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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음집






지옥



뱀의 초원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서 그곳을 본 미나토의 감상이었다.




마치 지옥에서 올라온듯한 침식쐐기들

세는게 무의미한 침식체의 숫자

그리고 공기로 느껴지는 따가운 침식파


이곳이 CSE5레벨 지역이라는게 여실히 느껴지는 부분들이었다.



치나츠는 그런 광경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은채 냉정하게 아래를 바라보았다.



"저기 보이는 곳이 저희의 목표인 함선입니다."


치나츠가 가리킨 방향에는 침식체가 단 한마리도 없는 지역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곳의 중앙에는 푸른색으로 칠해진 함선이 웅장하게 위치해있었다.




"사전에 계획한대로 움직이죠. 제가 함선쪽으로 이동할테니 위험하시겠지만 치후유와 미나토님은 침식체들의 이목을 이끌어주시길."



치나츠의 몸 주위에 세찬 바람이 흘러나온다



"그러면 건투를."


그녀의 발걸음이 신호탄이 되어 각자 맡은 일을 실행하러 떠났다.





치나츠가 떠난 방향의 반대쪽에서 미나토는 시위에 화살을 매겨 하늘을 조준했다.



"그럼 미나토님의 신호에 맞춰 진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치후유는 침식체들의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미나토의 손에서 화살이 떠나고, 이윽고 화살은 거대한 태양이 되어 하늘을 비췄다.


"지금이에요! 치후유씨!"



미나토의 외침을 신호로 치후유의 전방에 있던 침식체 9마리가 머리를 잃고 쓰러졌다.



"작전대로 서쪽으로 이동하겠습니다. 미나토님 엄호를!"


다급한 목소리를 끝으로 치후유는 서쪽으로 침식체를 베며 유인했다.




미나토는 멀리서 치후유가 움직이는 방향에 있는 침식체를 저격했다.




간혹 원거리 공격수단을 가진 침식체가 미나토에게 공격을 해왔지만 미리 그것을 포착한덕에 크게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이정도라면 할 수 있어..!'




전황은 썩 나쁘지 않았다.


초원에 있는 침식체의 대부분은 1종이었으며 간혹 보이는 2종은 보이는 족족 죽었다.


이대로라면 무리하지 않고 귀환이 가능했다.


분명 그래야 했을터였다.




"버러지들의 발버둥이 썩 나쁘지 않구나."




목소리가 들린곳을 보자, 머리는 사람 몸통은 뱀의 형상을 한 침식체가 하늘 위에 떠 있었다.





"다만 절박함이 부족하군."





침식체의 손에 붉은색을 띄는 구체가 만들어지고



"절망해라."




그대로 치후유에게 던져졌다.



"피하세요!!"





미나토의 절박한 외침을 들은 치후유가 급하게 고개를 돌려 구체를 확인했지만



"늦었도다."




구체는 폭발해 큰 구멍을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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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고르디우스 전대가 사용하던 함선의 봉인된 구역에 도착한 치나츠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럴수가....."



뱀을 막고 있어야 할 문은 어디로 간지 보이지도 않았고 공허하게 빈 방만이 치나츠의 눈에 보였다.


바닥을 둘러보자, 여기저기 찢겨지고 태워진 흔적이 남은 부적만이 존재했다.



그렇다


뱀은 이미 봉인을 풀고서 탈출한것이다.




"이건 말도 안돼...."




치나츠가 절망한 그때 그녀에게는 익숙하면서도 무언가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나나하라가의 당주님이시온지요."



치나츠가 목소리가 들려온곳을 보자, 치나츠는 이번에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사나에....님?"



그곳에는 반쯤 침식이 되어있는 하야미 사나에의 모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분명 당신은 가문에 계셨던게 아니신가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 연합에 있었어야 할 사나에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거지?



".....저는 하야미 사나에의 모습을 빌린 그림자이옵니다. 과거 저의 가문이 저지른 과오로인해 성불조차 하지 못한 망령이지요."




"그림자...말인가요?"



