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 우리 일본으로 가기 전에 이름 바꼈다는 거 들었지?

네에 뭐… 대충은요

나는 '야나기 미나'고

선배는 '아키야마 시류'라는데?

시류? 사룡(死龍)이라 시류인가 보네요
그나저나 스승님은...

그대로네요

꼽냐

다들 본인들 이름 뜻은 알고 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리 이름 뜻이 뭐야?

미나 씨는 '유미나'에서 유 자가 '버들류(柳)'자인데 그걸 일본식으로 읽으면 やなぎ(야나기)라서 '야나기 미나'인 것 같고,
시윤 씨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일본으로 귀화한 한국인들, 즉 한국계 일본인 성씨 중 아키야마(秋山)씨가 많은데(주로 추 씨) 그래서 '아키야마 시류'인 것 같아요
시류는 시윤 씨에게 깃들어 있는 힘에 떡밥이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 추성훈의 일본명이 아키야마 요시히로
※ 아키야마 미오라는 캐릭이 그래서 한동안 2ch에서 재일조선인 떡밥이 돌기도 함

뭐야 생각보다 별 의미 없네

그럼 아키 네 성인 히로세는 뜻이 뭐야?

저는 '넓을 광(廣→広일본식 간자체)'자에 '여울 뢰(瀨→瀬일본식 간체자)'를 써서 히로세랍니다
한 마디로 '넓은 여울'이라는 뜻이죠

이런 식으로 일본인들의 성씨는 대체로 자연물의 이름이 많이 들어가는데 다 이유가 있답니다

동서양 불문, 옛날에 성씨라는 건 지배층이나 갖는 특권 비슷한 것이였고, 일본도 마찬가지라 1868년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일본 평민 계층은 성씨가 없었답니다
그러다가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화 정책 중, 평민성씨필수의무령(1875년) 시행하려고 할 때 평민들에게도 성씨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막상 성씨를 지으려고 하니 애매하자 거주지 위치 혹은 직업을 물어보았고, 사는 곳 혹은 직업이 성씨가 되었답니다
예를 들면
마을에 한 가운데 살면 나카무라(中村),
밭 한 가운데 살면 타나카(田中),
우물을 기점으로 위쪽에 집이 있다면 이노우에(井上),
마을 곳간에서 일하면 사쿠라(佐倉)
이런 식으로.

하다하다 너무 특징이 없자, "네가 좋아하는 게 뭐냐?"라고 물어서 "과자 좋아하는데요?"라고 해서 성씨가 과자(菓子; 카시)씨인 사람도 생겼답니다
※ NHK 일본의 희귀성씨 스페셜 발췌

그렇다면 카토(加藤)나, 이토(伊藤), 아베(安倍), 스가(菅) 같이 자연물이 없고, 해석이 불가능한 성씨는 뭐냐고요?

눈치 빠른 분들은 미리 눈치채셨겠지만 귀족 성씨에요
그것도 헤이안 시대(794~1185(?), 1192(?)) 이전부터 있던 꽤 오래된 귀족 성씨.
특히 등나무 등(藤)자가 들어가는 성씨 들은 역사가 깊은데, 우선 후지와라(藤原)라는 성씨는 고대 일본의 개혁중 하나인 다이카 개신 이후 왕이 최측근이었던 신하들에게 '후지와라'라는 성을 하사하였고, 그 후 후지와라 가문이 분가를 할 때마다 사토(佐藤), 카토(加藤), 인토(印藤), 이토(伊藤) 등 이런 식으로 분가를 했기에 등나무 등(藤)자가 들어가면 귀족 성씨라고 생각하면 된답니다

그런데 왜 귀족 성씨인 사토(佐藤)가 일본에서 가장 많은 성씨냐고요?
아까 이야기했다시피 평민성씨필수의무령 이후 답이 없을 정도로 괴상한 성씨가 많이 나와 당시 추산 20만 개가 넘는 성씨가 등록되자 안 되겠다 싶은 메이지 정부는, 몇 갠가의 성씨를 예시로 보여 주며, 예시로 나온 성씨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는데 그 중 사토(佐藤), 스즈키(鈴木) 두 가지를 많이 택하게 되며 일본에는 사토, 스즈키 씨가 가장 많은 성씨가 되게 됐답니다

그 외에도 카네(金)가 들어간 성씨(金本 카네모토, 金山 카네야마 등)는 일본으로 귀화한(주로 김씨들이 귀화할 때 성씨) 한국인들의 성씨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 꼭 그런 건 아님

나만 그냥 히루데인건 불공평해
나도 재팬식 이름 지어줘

애초에 스승님은 서양출신이니까 상관 없잖아요…

치사하게 너희들만 재팬니즈 네임 갖고! 나도 지어달라고!

하아 참…

힐데 씨는 '혼노지 히루데'가 어떨까요?
本能寺라고 쓰는데
좋아!! 뭔가 멋져! 수연이한테 자랑하러 가야지!!

근데 왜 소대장은 혼노지라고 한거야?

왠지 힐데 씨를 보면 '혼노지의 변'이 생각나서요…
※ 혼노지의 변: 1582년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 아케치 미츠히데가 혼노지라는 절에서 오다 노부나가를 '배신'하고 반란을 일으킨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