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명의 인원. 정확히는 사람 일곱에 기계가 둘이지만.
회의실은 비교적 많은 인원이 들어찼음에도 조용했다. 누구도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헉...허억, 헉, 켁! 드, 들어왔습니다! 지...지각인가?"

벌컥 하고 요란하게 문이 열리고 구둣발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정적을 깬다.

"수고 많았네, 유나양. 그리고 미안하네, 지부 임무를 마치자마자 호출해서 말이지."
"아, 아니 아니! 엄연히 회사인데 사장님 호출씩이나 되면 와야지. 그리고 그.... '소식'도 들었구..."

장발의 마녀 코스프레를 한 소녀가 주변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호출의 이유는 듣지 못했지만 아마 그 '소식'때문일 것이다, 라는걸 불러모인 이들을 보며 눈치챘을 것이다.

"모두 모였군. 바쁜 와중에 자네들을 한자리에 모아 미안하네."

유나라고 불린 소녀가 의자에 앉자 유일하게 의자에 앉지 않은 이, 사장이 입을 열었다. 정확하게는 검은색 상자같은 기계의 표정 역할을 하는 LED 화면의 이모티콘이 움직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끼릭끼리릭

사장, 로봇의 캐터필러가 소음을 내자 그에게서 가장 가까이에 앉아있던 안대녀가 이마를 책상에 괴며 '하아, 기름칠 해놓으라고 말한다는걸 깜빡했네.'라고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야할지 모르겠네."

집게만 달린 가느다란 팔이 자신의 머리쯤 될 본체 윗쪽을 두드린다.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지만 위트있게 꺼내던 사장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어차피 다 어느정도 눈치는 까고 있는거 아닌가? 논의해야할 일이 있다면 빠르게 처리하는게 그 애들을 위해서라도 좋을 것 같다만."

중년 남성이 가볍게 손을 들고 의견을 피력한다. 이곳에 모인 이들 중 유일한 비능력자인 4소대 부소대장 강민우였다. 이 중 누구보다 약한 그였지만 그런건 그에겐 아무 문제도 아니다.

"....그래, 알고는 있지만 자네의 말이 맞아. 이거, 실례했군. 서둘러 시작하도록 하지."

건조한 그의 말이었지만 사장은 수긍하고 책상을 톡톡 쳤다.

"부탁하네, 수연양."
"네, 사장님."

정장을 단정히 차려입은 안대낀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장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사장이라는 신분이었지만 사장이 존재하는 한 그녀는 최측근 비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그럼 브리핑하겠습니다. 우선 모두들 아시는대로 여기 코핀 컴퍼니에서, 무사고 고수익 회사로 이름이 나기 시작한 이 회사에서 금일 처음으로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작은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자 테이블 위로 홀로그램 사진이 생겨났다.

"아인양은 오늘 1소대 용병으로 투입되어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1소대에서 교란 목적의 선봉대에 배치된 그녀는 심도 10에 해당되는 이면세계까지 다이브, 침식코어에 도달했으나 스캐빈저라 불리는 해적집단에 맞서 교전 중 사망했습니다."

홀로그램의 사진은 아인의 프로필이 담긴 채용서. 아인이 직접 써야하는 란에는 귀여운 낙서들이 한가득했다. 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던 회사에 처음으로 담게 된 이는 이 어린 아이였다.

"그래서, 죽은 아이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저희를 부르신건가요? 조금... 하찮군요. 어린 나이에 요절한건 안타깝지만 스승님께서도 고전하신 곳에 병력과 자원을 투자하는 데에는 그것보단 좀 더 확실하고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겠는데요."
"나유빈, 너...."

부사장이 어금니를 깨문다. 그녀의 오랜 동료였던 사내, 나유빈이 얼굴에 음영을 드리우고 도발적인 태도를 보이니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다. 그 역시 회사의 엄연한 사원이고 현재는 그의 강력한 능력을 인정받아 10소대의 소대장을 맡고 있지만 언제든지 서로 적이 될 수 있는 복잡한 관계다.

"기다리게.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주게나."

도발에 걸려들려는 부사장을 가로막으며 사장이 말을 이었다.

"자그마한 부탁을 하기 위해서 자네들을 이 자리에 부른 것일세. 사장과 사원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서 말이지."
"앗, 아빠, 나는 사람이 아닌데 괜찮겠어? 아, 아니, 지금은 타이탄 할아버지 대리니까, 할아버지는 사람이 아닌데 그런 부탁도 괜찮아?"
"시그마양, 지금은 엄숙한 자리이니 자중해주세요."

딴지걸려는 자칭 딸, 시그마의 시도는 이수연이 적절히 무마시켰다.

