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디악 나이츠의 견습 단원.
아직 제 별자리조차 찾지 못한 반쪽자리.
하루에 죽도를 일만 번 휘둘렀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저도 싸우고 싶습니다."
클리포트 게임의 개막.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출정한 별자리의 기사들.
그리고 그 뒤에 홀로 남은 하나.
시민들을 지키기 위한 예비대-
조디악 나이츠의 자상한 단장은 그렇게 말했지만
양한솔은 사실 알고 있었다.
자신이 약했기에, 동료들의 발목을 붙잡을 수밖에 없기에
조디악 나이츠는 그를 두고 전쟁에 나섰다는 것을.
침식체에 의해 하루하루 줄어드는 인간의 땅.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들려오는 패퇴의 소식들.
지쳐가는 인류. 무너지는 문명.
그리고 쓰러지는 동료들.
침식체들의 진군을 저지하기 위해 동료들을 물리고 홀로 남은 처녀자리의 기사.
조금씩 쌓이는 악의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의 봉을 꺾어버린 천칭자리의 기사.
마왕을 물리치기 위한 결사대에 참여했다가 다른 이들과 함께 실종된 전갈자리의 기사.
그리고 병약한 몸으로 제 마지막 생명까지 메마르도록 동료를 지키려 했던 물병자리의 기사.
고밀도의 침식파로 인해 다른 거점과의 연락이 끊기고
동료도, 병력들도 모두 몰살당하고
남은 건 겁에 질린 일반인들이 모인 쉘터 하나.
그 쉘터를 향해 파죽지세처럼 몰려 드는 침식체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검을 놓지 않고 하루에 일만 번씩 휘둘렀던
과묵한 괴짜 청년.
과도한 수련으로 양손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
안경알에는 금이 갔고, 기사의 정복 역시 더럽혀졌다.
그의 동료들은 모두 죽었고, 조디악 나이츠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곳에 기사가 있었다.
무너지는 쉘터. 달아나는 시민들과 그런 그들을 쫓는 침식체.
그리고 그 앞을 가로막는 한 명의 청년.
이제껏 검을 얼마나 휘둘렀을까. 수십만 번, 수백만 번, 수천만 번?
"사자자리의 기사 양한솔."
검이 별무리를 그린다.
처녀자리의 광검, 물병자리의 성수, 천칭자리의 균형, 전갈자리의 수호. 이제는 스러진 동료들의 힘을 한데 모아, 별자리의 마지막 기사가 지상에 우뚝 선다.
"이 자리에서 맹세합니다. 무고한 이들을 위한 검이 되어, 부러지는 그 순간까지 적과 맞설 것을."
조디악 나이츠의 마지막 단장.
출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