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어렸을 적, 경상북도에 있는 할머니 댁에 놀러갔을 때의 이야기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명절에나 겨우 찾아뵙는 할머니댁에 도착한 나는 할머니께 인사를 올린 직후 오빠와 함께 밖으로 놀러갔다.


도시와는 달리 너무나 맑은 공기와 상쾌한 바람에 나는 오빠와 함께 논 주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런데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갑자기 바람이 그쳤다, 라고 생각한 순간 기분 나쁠 정도로 섬뜩한 뜨끈한 바람이 후끈 불어왔다.



나는「그렇지 않아도 뛰어다녀서 더운데, 이런 더운 바람은 뭐얏!」하고, 방금 전까지의 상쾌함이 날아간 불쾌함에 소리쳤다.



그러나 오빠는 조금 전부터 산위에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그 방향에는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다.


내가「저 남자는 왜? 」하고 오빠에게 묻자, 오빠는「아니, 저 남자 말고, 그 너머에 있는 저거 말이야.」라며 더욱 주의해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나도 주의를 집중해서, 산 너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러자 확실히 무엇인가 보였다.



저건 뭐지.




멀어서 잘 안 보였지만, 사람 정도 크기의 검은 물체가,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주위에는 논이 있을 뿐. 근처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순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곧 이렇게 해석했다.




「저것도 등산객 아니야? 그냥 어딘가 등산하러 왔겠지.」




오빠는 나의 해석에 곧 납득하는 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뒤에있던 남성이 딱 멈춘 것이었다.


그럼에도 저 산 위에 물체는 변함없이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었다. 오빠는「저것 봐…아직도 움직이고 있어…저건 도대체 뭐지? 」하고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신경이 쓰였던 탓일까, 오빠는 할머니댁으로 뛰어가 쌍안경을 가져와 다시 현장에 왔다.


오빠는 조금 두근두근한 모습으로「내가 먼저 볼 테니 너는 조금 기다려!」하고 말하며 쌍안경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오빠의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린 오빠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갖고 있던 쌍안경을 떨어뜨렸다. 나는 갑자기 변한 오빠의 모습을 무서워 하면서도, 오빠에게 물어 보았다.




「뭐였어?」




오빠는 천천히 대답했다.




「몰라도 돼. 알면 안 돼……」




벌써 오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오빠는 그대로 터벅터벅 할머니댁으로 걸어갔다. 나는 곧바로 오빠를 새파랗게 질리게 한 그 검은 남성을 보려고 떨어진 쌍안경을 집어들었지만 오빠의 말을 들은 터라 볼 용기가 없었다.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나 계속 신경이 쓰였다.



멀리서 보면, 단지 검은 남성이 기묘하게 구불구불 떨어지고 있을 뿐이었다. 조금 기묘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 이상의 공포감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오빠는….



좋아, 봐야겠어.



도대체 무엇이길래 오빠에게 저런 공포를 줬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겠어! 나는 쌍안경으로 보기로 했다.


바로 그 때, 할아버지가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로 달려오셨다.



내가「왜요? 」하고 묻기도 전에 할아버지는「그 검은 남성을 본 거나? 봤나? 그 쌍안경으로 봤나?! 」하고 물으셨다.



무언가 겁에 질린, 혹은 역정이 나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나는「아니…아직…」하고 반쯤 울먹이며 대답했고, 할아버지는「다행이노…」하고 말씀하시며, 안심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쓰러져 울었다.




나는 그렇게 이유도 모른 채 할머니 댁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 모두가 울고 있었다. 나 때문에? 아니다. 자세히 보자 오빠만 미친듯이 웃으면서, 마치 그 남성과 똑 같이 중력에 휩사이듯 바닥에 누워 요가하듯 다리를 위로 올린채 꿈틀대고 있었다.


나는 그 오빠의 모습이야말로 그 검은 남성보다 더 무서웠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날,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오빠는 여기에 놔두는 것이 살기 좋을 거다.


그쪽 도시는 좁고, 험하고, 그런 곳에선 며칠도 못 갈 게야… 우리 집에 놔 두고, 몇 년쯤 지나 저 산꼭대기 바위에 놓아주는 게 낫겠노…. 」



나는 그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이제 더 이상 예전의 오빠는 다시 볼 수 없다.


내년에 할머니 댁에 다시 와 만난다 해도, 그것은 더 이상 오빠가 아니다.



왜 이런 일이…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이좋게 봉하 산에서 놀았는데, 무엇 때문에…. 나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닦으며 차를 타고 할머니댁을 떠났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을 흔들던 도중, 변해 버린 오빠가 한순간, 나에게 손을 흔든 것처럼 보였다.


나는 멀어져 가던 중, 오빠의 표정을 보려고 쌍안경을 들여다보았다.



오빠는 분명 울고 있었다.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오빠가 한 번도 보여준 적 없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의 슬픈 웃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골목을 돌아 더 이상 오빠의 모습은 안 보이게 되었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쌍안경을 계속 들여다 보았다.



「언젠가…원래대로 돌아가겠지…」



그렇게 생각하곤 오빠 원래의 모습을 그리면서 저 산 중턱 바위를 바라보았다.


오빠와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계속 쌍안경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봐선 안 된다는 것을, 가까이서 봐 버렸던 것이다




북! 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