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그대로 등을 돌려서 깔깔거리는 침식체를 보면서 같이 미친 듯 웃었다.
내가 침식체가 됐다니. 곧 이성이 사라지고 여기서 배회하면서 다른 먹잇감을 노리면서 살겠지.
마지막까지 곱게 죽여주지 않는 이 세상의 신을 저주하면서 같이 웃는다.
“미쳐버리기라도 했어? 인간, 이제 죽을 생각에 공포로 맛이 가버렸나봐?”
아무래도 침식체는 자신을 따라 웃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그래도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고양감 덕분인지 웃음이 떠나지는 않았다.
살벌하게 칼날들을 자신의 머리 위에 띄우고는 언제건 죽일 것이라는 표시로 손 끝을 겨눈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면서 웃기다는 듯, 옆에 걸어둔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냈다.
“눈이 어떻게 된 거 아니야? 날 봐. 침식체잖아? 맛이 간 건 너인 것 같은데.”
재밌다는 듯, 남자는 깔깔 웃으며 침식체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의미 없는 저항이었다.
한발 두발. 계속된 사격에 침식체는 남자가 자신을 조롱한다고 생각했는지 인상이 구겨진다.
권총의 장탄 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적어도, 마지막은 인간 답게 죽고 싶었다.
적어도 이 보잘 것 없는 소원은 신이 들어주길 바랬다.
딸도 그렇게 말했었지. 하고 남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야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침식된 것 같이 새까맣고 창백한 팔을 들어서 품 안에에 넣어둔 딸아이의 사진을 가볍게 누른다.
“아빠도, 우리 딸 만나러 갈게.”
손에 쥔 권총이 그 어느 순간보다 가볍게 느껴진다. 침식체를 노리던 총구를 돌려서 자신의 관자놀이를 조준한다.
방아쇠를 당기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오르카를 못만나는건 아쉽지만, 이걸로 정말로, 이제야 끝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이가 총알을 때리는 소리를 시작으로 딸아이와의 추억이 찰나의 순간을 길게 늘이며 눈 앞을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아픈 뒤, 아무것도 안느껴져야 할텐데...
얄궂게도 인간이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총알이 납작해져선 바닥을 굴렀다.
충격은 전해지는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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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침식체와 나 사이에, 있을 수 없는 게 나를 보며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보고싶었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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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보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