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en Ending

1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010323

2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038064

3편 https://arca.live/b/counterside/33069223








-

꺄아아아악!!!!



외마디 비명이 귀를 찌른다.

서걱-서걱- 소리와 함께 피가 사방으로 튄다.

여자와 남자가 쓰러진다.

나는 제자리에 굳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눈앞에서 쓰러진 남녀는... 나를 죽이려 한 부모님이었다.








"허억..! 헉...! 하... 씨발..."




또 그 날이 꿈에 나왔다. 잊어버리지 말라는 것처럼 한 번씩 나와서 기분을 잡치게 만든다.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와 눈 앞에 튀는 혈흔이 아주 생생하게...

오늘도 그렇고 악몽을 꾸는 날이 많아 진 것 같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다. 


7시. 출근 준비를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다시 자기에도 애매한 시간인지라 짜증이 두 배로 솓구친다.



'내일도... 오실건가요?'



불현듯 그 말이 떠올랐다. 겸사겸사 그냥 일찍 출근하지 뭐.

... 뭔가 생각났다. 대충 아무 가방을 찾고, 옷가지 하나를 넣는다.

아침은 대충 모닝빵 하나를 집어먹는다.












"어머. 선배. 해가 서쪽에서 뜨겠어요~"

"서윤양 일찍 출근하셨네요."

"원래 이 시간 쯤 와요. 선배는 매일 딱 맞춰서 오시니 몰랐나보네요~"

"하하. 참 부지런하군요. 그럼 저는 이만."

"...?"




의외의 사람을 만났다. 귀찮게 굴길래 대충 넘어가고, 나는 사내 제일 안쪽 병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문을 여니 그녀는 병상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그리고 의외의 인물도 병실 안에 있었다.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요. 이 시간에 출근한 시윤군을 볼 줄은 몰랐네요."

"하하. 안녕하세요."

"조기출근 수당은 없는 거 아시죠?"

"잘 알죠. 그냥 오늘은 일찍 눈이 떠져서 일찍 온 거에요-"

"평소에도 이러면 정말 좋은 우수 사원일텐데 말이에요."




빙그레 웃는 부사장님의 미소에 멋쩍은 웃음으로 답했다. 그럼 일 보라는 말과 함께 부사장님이 나가고, 나는 어제 그랬듯이 간이 의자를 가져와 앉았다.

곤히 자고 있는 얼굴에 창밖의 햇살이 비춘다. 햇빛이 그녀의 머리카락에 닿아 눈부시게 빛났다. 한참을 멍하니 보던 그때 뒤척이더니 잠에서 깨어났다.





"안녕히주무셨나요? 카린양."

"어...네...?"

"다시 왔어요."

"... ..."

"왜 그러시죠?"

"자는 모습은 왜 지켜보시는거에요!!!"

"윽?!"

"언제부터 보신거에요!! 창피하게 정말!!"





다친사람맞아?!

갑자기 날아온 주먹이 팔을 강타했다. 미처 대응하지 못한 탓인지 아프게 느껴졌다.





"앗차- 카린양같은 미녀가 자고 있는데 쳐다보지 않는 남자가 바보 아닐까요?"

"시끄러워요!!!"

"어이쿠~"





다시 주먹이 날아온다. 이번에는 가뿐하게 피했다. 씩씩거리며 화내는 모습이 재밌다.

카린양은 두번째 주먹까지 휘두르고 나서야 통증을 호소했다.





"그러게 왜 무리를 하시고 그래요."

"이게 누구 때문인데요-"

"하하하하!" 

"완전 시영씨랑 똑같아!!!" 


"잘들 논다."

"엇."





복도까지 시끄럽게 울린다며 스승님이 문을 열고 얼굴만 내민 채 째려보았다. 카린양은 죄송하단말만 연신 해댔다.





"됐고. 바보제자야. 너빼고 출격하랜다. 알아서 잘 처신하고 있어라."

"선배 다녀올게-"

"아~ 제 몫까지 힘내세요~"

"저놈 자식이..."





