 사방을 둘러보며 경계하는 글리치였지만, 류드밀라가 들어서자 그녀에게 시선이 고정된다. 그렇다하더라도 철저히 기계화된 그의 시선은, 인간으로서는 어떤 감정을 지니고 류드밀라를 바라보는지 알 수 없었다.

 

“......전대장...님...”

 

“...자네, 이름은?”

 

류드밀라의 질문.

 

“저는....”

 

그는 입을 열다가 곧 말을 멈추었다. 고의가 아닌, 스스로도 혼란스러운 듯했다.

 

“...모르겠습니다. 내 이름... 뭐였지...?”

 

“메이즈 전대 소속은 맞는가?”

 

“...맞습니다. 그것만큼은 잊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분명 저는... 당신이...”

 

“내가..?”

 

“...죽는 것을 보았습니다. 6종 침식체에게 당하던 그 모습을... 알렉스 부전대장님 또한...”

 

“....?”

 

“그리고 이미 백 년이 넘게 지났는데 어떻게...?”

 

“백 년?”

 

류드밀라도, 이수연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 말에 관리자만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뺨에서 눈물이 흘렀다.

 

“사장님?”

 

“내가 저번 세상에 남겨둔 자로군...”

 

이수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그에게 재차 물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류드밀라 양을 불러주겠나?”

 

“예.”

 

몇 차례 더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지만 류드밀라와 글리치의 이야기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 그 때, 이수연이 다시 그녀를 불러온다.

 

 

 

“...나는 몇 차례나 세계를 넘어왔네.”

 

“...”

 

그녀들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리고 몇 번이나 클리포트 게임에서 패배했지.”

 

“...”

 

“그 세계에서도 자네들이 존재했네.”

 

“저와 수연이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이것도... 알고 있는 이야기.

 

“그리고 병사들 역시... 같은 이름의 인간들을 몇 차례나 보아왔네. 그는 아마... 바로 직전의 세계의 메이즈 전대 소속...”

 

“...거기서의 제 전대 소속이었단 겁니까?”

 

“아마 20년 전의 메이즈 전대에도 같은 자가 있었을 거라 생각하네만... 저 자가 스스로의 이름을 잊어버린 이상 누구인지는 알 수 없네. 자네들도 이면세계가 곧 다른 세계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걸세.”

 

이수연은 주시영과 카린 웡을 떠올렸다.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 비록 성별은 달랐지만...

 

“그는 마지막 클리포트 게임에서 패배하고 버려진 세계의 생존자일세. 그곳은 고심도가 아니야. 아니, 고심도는 고심도겠지. 다만 그 위치가 저번 세계일 뿐이라는 것이지.”

 

납득했다. 이수연도, 류드밀라도. 그렇지 않다면 저 자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것은 그 관리자다. 그의 설명에 납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직도 살아남았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만... 분명 내가 버리고 도망쳐 온 세계의 안타까운 생존자라는 것은 분명하네.”

 

“그래서 어떻게 하실 건가요?”

 

부사장이 묻는다. 관리자로서는 해야할 대답이 정해져있다. 

 

“회사에 채용하겠네. 나만의 일방적인 속죄라고 하는, 비겁한 짓이지만.”

 

“...알겠습니다. 사장님이 채용하겠다면야 누가 감히 토를 달겠습니까.”

 

“제 소속으로 해도 되겠습니까? 메이즈 전대로 말입니다.”

 

보기 드문 류드밀라의 의견개진에 관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메이즈 전대야 말로 그의 고향이다. 그러니 다시 메이즈 전대로 돌아가는 게 맞지 않을까.

 

“알렉스 양과 다른 자들에게도 상세한 설명 부탁하겠네.”

 

“예.”

 

류드밀라는 여전히 절도 있는 동작으로 관리자에게 경례를 하고 나서 몸을 돌렸다.

 

“...미안하네. 이름 없는 병사여...”

 

관리자의 들릴 리 없는 사과에 이수연은 가만히 눈을 감을 뿐이었다.






글리치 짤 보고 40분만에 쓴 단편


글리치가 들고 있는 군번줄을 보고 


어쩌면 스캐빈저 소대가 저번 세계의 메이즈 전대원이었다면? 


클리포트 게임에서 패배하고 버려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을 개조한 것이라면?


그가 들고 있는 군번줄이 죽어나간 저번 세계의 메이즈 전대원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라면?


하는 발상에서 출발함. 


급하게 써서 엉망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