사나에의 대답은 치나츠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통상적인 상식으로는 그림자는 현실의 인간을 극도로 증오하며 공격성을 띈다


그런데 어째서 사나에라고 칭하는 그림자는 이성을 유지하며 자신을 공격하지 않는것인가



치나츠는 지금당장은 자기자신을 공격하지 않는 사나에를 믿기로 했다.


만약 자신을 죽일거라면 방금 자리에서 그녀가 쥐고 있는 중화기로도 능히 가능했으리라.



"실례했습니다. 저는 나나하라가의 3대 당주 나나하라 치나츠입니다."


치나츠는 사나에라고 칭하는 그림자를 향해 인사를 했다.


"나나하라의 3대 당주님께 하야미 사나에가 인사를 올립니다."


사나에의 인사가 끝나자 치나츠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이곳이 어째서 이렇게 된지 알고 계십니까?"




그런 치나츠의 질문에 사나에는 놀라운 대답을 들려줬다.



"봉인구역이 파괴된건 15년도 더 되었습니다. 저도 이 곳을 오고서 알게 되었지요."




15년



"그럴리가....."



그렇다면 여태까지 해왔던 이들의 희생은 무엇인가


그리고 봉인을 했다고 한 이는 어째서 거짓말을 ...




"......아."




치나츠는 기억을 뒤적이며 과거 뱀의 봉인을 완료했다고 보고한 이의 얼굴을 끄집어냈다.



나가야마 히토시




나가야마의 가주였던 그가 2번의 봉인보수 보고를 연합에 했던 인물이었다.



"설마 그가...!"




처음에는 그가 연합에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가 단순한 권력욕으로 보였었다.


다시 생각해본다면 그는 뱀의 봉인 보수를 누구보다 반대해왔었다.


그런 그가 어째서인지 연합주 선출회의에서 보인 모습은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처음부터 모든게 짜여져있었군요."



"당주님. 표정이 어두우신데 무슨일이 있으신지요."


 
"아닙니다. 이제 나가봐야겠...."


치나츠가 말을 하던 중 함선 밖에서 큰 굉음이 들려오고



"피하세요!!"



미나토의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들려왔다.



=================














"호오 아직 팔다리가 붙어있구나. 꽤나 끌질기도다."







구체가 폭발한 곳에는 검을 사선으로 치켜든 치후유가 힘들게 서 있었다.



"쿨럭..쿨럭...."



하지만 그녀의 상태는 좋지 못한듯 핏물을 게워내고 있었다.




"치후유님!!"




미나토가 급하게 치후유에게 달려가고, 그게 맞춰 치후유의 앞으로는 수많은 침식체들도 몰려오고 있었다




"하하하! 이제야 좀 벌레답게 움직이는구나."





하늘에 떠 있는 침식체는 그런 그들의 사투가 즐거운지 큰소리로 웃고 있었다.



"빌어먹을!"


미나토는 치후유에게 달려가면서 급하게 화살을 쏘며 침식체의 접근을 저지했다.



"합!"



그런 미나토의 모습에 무언가를 느꼈는지 치후유는 기합을 넣은 뒤 자신에게 접근하는 침식체를 모조리 도륙했다.



"괜찮으세요?!"



다행히도 미나토는 치후유가 있는곳에 도착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황이 나아진건 아니었다.


아니 알게 된 진실이 더 크게 그들에게 다가왔다.


"나가야마 히토시..?"



치후유가 겨우 회복해 하늘을 올려보자 침식체에게서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네?"


옆에서 말한 치후유의 말에 미나토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이름은 이미 버렸다. 뱀께서는 내게 배너티라는 이름을 직접 하사해주셨지."




"네놈...."




치후유의 눈에서 말로 형용할 수 없을정도의 분노가 흘러넘쳤다






"그 눈을 보아하니 아직 경의가 부족해 보이는구나."



배너티의 주위에는 아까 치후유에게 날렸던 구체보다 2배는 큰 크기의 창이 생겨났다.



"먼저 옆에있는 버러지를 지워버린다면 경외심이 생기겠지."