스승님이 한숨을 푹쉬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미나양은 카린양에게 몸조리 잘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병실에 다시 적막이 감돈다. 살짝 어색해졌다. 눈길을 돌린 곳엔 노란 리본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집어 올렸다.





"아.. 그거는 건들지 말아주세요."

"음?"

"델타세븐 정복과 같이 지급 되는겁니다. 잃어버리고 싶지 않아요."

"...그러고보니 이쪽 세계 델타세븐 사람들에게서도 본 것 같네요."

"..."




리본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본래의 정체를 숨기려면 이거는 못 쓸 텐데.




"갖고만 계세요. 괜히 사용했다가 들통나면 골치아파요~"

"저도 압니다."

"이해가 빠르시니 좋네요."





묘하게 그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우중충해진 분위기를 바꿔야겠다.

출근 전 즉석에서 생각해낸거지만 한번 실행에 옮겨봐야겠다.

챙겨온 가방에서 검은 후드티를 꺼냈다. 조금 클 것 같지만 그래도 자신을 숨기는데에는 이 옷이 지금은 제격이다.





"카린양. 이 옷 한 번 입어보실래요?"

"...?"

"빌려드릴게요. 입고 같이 외출하시죠."





그녀가 옷을 건네받았다. 그리곤 입진 않고 뚫어져라 옷을 쳐다보더니 이내 나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입으라면서요."

"네~ 입으시면돼요."

"나가주셔야 갈아입죠...!"

"아? 그냥 바로 위에 입으세요. 여기는 날씨가 아직 좀 쌀쌀해서요. 껴입어도 괜찮아요."

"... ..."

"도와드려요?"

"무, 무슨! 알아서 입을게요!!"





머리는 어찌저찌 넣더니 팔을 끼우면서 낑낑대고 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을 참지 못하고 풉-하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왜...왜 웃어요...! 웃지마요! 아야..."

"하하하하하! 그러게 도와드린다니까- 가만히 있어봐요."

"씨이..."





내 도움을 받아 간신히 팔을 소매에 끼웠다. 조금 크긴해도 못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통증 때문에 팔도 잘 못쓰시면서- 고집이 있으시네요."

"...옷이 좀... 큰 것 같아요."

"하하. 혼자 살다 보니 집에 여자 옷 같은 건 없어서 말이죠~ 제 옷 중에서 제일 적당한거 가져온거에요."

"혼자...? 꺅!"

"후드쓰세요. 얼굴은 되도록 안 보여야 하니까."

"마, 막 씌우면 머리 헝클어진다구요!"

"환자인데 뭐 어때요. 휠체어 가지고 올게요~"




씩씩거리는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랑곳하지 않고 휠체어를 끌고 왔더니 그 잠깐 사이에 머리카락을 정리하겠다고 끙끙거리고 있다.

고집이 정말 센 분이다.




"어휴. 손이 많이 가시네요~"

"악! 함부로 만지지 마세요!"

"어허, 그렇게 움직이시면 머리카락 뽑힙니다~"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다시 후드를 씌워주었다. 어느 샌가 그녀는 조용히 손가락만 살짝 보이는 소매 끝을 보고 있었다.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옷이 맘에 드나봐요?"

"깜짝이야...!"

"죄지으셨어요? 왜 놀래요-"

"하아... 머리가 아픈 것 같아요."

"머리 아플 땐 바깥 바람이 제격이죠. 갑시다~"

"아앗..!"




어디로 가는거냐는 카린양의 외침에 나는 사내구경이라고 답했다. 어차피 일하게 될 거라면 눈에 익히는게 좋지 않은가. 다들 어차피 출격해서 사내는 관리부나 부사장님, 사장님외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머? 시윤씨. 좋은 아침이에요. 그 분은..?"

"주말에 구조한 부상자에요. 회복하는 동안엔 제가 봐주라고 사장님이 지시하셨거든요."

"아아- 그 분이시군요. 저도 이야기는 들었어요. 부상이 회복되시면 일하게 되실거라고요. 미리 잘 부탁드려요."

