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이! 여기서 뭐하고 있어?"

낯익은 소녀가 츠바이의 손목을 잡는다.

"어, 어?"
"왜 그래, 바보 같이. 정마알~ 츠바이는 맹한 구석이 너무 심하다니깐. 잊었어? 오늘 오빠랑 놀이동산 가기로 했잖아."

츠바이의 손목을 붙잡은 소녀는 뒤도 안돌아보고 달렸다. 붙잡혀있으니 그녀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빨리 가야해. ■시까지 오빠가 기다린댔어! 츠바이, 네가 여기서 어물쩡거리면 오빠는 시그마랑 가버릴걸?"
"누구....야? 너, 누구야?"
"아이, 정말!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됐다, 됐어. ■■이야, ■■. 대답해줬으니까 얼른 달리자, 응? 너도 어제부터 오빠랑 놀이동산 가고 싶다고 엄청 떼썼잖아?"

내달리는 소녀에게서 낯익은 금발이 찰랑거린다. 끈으로 묶여있는 양갈래 머리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 하다.

"기, 기다려~!"

일단 앞서가는 아이가 급하게 달리니 혼자 남기 싫었던 츠바이도 달렸다.



"헉, 학, 헥, 다 왔...어, 츠바이."

생각보다 멀지 않았던 듯 얼마 안가 소녀가 멈췄다. 그다지 힘들만한 거리도 아니었건만 소녀는 가쁜 숨을 몰아쉰다.

"괜찮아?"
"윽, 무, 물론이야. 푸핫, 츠바이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내가 힘들 순 없지."

여전히 돌아보지 않는 소녀. 츠바이는 그녀의 등을 두들겨주며 주변을 돌아본다. 아까는 몰랐지만 안개가 자욱해 먼 곳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길 잃지 않고 잘 왔는지 두 소녀의 앞에만 큼지막한 놀이동산 입구, '머신갑 랜드'라는 이름이 무지개 모양으로 장식된 입구가 보였다.

"오, 오빠는....?"

소녀가 말한 것과는 달리 그녀들의 '오빠'는 보이지 않았다. 안개에 뒤덮인 을씨년스러운 놀이동산을 어른 없이 들어가기엔 두 소녀는 겁이 좀 있었다.

"비엔베니따, 인비따또. 방문하신건 두 분이신가요?"

낯익은 마스크의 덩치 큰 남자가 기척도 내지 않고 나타나 그녀들을 반기자 츠바이의 손이 저도 모르는 새 소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

"오빠는?"

소녀의 당돌한 질문에 남자는 마스크의 턱 부분을 매만진다.

"오빠? 흐음.... 그렇지. 어떤 남자분을 말하는 거라면 먼저 들어갔습죠, 세뇨르."

덩치가 어찌나 크던지 남자가 두 아이에게 눈을 맞추기 위해 거의 엎드리다시피 자세를 굽혔다.
기시감과 낯익음의 공포가 츠바이의 몸을 관통한다.

"저, 저기... 그냥 돌아가자... 날씨도 안좋구 여기 이상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츠바이! 우리끼리만 온게 아니라 오빠랑 같이 온 거잖아. 집에 가려면 적어도 오빠랑은 같이 가야지!"

츠바이가 소녀의 손을 당기자 그제서야 처음으로 소녀가 뒤를 돌아본다.

역시 그녀는

"브각."

그녀가 누구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그녀는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소녀가 있던 자리에 다른 물건이 세워졌다.

"손님, 저희 놀이동산은 키가 작으신, 혹은 어린 손님들의 입장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다음에 다시 찾아와주십쇼, 크흐흐흡."

마스크의 사내가 내리찍은 흑색 망치를 들어올리자 붉은색의 고깃덩어리가 마치 죽처럼 흘러내려 땅바닥을 뒤덮는다.

"츠....바...이.....어디....있...어...? 앞이... 보...이...지....않아...손....잡...아....ㅝ....."

소녀의 목소리가 반죽에서 들려온다. 그녀의 잔해에서 튀어나온 눈알이 바닥을 구르다 멈춰서선 츠바이를 응시한다. 남은건 츠바이가 잡고 있던 소녀의 팔 뿐이다.

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츠바이는



"꺄아아아악!!! 우우으, 으헝, 흐어어어어엉~"

깨어난 금발의 아이가 겁을 잔뜩 먹고는 울어제낀다.

"아인~ 아이인~"

파트너. 가족. 친구. 언니.
이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이름 역시 그녀의 입을 떠나지 않는다.

풀석

연구소 밖에선 처음 느껴보는 포근함에 츠바이는 그렁그렁 맺힌 눈물도 닦지 않고 올려다본다.

"........"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분홍색 웨이브 머리의 메이드는 상냥하게 그 커다란 가슴으로 츠바이를 품에 안았다.

"우으...메이드 언니...."
"무서운 꿈을 꾸셨나보네요. 괜찮으신가요?"
"아인이.... 아인이....!"