"흠흠, 지금 당장 좌표 48의 스캐빈저를 물리치자는 의미가 아니네. 물론 우리 회사가 헤쳐나가야할 관문 중 하나이지만 지금은... 그 아이의 시체와 유품을 수습하는데에 집중하고 싶네. 나의 실수로 일어난 일인만큼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속죄 방법이라고 생각하네."
"전투의 부담은 좀 줄겠지만 결국 비슷한 소리 아닌가요? 부대를 소모하는 이유에 대한 적당한 대답은 아닌 것 같네요."

나유빈은 사장의 말에도 스탠스를 유지했다.

"사원 복지에도 어느정도 신경쓰시는건 알고 있습니다만 이건 잘못했다간 회사 전력에 큰 타격이 될 수 있겠죠. 전투를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죠? 잠시 조사해봤습니다만 스캐빈저라는 무리는 꽤 호전적이더군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덕에 함선끼리의 백병전도 서슴지 않는다던데요. 이번에 희생자 한 명으로 끝났다는건 운이 좋았다고 밖에 할 수 없어요. 격퇴를 할 수 있는 확실한 전력이 되지 않는 이상, 저는 이 부탁, 거절하도록 하죠."
"희생이 두렵다는 말인가?"

떠날 생각으로 자리를 일어난 그를 붙잡은 것은 그의 옆자리에 깍지를 끼고 앉아있던 흑인 남성의 말이었다.

"희생 말인가요? 그깟 해적쯤은 상대하는덴 문제 없습니다. 다만 고작 인정에 호소하는 작전에 희생을 감수하고 싶진 않다는 뜻이지요."
"희생은 어느 작전에나 다 있다. 적은 보수로 고위험도 작전을 하고 싶진 않다는 소리는 그저 이해타산적인 겁쟁이의 호소로밖에 들리지 않는군. 어른으로서 어린이의 슬픔을 위로해주기 위해 발품 파는 것이 너는 아까운가?"
"하하,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시는 것 같군요. 이미 그 쪽은 스캐빈저의 땅입니다. 그냥 모른척 소매치기처럼 슥 손만 넣다 뺀다고 유품 탈환이 성공할 리가 없다고요. 희생 같은 단어는 합당하지 않죠. 어설프게 갔다가는 줄초상입니다, 줄초상. 회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떠신가요, 레지날드 준장님?"
"그만, 그만! 자네들의 의견은 잘 알겠네. 이를 드러내고 싸우는건 그만두게나. 나는 반대 의견도 충분히 존중하는 입장이네. 사람의 목숨은 한 개니까 말일세."

목소리를 높인건 사장의 스피커였다.

"모든 사원들에게 강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걸 믿어주게. 반대자에게 어떠한 제재나 불이익은 없을 거라고 맹세하지. 나는 오히려 여기서 지원자를 추려서 태스크 포스를 꾸리려는 것 뿐이네."
"뭐, 그럼 저는 더 볼일 없겠군요. 가봐도 될까요?"

그의 말에 나유빈은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가도 좋네, 유빈군. 와줘서 고마웠네."
"별말씀을요. 그럼."

나유빈이 나가자 잠자코 있던 1소대장 힐데와 부사장이 크게 한숨을 쉰다.

"얘기가 지체돼서 미안하군. 혹시 또 태스크 포스에 반대하는 인원 있나?"
"자기? 그런 질문을 소대장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발상은 좀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데?"

7소대장, 매혹적인 미소를 흘리며 알렉스가 한마디 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각 소대장들이 자신의 소대원들에게 본 사항을 설명해주고 편성이 가능한 인원들에 대해 금일 자정까지 보고를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알렉스의 말에 사장은 부사장을 올려다보고 부사장은 그가 할 말을 대신 전하는 것으로 짧았던 회의는 끝이 났다.
....회의가 맞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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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츠바이가 주인공 맞나요????

2. 그 저가 회사 회의를 해본적이 없어서리...

3. 제약: 스캐빈저, 젊수연, 젊유빈, 침식체, 리플레이서, 콜라보캐는 사용 안하고 미션수행

4.노근본 회사 소대장 목록

1소대장 힐데, 부소대장 에델
2소대장 루미, 부소대장 서윤
3소대장 이수연, 부소대장 주시윤
4소대장 베로니카, 부소대장 강민우
5소대장 타이탄, 부소대장 시그마
6소대장 유나, 부소대장 박현수
7소대장 알렉스, 부소대장 린시엔
9소대장 킹, 부소대장 신지아
10소대장 나유빈, 부소대장 릴리

8소대는 태스크 포스 소대
6소대는 지부임무 소대며 유나가 용병으로 자주 차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