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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머리의 여자가 마치 할로윈 코스프레를 한듯한 복장을 하고,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그.. 코핀 컴퍼니? 그 쪽 사람들 맞나요?"

"네. 맞습니다만... 그 쪽이 저희를 안내 해주시는 분인가요?"

"아! 절 따라오세요. 점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점장...?"

"네! 카페 스트레가의 점장님!"

"...!"





그 초콜렛의 출처를 알게 되는 건가? 자신을 유나 스프링필드라고 소개한 사람이 우릴 데리고 온 곳은 카페 스트레가 '1호점'이라고 쓰여 있는 곳이었다. 문에는 close라는 팻말이 걸려있었다.





"점장님. 모셔왔어요!"

"아, 여긴 유리창 때문에 밖이 다 보여서 더 안쪽으로 따라와." 




"시, 시윤 씨... 여기..."

"오컬트 컨셉의 카페인가본데요?"

"무, 무서워요."

"하하- 다 모형인데요. 뭘."





유나라는 사람의 안내에 좀 더 안 쪽으로 따라 들어갔다. 안 쪽에 있던 방 안으로 들어오니 밖에서 느꼈던 기운이 강하게 느껴졌다.





"여기... 평범한 컨셉 카페는 아닌가보네요."

"맞아. 일단 유나는 수고했어. 잠시 우리끼리 얘기 할 수 있게 해줄래?"

"네~"





두리번 거리다가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니, 마찬가지로 할로윈 코스프레를 한 듯한 키 작은 금발의 여자가 서 있었다.




"일단 소개부터 할게. 라우라 베아트릭스. 그냥 라우라라고 부르면 돼. 이 카페의 점장이야. 여기 내 옆에 고양이는 플루토."

"야옹-"

"안녕. 난 에블린 켈러. 편한대로 불러줘."

"안녕하세요. 카린 웡이라고 합니다."

"주시윤입니다."

"그냥 코스튬이라고 생각 할 수 있는데, 보이는 그대로 우린 마녀야. 너희들 입장에선 카운터랑 비슷해. 결은 다르지만."






라우라라는 사람은 카린 양을 훑어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에블린이라는 사람은 더 안쪽 방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하- 듣기는 했는데... 멈춰 놨다는 거 치곤, 진행이 많이 됐네. 카운터의 힘도 이제는 침식파 감지 정도만 되는 것 같고."

"네? 어떻게 ..."

"한 눈에 봐도 둘 중 어느 쪽이 엑자일러인지 보여."

"엑자일러를 아시는 건가요?"

"잘 알지. 근데 관리국은 엑자일러에 관심이 많이 없는 모양이더라고. 아니 관심이 없다기 보단 알고 있어도 은폐하는 거야. 공공연하게 내밀 수가 없지. 일반인한테는 어떻게 보면 이면세계도 완전 쇼크일텐데,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찾아 올 수도 있다? 그런 사실만으로도 사회가 혼란해지니까."

"..."

"그럼 당신들은 어떻게 엑자일러에 대해 아는 거죠?"

"나랑 에블린도 엑자일러거든."

"...!!"








엑자일러가 카린 양 단 한 명 일거라고 생각하진 않긴 했지만... 대체 부사장님이 이렇게 숨어있는 엑자일러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정말 궁금해졌다.







"음, 그럼 열심히 숨기신 것 같은데... 왜 저희에게 알려주시는거죠?"

"너네 코핀컴퍼니의 깡통사장."

"네?"

"여기에서 조금 더 떨어진 곳에 우리 카페 2호점이 있어. 거기서 초콜렛을 사간 적이 있다 던데? 본인 입으로 말했어. 그걸로 일단 우리의 존재를 알게 됐겠지."

"하지만 그래도 그거 만으로 엑자일러 인 걸 알 수가 없지 않나요?"

"너네 둘 다 고랭크 카운터지? 그럼 내 뒤에 뭔가 있는지 느끼고 있을 것 같은데."

"차원 균열 맞나요?"

"맞아. 너네 사장과 부사장이 이 균열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거에 대해 뒷조사를 하다가 알아낸 모양이야. 요 근래에 사건이 좀 있었더니 위장 마법이 약해져서 들켰어. 아, 여기에 차원균열이 왜 있는지는 묻지 말아줘. 오히려 여기에 묶어둬서 그라운드원 시내가 안전한 거니까."






