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 https://arca.live/b/counterside/31689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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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마천루로 가득 찬 도시의 텁텁한 공기.
그것을 하늘에서 쏟아져 내린 빗방울이 정화하는 느낌이었다.
“......참 뭐 같은 도시야.”
에이미가 중얼거렸다.
와인을 연상케하는 붉은 와이셔츠와 흰색 넥타이를 조합하고.
그 위에다 블랙 정장을 위아래로 빼 입은 상태.
그걸로도 모자라 플래티넘톤의 긴 가발까지 뒤집어써서, 이미지를 완전히 일신.
거기다 컬러 렌즈까지 낀 상태였다.
그렇게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20대 OL로 변한 그녀는 누가 봐도 에이미 퍼스트윙이 아니었다.
* 참고한 이미지

“동감이야.”
그런 그녀의 말을 받아준 이는…….
뭐, 그냥 이지수였다.
평상시의 안대는 머신갑이 공수한 특수한 컬러 렌즈로 대체했다.
이쪽은 에이미와 반대로, 정석적인 흰 와이셔츠와 붉은 넥타이를 조합.
거기다 검은색 정장을 걸쳤다.
추가로 말하자면 그녀의 경우......
예상보다 인상이 강하다 보니 아예 머리 색마저 염색을 통해 플래티넘 톤으로 교정하고, 그걸 포니테일로 정리했다.
어차피 눈에 띌 거라면, 염색을 통해 머리칼에다 시선을 집중.
얼굴 그 자체에 대한 인상착의를 조금이라도 분산시키자는 게 그 이유였다.
* 참고한 이미지

그렇게, 평상시와 전혀 다른 인상을 확보한 이지수와 에이미.
그녀들은 상당히 대형 서류 가방을 오른손에 쥐고 거리를 걸었다.
그들은 지금 과거에는 경기도라 불렸던 행정 구역의 일부, 현재는 KS그룹의 지배구역.
KS-005-Subscector-Alpha를 걷고 있다.
에이미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탄성을 내뱉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죄다 개목걸이를 걸고 있네?
이야~ 봉급 노예들도 힘들겠어.”
“사원증을 개목걸이로 표현하지 마.”
그렇게 답한 이지수는 자신이 목에 찬 목걸이를 톡톡 건드렸다.
“......우리가 목에 차고 있는 걸 생각해보라고.”
사실 노예라는 명칭은, 오히려 관리자의 여자라는 증명으로, 특수 제작된 초커를 목에 찬 2명에게 어울렸다.
거기다 저쪽이 봉급 노예라면, 이쪽은……
생략하자.
“여기는 기업의 지배구역이야. 그걸 잊지 말자고.”
거대한 마천루 곳곳에 있는 KS그룹의 계열사인 KS SECURITY.
거기서 고용한 무장 인원들이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혀를 함부로 놀리다 그들과 불필요하게 엮일 수는 없었다.
KS SECURITY의 무장 경찰을 힐끗 확인해, 그들이 둘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한 이지수.
그녀는 작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도시에 거주가 허용된 주민은 KS그룹의 직원이거나, 그 협력사에 속한 인원뿐이니까.”
그렇게 설명하며 이지수는 시선을 올렸다.
저 멀리서, 한창 개량작업을 진행 중인 『방벽』이 눈에 들어왔다.
저 방벽 바깥에서.......
인간은 스스로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이유야 많다.
침식체나 침식파에 노출될 수도 있고,
동포의 습격이 있을 수도 있고,
전기와 식수, 의료 시스템 등의 미비 또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침식체부터 시작해 그야말로 모든 것이 인간을 압박해온다.
저 장벽은 문자 그대로 삶과 죽음의 경계선인 것이다.
거기에 힐끗 시선을 준 이지수는 목표 지점까지 50m 정도 남았다는 걸 확인했다.
“그나저나 목표 지점에 다 왔어. 준비해.”
비가 오면서 작동 중지한 분수대.
거기 서서 두 명은 접선하기로 한 인원이 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은?”
“7분하고 21초 전이야. 넉넉하게 왔군.”
에이미가 초커를 통해 뇌에 전송된, 간이 스캔 보고를 공유했다.
“CCTV 위치에는 변동 없어. 뭐, 추가됐는데 스캔에 안 걸린 거면......”
“그땐 그게 우리 운이겠지. 아무리 그래도 지금 상태에서 그 장비에 그런 완벽함까지는 기대하지 않아.”
네 탓하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는 의미.
이러니저러니 해도 두 명은 오랜 시간, 수많은 임무를 함께 해온 동료였다.
“역시 넌 좋은 녀석이야. 빡통아.”