"잘 부탁드립니다."




마주친 하나부장님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카린양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왜 그러세요? 라는 답변이 돌아온 걸 보니 괜찮은 것 같다. 그렇게 계속 휠체어를 끌고 여기저기를 다녔다.





"여기가 구내식당이에요. 저녁은 따로 안 나와서 야근할 땐 사먹어야하지만요."

"그렇군요. 맛있게 나오나요?"

"뭐... 대체로 그런 것 같네요. 카린양은 따로 좋아하는 음식 있나요?"

"가리는 건 없습니다만...단지..."

"...?"

"매운거만 아니면 거의 다 먹을 수 있습니다."

"하하하하- 매운 거 잘 못 드시는구나."

"비..비웃지 마세요..!"

"괜찮아요. 저도 매운 건 별로 안 좋아해서요~"




나의 대답에 발끈하여 돌아보던 카린양이 눈이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마음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자, 갑시다~ 다음은 탕비실이에요~"

"아..! 천천히..! 천천히 가요!"











사옥을 다 돌고나서 잠시 쉬는 겸, 회사 옆 카페에 들렀다. 카페 입구에 턱이 있어 휠체어가 들어가질 못해 하는 수 없이 테이크아웃을 하기로 했다.



"카린양 뭐 먹을래요?"

"아.. 사주셔도 되는 거에요?"

"업무상 사용한 비용으로 지출 결의서 올리면 돼요."

"아..."





카린양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인다. 커피를 못 마시나?




"못 마시면 얘기해요. 다른 메뉴도 있어요."

"...그게..."

"음?"

"저희 세계에선 커피가 굉장히 귀했어서... 커피는 잘 모릅니다... 죄송해요."

"...뭐, 죄송 할 것까지야. 생각해보니 환자한테 커피를 권한거도 좀 실례인것같네요~ 잠시만 기다려봐요. 제가 맛있는 걸로 사올게요."

"...감사합니다."





으음... 자신있게 이야기하긴했는데.

여자들이 보통 뭘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거 좋아할려나. 제일 무난한거로 골라야겠다.





"아메리카노 한잔이랑. 음... 핫초코 하나 주세요. 둘 다 따뜻한 걸로-"







*

그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고 잠시 혼자 남았다.

옷에서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섬유유연제 향기에서 내가 살던 세계와의 괴리감이 느껴진다. 매일매일 전쟁 같은 순간의 나의 세계는 이런 향기는 사치였고, 항상 피비린내와 흙먼지가 함께였다. 


소매가 조금 길다. 손가락 끝만 살짝 소매 밖으로 비춘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소매를 코끝에 대고 향기를 맡았다. 무슨 향기일까. 더 친해지면 물어볼까. 


... ...이런 사소한 순간 마저 내가 누려도 되는걸까? 괜히 후드를 잡아 내렸다. 행여나 누가 볼까봐 고개도 푹 숙였다. 이곳에 떨어지고 구출된 이후 눈물이 마르질 않는다. 수많은 죽음을 지나온 군인에게 눈물은 사치일 뿐인데. 멈추질 않는다.




"카린양~... 카린양?"

"... ..."

"으, 응? 왜 울어요. 누가 때렸어요? 제가 대신 때려줄까요?"

"푸흐..."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대요."

"진짜...!"

"이크, 뜨거운 음료 들고 있는데 때리면 위험해요~"




시영씨랑 완전 판박이다. 아무리 그가 부정해도 재고의 여지없이 완전 판박이. 내 주먹 따위 가볍게 피해버리는 걸 보니

눈물이 쏙 들어가 버렸다. 이 사람과 있으면 그나마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 두통이 좀 오는 것 같지만...




"자- 울지 말고, 쌀쌀한데 이거 마셔봐요."

"이게...뭐죠?"

"엄청 달콤한 핫초코?"

"... 감사합니다."

"단 거 좋아해요?"

"일부러 찾아서 먹진 않아요."

