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하라편 통합 포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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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후유는 굽이굽이 꺾인 계단을 몇 개씩 건너뛰며 통로를 질주했다.


머리 위에서 지면이 크게 요동쳤다. 저쪽은 그대로 싸움이 시작되었나 보다.

등을 떠밀어준 유미나를 잠시 떠올렸다. 정말 혼자 상대할 수 있으려나. 살짝 입술을 깨문다.

돌아갈 수도 없었다. 지금은 그녀의 비책이 무엇이건, 그게 잘 먹혀들기를 바래야 했다.


걱정은 사치. 내가 할 일을 하자.


한참을 더 뛰어내려간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슴푸레한 공동이었다. 

고어(古語)와 흡사하지만, 일본어는 아닌 문자들이 빼곡히 적힌 부적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하나하나가 푸르스름한 빛을 내뿜는 조명이기도 했다.


바닥에는 땅을 파내 그린 오망성이 깔려있었다.

봉인의 가운데는 원래라면 비어있었을 것이나, 사도가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괴기스러운 문양의 마법진이 자리를 차지했다.

그곳의 중심에 사랑하는 언니가 묶여있었다.


양 손과 발을 꿰뚫은 흉물스런 쐐기를 타고 핏방울이 똑,똑 떨어졌다.

치나츠의 피가 닿을 때마다 마법진은 불길한 보랏빛을 피워올렸다. 문양들이 호흡하듯 꿈틀거렸다.


"!!"


치후유는 튀어나가려는 몸을 가까스로 붙들었다. 크게 심호흡했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냉정해지려 애쓰는 머리가 짓누른다.


봉인은 아직 유효해. 그러니 언니는 아직 살아있어.


마음을 다잡는다. 어딘가에 분명히 적은 있다.

최후의 파수꾼은 아마 일찍이 겨루었던 그림자. 여기가 결전의 장소다.


눈매를 날카롭게 좁힌 치후유는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다.

봉인의 다섯 꼭짓점은 본래라면 모두 점멸하는 형태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중 세 개가 컴컴했다. 두 개의 빛 중 하나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네 번째 지진이 멀지 않았음이 확실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검을 뽑아들어 쥐었다. 언제라도 휘두를 수 있도록 전신에 전투감각을 끌어올린 상태로 조심스럽게 나아간다.


언니에게 가는 길은 도약한다면 겨우 한순간. 그러나 적의 모습이 아직 보이지 않았다.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애써 달랜다. 신중해야 한다. 자신이 허무하게 당해버리면 그때야말로 언니는 죽는다. 


세 걸음, 네 걸음. 식은 땀이 주륵 흘렀다.

온 신경을 칼날처럼 곤두세우고 걸음을 뗀다. 다섯 걸음.


"나나하라냐."


어둠 속에서 불시에 적이 솟아올랐다.

흰 가면 속에서 타오르는 붉은 눈빛. 군데군데 갈라진 피부 사이로 보이는 흉측한 보라색 속살.


과거에는 가문을 위해 싸웠던 명예로운 전사였을 것이나, 지금은 흉측하게 타락한 그림자. 

저것은 밑바닥까지 떨어졌음에도 그녀를 웃도는 실력을 가졌다.


치후유는 가장 자신있는 일격을 뿜어낼 수 있는 위치에 검을 두었다.


"비켜라. 침식체."


"배제하겠다."


선공은 그림자로부터였다. 그녀보다 한 호흡 빠른 움직임이었다.

번쩍. 동굴을 밝히는 검광이 터져나왔다. 나나하라류가 자랑하는 발도술.

범인은 눈으로 쫒기 힘든 속도지만 치후유는 반응했다. 그녀에게는 익숙한 공격이었다. 서슴없이 검을 내질렀다.  


챙. 금속이 울리는 소리. 두 검극이 정확히 맞닿았다. 뒤늦은 대처였지만 그녀는 그림같은 묘기를 성공해냈다.

노리는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기에 부릴 수 있는 기예였다.

수십, 수백, 수천. 그보다 더 많은, 억에 필접하는 횟수를 반복했기에 몸에 완전히 각인되어버린 기술.