“...그 빡통 소리 좀 그만할 수 없나?”
하지만 에이미의 말 속에 담긴 친밀함을 헤아린 이지수는 딱히 그녀를 향해 뭐라 하지 않았다.
그렇게 기다리길, 약 2분.
이지수의 눈에 그들을 향해 접근하는 정보원이 보였다.
“찾았다. 12시 방향.”
“휘유~ 약속시간 5분 전이라. 매너를 아시네.”
남성치고 상당히 긴 머리를 포니테일로 묵은 남자가 왼손에 꽤 큰 서류 가방을 든 채 천천히 접근 중이었다.
182cm라는 큰 키.
그리고 약속대로 검은 트렌치 코트에 중절모를 입고서, 약속한 무지개색 우산을 들고 오는 그는 퍽 눈에 띄었다.
그런 그가 접근해오자, 이지수는 품에서 담배를 꺼냈다.
그리고 몸을 더듬으며 무언가를 찾다......
『마침』 그들의 곁을 지나가던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실례합니다, 신사분. 정말 죄송합니다만, 『불』 좀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러자 중절모에 선글라스까지 착용함으로써, 인상착의를 확인하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친절하게 느껴지는 그가 답했다.
“물론이죠, 마드모아젤. 잠시만 기다려주시길.”
잠시간 몸을 더듬으며 라이터를 찾던 그에게 에이미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제가 잠시 가방 들어드릴까요?”
“고맙습니다.”
그렇게 서류 가방을 전달받음과 동시에 한 발짝 움직임으로써, 자연스레 우산으로 CCTV의 시야를 가린 에이미.
약 10초 후.
2명의 숙녀와 1명의 신사는 자연스레 인사를 교환하며 헤어졌다.
이후, 비를 피해 근처 카페로 들어간 2명.
“어서오세요, 고객님~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핫초코, 아이스 말고 따뜻한 걸로 부탁하지.”
“난 벤티 사이즈로! 딸기 쉬폰 케이크 한 조각도 잊지 말라고!”
“......둘 다 벤티 사이즈로. 딸기 쉬폰 케이크와 치즈 케이크 각각 1조각씩.”
“예! 고객님! 주문 확인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들은 사전에 소개받은 대로, CCTV 개수가 부족하여 사각이 생기는 자리들을 확인했다.
“이야~ 하필이면 날씨가 이래서 힘들었다니까~ 물에 젖은 생쥐 꼴이잖아, 이거?”
입을 경박하게 놀리면서도 재빠르게 2층 창가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를 확인한 에이미.
CCTV의 사각지대이면서도, 동시에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는 자리를 빠르게 확인하고서 이지수를 그리로 이끌었다.
우선, 2명은 전달받은 『불』의 내용물을 확인하기로 했다.
이지수가 들고 있던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USB 포트에다 꼽은 2명.
훑어본 자료의 내용 자체는 짧았다.
하지만 그 내용 만으로 충분했다.
정확히, 알짜배기 내용만 간추렸으니까.
“이야~ 일처리 마음에 드는데?”
“동감이야.”
에이미가 코핀 컴퍼니로, 정확히는 이수연이 생성해놓은 기간 제한이 딸린 일회용 메일 주소로 자료를 전송했다.
-부사장 언니~ 확인 완료했어. 자료 보낼게.
이걸 확인하면 이수연이 정보원에게 약속된 금액을 보내겠지.
“그럼 일어날까, 빡통아?”
“흥분한 건 알겠는데, 아마추어처럼 굴지 마, 원숭이.”
마침 벨이 울렸다.
이지수는 그 벨을 쥐어 들며 일어섰다.
“기껏 주문했는데, 받지 않고 일어나면 이상하게 보일 거 아냐.
안 그래도 지금 이 가게 사람이 없는데.”
“그래그래~ 수고해~”
“뭘 혼자 앉아 있겠다는 거야?
같이 내려가서 받아와야지!”
그렇게 받아온 핫초코로 몸을 녹이며, 이지수와 에이미는 잠시간 과거를 회상했다.
머리 속으로.
(입 밖에 내는 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했다.)
강나영(여전히 그녀들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이 사살 당한 후.
두 명은 최대한 신속하게 브로커를 추적했다.
그리고 정말 다행스럽게도, 두 명은 자신만의 안전 가옥에서 은신 중이던 브로커를 적보다 먼저 확보할 수 있었다.
......
......
그리고 중개업자를 입막음하러 보내진, 언더 그라운드의 어중이 떠중이를 학살한 에이미와 이지수.
그녀들은 그대로 자신들이 새로 사귄 『친구』에게 자상하게 물었다.