손가락을 튕기자, 거대한 창이 치후유와 미나토를 덮쳐왔다.



"이런!"



미나토가 필사적으로 화살을 발사해 창을 막아보려하지만 화살들은 창에 닿자마자 덧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창이 그들에게 쇄도하기 전





"만상의 바람이여 이 부름에 답하소서."



큰 돌풍이 창의 궤도를 비튼 뒤 치후유와 미나토가 있는곳에서 멀리 떨어진곳으로 날려보냈다.



바람이 불어온쪽을 보자, 그곳에는 치나츠와 검은색 기모노를 입은 중년의 여성이 보였다.




"역시 당신이셨군요 나가야마 히토시."



"이거 나나하라의 어리석은 당주가 아닌가. 그리고 옆에는 죽을때를 놓친 망령까지. 이건 걸작이로구나."



배너티는 그런 치나츠가 우스웠는지 광소를 터트렸다.



"연합을 기만한 죄는 여기서 묻도록 하지요."


치나츠의 칼끝이 배너티를 가리키고, 그녀의 옆에있던 사나에도 거대한 중화기를 겨누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벌레들이 물어보겠다고 이빨을 들어내는 꼴을 보니 웃음이 멈추지 않는구나! 좋다. 어디한번 발버둥 쳐보도록."



배너티는 오른손을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그리고 손을 내리자



하늘은 검게 물들었다.






아니, 물들었다고 생각 할 정도로 많은 창이 하늘을 차지했다.



"죽어라."




무수히 많은 창의 비가 지상에 있는 모든것에게 떨어졌다.






검은 창은 침식체와 인간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떨어져내렸다.




"어....어?"



그 순간 미나토는 순간 수많은 창이 떨어지는 광경에 당황한 채 망설였고




"미나토님!"




미나토의 앞에는 피방울이 흩날렸다.




"치후유!!"




치후유는 그런 미나토에게 날아오는 창을 몸을던져 막아냈다.



"치후유님!"



치후유가 창에 꿰뚫려서야, 미나토는 정신을 차리고 검은 비를 요격해 나갔다.



미나토는 고개를 돌려 치나츠가 있는곳을 봤지만 그쪽도 여유가 없어보였다.




"얼마나 더 버틸지 기대해보마! 하하하!!"




검은 창의 비는 쉴틈없이 쏟아졌다.



이미 이 근방의 침식체들은 살덩어리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




"젠장 젠장!!"




화살을 쥔 검지에 피가 흐른다.


쓰러진 치후유의 복부에서 피가 흘렀다.




힘이 부족해



화살을 쏘는 미나토의 입술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몸이 산소가 필요하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직이야



비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와서 멈춘다면 내가 죽는건 물론이고 나를 위해 몸을 던져준 치후유님이 죽는다.


그것만큼은 죽어도 안된다


"           !"



쉬어버린 목에 소리가 나지 않는다


화살을 쥔 손가락에 응어리진 피가 붉어지다 못해 붉은 불꽃이 되었다.



노리는건 우리를 비웃는 침식체


꿰뚫는건 침식체의 미간



"받아라!!!"




손을 놓자 붉은색 선이 검게 칠해진 세상을 둘로 갈라놓았다




"하하하! 겨우 그딴 화살로 나를...?!"



비웃던 배너티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진다




칠흑의 비에 묻혀 사라질줄 알았던 불꽃은 꿋꿋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버러지 놈이!"



급하게 방어막을 쳐보지만 그의 바람은 방어막과 함께 산산히 부서졌다.




"말도 안...."




말을 마치기도 전 배너티의 미간에는 붉은 빛줄기가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끝없이 내리던 비가 그치고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쿨럭...."




무리하게 힘을 이끌어낸 미나토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으윽....미나토...님?"



정신을 차린 치후유가 미나토의 등을 보며 힘들게 입을 열었다.




"저는 괜찮아요. 그보다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미나토는 누워있는 치후유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제가 해야할 일을 했을뿐이니 사과는 접어두시길."