역시 나와 카린 양이 잘 못 느낀 게 아니었다. 하지만 우릴 여기를 부른 이유는 차원 균열을 해결해 달라던가 하는 의뢰 같은 게 아닌 것 같아서 계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서론이 좀 길었네. 여튼 너네 회사 부사장이 우리에게 거액의 크레딧을 제시하면서, 같은 처지의 엑자일러 하나를 도와 달라고 했어."

"당신들이 여기 정착한 방법을 알려 달라는 조건으로요?"

"응.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도 지금 가진 마도구로 마법유지시간을 강제로 늘려서 연명하고 있어서. 누굴 도울 처지가 못 돼. 그래서 거절했었지."

"그럼 마음을 바꿔서 저희를 여기로 부른 이유는 뭘까요."


"나중에 두 사람의 사장님이 직접 찾아와서 보여준 게 있어서 생각을 좀 바꿨지~"






사라졌던 에블린씨가 다시 나타났다. 손에는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아!"

"본 적 있어?"

"이터니움 분말인가요? 아니, 조금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그건..."

"너네 사장이 보여준거야. 우리는 이걸 마력이라고 부르고, 너네는 이걸 이터니움이라고 부르지. 하지만 이건 이터니움이 아니야."

"보통의 이터니움이랑은... 좀 다르긴하네요."

"너네 사장은 이걸 '얼터니움' 이라고 말했어. 원래라면 일반적으로 생긴 고체덩어리여야하는데 가루가 되어있어서 뭔가 했지만 어쨌든."





얼터니움이라는 물질은 관리국에서 제시한 데이터에 없었는데, 이번에 새로 생긴 물건인가?

라우라씨는 왼손에 얼터니움이 담긴 병을 들고, 오른손에는 익숙한 나이프를 들었다.





"왜, 제 군 보급 나이프가 라우라씨한테...?"

"예전에 카린 양이 다쳤을 때, 부사장님이 회수하셨어요."

"맞아. 너네 사장이 얼터니움과 함께 가져왔어. 나도 처음엔 뭐 흉기로 위협이라도 하는 건가 싶었는데. 이걸 잘 봐."





카린 양의 군용 나이프을 다른 손에 든 얼터니움에 가까이대니 은은한 빛을 내었다.






"보여? 얼터니움이 반응 하는 게."

"희미하지만 빛이 나고 있네요."

"아까 말했지? 너희가 보기엔 우리는 카운터겠지만 엄연히 우리는 카운터랑 결이 다른 마녀라는 존재야. 너네 사장이 이건 세상을 구할 돌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했지만, 우리 입장에서 이건 '추방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마력이 담긴 물질로 보였어."

"...!"

"근데 봐봐- 이 얼터니움은 내가 쥐고 있어도 공명하질 않아. 하지만 이 나이프를 같이 보여 줬을 때 생각이 달라졌지."

"그리고 너희 사장님은 이 이터니움을 채취한 그림자. 다르게 말하면 그림자의 원본이 이 나이프의 주인과 인연이 깊다고 말하던 걸~?"

"어... 어떻게... 나한테 주신 게 전부가 아니였던 거..."

"카린 양. 괜찮아요. 진정해요."






에블린씨의 말에 카린 양이 크게 동요해서 몸이 떨리는 게 느껴졌다. 불안하지 않게 어깨에 손을 올려 다독였다. 


지금 한말대로라면 저 얼터니움은 그림자에서 나온 이터니움이 원재료라는 건가?








"들어보니 원래는 전부 너에게 주려다가 일부만 너에게 주고, 계속 얼터니움으로 정제를 시도 했나봐."

"그럴 수가..."

"다시 이어서 말하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물질이자 추방된 사람을 구할 수 있어. 이거 네가 손에 쥐어봐."






카린 양이 유리병을 받아 들었다. 손에 닿자마자 얼터니움이 더 밝게 빛을 내었다.






"아예 네 손에 들어가니까 더 크게 반응하네. 뭐, 여튼 우리는 그걸 보고 너네 사장이랑 거래를 하기로 했지."

"거래요?"

"우리의 마도구 중 하나와 여기 뒤에 차원 뒤에서 얻어지는 마력, 그니까 이터니움을 우리가 쓸 거는 제외하고 너네 사장에게 싸게 팔기로 결정했어."

