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 뭐 하는 거야?
-관심 꺼라 신참, 전방주시는 하면서 뭐 하는지 물어보는 거냐?
-알겠어….
이제 신참 아닌데, 어느새 입사한 지도 일 년이 다 되어간다. 그 망할 침식재난 이후로 못 갈 거라고 생각한 학교도 가보고. 세계도 구해보고, 친구…. 는 못 구했지만. 어쨌든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우리 소대장님은 나보고 신참이라고 부른다. 저기 능글맞게 웃고 있는 저 선배는 눈을 감고 있는지 뜨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설마 투시 능력이 있는 건가? 흘끔흘끔 알몸을 훔쳐…. 보긴 개뿔 한참 나이가 있어 보이는 소대장님보다(외형은 어린애지만.) 더 능글거리는 저 선배는 아마 천년 묵은 구렁이가 의인화한 것이 분명하다.
오늘은 간단한 순찰을 나와 있다. 맨날 학교생활도 좋지만 역시 프로로서 현장에 나오는 게 더 좋다. 바쁜 소대장님을 보는 것도 이런 기회가 전부지만. 아까 하던 이야기를 마저 해보자면 우리 소대장님이 지금 좀 이상한 것 같다. 칼도 칼집에 넣어놓고 산책하는 기분으로 헤실거리고 있다(정말 놀랍게도 헤실거린다는 표현 말곤 떠오르지 않는 얼굴이다.). 한참 쳐다보다가 이상하게 여겨서 물어본 건데 돌아온 대답이 저거다. 그냥 신경 쓰지 않아야겠다. 이상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선배도 칼은 넣어두고 머리에 손을 받힌 채 걷고 있는걸 보니까 아무래도 오늘은 별로 위험하지 않은 순찰지역인 것 같다. 위험하지 않다고 해도 다이브해서 들어온 만큼 언제 침식체가 달려들지는 모르겠지만.
-신참?
이거 끝나고 뭐 먹지. 요새 사내식당도 지겨워서 외식을 즐기고 있다. 어찌 된 일인지 언니의 상태가 점점 좋아져서 비싼 이터니움 치료 횟수가 점점 줄고 있어 돈을 굳게 된 이유도 있다.
-신참.
그래 그 카페테리아에 가봐야겠다. 마녀의 식당인가? 뭔가 있다던데 맛은 잘 모르겠고 점을 잘 쳐준다고 했었다. 연애운이라도 물어봐야 하나. 뭐라는 거람.
-야!
-아 깜짝이야!
뭐야,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지금 3번이나 불렀다. 상관이 3번이나 불렀는데 대답을 안 하는 네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냐?
-불렀었어? 몰랐지 나는.
진짜 몰랐다. 대충 헛기침을 한 소대장은 한층 차분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나?
-학교생활? 뭐, 내가 최초로 트레이닝에서 3종 침식체를 잡은 학생이라던데.
이 정도면 훌륭한 거 아닌가? 부끄럽지만 전에 학교 다닐 때는 뒤에서 석차를 겨루었다. 아슬아슬하게 내가 이겼었지. 뒤에서 1등…! 까진 아니었다. 적당히 하위권?
-아니, 성적은 별로 궁금하지 않다. 그…. 너라면 출중할 테니. 그보다 궁금한 건 그거다. 그거,
-뭔데.
소대장의 귀가 살짝 붉어진다. 언제 꺼낸 건지 고개를 살짝 돌려 담배에 불을 댕기려 한다.
-스승님? 여긴 침식지대입니다?
선배가 라이터를 꺼내든 소대장을 말린다. 전장에서 담뱃불을 붙이는 사람이 다 있네.
-아, 그렇군. 정신이 없어서
무슨 정신이 그렇게까지 빠지는 거야.
-그보다 그거다
자꾸 그거래 그게 뭔데
-그…. 친구는 있나…?
?
뭐지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소대장이라면 학교생활에 친구는 필요 없다. 그저 단련하도록. 같은 말을 할 것 같은데 음, 친구는 몇 명 생기긴 했다. 은발 머리 선배랑 마술하는 여자애랑 자칭 쓰레기…. 얘도 친구인가?
-응, 전학 왔는데도 다들 잘 해주더라고. 아마 내가 프로라는 소문이 돌아서 그런 거 아닐까?
-그런가, 그럼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미나양, 스승님은 미나양이 걱정되는 모양이군요. 어찌 되었든 입학 건은 스승님이 손을 좀 썼었거든요
-그래? 근데 무슨 걱정? 맨날 “뒤처지는군. 버리고 간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인데
-스승님은 그런 사람이거든요. 그런 사람을 츤데레라고 하죠?
-츤데레….
-츤데레 아니다!
뭐, 소대장님이 츤데레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다.
-아니 츤데레 아니라고….
학교생활을 물어 봐주는 어른이라…. 왠지 가슴이 따듯해진다. 언니가 그렇게 된 후로는 이런 감정을 못 느낀 것 같은데 나를 아껴주는 걸까.
-대장 츤데레건 아니건 중요하지 않아 그래도 물어 봐주니까 고맙네.
-그래, 학교생활은 즐겁나?
-응, 즐거워. 무지!
눈앞에 전함이 보인다. 다 돌았나. 결국, 침식체는 하나도 안 나왔고. 돈 벌기 쉽네
대장 뒤를 뒤따라가니 웃는 얼굴이 살짝살짝 보인다. 오늘 기분이 좋았나 보다. 선배는 한발 뒤에 쫓아 오고 있다. 나란히 가진 않지만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왠지 이런 날이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즐거워 보이네…. 부숴버리고 싶게"
뒤에서 아주 작게 들리는 이런 말은 들어도 듣지 못한 척했지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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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놀러와 재밌게 써올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