치후유는 옅은 웃음을 지어 미나토를 안심시켰다.



"다 끝났어요. 치후유."



그렇게 둘이서 대화를 하던 중 미나토가 목소리가 들린곳을 보자, 치나츠와 사나에가 와 있었다.




"사나에님...이신가요?"



"네. 과거에는 그렇게 불렸습니다."



"네?"



미나토는 사나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편 사나에와 미나토가 서로에게 얘기를 하고있을때 치나츠는 급하게 치후유의 상처를 치료하고 있었다.



"당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지켜드렸어야했는데..."


치후유는 바닥에 누운채 치나츠에게 거듭 사과를 했지만 치나츠는 이를 말렸다.



"저는 괜찮답니다 치후유. 그보다 상처가 많이 깊어요. 무리는 하지 마세요."


치나츠의 손길이 치후유의 상처에 닿자 조금씩 살이 아물어갔다.


"그러면 이제 이동하도록 하죠."


치후유의 회복이 혼자서 걸어다닐정도로 이루어지자, 치나츠는 모두에게 떠나자는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때 들려서는 안될 목소리가 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어딜 도망치려는것이냐 버러지들아."



목소리는 놀랍게도 아까 그가 있었던 하늘이었다.



"설마 그딴 공격으로 이 몸이 사라질줄 알았더냐?"



마치 시간을 되돌린것마냥 상처하나 없는 모습 그대로 있는 배너티



"이 몸은 위대하신 뱀의 사도이니라. 그분께서 내려주신 불사의 권능이 사라지지 않는한 이 몸은 영원불멸이다."



"뭐...라고요?"



치나츠는 권능이란 말에 표정이 변하며 그를 놀란표정으로 쳐다봤다.



"두려움에 질린 표정은 볼만하다만. 슬슬 질렸도다. 하다못해 그 목숨으로 마지막 즐거움을 주거라."



아까와는 질적으로 다른 창 하나가 배너티의 등 뒤에서 떠올랐다.




저건 못막는다.



그것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가 느낀 감정이었다.


미나토는 방금 공격의 반동으로 팔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치후유는 겨우 걸을 수 있을정도로 회복했을뿐 실질적인 전투는 불가능했다.


남은건 치나츠와 사나에의 그림자


안타깝게도 치나츠에게는 아까처럼 창의 궤도를 빗나가게 할만큼의 CRF가 남아있지 않았다.



"제가 막겠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수는 하나


"네년따위가 이 몸을 막겠다고 하는거냐? 참으로 우습도다."




창의 끝이 사나에에게 향했다.




"이 불충한 몸은 앞의 적을 막아보겠사오니 부디 나머지분들께서는 몸을 지키시지요."



그들의 앞으로 나선 사나에의 몸에서는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짧았지만 모시게되서 영광이었습니다."



사나에가 들고있는 검붉은색의 중화기에서 보라색 전류가 흘러나온다.



"......가시죠."



사나에의에 찬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치나츠와 치후유, 미나토는 빠르게 도망쳤다



"어딜가느냐."



창이 다시금 방향을 바꿔 떨어지려 했으나 지상에서 쏘아진 공격에 창이 부서져 흩날렸다.





"그분들에게 손끝하나 못대게 해드리지요."


"어리석구나. 다른 위대한분의 축복을 받은 자여."






천둥소리가 세차게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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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에가 시간을 끄는 사이 그들은 과거 나나하라의 기함에 들어와 몸을 숨겼다.



".....이대로 도망치는건 역시 무리겠죠?"


미나토는 팔에 붕대를 감으며 치나츠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 하지만 분명 무슨 방법이 있을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치나츠조차 말하는 내내 표정은 어두웠다.



사도


그건 단순한 데몬타입 침식체와는 격을 달리하는 존재다



그런 존재를 무슨 수로 이겨야 할지 치나츠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건 일행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서로 방법을 모색하던 그때 선내의 스피커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아 잘 들리나? 나나하라의 연합분들."



"누구시죠?"


치후유는 목소리가 나오는 스피커를 매섭게 노려봤다.