"그리고 넘긴 이터니움중 얼터니움 정제가 가능한 게 있으면 얼터니움으로 정제하고, 당신이 말하는 마도구와 공명하는 게 있는지 보겠다는 거군요."

"똑똑하네. 맞아, 안타깝게도 나랑 에블린을 세계에 고정 시키려면 우리랑 공명하는 얼터니움을 사용해야 해."

"그, 그럼... 이건..."

"그 얼터니움과 공명하는 엑자일러인 우리 카린친구에게 시범마법을 해볼거야~ 술식을 짜느라 엄청 고생했지~"







카린 양이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나도 왠지 모를 안도감과 함께 울컥하는 것 같았다.




"흐윽... 드디어... 흑... 시윤 씨.. 저..."

"울지마요~ 좋은 일이잖아요. 뚝-해요."

"어떻게... 시영 씨...이렇게 되어도... 흐윽..."





얼터니움을 손에 소중하게 쥔 채로 서럽게 울었다. 라우라씨와 에블린씨는 친절하게도 카린 양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너무 기뻐하긴 일러. 그냥 고정하는 마법이라 이미 원소 파괴가 진행된 네 몸 그대로 고정되어 버릴 거야. 그리고 처음 해보는 시범마법이기 때문에 무슨 부작용이 있을지 알 수가 없어."

"우리는 굳이 강요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에게도 이건 이쪽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서. 거래를 한 거야~"

"솔직히 장담 못 해. 거래 내용에 들어간 거라 일단 해준다고는 했지만... 물어볼게. 그래도 해 볼 거야?" 


"카린 양..."

"흐윽..."





카린 양이 울음을 간신히 그치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거의 마음은 정한 것 같았지만, 불안한 모양이었다. 나는 왼쪽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입을 열었다.





"카린 양의 선택에 맡길게요. 앞으로의 삶을 타인이 결정 지을 수 없으니까."

"... ..."

"마음이 이끄는 솔직한 선택을 하는 거에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는 듯 하다가 눈 앞의 라우라씨를 향해 말했다.






"... 받겠습니다."

"정말로? 괜찮겠어? 이 상태로 고정 되는 거라 망가진 다리나 다른 신체부위 재활도 불투명해. 그 부분은 네 노력으로 극복해야해."

"라우라씨의 말대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에겐 그런 불투명함보다... 다시 생긴 소중한 인연들을 두고 사라지는 게 더 두렵습니다. 비록 장애를 얻는다 할지라도, 시한부 인생을 끝낼 수만 있다면... 더 열심히 살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아요."

"그래. 그렇다면... 잘 부탁해. 우리도 네가 잘 되면 기쁠 거야."

"잘 부탁 드립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술식을 준비해야하니까 두 사람은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줘~"

"아, 그리고 잠깐만."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라우라씨가 우리를 다시 불러 세웠다.





"거래 내용과 여기에 있는 차원 입구 그리고 얼터니움, 엑자일러 전부 비밀이야. 서로 밝혀져서 좋을 거 없는 건 알지?"

"당연히 알죠."

"이해가 빨라서 좋네. 그럼 그거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







문을 열고 휠체어를 밀었다. 카린 양은 손에서 밝게 빛나는 얼터니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시영 씨는 카린 양을 엄청 좋아했나 보네요."

"... ... 저는 매일 잔소리만 했는데... 그럴리가요..."

"시영 씨는 카린 양이 그런 무모한 짓을 벌이고, 생사가 불투명해졌는데도-"

"..."

"어떻게든 찾아보겠다고 현실 간 차원도 스스로 찢고 나타난 사람이니. 싫어 할 리는 없을 거에요."

"헤... 그랬으면 좋겠어요."








카린 양이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나도 대답 대신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만약 이게 성공한다면... 적어도 사라지네 마네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겠지.






"카린 양."

"네?"

"저희에게도 소설 속에서만 보던 전지전능한 마법사가 존재하네요."

"푸흣- 그렇네요."

"갑자기 이렇게 잘 풀려버리니 불안하긴 하지만..."

"... 이대로 사라져 버리는 거 보단 나으니까요. 희망이 있으면 잡아야해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카린 양이 조용히 내 손을 잡았다. 나도 그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진짜로 독심술은 못써도 다른 건 다 할 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한다. 제발, 잘 되어라-








"준비 됐어. 거기 시윤? 이라 했던 가? 너는 거기서 기다려."

