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꿈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조용한 고등학교의 교실 안.
내 옆자리인 짝꿍은 언제나 같은 아이였다.
대충 보면 수수해보이지만 단발도 아니고 장발도 아닌 머리엔 귀여운 핀이 꽂혀있으며, 자세히 보면 가벼운 터치만으로 화장을 한, 나름 상당히 귀여운 얼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매번 은은히 좋은 향이 난다는 사실 또한.
키는 나보다 10cm 정도 작지 않을까? 꽉 껴앉으면 적당히 좋은 키차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부터 저 아이에게 관심이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나는 짝꿍의 이름을 모른다.
우리 학교는 기본적으로 출석체크도 하지 않고, 명찰도 착용하지 않으며, 사물함에 이름이 적혀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헷갈리지 않고 사물함을 사용한다는게 미스테리지만. 생각해보면 계속 짝꿍으로 이 아이가 걸리는 점도 참 미스테리인거 같은데...
여하튼 그런 이유로 처음부터 이름을 알 기회가 전무하다보니, 일부러 이름을 알아내고자 행동하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지금까지 이름을 모르는 채로 지내왔다는 것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꾸준히 같은 옆자리에 앉아있었기에 서로 금방 친해졌고, 서로 장난도 치면서 나름 청춘을 즐기는 축에 속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학교생활을 지내왔다.
오늘은 학교의 수업이 4교시까지만 있는 일주일에 한 번 뿐인 날이다.
1교시.
"근데 너는 어떻게 계속 내 짝꿍인거야?"
"글쎄? 나도 궁금했는데. 알고 싶어?"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그 미소를 계속 쳐다보면 얼굴이 붉어질까봐 일부러 시선을 피했다.
2교시.
어떻게 너는 계속 나의 짝꿍이냐고 묻는 질문에 알고 싶어? 라는 답은 무슨 의미일까.
자신이 직접 자리를 조작했다는 의미인가?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머릿속도 정리할 겸 평소처럼 실없는 대화나 해볼까 하여 말을 걸었다.
"오늘 4교시 수업인데 학교 끝나고 뭐 할거야?"
"여자의 비밀을 묻다니 상당한 변태구나"
큭큭큭 웃으며 내 어깨를 툭 친다.
살짝 닿은 것 만으로 심장이 요동치고 얼굴이 붉어지는 기분이다.
"글쎄? 오늘은 친구랑 같이 하교하고 어디 놀러갈 것 같은데?"
그냥 얼버무리지 않을까 했지만 제대로 대답해줬다.
역시 착하다.
4교시.
"오늘의 수업은 프린트를 드릴건데, 프린트에 빈 공란들이 있으니 채우고 제출해주시면 됩니다~ 친구랑 상담하셔도 되고, 짝꿍과 상담하셔도 되니까 성실히 수업에 참여해주세요.
담임선생님께서 오늘은 종례가 없으니 수업이 끝나면 그냥 가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네~""
유인물이 맨 뒷자리 좌석인 우리에게까지 도착했다.
「나는 ( )다.
( )하며,
( )하는 것이 목표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 ) 같은 노력을 할 것이다.」
상당히 추상적인 내용이구만...
뭐라고 채워야하지?
장래희망에 대해 묻는 질문만큼 애매한게 또 없는데..
요즘 어른들은 이해를 못하는듯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마땅한 정해놓은 꿈이 없다.
요즘 세상에 직업이란게 어디 한 두개인가.
정해진 꿈이 없으니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학과가 아닌 내신과 수능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상당히 심오한 질문의 프린트가 아닐 수가 없다.
"너는 뭐라고 적을거야?"
나의 프린트를 보면서 먼저 말을 걸었다.
...
...
왜 답이 없지?
"..."
짝꿍이 대답도 하지 않고 팔로 프린트를 가리며 뭐라뭐라 적고 있었다.
그래라.
나도 내꺼 적으련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수업이 끝나기 3분 전이다.
아직 다 못적었는데...
"아까 선생님이 짝꿍이랑 상담해도 된다고 하셨지?"
"그렇지?"
"그럼 이것 좀 봐줘."
「나는 ( 카붕쿤을 좋아한 )다.
( 카붕쿤을 사랑 )하며,
( 연인이 되어 사귀 )하는 것이 목표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 카붕쿤에게 고백 ) 같은 노력을 할 것이다.」
심장이 멈췄다.
숨도 제대로 안 쉬어진다.
"어때?"
그녀가 얼굴을 숙이고 볼을 밝히며 내게 묻는다.
"어떻게 내 이름을..."
이런 문장을 보고 나온 첫 마디가 이런거라니.
병신인가.
"좋아하는 사람 이름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어?"
뜨끔.
"그래서, 어때?"
"엄청.. 잘.... 썼어..."
내 빈약한 어휘력이 저주스럽다.
헤헤헤 하고 배시시 웃으며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최고의 미소로.
"내가 봐도 잘 쓴거 같아."
심장이 미어진다.
좋은 의미로.
수업 종료의 종이 울렸다.
그녀는 내 프린트도 뺏어 선생님께 제출하고 다시 돌아와서는,
"그럼 같이 어디 놀러갈까? 자기야?"
하며 내 손을 잡아챘다.
"아까 오늘은 친구랑 하교하고 놀러간다 했잖아"
내가 질문했다.
"맞아. 남자친구."
그녀의 너무나 아름답고, 눈부시고, 수줍어하는 미소에 나는 반박도 하지 못하고,
그저 같이 손을 마주잡고 교문을 나섰다.
꿈 내용이라 일반에 쓸까 하다가
소설 형식으로 쓰고 창작에 던짐
생애 첫 창작이니까 귀엽게 봐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