꿈 생각에 츠바이는 다시금 울먹였다. 그러고는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그녀의 품에 안겨 통곡했다. 어린 아이의 울음에는 슬픔과 그리움, 공포가 한데 뒤섞여있다.

"츠바이가 할머니가 될때까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게 된다면 아인을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등을 토닥이면서 메이드장이 하는 말. 철이 들 때쯤이면 그것이 황당무계한 말이 되겠지만 지금, 어린 츠바이에게는 필요한 거짓말이다, 라는 판단이었다.

똑똑똑

"네, 누구시죠?"

불청객이었다. 조용히 이대로 츠바이의 맘이 진정되길 바랬던 메이드장에게 노크 소리는 방해였으나 메이드의 사전에 거절은 없었다.

"미안, 소대장. 방해했나?"

모자를 푹 쓴 남자가 목만 빼꼼 들이민다.

"지훈씨....? 어쩐 일로...."
"그....."

남자는 메이드의 품에 안겨 울고 있는 아이를 힐끗 보고는 말을 이었다.

"회의가 끝났거든. 회의랄 것도 없었다고 대장은 말했다만.... 아마 좀 있다가 민우 대장이 소대장한테도 전달해줄 건데 지금 당장은 소대장 대신 그쪽에서 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고 말해달라 하더군."
"리스트....말인가요?"
"그래. 좌표 48에 갈 다이브 소대, 태스크 포스 편성에 지원할 인원 리스트라더군."

'좌표 48'이라는 단어에 그녀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주인님의 지시인가요?"
"주인... 아, 사장 말이지. '지시'가 아니라 '부탁'이라고 대장은 강조하더군."

단어의 의미를 곱씹어본 메이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후에 부소대장님을 찾아뵙고 자세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응, 리스트는 오늘 자정까지니까 대충 그 전에 찾아가 봐."

대화가 끝나자 침묵이 찾아왔다. 바로 떠날 줄 알았던 남자가 그 상태 그대로 어느새 울다 지쳐 잠들어버린 아이를 보고 있단걸 눈치챈 메이드장이 물었다.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아니, 별로."

여러가지 감정이 무표정 사이로 새어나오는게 티가 났지만 그는 이내 다시 모자를 고쳐서 얼굴을 가리곤 마지막으로 한 번, 잠든 츠바이를 쳐다보고는 떠났다. 과거가 있기에 그도 복잡할 것이다.



"아, 민우씨, 죄송합니다. 일을 떠맡겨서..."
"소대장이 메이드인데 어쩔 수 없지. 그 쪽은 소대가 아니라 회사 전체를 관리하잖아?"
"후후, 관리는 아닙니다만...."

휴게실에 앉아서 커피와 함께 종이 쪼가리를 보는 강민우에게 베로니카가 찾아왔다. 최지훈이 말했던 상황을 소대장으로서 보기 위함이었다.

"이게 무슨 종이인지는 알겠지? 지훈이 녀석한테 회의 내용에 대해서 전달해달라곤 했다만 잘 전달 됐는지는 모르겠군. 그 녀석, 낯을 가리니까 말이지."
"문제 없습니다. 그건 그렇고 다들 협조해주고 계신가요?"
"그래, 다들 사람이라 그런지 너무 인정이 넘쳐서 탈이다. 오히려 말려주고 싶다니깐. 이 사람들, 카운터도 아닌데 제 몸 아까운 줄은 모르더군."
"카운터 역시도 목숨은 한 개인데 말이죠."
"내 말이."

베로니카는 다시 한 번 서류라는 이름의 종이 낱장을 살펴보고는 종이를 챙겼다.

"이대로 제출하면 되겠군요."
"아, 그런데 말이지."

일어서려는 찰나 강민우가 그녀를 멈춰세웠다.

"우리 소대에 좀 어린 녀석이 있는데 그 애도 괜찮은건가? 그보다 더 어린 애가 그리 무참하게 죽었으니 마음에 밟히는군."
"소림양... 말씀이시군요."

메이드장은 잠시 종이를 다시 펴보고는 살짝 미소를 보였다.

"주인님께서 적절한 판단을 해주실거라 믿습니다."

"아빠아아아~~~!! 메카닉 언니 오빠들은 다 가고 싶대!!"
"....이제 슬슬 리스트를 제출해야할 것 같군요. 그럼 먼저 쉬십시오."

복도를 메아리가 울리도록 뛰는 소녀의 손에도 같은 것으로 보이는 종이가 들려있는 것을 본 베로니카는 강민우에게 인사를 꾸벅 하고는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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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캐빈저 애들 말투때문에 스페인어 사전 찾아본게 레전드

2. 주인공은 츠바이, 라고 단언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아무리 봐도 아닌거같네 얘도 그냥 소재에 불과한가

3. 원래 오늘 안쓰려고했는데 왜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