"하하하- 잘 부탁 드립니다."

"무슨 일 있으면 부를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시윤 씨. 저 다녀올게요!"

"그래요. 무사히 잘 됐으면 좋겠네요."









휠체어 바퀴를 스스로 굴리며 방 안쪽으로 들어가는 카린 양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






라우라씨와 함께 방 안으로 들어가자 바닥에 무언가 빼곡히 쓰여진 수식 같은 게 보였다. 살면서 본 적이 없는 언어와 글귀가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우리 숙녀 분~ 혹시 걸을 수 있어?"

"아, 죄송해요.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서 있는 것도 무리라서..."

"어쩔 수 없지. 여기 술식 위에 앉기만 해도 되니까 우리가 도와줄게. 아, 마스크 벗어. 후드도 내리고."

"아, 네! 죄송합니다."

"너무 부담 갖지마. 네가 잘되면 우리도 희망이 생기는 거라서."







두 분의 도움으로 무사히 알 수 없는 수식들 위로 앉았다. 라우라씨가 얼터니움을 가지고 와서 내 손을 가지런히 모으게 한 뒤 그 위에 쏟아부었다.






"팔은 들 수 있지? 그대로 들고 있어."

"네. 이 자세로 계속 있으면 되나요?"

"응. 오래 안 걸릴 거야. 비유하면 한숨 잔다고 생각하면 돼. 그럼... 시작한다."

"잘 부탁 드립니다."

"우리도 잘 부탁해."







수 초 후에 주위로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점점 주변이 환해지고, 그 뒤로 필름이 끊기는 것처럼 의식이 사라져갔다.




















-









"와! 정말이잖아? 거짓말은 안 한다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여기서 눈감고 뭐해요~?"






누구...?






"카린 양~"

"...!!! 시영 씨!?"





목소리의 정체에 놀라 정신이 들었다. 눈을 뜨니 눈이 내리는 낯선 공간이 보이고, 시영 씨가 미소를 지으며 내 앞에 서있었다.







"헤- 어떤 잘생긴 오빠가 여기서 기다리면 볼 수 있다 길래 반신반의로 기다렸는데. 정말이네요?"

"시영 씨... 어떻게...? 여기는...?"

"에이... 오랜만에 보는데 웃으면서 인사해야죠. 왜 울먹이고 그래요~"









반가운 얼굴에 눈물이 고였다. 나도 모르게 시영 씨를 무작정 끌어안고, 그 동안 못 했던 말을 울음 섞인 말로 쏟아내었다.






"이번엔 잔소리 안 하시네요?

"잔소리는 무슨... 흑... 시영 씨- 정말로 미안해요. 저 혼자 이렇게... 살아남아서..."

"카린 양..."

"그때 같이 다이브 했으면... 그랬다면...같이... 살아남았을지도... 모르는데... 시영 씨가... 저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서... 그래서...흐윽..."

"말했잖아요. 카린 양은 성공했고, 최선을 다했어요. 울지 마요~"

"흐윽...흡..."

"으이구, 매번 계산적이고 합리적인 것처럼 행동하시더니, 이제는 완전 소녀가 되어버리셨네?"





시영 씨가 나의 등을 토닥이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직감적으로 이 이질적인 공간에 오래 머물 수 없다는 게 느껴져서 더 마음이 아파왔다.






"카린 양. 저는 괜찮아요. 하나도 안 슬프니까 그만 울어요~"

"흑... 그래도..."

"카린 양은 그게 문제에요. 너무 자기 자신을 채찍질 한다고 해야 하나? 이제 군인 같은 거도 아닐텐데 자기 자신에게 조금 관대해지는 게 어때요? 너무 그렇게 자신을 압박하면 세상 살기 힘들어요."

"노력...해볼게요... 흐윽..."

"아하하- 그리고 카린 양은 살만큼 살다가 완전 다 늙은 할머니가 되어서 오시는 거에요. 그럼 제가 나중에 놀릴 수 있으니까!"

"정말이지...! 마지막까지!"

"세상에 팔 힘도 많이 약해지셨네? 돌아가면 아픈 것도 얼른 나아야 해요?"






평소의 시영 씨처럼 장난기가 느껴지는 말들에 잠시 팔을 때렸다가, 이내 슬픈 마음을 가다듬었다. 시영 씨도 내가 울음을 그칠 때까지 나를 토닥여주었다. 이 순간은 뜻밖의 소중한 기회니까. 정신 차리고 제대로 말을 전해야겠지-






"...시영 씨."