"음... 일단 마셔봐요. 따뜻할 때 먹어야죠. 뜨거우니 조심하시고요."




괜히 잠깐 의심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못 먹을걸 주진 않았겠지. 천천히 호호- 불어서 맛을 살짝 보았다.




"맛있어..."

"천천히 드세요~ 안 뺏어 먹어요."

"잘 먹을게요."

"여기 앞에서 먹긴 뭐하니 제껏만 잠깐 들어주세요. 한산한 공원가서 마시게요."




그의 커피를 건네 받았다. 양손에서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묘한 행복함이 느껴진다.

... ... 


*







그나저나 왜 울고 있었던 걸까. 아직은 함부로 묻지 않는게 좋겠지.

휠체어를 밀며 카린양을 내려다 보았다.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보고 있다.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

"그냥요. 신기해서요."




나들이를 나온 꼬마처럼 여기저기 둘러본다. 경치를 구경 할 수 있게 조금 천천히 휠체어를 밀었다. 갑자기 카린양이 고개를 들어서 눈이 마주쳤다.

놀랜 표정과 함께 다시 고개를 떨궈버린다. 놀란 건 나도 마찬가진데 말이다.




"왜, 왜 쳐다보고 있는거에요...!"

"카린양이 저를 본거에요."

"전 하늘을 볼려 한 거 뿐이에요!"

"하늘?"

"제가 살던 곳은 이렇게 푸른 하늘이 없어진지 오래거든요."

"그럼 지금부터 많이 보면 돼죠. 질리도록 볼 거에요."




대답은 따로 듣지 못했다. 후드를 쓴 뒷모습으론 표정을 볼 수 없으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도 없다. 내 말을 듣곤 그저 고개를 살짝 들어 하늘을 보고 있었다.




"자, 여기 어때요?"

"강..?"

"따로 봐둔 건 아니고, 출퇴근하면서 지나다니다보니 기억나서요. 어때요?"

"침식 오염이 되지 않은 물은 오랜만이네요."

"다 낫고 생각나면 와서 구경해요. 갑자기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




카린양은 말 없이 커피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조용히 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한참을 있었다. 점심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이라 그런지 공원은 한산했다.

계속 말 없이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서 생각에 잠겼다.




"3개월 동안..."

"음?"

"어차피 살아야하는 3개월 동안 제가 이런 풍경을 보면서 지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 ..."

"군인으로서 사람들을 지키고, 수 많은 동료들의 죽음을 지나왔어요. 그리고 이제는 당신과 닮은 시영씨 마저 저의 실패로 희망 없는 싸우다가 죽어갔겠죠."

"카린양."

"듣고있습니다."

"제가 그 여자라면 애초에 그런 식으로 카린양이 사실상 자살이나 다름 없는 작전을 하길 바라진 않았을 것 같네요."

"... ..."

"순전히 제 의견입니다. 제가 그 여자와 같다는 전제하에 말씀 드리는거에요. 아마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 ..."




다시 고개를 푹 숙인다. 내가 말한게 어떻게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무슨 말을 해도 걱정이 된다. 미나양이 PTSD에 시달렸던 것 처럼 카린양 역시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겪어본 사람이 더 잘 안다. 앞으로도 지긋지긋하게 잔인한 기억과 죄책감이 괴롭힐 것 이다.





"산 사람은 살... 울지마요. 카린양."

"흐윽.."

"...산 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제 옷인데 코는 풀지 마세요."

"누, 누가..흑.. 남의 옷에.. 코를 풀어요..!"

"특별히 눈물 정도는 닦게 해드릴게요~"

"흑...진짜... 머리 아파..."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던진 농담 덕인지 점점 울음소리가 작아졌다.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나는 조용히 옆을 지키고 서있었다.

돌아갈까요? 란 물음에 카린양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 점심시간이니 얼른 돌아가죠. 먹어야 또 힘이 나잖아요?"

"..."

"아까 보니까 오늘 메뉴 괜찮던데. 오늘은 구내 식당에서 먹어볼래요?"

