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에 브금 있음. 나오면 틀어서 봐도 되고 안 그래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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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쓰러진다. 아직 다리는 아프지만 어차피 거의 다 아물어 가고, 복잡해지는 생각도 비울 겸 벌초를 나왔다.

늘 생각이 많아지고, 복잡해질 때면 이렇게 나와서 성묘를 갔다. 저번에는 그냥 꿈에 나와서 찝찝한 마음에 온 거지만, 무의식적으로 그런 날엔 부모님을 찾는 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유난히 과하게 사냥한 것 같다. 평소엔 어느 정도 시간과 수를 계산하고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사냥했다. 일단은 지금 여길 나와야겠다. 괜히 일 크게 만들기 싫으니. 


대충 옷의 먼지를 털어낸다. 카린 양이 보면 또 잔소리를... ... ... 아무튼 대충 털어냈다. 시가지 쪽으로 걸어가는데 뭔가 익숙한 사람이 보이는 것 같다. 본 적 있는 강아지와 소녀의 모습. 이번에는 목줄을 매고 산책을 나온 것 같다.





"안돼! 파우스트! 또 거기로 가면 위험하다고!"

"...?"

"앗, 그 때 그 오빠네? 안녕!"

"안녕하세요."

"여전하네! 이번에도 그 돌 탑 보고온거야?"

"하하, 그렇게 됐네요."

"으응- 고민은 별로 해결 못 한 것 같네."

"고민?"

"저번에도 말했잖아. 어린이의 눈은 못 속인다니까? 오히려 그때보다 두 배, 세 배는 늘어난 것 같은데?"





전에도 계속 사람 허를 찔러대더니 이번에도 사람을 당황스럽게 한다. 하필 틀린 말도 아니라서 괜히 화가 났다. 그렇다고 어린애한테 화낼 생각은 없지만...




"뭐든 솔직한 게 최고라니까? 아무 말도 안하고 있으면 알 수 있는 것도 모르고, 얻어 낼 수도 없어."

"... ..."



멍멍!



"아휴- 알았어. 여기 말고 다른 데로 가자. 파우스트가 보채서 나는 가볼게 오빠! 안녕~"

"... 그래요. 잘 가요."





두 형상이 점점 멀어진다. 나도 가던 길을 다시 걷는다. 괜히 왔다. 머리만 더 복잡해졌다. 나보다 한참 어린 꼬마한테 훈수(?)를 두 번씩이나 들을 줄은...

그냥 발길이 닿는 대로 걸었다. 어차피 집에 가도 할 건 없고, 어차피 다리는 내일이면 멀쩡하게 나을거니까 무작정 걸었다. 걸음 하나하나에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고민들을 즈려밟듯이 걸었다. 그러다가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집중한다. 아프다는 감각으로 머릿속을 채운다. 


땅만 바라보고 걷다가 흐르는 물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정처 없이 걷다 보니 자주 보던 공원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땐 아무 생각 없이 알려줬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물소리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강줄기 옆에 만들어진 길을 잔잔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따라서 걷는다. 하염없이 길의 끝까지 걷는다. 월요일 오후 2시. 간간히 엄마의 손을 잡고 산책을 나온 아이들이 보였다.

... ... 다시 물소리에 집중한다. 산책로의 끝에 다다를 때 즈음 고개를 들었다. 산책로 끝에 배치된 벤치에 누군가 앉아있다.



"...아."



무채색의 세미정장과 노란 머리띠. 그리고, 갈색의 긴 생 머리가 바람을 타고 흩날린다. 두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쥐고 흐르는 강물을 보고 있다. 


망설여진다. 왜 나와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흘러가는 강물 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계속 지켜보았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몸을 돌린다. 결국 나와 마주친다.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뜬다. 역시 좀 말없이 지켜본 건 좀 그런 것 같다.




"시윤 씨! 아픈사람이 여기서 뭐하시는 거에요!"

"ㄴ, 네? 그러는 카린 양이야 말로..."

"전 사지 멀쩡합니다! 이렇게 돌아다니시면 아무리 카운터라도 그렇지 나을 거도 안 낫습니다! 옷에 먼지 들은 또 뭐에요...! 어디 넘어져서 구르고 오신 건 아니겠죠?"

"저...그..! 잠깐...!"






예상과 다른 반응에 당황스럽다. 커피를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정신없이 내 옷의 먼지를 털어준다. 갑자기 닿는 타인의 손길에 당황스러워 한 팔로 얼굴을 가렸다. 





