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면세계.
현실 저편, 차원의 경계를 넘은 곳이며 현실을 점차 침식해나가는 미지의 세계.
일반적으로는 카운터라고 불리는 특별한 능력자나 한탕을 위한 용병들이 차원함선을 타고 공간을 넘어와 특별한 자원인 이터니움을 채굴하러 오곤 하지만 차원심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욱 위험한 차원생물 '차원종'과 모든 것을 침식하는 강력한 침식파 때문에 일반적으론 낮은 심도에서의 채굴과 정보 수집, 맵핑등이 진행되곤 했다.
일반적인 이터니움 채굴이라고 한다면 1-2 심도를 뜻하며 간혹 기업 차원에서 채굴작업을 한다고 하면 차원종의 상대나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카운터를 고용해 심도 4까지 들어가곤 한다.
그 이상은 일반적인 기업들 사이엔 발을 들이는 것도, 정보를 모으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금역이라고 불린다.
"..정말 그게 나타난다고? 글리치."
"그렇다니까 두목! 내가 두 발에 땀나게 뛰어다니며 긁어모은 알짜배기 정보라고!"
푸슈-!
경박하게 떠들며 대답하는 글리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내뿜어지는 증기에 손을 휘적거리며 연기를 날려보냈다.
차원 심도 10
보통 사람이라면 발을 들이미는 것만으로 파동처럼 퍼져나가는 침식파의 간섭에 의해 미쳐버리고 순식간에 몸의 원래 형태를 잃고 차원종이 되버릴 정도의 깊이.
이정도면 인간이 아니라 차원종에게도 침식파의 영향이 미칠것이다.
실제로 마치 우주의 척박한 행성을 보여주듯 황량한 공간에는 지지직 거리며 붉은빛과 보라빛의 침식파동이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 미쳐버린 공간에 버젓이 존재하는 거대한 한 시설에서 대화를 나누는 자들이 있었다.
"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뭐, 난 약탈과 피가 끓는 싸움이 준비되어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이지만."
3m가 훌쩍넘는 키에 전신을 감싼 강화복, 평범한 인간은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은 로켓추진기가 달린 거대한 망치를 어깨 한쪽에 떡하니 올려둔 사내, 로조는 그렇게 말하며 작게 그르릉 거렸다.
다른 형태의 강화복을 입은 작달만한 사내인 글리치를 포함해 다른 기술자 및 전투원들이 속한 차원해적 스케빈저는 이곳에 '적응'하게 되었다.
아니 그렇게 되어졌다.
"그래서..어쩔거야? 두목."
"진화의 확실한 가능성을 발견했는데도 움직이지 않으면 살아있는 의미가 없는 셈이지."
이 눈앞의 거대한 기체, 이볼브 원에 의해서.
처음에는 이런 공룡같은 크기의 오버테크놀러지로 무장한 기계가 아닌, 평범한 체구의 여자였던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에는...
'꽤 오래 전 일이라 생각이 안나는군'
가장 강한 자가 두목이다.
스케빈저의 가장 단순하고 몇 없는 철칙 중 하나.
그렇다.
이면세계의 기술과 인간의 몸을 기계로 대체한 반인반사이보그 집단인 스케빈저를 위해 납치한 평범했던 한 연구원은 어느 순간 이런 거대한 기계덩이로 변해 자신들을 이끄는 두목이 되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반발도 많고 모두가 비웃었지만 '그녀'가 전 두목을 2초만에 바닥의 핏자국으로 만들었을 때는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그 후 두목은 스케빈저의 신체, 기술력을 미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차원해적인 자신들보다 더 잔혹하고 무자비한 손속까지
그렇기에 얼마 되지도 않아 모든 스케빈저의 충성을 얻을 수 있던 것이다.
무엇보다 두목이 스케빈저에게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크레딧 이터니움 각종 식량과 금은보화는 전부 너희들이 나눠 가져라."
"내가 원하는 것은 나 스스로의 진화뿐이다."
그리고 기계이면서 끊임없이 진화한 두목이 아주 오랫동안 찾아다닌 소재가 있었다.
고위 카운터가 침식체가 되고 사후에 남기게 되는 특별한 이터니움.
얼터니움이라는 명칭이라고 두목이 말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까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그것에 대한 데이터가 있다면 자신의 지식과 기술로 얼마든지 다루고 만들 수 있지만,
정작 그 데이터를 위한 얼터니움을 구하는게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이봐, 깡통.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지간히 상념에 잠겨있던 탓인가 글리치는 로조의 가슴을 툭치며 말을 걸었다
스케빈저 기술병과 전투원들이 분주히 짐을 옮기고 있고, 두목은 어느 새 예전보다 한층 개량된 마타도르 함선에 자신의 몸을 스스로 적재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그저 앞으로 생길 약탈과 전투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자 글리치는 경박하게 웃으며 로조의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
"그래 그래 깡통. 난 또 내가 달아준 제 3의 심장이 너를 감정적으로 만드는줄 알고 걱정했잖아 푸하하!"
그러면서 한참을 웃어재낀 이 놈을 향해서 오른손에 쥔 망치를 내려찍을까 하고 잠시 고민했는데 글리치 놈은 이크 이만 가봐야지. 라고 하며 순식간에 함선쪽으로 달아나버렸다.
로조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그를 따라갔다
약탈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1이랑 이어지는 내용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