검을 회수하는 그림자를 추격하며 반격한다.

시작은 눈감고도 펼칠 수 있는 삼연격. 적도 당연히 어디를 공격할 지 알고 있을 것이기에 변칙적으로 몰아친다.


깡, 깡 깡. 반응했다. 따라왔다. 한 끗 차이로 그림자가 막아낸다. 충격을 견디지 못한 외피가 좍 터져나간다.

후둑, 인간의 피와는 다른, 추악한 보라색이 흐른다. 물론 공격이 성공했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저것이 입은 타격은 사람으로 치면 고작 생채기일테니.


숨을 몰아쉬며 자세를 잡았다.

이 그림자가 도달했던 경지는 그녀와 거의 같았다. 혹은 조금 더 위거나.

그렇다면, 인간인 치후유는 지치지 않는 괴물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순간 수세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다시 공격을 이어간다.

쉼없이, 비를 퍼붓듯 사방에서 후려치고, 찌르고, 베어낸다.


조악한 카운터 능력은 전투에 무용. 그러니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육체와 무기를 강화하는데 집중시킨다.

급격하게 빠져나가는 CRF는 거리가 벌어질 때마다 보충한다.

대강 혈관에 꽂아넣은 정제액이 온 몸을 타고 흐른다. 파도가 치듯, 급격히 가까워졌던 한계가 멀어진다.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했다. 카트리지가 몇 남지 않았다.  


나비처럼 우아하게 날아서, 

떨어지는 꽃잎같이 섬세해서는 해치우기 힘들다.


나나하라류는 그런 검술이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더. 더 사납게. 나비와 꽃을 날름 집어삼키는 불꽃처럼. 

몰아쳐야한다. 전부를 불살라야한다. 


"하앗!"


이를 악물고 기합을 내지른다.

모든 변칙적인 수를 동원한다. 겨뤄왔던 강맹한 상대들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검로를 바꾼다.

그래도 적은 따라온다. 세 번 공격하면 세 번 전부 반격해온다. 터무니없이 강하다. 너무 강하다.

공격과 반격이 시간차없이 교환된다. 허공에 불꽃이 튄다. 순식간에 수십합을 더 겨뤘다.


계속해서 주도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쪽은 치후유였다. 

그러나 호각세를 이루는 가운데 조금씩 피해를 보는 쪽도 자신이었다.

반응속도가 느려지고 있었다. 공격은 막히고, 반격은 허용한다. 어느새 군데군데를 베였다.


초조함이 뭉게뭉게 솟아오른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어느새 밀리고 있었다.

조급했다. 망가진 몸뚱이를 약물로 속여 싸우고 있는데다 언니의 목숨도 인질잡혔다.

차선책을 생각해야 하는지 모른다. 치나츠와 떨어져 있는 거리를 어림짐작한다.


여전히 크게 한 번, 도약하면 충분했다.

그러나 가로막은 적을 마주하면,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언니에게 도달하기 전에 틀림없이 베일 것이다.


잡념의 틈새로 작게, 어린아이가 속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경배하자. 경배해. 응? 경배하자. 그럼 전부 해결될 일이야.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CRF는 계속해서 보충되고 있다. 이것은, 이전에 남은 후유증.

벌써 시간이 꽤 지난 걸까. 타임 오버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지러움에 퍼붓던 공격의 기세가 한 풀 꺾였다. 그림자는 그 찰나를 놓치지 않았다.


비대해져 흉기에 가까운 팔이 휘둘러졌다. 베었다. 거의 잘려나갈 정도의 유효타였다. 

그러나 뒤에 숨어있던 이 빠진 검이 진짜 노림수였다. 매서운 찌르기.

장도를 붙잡은 그림자의 육신을 힘주어 밀어낸다. 자세가 무너진다. 황급히 궤도를 꺾는다.


푸카각. 서로의 엇나간 힘에 의해 금속이 밀려나는 소리.

치후유의 검을 빗겨나간 그림자의 것이 번뜩였다.


겨우 몇 초가 될 까 말까한 순간에서 비롯된 미세한 흔들림은,

달인끼리의 싸움을 결판내기에 충분했다.