"그... 잔소리만 해주셔도 충분하거든요?"

"하아... 쉬어도 모자른 상황에 먼지를 다 뒤집어 쓸 때 까지 돌아다니시다니...!"

"카운터는 금방 나으니까 괜찮..."

"카운터도 카운터 나름입니다!"

"알았어요. 알았어- 제가 졌어요. 완전 패배입니다~"





내가 항복이라는 듯 양손을 들어올리자 그제서야 흥분을 가라앉힌다. 가까이서 보니 눈 주위가 빨갛다. 





"카린 양. 무슨 일 있었나요?"

"시윤 씨가 이렇게 자기 몸 생각도 안하고 돌아다니시는 큰 일이 있네요."

"그거 말고요. 얼굴에 나 엄청 울었어요-하고 써있는데요?"

"...착각입니다! 아무 일도 없어요!"

"뭐, 카린 양이 그렇다면야 그런 거겠죠~"







카린 양이 원래 앉아있던 벤치에 앉았다. 날 뾰로퉁하게 쳐다보더니 너무 멀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거리를 두고 내 옆에 앉는다. 벤치에 앉아서 그런걸까, 아니면 예상 외의 인물을 만나서 그런 걸까, 아팠던 다리가 편안해졌다. 






"조금 드시겠어요?"






뚜껑을 열어서 나에게 건넨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한 모금 마신다. 평범한 쓴 맛이 느껴지는 아메리카노다. 커피는 달달하지 않아도 먹는 모양이다. 

커피를 돌려주고,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봄바람을 맞으며 물소리를 듣는다. 은은한 샴푸 냄새가 바람을 타고 온다. 여태까지 했던 고민들이 무색해질 정도로 머리도 마음도 편해지는 것 같았다.






"...시윤씨는 지금 이 순간이 어떤가요?"

"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저와 이곳에 나와서 아무 말도 없이 앉아있는 순간이요."

"출근할 필요도 없고, 미인과 같이 있으니 천국 아니겠어요?"

"...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에이, 칭찬인데 너무 하시네요~"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언령 같은 거 말고, 독심술이란게 있으면 참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그랬다면 찾지 못한 진실들도 찾고, 내 눈 앞에 있는 사람도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알텐데. 


옆을 힐끗 쳐다보았다. 고개를 떨군 채 빨갛게 부은 눈으로 손에 쥔 커피를 보고 있다. 보통은 기다리면 먼저 말해주곤 했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뭐, 본인이 싫으면 캐묻지 않는 게 맞으니까. 나도 누군가 캐묻듯이 묻는 건 싫다.

옆에 있으니 편안하지만, 이제 깨어나야겠다. 더 있으면 또 욕심을 부릴 것 같았다. 말하기 힘든 고민인 것 같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중요하니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카린 양이 놀란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본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카린 양 말대로 환자는 쉬어야 하니까요."

"아..."

"카린 양도 요근래 힘들었을텐데 남은 휴일 잘 보내시고요~"





그렇게 일방적인 인사를 마치고, 돌아선 그 순간에-





"...!"





그녀가 내 팔을 잡았다. 흐르던 물소리가 멀어지고, 터질 것 같은 심장 소리가 들려온다.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고개를 푹-숙이고 있어서 무슨 표정인지 알 수 없다. 내 팔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고 미세한 떨림이 느껴진다.




"... ...조금만 더..."

"... ..."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손에서 힘이 빠지고 스르륵 풀려난다. 내가 못 보게 하려는 듯 몸을 아예 반대편으로 돌려버린다.

분명 쉽게 말 할 수 있는 고민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고민이 있다. 여지껏 겪어오면서 나는 그럴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으니까. 


이 사람을 케어 하는 일은 이제 내가 굳이 할 필요는 없다. 그러라고 지시한 기간은 끝났으니까.

그러나 자꾸만 욕심이 나게 한다. 혼자서 썩히거나... ... 다른 사람이 듣게 되는게-


더 싫다.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녀에게로 몸을 돌린다. 그 옆에 다시 앉는다. 이번엔 좀 더 가까이-




"조금 더 있다가 갈까요~"

"... ...죄송합니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긴 머리카락 사이로 슬픈 표정이 보인다. 다시 흐르는 강물을 본다. 여전히 심장은 강하게, 터질 것 처럼 뛴다.





"... 안아드릴까요? 앟!"

"...사심 가득한 농담은 사양하겠습니다."

"사심 가득한 거 어떻게 아셨죠?"