"네-"

"고마워요. 잊지 않을게요."

"저도 고마워요. 그리고 너무 빨리 오지 마요. 제 몫까지 살아서... 재밌고, 멋진 거 많이 구경하고 와서.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노력해볼게요. 그때까지 시영 씨도... 잘 지내야 해요."







안고 있던 팔을 풀고, 조금 뒤로 물러나 거수경례를 했다. 원래의 시영 씨라면 손을 흔들 거라고 생각했다. 한 번도 경례하는 걸 보여준 적 없으니까.






"...!! 아...!"

"한 번도 안 해드렸잖아요?"






예상과는 다르게 시영 씨는 웃으며 나를 따라 거수경례를 했다. 다시 눈물이 눈에서 쏟아지고, 손이 떨렸다. 웃으면서 인사해야 하는데 마음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 고개를 떨구고 잠시 흐느끼다가... 나는 간신히 미소를 지었다. 내 미소를 보고, 시영 씨가 손을 내리고 손 인사를 한다. 



델타 세븐의 마지막 동료에게- 마지막으로 제대로 하는 인사와 함께 눈으로 뒤덮인 공간이 점점 일그러져 가는 것 같았다.






"이제 돌아가세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잖아요?"

"앗, 잠깐! 시영 씨! 밀면..!"

"다른 세계의 제 동생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시영 씨의 손길에 뒤로 넘어지면서 함박눈으로 가득한 공간이 조금씩 부서져 갔다. 바스러지는 공간에 시영 씨도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다. 공간이 부서지면서도 내리는 눈송이의 냉기가 선명하게 내 얼굴에 닿았다. 점점 아래로 더 빨리 추락하는 느낌에 눈을 질끈 감았다.






"바이바이- 카린."


























*









"그럼 두 분은 사귀는 사이에요?"

"네. 그렇죠?"

"우와- 아까 골목에서 봤을 때부터 뭔가 서로 다정해 보였는데 진짜였네요! 앗, 끝났나 봐요."




유나씨와 간단한 대화를 하는데 문이 열렸다. 라우라씨가 다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오라며 손짓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들어갔다.







"깨어나 봐야 잘 됐는지 알 수 있어. 아, 그리고 술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맨 바닥에서 진행했어. 이건 이해해줘."

"괜찮습니다. 진행 도중엔 큰 문제는 없었나요?"

"글쎄. 눈물을 좀 흘리는 거 말곤..."

"... ..."

"그거 말곤 없어. 마력... 얼터니움도 무사히 잘 스며들었고."







따라 들어간 곳엔 에블린씨에게 기대어 잠들어 있는 카린 양이 보였다. 정말로 울었는지 얼굴엔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그대로 안아 올려서 휠체어에 앉혔다.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다.







"혹시 모르니까 당분간 계속 지켜보는 게 좋을 거야. 그리고 시범마법이니 우리도 좀 기록해야 해."

"...감사합니다."

"감사는 됐어. 잘된 것 같은데 우리도 이렇게 되면 희망적이니까. 오히려 위험 할 수도 있는데 하겠다고 해줬으니 우리가 감사해야지."







라우라씨는 바쁘게 뭔 가를 적어 내려갔다. 나는 손으로 얼굴에 가득한 눈물 자국을 닦아주었다. 혹시라도 이상이 있을까 여기저기 살펴보았다. 겉보기에는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으..."

"...! 카린 양!"

"시, 시윤 씨...?"





다행히도 카린 양은 금방 깨어나서 나를 안심 시켰다. 아직 몽롱한지 두리번거리더니 나와 시선을 맞춘다.






"아픈 곳은 없어요? 괜찮아요?"

"네, 뭔가...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에요."

"후- 다행이에요."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라우라씨가 다가와서 이것저것 물어본다. 대화를 하는데도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내가 아는 카린 양의 모습 그대로였다.





"깨어난 지 얼마 안됐는데 자꾸 물어봐서 미안."

"아니에요. 받은 게 큰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해드려야죠."

"그렇다면 다행이야. 혹시 잠시 마법이 진행 되는 동안에 무의식 세계에서 무슨 일 없었어?"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얼터니움의 원본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원본이 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도 가능한 건가... 마녀들의 마법이란 참 신비하네. 죽은 사람도 만나고-






"우리 친구, 얼굴 표정이 침울한데? 좋은 일 아니야? 웃어야지-"

"하하, 뒤늦은 부작용이라도 있으면 어쩌나 걱정되어서요."

