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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하라의 의무 (2)



기모노를 입은 한 소녀가 다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

이렇게 방에서 혼자 차를 마시는 시간은 어린 나이에 가문의 당주가 된 소녀가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시간이다.

소녀가 차를 반절 정도 마시고 같이 마련된 화과자에 손을 뻗는 순간, 다실의 미닫이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뛰어들어왔다.

“치후유, 무슨 일이니?”

“언니, 아니 당주님! 뱀이… 풀려났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봉인이 파괴된 듯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소녀는 막 입에 넣으려던 화과자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잠시 후, 소녀가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나하라의 당주가 명합니다. 연합의 모든 이는 지금 당장 봉인의 땅으로 집결하세요”


 


나나하라 가문의 병력들이 준비를 마치고 집결했을 때는 이미 봉인의 땅 근처의 7개의 마을이 대량의 침식체들에 의해 파괴되고 난 후였다.

침식체들은 다음 희생자들을 찾아 움직이고 있었고, 이를 막기 위해 나나하라 가문은 침식체들이 8번째 마을로 향하는 길목에 진을 치고 침식체들을 막기로 했다.

다행히 나나하라 가문의 훈련 받은 병사들은 충분히 1종, 2종 침식체들을 상대 할 수 있었고, 간간히 보이는 3종 침식체들도 나나하라 치후유를 비롯한 카운터들의 힘으로 처리 할 수 있었다.


약 반나절 간 이어진 전투 끝에, 나나하라 가문연합은 무수히 많아 보이던 침식체들을 대부분 처치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적의 본대는 저희 나나하라 가문에서 맡겠습니다. 동군은 우측, 서군은 좌측을 맡아 전장을 이탈한 침식체들을 추격, 섬멸하세요. 이 이상, 민간인들의 피해가 늘어나게 해선 안됩니다”

나나하라 치나츠의 명에 따라 동군, 서군에 속하는 가문들이 도망친 침식체들을 추격하러 각각 좌우로 흩어졌다. 



그 때, 죽은 침식체들의 시체 사이에서 허름한 옷차림의 한 여자가 걸어오는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나유카 미나토 였다.

“어라? 저기요, 그런데 계시면 위험해요. 얼른 이쪽으로 오세요!”

“잠깐, 저런 곳에서 사람이 올 리가…”

나나하라 가문을 향해 걸어오던 여자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잠시 후, 거대한 뱀 두 마리가 여자가 있던 곳에서 솟아올랐다.

아니, 그것은 두 마리의 뱀이 아니라 두 개의 머리와 두 개의 꼬리가 달린 한 마리의 뱀이였다.

“어,언니… 아니, 당주님, 느껴지십니까? 저건 단순히 거대한 뱀이 아닙니다. 저것은…”

“그래, 치후유. 이 침식파는… 4종, 아니 5종에 가까워... 저건… 봉인에서 풀려난 오로치다…”


치나츠와 눈이 마주친 뱀이 입을 열었다

“크흐흐… 증오스러운 핏줄들이 여기 다 모여 있구나… 필멸의 운명을 지닌 미물들 주제에 감히 이 몸을 봉인한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네놈들을 잡아먹는다면 봉인 당한 이 몸의 힘도 조금이나마 돌아오겠지”

“모든 병사들과 저등급 카운터들은 지금 당장 대피하세요. 고등급 카운터가 아니라면 저 침식파 앞에서 움직이는 것 조차 힘들 것입니다. 저는 지금부터 봉인의 술식을 전개하겠습니다. 남아있는 카운터들은 제가 술식을 완성할 수 있게 오로치를 공격해 주의를 끌어주세요”

“그렇게 둘 성 싶으냐!”

그 말과 함께 오로치는 치나츠에게 꼬리를 휘둘러 내려쳤다.


“어딜! 당주님에겐 그 꼬리 끝 조차 닿게 하지 않겠다! 크윽..!”

치나츠의 앞을 막아서며 오로치의 꼬리를 검으로 쳐낸 치후유의 입에선 피가 흘러나왔다.

“치후유!”

다른 일반적인 침식체라면 3종까지도 능히 상대 가능한 치후유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나빴다.

부족한 카운터 능력을 극한까지 연마한 나나하라류 검술을 통해 매워왔던 치후유에게, 이런 고위 침식체가 내뿜는 독기와도 같은 침식파는 피해를 주기에 충분했다.


“미츠루 카이!”

미나토가 힘을 실어 화살을 날려 보았지만, 오로치에게는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그래도 오로치의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는지, 오로치의 다른 꼬리가 미나토에게 향했다.

“뭘 멍하니 있는거냐! 네놈은 오오가미 흑막조에 들어올 운명이다! 그러니 이런 데에서 죽지 말라고!”

“하, 여기서 살아나간다 해도 그런데 들어갈 일은 없거든!”

오오가미 마사키가 미나토에게 향하는 공격을 막아주자, 미나토는 재차 활시위를 당겼다.

 


치나츠는 봉인의 술식을 전개하면서 현재 상황을 되짚어봤다.

다행히도 마사키와 미나토가 머리와 꼬리 한 쌍의 시선을 끌어주고 있다.

치후유가 다른 한 쌍의 머리와 꼬리를 상대하고 있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버티기 힘들 것이다.

도망친 침식체를 소탕하러 간 동군 과 서군은 언제 돌아올 지 알 수 없다.

하야미 사나에는 오로치를 봉인하고 있던 카미이즈미의 상태를 확인하고 조정하러 보냈다.


생각 끝에 치나츠는 술식을 완성해 오로치를 봉인 하는 것을 우선 하기로 했다. 

“…미안해, 치후유. 조금만 더 버텨줘…”

 

치후유와 미나토, 마사키가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술식이 완성되었고, 술식에서 금줄이 여럿 소환되어 오로치를 향해 뻗어 나갔다.

금줄이 오로치를 칭칭 동여매고 오로치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

“하악… 하악… 해치웠나?”

 

“크흐흐… 어린 계집이여, 네 년은 아직 미숙하구나. 지금 네 년의 힘으로는 기껏해야 머리 하나일 때의 나를 봉인하는 게 최선이겠지.”

그렇게 말하며 오로치가 침식파를 방출하자 오로치를 묶고 있던 금줄이 뚜드둑 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둘 끊어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뱀이 그 탐욕스러운 아가리를 벌리고 기력이 다해 쓰러져있는 치후유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돼, 치후유!!!”

 


“천우우참!”

그 순간, 어디선가 들려온 그 소리와 함께 치후유를 향하여 달려들던 오로치의 머리가 땅에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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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하라의 의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