"하아... ..."





반 진담, 반 농담으로 던진 말에 오른팔을 맞았다. 어째선지 몰라도 한 대 맞으니 쾅쾅거리는 마음도 가라 앉았다. 고민을 말해주지 않으니, 내 이야기라도 해볼까-



"오늘 성묘를 좀 다녀왔어요."

"...네?"

"부모님이요. 묘라고 하기엔 돌 탑에 가깝고, 주변엔 잡초 같은 건 자라지도 않죠. 주변이 완전 허허벌판 공터거든요."

"어째서 그런 곳에..."

"음, 저희 부모님은 살해 당하셨어요. 살해 당한 이유가 없진 않았죠. 저를 죽이려 했으니까요. 그대로 두면 저까지 죽을 위기에 처했었어요."

"...!"

"모든 걸 다 말할 순 없어서 이렇게 말하지만 이야기 자체는 사실이에요."

"그런... 그런 일이... 처음 들었을 땐 지병이나 사고로 돌아가신 줄 알았어요."

"하하, 그 날 저의 세상은 끝났었죠. 스승님이 구해주시긴 했지만, 저는 계속 세상에 의문을 던졌어요. 왜 하필 우리 가족이고, 왜 하필 나냐고."

"... ..."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가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태스크포스에서 일하게 되어서 친구도 없고, 뭐 저번에도 들으셨다시피 자해도 많이 했죠."

"네. 기억나요. 입사 일이... 그래서 좀 이상 했던 거군요... 학력도..."

"... 애정이라고는, 하다 못해 그런 유사한 것 조차 주거나, 받지 못 했어요. 애초에 남한테 그런 걸 갈구하기도 싫고요. 어거지로  달라고 해서 누군가 주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건-"

"... ..."





쓴 웃음을 지었다. 그냥 적당히 조금만 말하려 한 건데, 나도 모르게 말이 자꾸만 나왔다. 멈추지 않고 계속. 지난 날의 상처가 잔뜩 남은 왼팔이 괜히 아픈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다른 손으로 잡았다.






"... 지금은 뭐, 조금씩 진실도 알아가고, 어떻게 해야... 카린 양?"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 앞에 서있다. 괜한 얘기를 꺼냈나 생각하는데 점점 가까워진다.





"...!"





손에 이끌려 그대로 카린 양의 품에 안겼다. 나를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가고 머리 위에 쓰다듬는 손이 느껴진다. 나름 덤덤하게 이야기한 것 같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만 같았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심장이 다시 쿵쿵 거리며 뛴다. 욕심이 계속 난다. 벗어나고 싶지 않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이 무색하게 카린 양은 곧 팔을 풀었다. 혹시라도 얼빠진 표정일까봐 떨어지는 순간에 신경을 썼다.

그녀의 표정을 보려고 시선을 위로 올렸다. 왜 인지 슬픈 표정으로 보고 있다.




"하하-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이제 저는 괜찮다고요?"

"... ..."

"... 이거 위로 해주신거죠? 너무 좋은데요?"

"... ...반은 사심입니다. 죄송해요."

"그래요? 저는 아까 사심 부려도 거절하셨는데... 이건 반칙이에요-"

"앗!"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엔 내가 먼저 안았다. 그녀도 거절하지 않는다. 아주 잠깐 부린 욕심을 억누르고 풀어준다.






"감사합니다. 카린 양."

"... ..."

"하하하. 진심이에요. 누가 그렇게 해준 적 없거든요."





얼굴이 완전 빨간 사과가 됐다. 계속 멍하니 서있는 그녀에게 현실로 돌아오는 주문을 건다.





"원하신다면 한 번 더 안아드릴까요? 어이쿠~"

"남은 진지한데...!"

"저도 진지하답니다~ 읏챠-"

"정말...! 말이랑 다르게 전혀 진지함이 없습니다! 100점 만점에 10점 이에요...!"

"100점 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예상대로 날아오는 주먹을 다 피했다. 분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푹-쉰다.




"시윤 씨는 정말 이길 자신이 없네요."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그거 보통은 칭찬이 아닐 것 같은데요?"

"하하하하! 저희 이러지 말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다치신 분이 자꾸 돌아다니시면 안 된다니까요!"

"아~ 이미 엄청 돌아다녔는데- 게다가 저 점심도 안 먹었다고요~?"

"네?!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안 드셨어요!"

"음~ 오후 3시가 넘어가네요?"

"으휴!! 빨리 먹으러 가요!"