"미안해. 그건 나도 보장 못하겠네. 그래도 조금은 기쁨을 즐겨보는 건 어때? 이제 마음 편하게 함께 있을 수 있잖아? 우리 숙녀 분은 벌써 표정이 폈는 걸?"

"... 격려 감사합니다. 에블린씨."







한참을 대화하더니 끝났는지 라우라씨가 나에게 다가왔다.







"여기 우리 스트레가 연락처야. 어차피 너네 회사 통해서 계속 경과는 전해 받을거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가지고 있어. 급할 때 여기로 연락하면 돼."

"감사합니다. 정말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하하, 일개 직원들이라 큰 건 못 도와 드리겠지만 아주 혹시라도 카운터 일손이 필요하시면 불러주세요. 뭐, 두 분다 유능해 보이셔서 연락 받을 일이 없을려나요?"

"마음만 받을게. 그냥 지금은 우리가 말한 대로 비밀만 지켜줘. 아, 맞다. 이거 칼. 카린 네 물건이니까 돌려줄게."

"아...! 정말 감사합니다!"

"조심히 돌아가. 친구들~"

"잘 가."

"애옹-"





스트레가 마녀 분들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다시 거리 밖으로 나왔다. 생각보다 무언가 순식간에 지나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카린 양은 자신의 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면서 보고 있었다.





"뭐해요. 카린 양~"

"정말 잘 된 건가 체감이 잘 안 와서요. 뭔가 머리가 맑아진 듯한 기분은 드는데 잘 모르겠네요-"

"일단 회사로 돌아가 봐요. 뭔가 알 수 있겠죠? 그리고 마스크 잘 쓰시고요~"

"아!"





후드티 주머니에서 꼼지락거리며 마스크를 꺼내 쓴다. 후드 모자도 직접 씌워주니 변함없이 머리카락 헝클어진다고 투정을 부리며 스스로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다시 쓴다.






"이제 돌아오는 겨울을 볼 수 있겠죠?"

"겨울에 눈 내리면 또 눈사람 만들어 드릴게요."

"쭈글쭈글한 눈사람이요?"

"쭈글쭈글 아니에요."

"쭈글쭈글 맞아요~"







수 많은 사람들 속을 해쳐나가면서 들리는 소음들에도, 카린 양의 웃음 소리는 분명하게 들려와 마음을 간지럽혔다. 문득 물어보고 싶은 게 생겼다.






"아까 '원본'을 만났다고 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제가 알던 모습으로 반겨주더라고요. 얼ㅌ... 그 물질이 뭔지는 몰라도, 제 생각엔... 원본 주인 자체의 의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카린 양의 손에서 반응한 모양인가 보네요."

"네. 그리고 시윤 씨에게도 안부 전해 달래요."

"그렇게 친절하신 분이 제 다리를 그렇게 썰으시고..."

"그, 그건 미안해요..."

"하하- 농담이에요. 그러지 마요- 카린 양이 그런 것도 아닌데. 그럼, 인사는 잘 한 거죠?"

"...네, 웃으면서 인사했어요."







어느새 회사가 가까워지고, 정문으로 들어가니 사장님이 우리를 맞이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기계 팔을 흔든다.






"사장님?"

"무사히 돌아왔군! 고생했네."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 저 때문에..."

"걱정 말게나. 나에게도 아예 소득이 없는 것도 아니고, 겸사겸사 직원 복지를 하는 셈이지. 그리고 두 사람 다 잠깐이면 되니 나를 따라오게나-"

"...?"






웅-소리를 내며 앞서가는 사장님을 따라 갔다. 따라간 곳은 익숙하고, 자주 드나들었던 병실이었다. 그 곳엔 부사장님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두 분다 고생했습니다. 아까보다는 안색이 많이 좋아졌네요."

"감사합니다."

"자, 지금 뭘 할 거냐면- 우리 세계와 카린 양의 구성원소의 양자위상을 확인 할 걸세. 여기 있는 수치와 만약 똑같이 나온다면 그 엑자일러들과 접촉한 보람이 있는 거겠지. 스트레가에선 별 말은 없었나?"