“이봐, 허튼짓 할 생각하지 마. 손가락이 마디마디 잘려나가고 싶은 건 아닐 테지?”
피로 물들여진 바닥에 주저앉은 상태에서, 기특하게도 소변을 참아낸 브로커는 고개를 열심히 흔들었다.
“그래그래, 브로커 아저씨. 우리 빡통이 괜히 열 받게 하지 말라고.
얘 빡대가리라서 빡치면 앞뒤 안 가리고, 진짜 손가락 마디부터 잘라댈 거야.”
“......”
“”자, 의뢰인 놈의 연락처 어딨어?”“
널부러진 내장, 거기서 흘러나온 오물.
그 사이에 서 있는 두 명을 잠시 번갈아 본 중개업자.
“후우~ 빌어먹을. 어쩔 수 없구만. 저기 테이블 보이지, 아가씨?
서랍, 오른쪽 아래에서 세 번째. 비밀번호는 7979야.”
그렇게 해서, 브로커가 제공한, 친구에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선의를 받아든 에이미 퍼스트윙과 이지수.
그녀들은 이렇게 친절한 친구에게 잠시간의 『보호』를 제공하기로 했다.
물론 처음에는 그녀들의 실력을 의심했던 브로커였지만......
“저기... 나 그냥 놔주면 안 되겠나?
자네들에게 필요한 정보는 그 안에―――――――”
서걱!
“――――보호를 제공해줘서 고맙네.”
이지수가 콘크리트와 그 안의 철근을, 손 한 번 까닥이는 것만으로 통째로 절단하는 묘기를 보여주자, 브로커는 곧바로 그 의심을 접었다.
‘그 녀석이 생각보다 유능해서 운이 좋았지.’
언더 그라운드에서 중개업자로 일하며 살아남는 데는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이 세 가지 있다.
의뢰를 물어올 능력
그렇게 물어오는 의뢰의 사정을 파악하여 이게 함정이 아닌 지 확인할 능력
......말해놓고 보니 둘 다 인맥으로 귀결되는데 아무튼.
참고로, 용병노릇하고 싶다는 하루살이들은 넘쳐났으므로 그쪽 관련 능력은 그리 큰 필요 없다.
굳이 말하자면 안목 정도?
아무튼, 그런 놈 답게, 빌헬름 팀이나 강뭐시기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갖고 있던 브로커.
그가 수집한 정보 속에는, “의뢰인”의 뒤에 있는 조직.
그리고 그 조직과 손을 잡은 기업도 있었다.
좀 더 정확히는 “그 손을 잡은 기업이 어디인가?”에 대한 추측.
그리고 그 추측 일부나마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였다.
여기서부터는 사실상 2명의 역량을 벗어난 영역이었다.
그렇기에 대신, 관리자가 나섰고.
그 많고 많은 Tripple Star의 경쟁 업체 중, 어느 그룹이 이번 일을 사주했는가에 대한 추측 만으로 충분했으니까.
마침내 그가 가진 정보력을 투사할 방향이 정해진 셈.
그리고 그가 정보력을 투사한 결과가 지금, 두 명의 손에 들어온 USB였다.
36시간 후.
『KS Phenix』.
Tripple Star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Tripple Star Electronics』와 경쟁 중인, KS 그룹의 핵심 계열사.
그들이 조성한 중 하나인 KSSK-HYNIX-003 연구소.
초전도체를 연구 중인 이곳은 상당한 규모의 연구소였다.
그런 만큼 시큐리티도 상당히 엄중했다.
......적어도 높으신 분의 머리 속에서는 그럴 터였다.
KSSK-HYNIX-003이 위치한 연구단지.
연구 단지 전체를 둘러싸 고압 전류가 흐르는 펜스.
그리고 단지 내외를 오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출입로를 감시하는 1차 경비소.
그 앞에 승용차가 정차했다.
차의 유리문이 내려가며 운전을 맡은, 플래티넘 톤의 머리가 인상적인 여성이 사원증과 서류를 내밀었다.
“협력사인 NICO COMPANY에서 온, 수지 리(Sueji-Lee)라 합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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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이상하게 전개되는 거 같다;;;;
시험치고 하다보니 본래 생각했던 엔딩도 잊어버렸고....

그래도 열심히 써봤어!
재미없는 글을 읽어줘서 고마워!

참고로, 빡통이랑 원숭이가 이번 화에 위장한 옷은 소전에서 마일리랑 마일로가 입었던 옷을 이미지했음
내가 정장 알못이라 다른 게임 옷 좀 빌려왔다
중간에 넣었던 이미지 출처는 이거임(https://www.girlsfrontline.co.kr/archives/43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