"네~네~"





그녀가 내 팔을 잡고 이끈다. 그 이끌림에 반 쯤 홀린 듯이 따라간다. 망설임은 내 팔을 잡고 있는 손의 온도 만으로도 녹아내려갔다. 







그렇게 나는... 깨끗하고, 하얀 모래사장. 애정이라는 육지 위에 펼쳐진- 반짝이는 모래 위로 발을 올렸다. 따뜻한 모래가 발을 감싼다.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모래 위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남긴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 날의 오후는 그 어떤 날보다 빠르게 시간이 흘렀다.















-










역시 카운터 몸뚱이 답다. 어제 그렇게 싸돌아다녀도, 자고 일어나니 상처는 깨끗히 다 사라지고 없었다. 어제의 오후는 여태껏 보내왔던 시간들 보다 더 빠르게 흘렀다. 아쉽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또 볼 수 있으니까. 아마도 그럴 것 이다.




출근했더니 사람들의 표정이 묘하다. 저번에도 쑥덕거리는 사람들은 있었으니 그냥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음? 서윤 양 좋은 아침..."





서윤 양이 조용히하라는 제스쳐와 함께 손짓한다. 대체 뭐지. 손짓을 따라 복도 코너를 돌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문을 연다.





"시윤 선배. 이거 진짜 선배에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거죠?"





서윤 양이 들이민 핸드폰 액정에는 하트 베리의 라이브 방송 캡처 사진이 띄워져 있었다. 조금 멀리 찍혔지만 나와 카린 양이 대화하면서 거리를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걸 보고도 부정 하실 생각은 아니겠죠?"

"그러게요. 빼도박도 못하게 저와 카린 양이네요."

"세상에. 두 분 진짜 무슨 사이에요? 저번 작전도 그렇고 저번 주부터 두 분이 같이 있으면 분위기가 완전...."

"그냥 길가다가 마주쳐서 밥한 끼 먹었을 뿐입니다- 할 말 끝나셨으면 가볼게요."

"엥...?"







벙쪄 있는 서윤 양을 뒤로 하고, 작전 대기실로 걷는다. 틀린 말한 것도 아니다. 정말 길가다 마주쳐서 늦은 점심 먹을 겸 거리를 걸은 게 찍혔을 뿐이다. 해명이랍시고 구질구질하게 변명하는 게 더 번거롭다. 애초에 저걸 왜 해명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 내가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남에게 말 할 이유는 단 하나도 없으니까.


... ... 묘하게 불쾌하다. 남에게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을까. 타인의 속사정도 모르고 보고 싶은 거만 보고 있고.


작전 대기실 문을 여는데 문 반대편에서 느껴지는 느낌에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스승님의 발길질이 날아왔다.




(누르면 한 5초 정도 뒤에 나옵니다.)






"부상 입어서 쉬라고 냅뒀더니 우리 고생 할 때 탱자탱자 놀러 다니셨구만?"

"소대장..! 어제 찍힌 거라니까...! 어제는 다들 휴일이었잖아."

"하! 그럼 그렇지 그 깡통이 자꾸 붙여 놓더니 기어코-"

"그냥 밥만 같이 먹은 거에요. 밥만-"






예상대로 날아오는 말. 저번에는 알아서 하라는 듯이 내버려 놓고, 이번에도 또 같은 소리를 하려는 것 같았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왜 나한테 만 다들 이러는 거지. 다들 당사자의 속사정 따위 상관없나. 그저 보이는 대로 나를. 우리를 말하는 건가.


갑자기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반발심이 생기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알아서 하라면서, 힘으로 얻으라면서, 내가 원하는 대답은 함구 하고, 자기가 아닌 것 같으면... 꼭...






"내가 그냥 싫어서 하는 소리인 줄 알아? 너 내가 엑ㅈ... 저런 애들은 지금 방법이 없다니까?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내가 얘기한 건 대체 뭘로 들었어?"

"스승님. 그럼 스승님은 항상 옳은 선택만 하셔서 그렇게 말씀 하시는 거겠죠?"

"뭐?"

"둘 다 그만해. 갑자기 왜 싸우려 들어!"

"제 잘나신 스승님이니까 항상 바른 말만 하시는 거죠?"

"너 갑자기 무슨..."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다른 하나의 이유로 갑자기 나타나신 사람이. 나한테, 그런 말 할 수 있냐고...

남이 사라지건 말건... 본인이 할 말이냐고.