"잘 되었다고는 하는데... 느낌만으론 잘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걸 숫자로 확인 할 시간일세! 잠시 실례하지-"

"앗!"





기계 손으로 갑자기 카린 양의 머리카락을 한 가닥 뽑았다. 그리고 여태 봐왔던 것과 다른 양자위상 측정 장치에 뽑은 머리카락을 넣으니 삐-하는 소리가 반복됐다.


우리는 긴장된 표정으로 양자위상측정기를 지켜보았다.





"... ... 성공적이군!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네!"





변조된 음성에서도 느껴지는 들뜬 목소리에 이젠 정말로 큰 문제는 해결되었다는 게 체감이 되었다.

카린 양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숙였다. 떨리는 몸에서 그녀의 기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이제 정말로 안심이 되어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이제 스트레가 쪽과 꾸준히 교류하면서 지켜보면 되겠군요. 이제 정말로 이곳에 정착을 하게 됐으니, 카린 양은 나중에 다시 구체적으로 연봉과 처우에 대한 논의를 해보죠. 주말 특근은 여기까지입니다. 두 사람 다 퇴근하시면 됩니다."

"휴일을 내일까지 연장했으니 내일도 굳이 출근하지 않아도 되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








사장님과 부사장님이 나가고도 카린 양은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확실한 증거를 보니까 피부로 와닿는게 달라져서겠지. 그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휠체어 앞에서 카린 양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여전히 울고 있는지 불러도 나를 보지 못했다.





"카린 양이 보던 연애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버렸네요."





여전히 얼굴을 가린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 손 위에 내 오른손을 가져다 대었다.





"짜잔- 전지전능한 마법사와 유능한 마녀들이 연약한 여주인공의 병을 고쳐주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푸흣, 해피엔딩이네요."

"네, 해피엔딩이죠. 울지마요. 기쁜 날인데."









지켜보는 누군가에게는 해프닝으로 우리에겐 그저 헤픈 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의 결말.







"너무 좋아서 운 거에요. 이제 그만 울게요."

"하하하- 이제 더 바빠질 것 같은데, 건강도 회복하고, 하고 싶은 거 이제 다 해야죠?"

"맞아요. 하고 싶은 거 엄청 많았어요."






수 많은 물음표와 헤픈 이야기들 끝에-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거 있어요?"

"... ...안아주는 거?"

"그건 얼마든지 가능하고요."







'헤픈 엔딩'이 아닌 처음 맞는 '해피 엔딩'이 눈앞에 있다.







"그럼 뽀뽀?"

"그거도 얼마든지요. 질리도록 해줄 거에요."

"헤헤-"

"아, 드디어 웃었다."

"시윤 씨도 웃어요. 이제 여름엔 불꽃놀이도 다시 보러 갈 수 있어요! 눈 내리면 눈사람도 만들거에요!"

"그래요. 우리 하고 싶은 거 다해요~ 그리고 이제 재활 운동도 열심히 하셔야겠어요."

"응, 꼭 다시 걸을 거에요. 오래 걸려도! 언젠간!"

"좋아요. 저도 그럼 힘내볼까요-"






천천히 휠체어를 돌려서, 우리는 우리의 집으로 향해 발걸음을 떼었다.







*














"여의주를 쥐고 놓지 않는 이무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였던 것 같군. 오히려 내가 이득을 봤는 걸."




남자가 어디론가 통신을 건다.



[Beatrix : 어때. 만족할만한 결과야?]



"물론. 이렇게 성공적인 결과물을 주다니 마녀협회라는 곳도 무시 할 수 없겠는 걸?"



[Beatrix : 이래보여도 우리가 살던 세계에선 중요한 단체였다고, 너네 관리국 같은 거지. 우리도 기쁘네.]



"하하. 약속한대로 거래를 계속 진행하지. 앞으로 잘 부탁하네."



[Beatrix : 그래. 우리도 잘 부탁해. 카린이라는 친구 잘 지켜봐. 정말 혹시 모르니까. 뭐, 별 문제 없을 것 같지만.]






통신이 끊어지고 남자가 의자에 기대 팔짱을 꼈다. 희미한 미소가 남자의 입가에 번진다.





"미숙한 뱀은 내가 굳이 안 건드렸어도, 스스로 답을 찾았을 것 같군. 자, 남은 번뇌도 과연 어떻게 할 지... 기대되는 걸."