서걱.


살이 베어지는 섬뜩한 소리.

 

치후유는 바닥을 뒹구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워치가 채워진 익숙한 팔.

그녀의 왼팔이었다. 


핏줄기가 거세게 솟구쳤다. 시뻘건 피가 한쪽 얼굴을 뒤덮었다.

한 발 늦게 따라온, 이루 말하기 힘든 고통이 정신을 힘껏 후려갈겼다.


"으아아아아악!"


세상이 빠알갛게 물든다.

비명을 지르는 뇌를 속닥이던 데시벨이 증폭된 메아리가 감싸안는다.

잠식한다. 작은 속삭임이 순식간에 성난 군중들의 고함으로 바뀌었다.


경배, 경배. 경배하라. 경배해! 모셔라! 섬겨라! ㄱㅕㅇㅂㅐㄴㅎㅏㄹㅏ!


째깍 째깍. 째깍째깍째깍.

바쁘게

돌아가는

시곗바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경배해! 경배하라고!

재잘거리는 꼬마가, 날선 목소리의 남자가,

울부짖는 소녀가, 탄식하는 노인이 한 입을 모아 소리지른다.


너무 시끄럽다. 머리가 울린다.

땡그랑. 귀를 막아보려 칼까지 집어던진다. 소용없다.


어라. 왜 한쪽밖에 못 막지?

아.

나 팔이 없었지.

무릎으로 더듬더듬 기어간다.

내 팔.

팔이 있어야 해.

사람의 팔은 두 개. 그게 상식이잖아?

헤헤. 히히힛. 이히히히.

그렇지? 그렇잖아.

떨어진 팔을 허겁지겁 주워올렸다.

어떡해. 벌써 더러워졌어.

붙, 붙여야 해.

어떡한다. 사람의 몸으로는 못 하는데.

아하.

가 되면 가능하겠지?

그래. 그러자.

쉽잖아. 경배하자.

위대한 목소리에. 


공포에 물들어 탁해진 눈이 사방을 혼란스럽게 훑어본다. 나약한 육신을 벗어나야 한다.


마침,

적당한 것이 있었다.


길다란 장도를 찾았다. 왜 바닥에 이런 게 있을까. 아무렴 어때. 다행이다.

날을세워목에가져다댔다살이베어져주륵하고피가배어나온다이대로긋자그럼구원이찾아와나는■림■로다시금피어날것이다


 

기의

내리

길에서 




정말 우연히.

정신을 잃은 언니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우뚝, 손이 정지했다.


언니의 눈 색이 뭐였더라?


파랑.

한여름의 파랑색.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태양을 받아 맑게 빛나는 파랑.


세상이 번쩍였다.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의 섬광이 끈적하게 퍼지던 어둠을 몰아냈다.

 

광기가 황급히 자취를 감춘 머리는 깨끗했다. 몸의 상태를 확인했다. 최악. 더는 제대로 싸울 수 없다.

 

그렇구나.


거짓말쟁이, 못된 아이. 겁쟁이에게.

해피엔딩은 허락되지 않았나 보다.


마음을 전달할, 한 번 더! 같은 찬스는 없었다.


나는, 여기까지.

 

그래도 아직 할 수 있는 일은 남았다.

여기에 오기로 결심했던 때부터 각오했던 바.


결단은 참으로 냉정하게 내려졌다.

장도를 줍는다. 무겁다. 이렇게 무거웠나. 똑바로 세웠다. 흔들렸다. 균형 잡기 어려웠다.

상관없다. 딱 한번이면 되니까. 목표를 확인했다.


준비하는 것은 가장 묵직한 일격.

우아하고 섬세한, 나나하라류의 검술에는 어울리지 않는 검.

짐승이 깨물어 부수듯 우악스럽게 몰아치는 일격.

 

얼굴조차 본 적 없는 아버님의 기술. 저 그림자는 알 리가 없는 것.


익숙하지 않은 보법을 밟는다. 크게 도약한다.

멍하니 서있던 그림자가 움찔, 하며 검을 내뻗는다.

