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받지 않은 다이브 요청이라.. 그것도 다른 세계의 함선이 여기에?"
모처럼 베로니카와 꽃을 가꾸는 시간을 가지던 관리자는 부사장의 보고를 받으며 인터페이스를 열었다.
함선의 식별번호를 보던 관리자는 너무나도 익숙한 코드와 함선명에 눈썹이 약간 올라갔다.
"역시 거부하는게 맞겠죠?"
"아니, 허가하지. 관리국쪽에는 내가 말해둘테니 선착장쪽으로 가서 맞이해두도록."
이수연 부사장은 또 무슨 변덕으로 저러나 하면서 깊은 한숨을 쉬며 이동하려던 찰나, 이어지는 말에 굳을 수 밖에 없었다.
"덤으로 힐데도 데려가보도록."
"...스승님은 왜죠?"
그녀의 스승, 힐데는 다른 차원의 존재들을 극도로 경계한다.
특히 평행세계와 같은 개념은 더더욱.
얼마전에 입사한 주시영과 카린 웡만 해도 얼마나 이를 드러내며 반대했던가.
그런 그녀를 데려갔다가 또 난리가 날텐데....
"이건 그녀를 위해서기도 하니까. 부탁하지."
"...기물파손이 나면 이번에는 깡통이 아니라 그쪽을 직접 차드리죠."
싸늘한 말을 남기고 이수연은 나갔고, 오한에 몸을 떨며 무서워..아니, 무서운 척 하던 관리자는 이내 다시 웃으며 베로니카와 꽃을 가꾸기 시작했다.
새하얗고, 가시가 날카롭게 돋아난 흰 꽃을.
힐데는 지금 기절할 것만 같았다.
이수연이 부르길래 적당한 이유로 못간다고 하려 했으나
-제 파여버린 눈쪽이 욱씬거려서요. 진통제도 가져와주시겠어요?
...이 얼마나 악랄한 가불기란 말인가.
또 미안하다며 도망칠 수도 없었기때문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선착장'으로 나갔고, 어느 함선이 다이브를 시도하는 것을 목격했다.
"....아냐."
너무나도 익숙했다.
모를리가 없다.
죄의식으로 깊게 박혀서 잊고싶어도 잊을래야없는 그때의 그 함선이니까.
함선의 포트가 열리며 누군가 내렸다.
"다이브 허가에 감사합....잠깐, 그때 그 아줌마!?"
자신만만하고 무서울게 없던 '이수연'이 나타났다.
정확히는 '그때' 한쪽 눈을 잃었던 그 이수연이다.
=설마했더니 여름휴가때 만났던 카운터로군! 어서오게나!=
태평하게 나타난 머신갑이 인사를 건냈고, 그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인건 부사장이였다.
"자, 지금부터 나오는 말에 따라서 사장님이 사/장/님이 되거나 ㅅ/ㅏ/ㅈ/ㅏ/ㅇ/ㄴ/ㅣ/ㅁ이 되거나 할거같은데 어디 한번 주둥이는 놀려보시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침식현상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지금의 부사장은 클리포트의 마왕은 가볍게 작살낼것만 같은 분위기를 내고있었다.
=진정하게, '이수연'부사장. 지금 '이수연'양이 눈앞에 있는데 안좋은 모습을 보일 순 없지않은가?=
"...하하....역시...그런거였구나."
머신갑의 말에 젊은 쪽의 이수연이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너...."
"아줌마 말이 맞았어. 앞에서 나대는 바람에, 이렇게 됬거든."
젊은 이수연의 얼굴에선 절대 보이지않을것만 같았던 어두운 모습에 부사장 이수연은 속에서 뭔가 썩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다이브요청을 승인한 이상, 명백하게 '코핀-6'의 탑승자들은 손님이죠."
".....?"
"언제까지 거기에 서 있을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실에 믹스커피라도 마시러 가죠. 하고싶은 말도 많을거 같은데."
"....응."
이수연이 무전기로 착륙신호를 보내자, 함선에서 많은 인원이 내리기 시작했다.
관리국에서 양산했던 총병과 방패병, 검사를 시작으로 꽤 많은 탑승자들이 있었다.
심지어 민간인까지도 보였고, 이것에 부사장은 의문이 떠올랐다.
자신들은 살아남기 급급해서 민간인까지 챙길만한 정신도 없었는데?
설마 다른 '트리거'가 있었던건가? 라는 의문이 떠오르던 찰나
"이야기는 들었다. 설마 과거와 미래가 두번씩이나 서로 만나다니, 꽤 놀라운 상황이군."

분명, 이곳에 있을리가 없는 '스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승님?"
"정확히 말해두자면, 난 너희세계의 스승은 아니다. 너희세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근본적으로 같을지는 몰라도 다르다는 것은 확실히 인지해둬야 할거다."
"...그 말을 들으니 확실히 스승님이 맞네요."
눈이 흔들리던 부사장은 '힐데'의 말에 다시 침착함을 되찾았고, '힐데'는 역시 이녀석이 내 제자가 맞구나 라고 생각하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부실에 믹스커피라도 대령해드릴까요?"
"그것도 좋지만..."
힐데는 부사장 뒤쪽 저멀리 있는 '누군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선약이 잡혀버린것 같구나."
미소를 싹 지우고 '배신자'를 차갑게 바라보면서.
나머지는 건틀렛 숙제 돌리고 와서 쓸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