"난 이 함선의 인공지능이라네. 지금 큰 위험에 처해있는걸로 보이네만 맞나?"



스피커에서 나온 목소리는 놀랍게도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걸로 보였다.



"네?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요?"



그걸 들은 미나토는 놀라움이 담긴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물론이네. 다만 어느정도 조건이 필요해. 이야기를 들어보겠나?"




"물론입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죠."



스피커에서 들린 소리는 충격적이었다.



"먼저 이 함선에는 과거 뱀의 제압을 위해 설치되어있는 최후의 수단이 마련되어있네. 그 수단을 사용한다면 자네들을 습격했던 사도조차 지워버릴 수 있지."



"그게 가능한겁니까...?"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저 사도조차 지워버릴 수 있는 수단이라니



"말했다시피 이건 뱀과의 대적을 상정하고 만들어낸 수단이라네 그보다 못한 사도따위 문제도 되지 않아. 다만 한가지 전제가 필요하네."








"저 사도를 잠시라도 완전히
무력화시켜야하네. 하지만 자네들의 힘으로는 그것이 벅차 보이는군."





"맞습니다. 저희의 힘으로는 힘들겠죠. 하지만 어떻게든..."




"아니 그럴필요는 없네. 그래서도 안되고 말이야. 난 승산없는 싸움은 추천하지 않아."



"강해질 방법이 있네 다만 이 방법은 매우 위험하고 단 한명만 가능하지."



"희생...인건가요?"



"그렇게도 볼 수 있겠군. 시간이 필요한가?"




함선에 온 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치후유가 입을 열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위험하긴 하겠지만 방법이 이것 뿐이라면 저는 기꺼이 받아들이죠."



치후유가 앞장서서 위험한 일을 맡으려 하자, 이번에는 치나츠가 나섰다.


"아뇨 이건 당주이자 이 자리의 책임자인 제가 맡는게 맞습니다."


"아뇨 이 일은 제가 하고 싶어요."


그리고 미나토가 다시 앞으로 나섰다.



"치후유님과 치나츠님께는 정말 셀수도없이 많은 도움만을 받아왔어요. 늦었지만 이번에는 제가 하겠습니다."




미나토가 앞으로 나서자 스피커에서 다시금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간이 없으니 이 소년이 맡는걸로 정하겠네. 자네들이 잊은거 같아 말해두지만 지금 그 사도는 자신을 가로막던 그림자를 해치우고 지금 자네들을 찾고 있다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여기로 올테지."



목소리의 논리에 치나츠와 치후유는 반박하지 못한채 그저 미나토를 바라만보고 있었다.



"자네들에게는 사도의 요격을 부탁하지. 그러면 미나토라고 했나.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와주게나."





스피커에서나오는 말이 끝나고 바닥에는 유도등이 켜졌다.



"그러면 조금 있다가 뵙겠습니다."


미나토는 치나츠와 치후유에게 인사를마치고 지시등이 비추는곳으로따라갔다.









지시등의 끝쪽에는 낡은 방 하나가 미나토를 맞이했다.




"여기라네. 방을 열고 들어가서 테이블 위에있는 검붉은 상자를 열면 그 안에 검은색 장갑이 하나 있을걸세. 그걸 끼면 끝이지."



의외로 간단한 방법에 미나토는 의아함을 느꼈다.


단순하게 장갑을 끼는걸로 해결이 된다고?


"사실은 장갑을 장착하고 난 뒤에도 일이 더 있네만 그건 자네가 장갑을 끼고도 자아가 남아있다면 말해주겠네."



스피커에서 들려온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래서 결심은 변함이 없나? 정 안될거 같으면 다른 이가 대신하면 될테지."




"아뇨. 이건 제가 하겠습니다."



치후유는 자신을 위해 몸을 던져 구해줬었다.

치나츠는 자신을 위해 마음을 다해 도와줬다.





이제는 내 역할을 시작할때.




"열어주세요."



"건투를 빌지."