"그럴게요."

"음? 아직도 울어요?"

"아니거든요!!"




무심코 던진 장난에 발끈하는 것이 놀리는 재미가 있는 사람이다.

귀찮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 뭐, 그렇다고 각별한 사이가 된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그럴생각은 없다.

그저 시킨 대로 하고, 재미있으면 그만이다.

그래, 재미있으니까 이렇게까지 한거다. 


오랜만에 아주 즐거운 오전이였다.











-





"작은 회사 구내식당에서 그런게 나올 줄은 몰랐어요."

"그 쪽 세계에는 귀한 건가요?"

"항상 전투식량이나 빵으로 때웠다보니, 음식에 대한 감각은 떨어지네요."





오후는 병실 안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같은 듯 다른 두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였다.

어린 나이에 군인이 된 그녀는 평범한 여자, 하다못해 평범한 일반인이 누렸을 만한 것이 적었다.

입대한 후 사복 같은 건 입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던가 커피는 물론 소소한 과자마저 먹어본 기억이 없다고 한다.

카린양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나에게 털어 놓았다. 내가 말하기도 했지만, 거의 듣는 쪽에 가까웠다.




똑똑-





"들어갈게요."

"어.. 부사장님."

"안녕하세요."

"몸은 좀 어떤가요?"

"괜찮습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이네요. 퇴근 전에 시윤군과 이야기 할 것이 있어서 오늘은 두 분이 일찍 헤어지셔야합니다."

"네?"

"아..."




항상 갑작스럽게 일정을 잡는다. 마지못해 카린양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묘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니 아쉬운게 아니고, 단순히 그냥 재미있으니 아쉽다.

부사장님을 따라 부사장실로 걷는다.




"특근 수당 주실려는건가요?"

"너무 큰 꿈을 꾸는군요. 다른 이야기를 하려는 겁니다."

"에이-"





무뚝뚝한 표정을 보아하니 분명 카린양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거 겠지. 부사장실에 도착하자 스승님의 모습도 보였다.





"왔군."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벌써 치매라도 온거냐."

"그럴리가요~" 


"농담은 그만. 시윤군. 아주 둘이서 오붓하던데 그냥 시간만 흘려 보낸 건 아니겠죠?"

"하하하- 엄연히 업무수행이랍니다?"

"별 다른 이상은 없었나요?"

"음~"



어디까지 어떻게 말해야 할까.

나는 한참을 생각한 끝에 말문을 열었다.




"아직 정신적 충격에는 못 벗어난 것 같네요. 자신이 살던 세계의 유일한 생존자라고 생각해서 그런거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건."

"별로 군인 답지않다는 점?"

"...그런거 말고."

"카일 웡 소령과 다르게 살아온 환경 탓인지 감성적이더라구요? 조금만 건드리면 서럽게 울던데~"




부사장님이 이마를 짚더니 스승님을 쳐다본다. 스승님은 이야기하는 내내 인상을 찌뿌리더니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됐어. 쓸데없이 정 붙이지마."

"...스승님 말이 맞습니다. 입자 분해를 더 이상 막지 못 하게 되면 결국 사라질겁니다. 방법을 찾으면 그렇지 않겠지만요."

"...그냥 재밌어서 그런거 일뿐이에요~"

"재미는 무슨."

"이크-"




스승님의 발길질을 피했다. 스승님은 혀를 쯧하고 차더니 먼저 간다며 부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시윤군. 나머지는 결정이 나면 다시 이야기할게요. 당분간 제기 따로 호출하지 않는 이상 퇴근 전 보고는 안 하셔도 됩니다."

"하하- 그럼 이만 퇴근해보겠습니다."






... 한 번 보고 갈까 고민이 들었다. 근데 애초에 일의 한 부분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콩고물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옷은... 내일 돌려받으면 되니까. 괜히 기웃거리다가 오해 받는 건 싫다.

내일 보는 걸로 하자. 별 일 없겠지.








+) 다 검토하긴했는데 오타 있을 수도 있음

 이번에도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