"하긴... 주변 사람에게 일언반구조차 없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시고 그러시는 분이 아실 리가 없죠."

"... ..."

"매번 그저 알아서 힘으로 얻어내라고, 스스로 생각하라고 하시는 분이 왜 이번엔 저에게 그렇게 말이 많으신 거죠? 곧 사라질 사람이니까? 정 붙였다가 사라지면 제가 슬퍼서 뭐 자살이라도 할까 봐요? 그게 그렇게 걱정 되시는 건가요? 언제부터 그렇게 절 걱정하셨는데요?"

"주시윤."

"그런 걸 걱정하시는 분이었으면, 그렇게 훈계하고 아끼는 사람이었으면!! 그렇게 두고 사라지지 말았어야지!!!"

"선배!!"

"... ..."




"...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뒤에서 들리는 카린 양의 목소리에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표정으로 당황한 나를 지나쳐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난감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미나 양과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스승님 앞에 카린 양이 고개를 숙였다.




"어제 부상 입으신 몸으로 점심도 안 드시고 나오셨다 해서 제가 점심 식사를 제안하고 거리를 같이 걷는 것이 찍힌 겁니다. 라이브 시간대를 보시면 늦은 오후 시간이 찍혀있을 거에요. 그리고 그건 순전히 제가 지금 세계를 잘 모른다는 명목으로 제가 시윤 씨에게 붙어 다닌겁니다. 더 이상 걱정 하실 일 없도록 제가 처신을 똑바로 하겠습니다. 펜릴 소대장님,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

"... ..."




천천히 고개를 든다. 여전히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스승님과 미나 양을 바라본다.





"부사장님도 사장님도 이미 아시는 사안이니 징계가 내려온다면 제가 받을 겁니다. 시윤 씨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하아- 이거 완전 오해인데. 네가 사과 하지마. 아니, 어느 누구도 사과 할 일도 아니야. 징계 같은 거도 없을 거다."

"펜릴 소대장님께 심려를 끼친 것을 생각하면 잘 못이 없다고 생각 할 수 없으니까요. 미나 씨에게도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니... 나는 그냥 싸움나니까 말린 거 뿐이야."

"... ... 이제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죄송해요. 펜릴 소대 여러분."





그녀는 다시금 고개를 숙인다. 말도 안되는 광경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가 다시 허리를 펴고 뒤를 돌아 나를 보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주먹을 쥔 손이 떨려온다. 

스승님이 대기실 의자에 걸터 앉아서 이마를 짚는다. 미나 양은 괜히 나와 스승님의 사이에 낑겨서 눈치를 보고 있다. 






"주시윤."

"... ...듣기 싫습니다."

"듣기 싫고 나발이고, 가서 얘기는 해 봐."

"... ..."

"아니면 사람 말을 끝까지 좀 듣던가. 하기야 내 말은 귓 등으로도 안 듣던 놈이었지. 내가 실수했군. 너네 갈라 놓으려고 내가 이러는 것 같았냐? 어차피 내가 정 붙이지 말라고 해서 안 그럴 단계는 이미 지났잖아."

"... ...스승님."

"너네 눈 맞은 거 고나리 질 할 만큼 꼰대는 아니거든? 네 푸념은 나중에 들어 줄테니까 따라가 봐."

"... 그 약속 이번엔 꼭 지키셔야 할 겁니다. 변명 거리를... 충분히 준비하셔야 할 거에요."






스승님의 말에 미나 양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나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몸을 돌려서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




"소대장."

"왜."

"선배가 한 말 진짜야?"

"뭐가."

"...아, 됐어. 이번에도 얘기 안 해줄 거잖아."

"... ..."

"그리고 아니라고 했지만, 소대장 엄청 꼰대 같았어. 전혀 두 사람 응원하는 느낌도 안 들었는데 사과해야 하지 않을까?"

"...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신경 쓰지마."

"하... 머리야. 항상 다들 왜 이렇게 일을 키우는지..."











+) 문학 쓸 때 항상 노래들으면서 쓰는데 듣다가 잘 맞을까 싶어서 가져왔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네

두명이 처한상황에 집중해서 급발진이 자연스럽도록 쓰려고 했는데 좀 자신이 없네ㅋㅋ;

7장전까지 완결내고 싶었는데 백신 맞고 개강하고 그래서 속도가 잘안난다.

너무 길어지면 읽기 지루할텐데 읽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빠르면 다음 16편, 아니면 17편쯤은 십구금 창작탭에 써야할것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