짤막한 음성을 마지막으로 문이 열리고 미나토는 망설임없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말한대로 방의 책상 위에는 검붉은 상자가 마치 누가 방금 꺼내놓은거 마냥 놓여있었다.



"가자."






상자를 열자, 검은 장갑이 흉흉한 기색을 띄며 미나토를 맞이했다.




장갑에는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빼곡히 새겨져있었다.


미나토는 마음을 다잡고 장갑을 손에 장착했다.



그리고 미나토는 인간의 악의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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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어


죽어버려


여긴 어디지?



수없이 많은 목소리가 미나토를 잠식해간다.




포기해버려


이번 세계도 결국 이렇게 되는건가


제발 여기서 날꺼내줘







"......"




미나토는 자신이 장갑을 착용한 후 어떤 정신세계에 들어왔다는 사실만을 간신히 이해했다.





하지만 그저 이해만 했을뿐 그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건 아니었다.




안돼


수많은 자아들에게 미나토의 자아는 점점 밑바닥속으로 끌려갔다.



이대로라면 미나토의 자아는 사라지고 말겠지.




"이것 참 신기한 손님이 왔군 그래."




그 순간 자아만이 존재하던 검은 공간에 굵은 남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행색을 보아하니 도굴꾼은 아니군."




목소리는 점점 형태를 갖추어 짧은 흑발의 남성이 되었다.




"이름을 물어보고 싶지만 이렇게 시끄러워서야 질문을 할 수가 없겠군."





남성이 손가락을 튕기자, 미나토에게 가해지던 부담감이 사라졌다.




"누구...시죠?"



미나토는 깨질듯한 머리를 부여잡고서 겨우 질문을 던졌다.



"드디어 통성명을 할 수 있겠군. 내 이름은 하야미 시즈카다.  들어본적이 있나? 꽤나 유명했는데 말이지."




"아뇨..."



미나토의 대답을 들은 시즈카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미나토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네의 이름은?"



"제 이름은 나유카 미나토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미나토의 패기있는 대답이 썩 마음에 들었는지 시즈카는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 좋은 패기야. 잠깐만 나유카 라고 했나? 그렇다면 내가 맡겨둔 검은 잘 있나?"




"그게...그 검은 제가 가지고 있지 않아서요."




"응? 그러면 검은 어디에 있는건가?"




"검은 지금의 나나하라가의 당주께 양도했습니다."




미나토의 대답은 들은 시즈카는 진지한 표정으로 변했다.



"분명 그럴만한 사람이겠지? 그래야 할거다."




"물론입니다!"



시즈카의 압도적인 태도에 미나토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대답했다.



"후..하하하! 좋아 그 눈동자를 보니 확실히 잘 넘겨준듯 하군. 자...그럼 본론으로 넘어가서, 자네도 할 일이 있으니 그 장갑을 꼈을테지?"


미나토는 그제서야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상기했다.



"지금 밖에는 강력한 침식체가 모두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 침식체를 이기기 위해선 이 힘이 필요해요."


"표정을보니 대충 알겠구만. 좋아 모처럼이니 특별히 도와주도록 하지. 기대할만한 녀석이길 바라마."



그 말을 끝으로 미나토의 의식은 반전되어 원래있던 세계로 돌아왔다.





'이야 여기도 많이 낡아버렸네.'


미나토의 머릿속으로 시즈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내가 눌러둬서 괜찮다만, 전투에 들어간다면 아까 들었던 목소리들이 들려올거다. 그때는 네가 버텨야해. 버티지 못한다면 너도 이 장갑속의 원령마냥 자아를 잃어버릴거다.'



'조언 감사합니다.'




미나토가 방을 나오자, 들어가기 전 자신을 안내했던 목소리가 그를 반겼다.



"대단하군. 그 아티팩트를 끼고도 멀쩡히 자아를 유지하다니. 그런데 안좋은 소식이 하나 있다네. 지금 함선 밖에서 사도와 나나하라의 자매들의 전투가 벌어졌다네. 아마도 오래버티지는 못하겠지."





"네 알겠습니다!"