남자의 책상 위에는 아카데미 추천서 한 장이 올려져 있다. 펜을 들고, 글씨를 써내려 간다.




"멋진 엔딩을 보았으니, 이제 다른 이야기를 지켜볼까."


























후일담(23.03.13 복원)



https://youtu.be/_OsydFy10wk



[ Sigma : 여기는 이번 항해의 종착지! 그라운드 원 선착장입니다! ]

[ Sigma : 다들 잊어 버린 물건 없이 조심히 내려야 돼? ]






거대한 이족보행 병기와 부상과 피로가 가득해 보이는 사원들 사이로 한 남자가 나타난다.

주변의 어두운 표정과 달리 어딘가 맑아 보이는 남자의 미소. 그의 어깨에는 독특한 헤일로가 부유하고 있었다.


괜찮냐는 안부라던가, 다친 곳은 없느냐는 걱정 어린 말들.

그 질문을 받는 주인공, 주시윤은 늘 그랬듯이 해맑은 미소와 멋쩍은 웃음소리로 대답을 대신했다.




수많은 말소리와 소음 사이로 귀가 밝은 그는 가장 익숙한 소리를 잡아냈다.


바퀴가 도는 소리, 여자의 말소리...


무사히 귀환하면 가장 먼저 잘 다녀왔다고 말해주고 싶었던 그 사람만이 내는 소리.







그라운드 원의 제일 높은 곳. 이곳으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출구 하나.

그 문을 열고 휠체어에 앉아 담요를 덮은 채로 나타난 여자. 불안한 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안해 보이는 그녀에게 위로와 안심시키는 말을 건네며 어깨를 토닥여주는 오피스룩의 단발머리 여자.




"시윤 군은 무사히 왔을 거예요. 아! 저기 있네요! 카린 씨, 저기에요."

"어디... 어디죠?!"

"저기~ 웃고 있네요."




주시윤은 멀리서 들리는 휠체어 소리만으로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리의 그녀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였으니.


그는 이미 출구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톡 건드리면 터져버릴 것 같은, 눈물 가득한 눈동자에 눈을 맞춘다.




"카린 양, 저 돌아왔습니다."

"정말...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요?!"




원망스러움이 섞인 눈물과 안도가 섞인 희미한 미소에 주시윤은 잠시 멋쩍은 듯 웃으며 머리를 긁적이다, 카린에게로 더 가까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어! 잠깐 카린 양!"




갑자기 휠체어에서 몸을 일으키는 카린.

덮고 있던 담요가 힘없이 떨어지고, 휠체어를 끌어주던 김하나도 놀라 손을 뻗지만―




"카린 양?!"




어딘가 위태로워 보이지만, 카린은 분명히 걷고 있었다.

휠체어의, 누군가의 도움 없이. 온전히 스스로의 힘으로 조금씩 주시윤에게로.


혹여나 걷는 도중에 넘어질까, 그는 손을 뻗어 가까이 다가온 카린의 몸을 붙잡아주었다.

몸에 긴장이 풀린 듯, 붙잡은 손의 온기를 느끼자마자 카린은 듬직한 그 품으로 안겨들었다.




"...돌아오면 제일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요."

"카린 양이라면 다시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네요. 하하"




죽을 위기에 처했다가 돌아온 보람이 있었다. 그게 이런 기적을 보게 되는 것이라면 더더욱.

아직도 걸어가야 할 길은 멀고 많은 숙제들이 남아있지만, 주시윤은 이 순간이 최고의 기쁨이었다.




"아직도 울어요?"

"아, 안 울어요! 그보다..."




빠르게 눈물을 닦아내고, 눈을 맞추는 카린.

이제서야 완전히 안심이 되는지 활짝 웃어 보였다.




"더 늠름해졌네요."

"하하, 조상님이 쌓아 올리신 덕이라고나 할까요?"

"네? 조상님...?"

"집으로 돌아가면 알려줄게요. 밤새 이야기 해야할 수도 있는데 괜찮아요. 카린 양?"

"흐음, 이렇게 애타게 기다린 보람이 있어야 될 거예요."




행복한 웃음소리가 만개한다.

스트레가에서 만났던 기적처럼, 다시 한번 더 기적을 밤하늘 아래에서 써 내려간다.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 떨어지는 별똥별, 그 아름답고 긴 궤적이 두 사람이 같이 걸을 길이 밝을 것이라며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