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도서관
1장 머리말
책 대부분에는 머리말이 있다.
그 머리말에는 대부분 작가나 어떤 사람이 독자에게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아니면 어떤 마음으로 이 소설을 적었는지 알려준다.
만약에 나의 이름이 제목으로 되어있고 나의 삶이 내용인 소설이 존재한다면 그 첫 장의 머리말에는 어떻게 적혀있을까?
도시의 길거리의 벚꽃잎이 떨어지고 장미와 여름의 바람이 불어오는 5월의 어느 날이었다.
20살의 나는 무작정 일자리 포털사이트를 뒤져보고 1차 서류전형은 대부분 통과했지만 전부 면접에서 항상 떨어진다.
면접관이 하는 마지막 질문에 도저히 답변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본 회사에 들어가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돈이 필요해서요."
"아. 잘 들었습니다. 다음 47번분."
나의 두 눈앞에 3명이 탁자에 앉아서 이력서를 보고 답변을 잘해나가던 나의 모습에서 형식적으로 하려고 했던 마지막 질문에 나는 순간적으로 웃는 표정에서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나의 불합격 사유다.
채용공고에서 솔직하게 말하라고 해서 솔직하게 답변했는데 왜 떨어진 것일까?
공교롭게도 이런 모습으로 불합격할 때의 공통점이 한 가지 더 있다.
면접들은 끝이 날 때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나의 면접이 끝나고 면접 본회 사에서 나가면 해 질 녘인 오후 5사에서 7시 사이에 전부 끝난다.
그 시간에는 낮의 하늘이 품고 있던 푸른빛이 태양과 어둠에 물들어 붉으면서 보랏빛 하늘로 변한다.
그렇게 아무런 직업을 구하지도 못하고 다시 채용사이트를 뒤져보는 도중 무언가 특별해 보이는 제목을 발견했다.
`황혼의 도서관에서 사서를 구합니다.`
나는 무언가 이끌리듯이 이상하게 조회 수가 하나도 없는 그 제목을 클릭했다.
하는 일(시간): 오후 1시에서 5시까지 도서관 안에 읽는 책 중에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 안에서 읽으면서 1시간 동안 그 도서관의 관장과 자신이 읽은 책을 이야기하면 됩니다.
채용 기간:채용 이후 1년(협상하여 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급여:5,000,000원(월급)
주의점: 아프거나 일을 못 하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반드시 출근해야 합니다.
사서 일에 관해서 평생 다른 이들에게는 철저하게 비밀로 해야 합니다.
3번 이상 일에 충실하지 못하면 모든 기억이 소멸하고 다시는 이 일에 지원할 수 없습니다.
이 장소로 출입할 때 휴대전화는 휴대할 수 없습니다.
업무에 열정이 있으셔야 합니다.
지원방법:아래의 주소로 간단한 자기소개와 사진을 보내주세요.
구직인원:1명
`황혼의 도서관` 1명의 사서를 구한다는 내용의 사이트 광고.
도서관의 주인이라는 별명으로 적혀있는 게시글은 글에서 딱딱함이 느껴졌다.
조금은 수상하게 느껴지는 주의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간단히 생각하면 그저 5시간 동안 책을 읽고 1시간 동안 이야기만 하면 엄청난 금액의 월급이 들어온다는 아주 매력적인 제안이다.
어렵지도 않고 그저 책을 읽으면서 돈을 버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나는 정말 친절하게 게시글에 있는 지원서양식이 있어 편하게 적을 수가 있었다.
쉽고 빠르게 적다가 이 지원서양식에 내가 지원한 회사 면접관이 공통으로 물었던 마지막 질문과 다른 마지막 질문에서 나는 막혀버렸다.
-황혼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의도를 알 수 없는 질문에 면접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 나는 답변란에 똑같은 대답을 적을 수도 없었다.
결국, 답을 적지 못하고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적고 보내버리고서는 하루가 지났다.
뜻밖에 빠르게 결과 문자가 왔다.
문자에 제목조차 없었다.
-오늘부터 출근장소로 출근하시면 됩니다.
저는 1층 관장실에 있습니다.
출근장소는 링크에 있습니다.
구인광고부터 시작해서 합격통보까지 기계가 보낸 것이 아닌가 싶은 정도로 딱딱했다.
링크를 누르자 잔잔한 음악이 흐르면서 문자나 구인광고와는 다르게 예쁘게 정성 들여서 꾸민 어떤 블로그 같은 페이지로 넘어간다.
천천히 화면을 스크롤 해본다.
흰색 배경에 외롭게 적혀 있는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장소는 당신이 출근하는 시간 10분 전 공지되는 장소 옥상으로 올라가면 문 보이게 될 것입니다.
문을 열면 출근장소입니다.
오늘의 장소는 당신이 졸업한 고등학교의 학교 옥상입니다.
열쇠는 우편함에 있으니 열고 올라와 주세요.
휴대전화는 가지고 오지 말아주세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졸업한 성인보고 고등학교 옥상에 왜 들어가라는 건지 모르겠다.
일단 속는 셈 치고 나름 깔끔하게 옷을 갖춰 입고 공지된 장소로 향한다.
오랜만에 등교하는 기분도 잠시.
나는 올라가자마자 현실과 마주쳤다.
학생 시절에도 평생 올라가는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학교옥상에 졸업하고 정장 차림으로 덩그러니 혼자서 있다.
만약에 들킨다면 평생 후회와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못 들 것 같다.
손목시계로 시간이나 본다.
오후 12시 47분
3분 뒤면 나의 일할 장소가 마법처럼 생겨야 한다.
여기서 이런 옷차림으로 다시 빠져나갈 용기도 생기지 않는다.
3년 같은 3분이 지나고 시계가 50분을 가리킨다.
아무 일도 안 생기자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그렇지."
그 순간이었다.
학교옥상 문에서 빛이 난다.
나는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고 뜨자 들어온 학교옥상 문이 고전풍의 나무문으로 변해있었다.
이걸 카사에 문학으로 접합시키련느데 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