말이 끝나자, 기다렸다는듯이 함선의 밖에서 큰 충돌음이 들려왔다.



"명심하게나 그 아티팩트는 힘을 쓸수록 자네를 갉아먹을거라는걸."


"감사합니다."


스피커에서 나온 말을 뒤로하고 미나토는 급하게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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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토가 깨어날때까지 시간을 끌어보겠다.




그리고 그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걸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겨우 그런 힘으로 이 몸을 막으려 했나? 가소로워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는구나."



다시 마주한 배너티는 마치 뱀이 허물을 벗은듯 완전히 다른 강함을 그녀들에게 보여줬다.




"쿨럭..."



배너티에게 달려가던 치후유는 팔과 다리가 꺾여 어딘가로 처박혔다.




"아직...안됩니다...."



치나츠는 배너티의 오른손에 머리가 붙잡힌채 들어올려졌다.



"지겹구나."



이내 치나츠의 복부에 검은 창이 지나가고, 그녀에게 관심을 잃은 배너티는 치나츠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그래도 뭐 버러지들 치고는 즐거웠다."




배너티가 하늘위로 손을 뻗자, 다시금 검은 창들이 생겨났다.




"이제 죽어라."





손을 내리려던 그때 배너티의 동쪽에서 큰 불꽃이 날아와 그의 오른손과 함께 하늘의 검은 창들을 지워버렸다.





"......네놈."





"헉...헉.."




불꽃의 진원지는 바로 미나토의 손이었다.


"짜증나게 만드는구나. 버러지여."




하지만 배너티의 날아갔던 오른손은 마치 시간을 되돌리듯 재생되었다.



"받아라!"



힘을 준 왼팔에 모든 힘을 쏟아붇는다.



딛고있는 땅은 이미 땅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채 부서지고 있었다.



"이것이....내 긍지다!!!"



쏘아진 화살은 붉은 빛줄기에서 원이 되고 이윽고 거대한 태양이 되어 배너티를 덮쳤다.



"호오...그 정도의 힘이 아직 남아있었나보군. 조금은 흥미가 동했다. 버러지."



배너티는 웃음기를 머금은채 이번에는 창을 날리는게 아닌 검을 왼팔에 쥐고 인공태양을 향해 쇄도했다.




"하지만 여흥은 여기까지다."



그리고 태양은 빛을 잃고 칠흑같은 어둠에 감싸여 사라졌다.



"뭐...?"



미나토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어째서 아까보다 더 강해진걸까.


"하하하! 네놈의 그 얼빠진 표정이 웃음을 멈추지 못하게 하는구나! 그래. 새로운 힘을 얻으면 이 몸은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느냐?"



배너티의 광소가 이어진다



"그럴리가! 겨우 네놈따위에게 이 몸이 무너질성 싶더냐!"



미나토는 이를 악물고 다시 화살을 시위에 매겼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포기해


이길 수 없어


우리와 하나가 되자



미나토는 힘을 무리하게 쓴 탓에 반동이 몸에 가해졌지만 개의치 않고 매겨진 화살에 힘을 실었다.




"어리석도다. 어찌하여 현실을 부정하는것이냐."




한개가 안되면 두개로

두개가 안되면 네개로

네개가 안되면 여덟개로!




매겨진 화살은 총 8개



이윽고 모든 화살이 배너티를 향해 다시금 쏘아졌다.



"이번 건 좀 위험해보이는구나."


이번에는 얼굴에 웃음기를 지운채 모조리 쳐낸 그는 하늘 위를 쳐다봤다.





화살은 페이크


진짜는 아까보다 더 큰 태양이 배너티의 위쪽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고개를 들은 배너티는 웃음을 지으며 떨엊는 태양을 향해 아까와 같이 어둠으로 태양을 삼켰다.



아니 삼키려 했다.



태양을 감싼 어둠은 이전과는 다르게 태양에 닿자마자 안개처럼 흩어졌다.




"뭣이...!"





배너티가 다급하게 회피하려고 몸을 비틀자 그의 가슴팍에 화살 두대가 날아와 꽃힌다.




