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뇌파 용병 존 메이슨은 마크 핀리를 만나기 위해 어느 카페앞에
섰다. 선뜻 들어가기엔 너무 팬시한 분위기가 그를 가로막는 듯 했다.
아니, 좀 일반적인 카페도 있는데 굳이 이런 곳에서 보자는 이유가 뭐야?
"마녀 카페에 어서오세요!"
시원한 향기를 풍기는 주황색 머리 마녀가 활기차게 인사한다.
마녀카페라니, 그 친구 취향이 참..
"아, 스마트 가이, 여길세!"
"나 참, 이런 낯뜨거운 카페에 잘도 오는군 그래."
존은 의자를 꺼내 마크의 맞은 편에 앉는다. 수염 덥수룩한 건장한
남성 둘이 마녀 카페의 조그만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는 데에 주변 시선이 집중되는 것 같았지만 베테랑 용병과 정보국 직원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프로다운 사나이들이었다.
"블랙버드, 자네가 마녀 페티쉬가 있다는 건 상상도 못했군.
뭐 물론 나도 미시 페티쉬가 있긴 하지만..."
"마녀 페티쉬? 그게 무슨 소린가? 나는 여기 오므라이스가 딱
내 스타일이라 오는 것 뿐인데, 아. 마침 왔군."
본의 아니게 페티쉬를 일방적으로 공개해버린 존의 똥씹은 표정을
뒤로 하고 마크는 입맛을 다시며 스트레가 카페 특제 오므라이스를
영접할 준비를 마쳤다. 그럴듯하게 생긴 계란 부침 위엔 케찹으로
뭔가 요란하고 매니악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아니, 내꺼는?"
"자네것은 자네가 시켜야지."
이딴 걸 친구라고 생각했다니.. 존은 부아가 치밀었지만,
허기를 달래기 위해 메뉴판을 집어 들었다. 돈도 안정적으로
잘 버는 자식이 한 번쯤 사줄 수도 있는거지 쪼잔하기는...
"흐음, 나는 이 'M.C 발푸르기스의 밤'에 스페셜 오더를 추가하지."
"호오, 안목이 제법인데. 스마트가이."
주문을 마친 존은 한 입도 안 주고 게걸스럽게 오므라이스를
흡입하는 마크를 보며 자신도 그대로 갚아주리라 다짐했다.
"오래기다리셨습니다, 손님. 제 자신작, 'M.C 발푸르기스의 밤'을 주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카페에 들어올 때 존을 맞이했던 주황머리 마녀가 접시를 놓았다.
음, 이건? 어디서 치약 냄새가...
존의 접시엔 청록색 소스를 끼얹은 닭요리가 놓여 있었다.
마크는 웃참 챌린지라도 하듯 얼굴을 씰룩거리며 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맛있어지는 주!문! 민트민트 뀽! 꺅, 부끄러워. 맛있게드세요 손님!"
주황머리 마녀는 쏜살같이 멀어졌고 존은 절망에 빠졌다.
민트민트 뀽은 개뿔이 ...
"자네가 그런 취향인 줄은 미처 몰랐군."
"너 임마 블랙버드, 너는 알았지?"
"발푸르기스의 밤은 맛있기로 유명한 닭요리인데, M.C가 붙은게
그거 일 줄은 몰랐네. 그리고 그, 푸흡! 스페셜 오더로 맛있어지는
주!문! 까지, 푸하하! 추가할 줄은... 나 원, 이거 이 카페를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어."
존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났다.
"아니! 스페셜 오더가 그런 것일 줄은 몰랐지! 이런 데엔 처음
와본다니까!"
"쉿, 쉬잇. 안 그래도 자네는 험상궂게 생겨서 시선을 끄는데
소리까지 지르면서 나까지 주목받게 만들지 말아주겠나?
민트민트 뀽 가이? 푸흡."
시선을 끄는 건 정장에 썬글라스까지 끼고 이런 곳에 드나드는 자네고!
존은 더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마크의 말대로 다른
손님들의 시선도, 점원들의 시선도 이 쪽을 향하는 것이 느껴져서
그만두었다. 존의 접시에 담긴 요리, 아니 가엾은 물체에서 나는
치약 냄새는 그의 식욕을 떨구는 데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냄새가 안 좋다고 해서 요리의
맛이 안좋은 것은 아니라는 걸. 두리안이, 블루치즈가 그것을 증명한다.
존은 마음을 추스리고 M.C 발푸르 뭐시기를 한 입 베어물었다.
"크악!"
"푸하하하하!"
아니나다를까 치약냄새의 그것은 치약을 발라 구운 치킨에
초콜릿을 덧입힌, 냄새 그대로의 맛이었다. 아니 왜 신성한 닭에
이따위 짓을 하는거지? 존은 자신의 불행에 폭소하는 웬수같은 놈보다
이딴 쓰레기에 낭비한 돈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취향에 안 맞나?"
마크가 너무 웃었는지 눈물을 훔치며 물었다.
"취향이고 자시고, 이건 그 영역을 넘어섰어... 오므라이스 한 입만."
"다 먹었는데."
"이런 제기랄!"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스페셜 오더로 더 맛있어 지는 주!문!
을 추가 안했으면 더 맛 없었을지도.. 푸하하하하!"
존은 진심으로 이 남자를 쏴버릴까 고민하다가, 주황머리 마녀가
전전긍긍한 눈빛으로 이 쪽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자신작이라고 했지. 하아..
***
"이야, 대단한데? 그걸 다 먹다니 말야. 이게 베테랑 용병인가?"
"우욱. 자네가 그 눈빛을 봤으면, 이러지 않고선 못배겼을거야."
"아니, 그건 자네가 보기와 다르게 선한 인물이라 그런걸세."
존은 가까스로 접시를 비웠다. 차마 남은 소스까지 먹진 못했지만,
주황머리 마녀의 미소를 띤 감사인사를 받고 나니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대에 서기 전까지는.
"뭐야? 이거 왜이렇게 비싸?"
"원래 비싼 요리에 스페셜 오더까지 하셨고, VAT가 별도에다 팁도
계산서에 추가로 들어가거든."
마빡이 마녀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손님에게 반말이라니, 한참 어려보이는 녀석이 말이야.
존의 앞에서 하악질하는 마녀의 고양이로 냥코디언을 연주하고 싶은
마음을 가까스로 참았다.
아, 장웨이한테 이 지출을 어떻게 설명해야 한담?
"이걸로 전부 계산해 주시오."
중년 카리스마 남성, 칠흑의 선글라스를 빛내며 블랙버드 마크가 카드를
악질 대머리 마녀에게 건넸다. 오늘만큼 그가 멋있어 보인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구원자.
"브, 블랙 버드 ..."
"이 정도는 친구로서 당연한 거 아닌가? 덕분에 많이 즐거웠네."
마크 자네는, 내 영원 불멸한 친구야. 존은 마음속으로 그와의
인연에 감사하고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며, 멀어지는 마크의 뒷모습에
허리를 숙여 인사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