두 날붙이가, 돌진하는 몸이 서로 교차했다.


가로로 길게, 그리고 힘껏 내리긋는 십자 베기. 외팔로 내려쳤음에도 손에 확실한 느낌이 왔다.

성공. 성공이었다.


불행히도 적의 공격 또한 마찬가지였다.

 

배. 가슴. 목. 감정없이 발해진 세 번의 검격은 확실하게 치명상을 입혔다.

 

돌진한 기세 그대로 바닥을 뒹굴었다. 좌락. 으드득.

얼굴부터 짓이겨지듯 구른다. 


정신을 좀먹던 메아리는 사라졌다. 

뿐만이 아니다. 뇌가 파업을 선언했는지 고통이 느껴지질 않았다.

고요해졌다.


헤헤. 다행이야. 다행? 어? 다?행?인가? 모르겠어.

언니는? 왠지 몰라도 눈이 한쪽밖에 보이지 않아 불편했다.

세상이 온통 새빨갛다. 애타게 언니의 모습을 찾았다.


치나츠를 구속했던 쐐기는 밑둥부터 썩둑 베어졌다.

미처 받쳐주지 못해 찬 바닥에 누워있었으나 언니는 구속에서 해방되었다.

손발에 입은 상처는 카운터니까 금방 나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지막에 내리그은, 바닥을 길게 가른 검이 마법진을 양단했다. 불길한 빛이 사그러들고 있었다.


다행이야. 성공했구나.

 

그제서야 자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엉망이었다. 믿음직했던 다리는 제멋대로 널부러진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철벅. 철벅. 몸 밖으로 쏟아져나오는 선혈이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륵, 그륵?"

 

목구멍 가득 피가 역류했다. 억억거리며 토해낸다. 숨쉬기가 답답하다.

다리를 굽히려 힘겹게 뻗은 팔에 길쭉한 것이 주륵,하고 딸려왔다. 뱃속이 불편했다.

선홍빛의 무언가. 뭘까. 아하. 내장일까?


힘이 쭉 빠진다. 드러누웠다.

철퍽. 몸이 웅덩이에 잠기며 핏방울을 사방으로 튀겼다.


혼자서는 언니를 구해내지 못했다.

그래도 봉인은, 언니의 목숨은 보전했다. 있는 힘껏 발버둥쳤다. 잠깐의 시간이라도 벌었다.  

나머지는 뒤에 올 사람들에게 맡기자. 그들이라면 꼭, 늦지 않게 와줄거야.


스스로 끝까지 해내지 못한 것이 못내 분했다.

어쩌면, 이기적인 겁쟁이였던 자신에게는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을까.


점점 사고가 뚝뚝 끊어져간다.


컴컴해지는 시야 한 구석에서 희끄무레한 무언가가 움직였다. 마치, 뱀의 비늘같은.

찰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요함을 깨뜨리는 여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뭘까.



모르겠다. 졸립다. 춥다. 미안해. 미안해 언니.



아. 부디, 언니가 집에 무사히 돌아가실 때까지 눈을 뜨지 못했으면.

이런 꼴인 날 보지 못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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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기다려준 챈럼들이 있다면 너모 늦어서 제송함미다.....

일이 노무 많어서 그으만...이마저도 쫒기면서 쓴거라 퀄리티 개똥망이라 제송합니다...

세 편 정도 남았는데 주말에 퀄리티 좀 끌어올려서 하나 갖고오도록 일단 노력해보겠읍니다...

더 손봐서 올리고싶었는데 일단은 올림 내일쯤 모자란 부분들은 고치든지 할게!


개추댓글 언제나 카운터 고맙읍니다!


(9.24) 이직한 직장 첫 프로젝트가 이제야 마무리단계라 겨우 여유가 좀 날거같음

쓰긴 거의 다 썼는데 일하면서 부분부분 쓴거라 맘에 안드는게 너무 많고 수정할 부분이 너무 많어서...

일단 한번 갈아엎고 새로 쓸 부분좀 쓰고 하면 이번주내로 한편 올릴수있을것같음  

호옥시 기다리는 게이들있다면 진자진자 제송하고 꼭 써갖고오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