"어딜!!"





포기하고 편해져


포기해




이겨내라




"아아아아아아!!!!!!!"




자아를 좀먹는 망념들을 모조리 떨쳐내버린 미나토는 마지막 힘을 모아 마지막 화살을 활에 매긴다.




화살을 매긴 활에서 금이가는 소리가나고 눈에서는 빛을 버티지 못한채 피가 나와 볼을타고 흘러내린다.




필사의 한발




"네놈!!!!"





모든걸 가볍게 끊어버릴 정도의 빛줄기가 활에서 떨어져나와 배너티의 가슴팍을 뚫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태양이 하늘에서 내려와 모든걸 집어 삼켰다.



"합격이도다."


왠지 모르게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린듯한 착각이 들었다.













"끝났...나?"



움직이지 않는 왼팔을 끌며 미나토는 멀쩡한 오른쪽 눈으로 태양이 떨어진곳을 쳐다봤다.


하지만 미나토의 직감은 그곳이 위험하다고 필사적으로 울렸다.



그리고



"진짜로 죽을뻔 했구나. 조금은 네놈을 인정해주마."




폭심지에 있어야 할 배너티는 어느새 미나토의 뒤로 돌아와




"커헉!"



그대로 복부에 창을 쑤셔박았다.




"그분의 권능이 없었더라면 위험할뻔 했군. 이제 그만 죽어라."




배너티는 복부에 꽃힌 창을 그대로 위로 올리려고 했으나 창을 잡은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어째서..?"



배너티가 방심한 그 찰나 미나토는 혼신의 힘으로 창을 잡은 그의 머리에 박치기를 한 후 그가 뒤로 자빠지자, 창을 복부에서 뽑았다.




피가 폭포처럼 쏟아진다.




"어째서...아니다! 뱀께서 나를 버리실리가 없다!"



미나토의 박치기에 넘어진 배너티는 다시금 손에 집중을 해봤지만 어째서인지 방금처럼 어둠이 나타나지 않았다.




"뱀이시여! 어째서 저를 버리십...읍읍읍읍!"



"시간이 되었군."



배너티가 발버둥을 하며 현실을 부정하던 그때 함선에서 보라색 부적들이 하나 둘 날아와 몸 구석구석에 붙었다.



"읍읍읍읍!"



"잘 가게나. 자만심에 빠진 사도여."



부적에 쌓인 배너티는 그대로 흔적도 없이 소멸해버렸다.


약속은 지켰다.


또다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거 같지만 중상을 당한 미나토는 그것을 제대로 신경쓰지 못했다.



"다 끝난...건가?"



미나토는 긴장이 풀리자,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친구들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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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뭘 하고 있는건가."



미나토와 나나하라의 자매들이 함선의 치료실로 옮겨진 뒤 관리자는 방금전까지 사도와 격전이 있었던 곳에 서 있었다.



"이유라. 그저 내 친우의 안전을 확인하러 왔을뿐 별 다른 이유는 없어."



관리자와 대화하는 이는 보라빛 머리에 왼팔에 붕대를 하고 있는 남성이었다.




"친우.라 그건 '그 몸'의 원래 인격이 바라던 일인가."



보라빛 머리의 청년은 관리자의 대답에 씩 웃으며 대답했다.




"뭐. 그렇지 그래도 꽤나 볼만한 마지막이었어. 짜고치는 연극치고는 말이야."




"자네치고는 꽤나 배려심이 깊은 일처리군."



보라빛으로 물든 붕대에서 검은 불꽃이 서서히 나와 그의 얼굴을 비췄다.



"다른놈들도 다 재미보고 있는데 나도 즐기는게 나쁜건 아니잖아?"



이윽고 검은 불꽃은 사그라들고 청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날준비를 했다.




"꽤나 많이 바뀌었군 '사타리엘'"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지않았나?"







"가문연합의 흑막 오오가미 흑막조의 오오가미 마사키다."



마사키는 그렇게 말하고는 유유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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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줘서 땡큐합니다



쓰는데 2일걸린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