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옷깃을 여미고 싶어지는 쌀쌀한 바람의 가을 출근길.
달력이 끝에 다다름에 한껏 늦어진 일출은 차갑게 내려앉은
이른 아침의 공기를 데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바람이 그녀를 스칠때마다 어쩐지 다리 한부분만 유난히 시리다고 생각한
이수연은 자신의 스타킹 올이 나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혀를 찼다.
'아침부터 재수가 없기로서니.'
그녀는 품위 유지와 타 직원들에게 본보기가 될 근무태도사이에서
저울질을 하다가 새 스타킹을 사는 것은 잠시 보류하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 멀리서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회사가 그녀의 시야 안에 들어왔다.
평소와 다른 것이라면 이수연을 발견하면 도망치기 바쁜 관리자의
깡통 딸내미가 울상을 지으며 그녀에게 달려들었다는 점 정도일까.
"우와아앙, 아줌마! 아빠가, 아빠가 이상해..!"
"아줌..! 시그마 양. 사장님은 항상 이상하십니다."
"아니야! 오늘은 정말로 이상하단 말이야!"
이수연은 철딱서니 없는 어린애의 보모역할까지 해야하는(심지어
육아경험도 없는 싱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처지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나 들어보죠."
"아빠가.. 회사 언니 오빠들을 막 해고하고 있어!"
"난 또 뭐라고, 주인 없는 명함이라도 얻으시는 거 아닌가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상황입니다만."
"아니야! 제압병 오빠나 대공포병언니같은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언니 오빠들을 해고하고 있다구!"
이수연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올 것이 온 건가?
이수연은 울며 자신을 붙들고 늘어지는 시그마를 매달고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성큼성큼 걸었다.
아니야, 아닐거야. 그럴리가 없어 라고 되뇌면서.
그리고는 살짝 열린 사장실 문 틈 사이로 들려오는 익숙한
두 목소리에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사장님..? 이건 사장님이 입수하시느라 엄청나게 고생하신
메이즈 스충셋이잖아요..? 그런데 이걸 왜 달라시는..."
"알고 있네. 이제... 쓸데가 없게 되었으니 줘 보게, 서윤 양."
이수연은 회사의 귀중한 자산을 두고 실랑이하는 불여우와 사장을
보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녀도 서윤같은 도둑고양이에게 그런
귀한 물건을 맡긴다는 것에는 극구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막상
그녀에게서 그것을 회수해간다는 데도 썩 유쾌하지 않았다.
.. 아마 그것의 다음 주인이 없을 걸 직감해서 그럴 것이다.
서윤은 악어의 눈물이라기엔 너무나도 리얼하게 눈물흘리며
사장의 손에 쥐어진 메이즈 세트를 처절하게 바라보았다.
".. 서윤 양. 그동안 고생 많았네. 회사의 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헌신해준 공헌은 잊지 않겠네. 푹 쉬게나."
"자, 잠깐만요 사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제가 너무 장비를
갖고 질척거려서 정 떨어지신 거에요?"
이수연은 눈엣가시가 눈 앞에서 해고당하는 상황이 전혀 통쾌하지도
않았고, 감히 끼어들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저 망부석처럼
멍하니, 멍하니 공허한 표정을 짓는 관리자를 바라볼 뿐.
자신이 한 쪽 눈밖에 없어 허깨비를 보고 있는 걸까? 두 눈이
멀쩡했다면 달랐을까? 흐를리 없는 쪽에서 눈물이 솟는 것만 같았다.
"아닐세. 그냥.. 지쳤을 뿐이야..."
늘 모든 것을 다 아는 듯한 태도의 자신만만한 사내는 하루아침에
어디로 가버렸는지, 힘 없고 어딘가 슬퍼보이는, 지친 표정이
만면에 가득한 남자만이 보였다. 이수연은 그 슬픔을 자신으로는
달랠 수 없다는 것에 구역질이 날 정도로 무력감을 느꼈다.
"사장님, 제가 잘할게요. 월급도 덜 받고, 이터니움도 안 빼돌릴게요.
제발.. 제발 곁에 있게만 해주세요, 네..?"
저 여자가..!
이수연은 평소라면 불같이 화를 낼 만한 상황임에도 분노보다
연민이 먼저 드는 것을 느끼며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다.
제3자인 그녀는 알 수 있었다. 힘 없고 지쳐보이는 저 남자는
무슨 수를 써도 의견을 돌리지 않을 것이란 걸.
평소의 서윤이라면, 약아빠지고 계산적이며 눈치 빠른 서윤이라면
진작에 눈치 챘을 것이다. 하지만.. 이수연이 보기에 서윤은
억지로 그 사실을 외면하는 듯 보였다.
"수고했네."
관리자의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작별인사에 서윤은 벌떡일어나
목례하더니 눈물을 꾹 참는 표정으로 사장실을 나와 이수연을
스쳐 지나갔다. 이수연은 하마터면 그녀를 위로해줄 뻔 했다.
"부사장. 들어 오게."
"실례.. 하겠습니다."
정적.
이수연의 시선은 관리자를 향해있었지만 서로의 시선이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창밖,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관리자때문이었다.
".. 많은 일이 있었군요."
이수연은 관리자를 위해, 무거운 입을 떼었다.
이 대화가 끝나면 자신도 서윤과 같은 표정을 짓게 될 것을 뻔히 알고서.
늘 그렇듯,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이 지는 것이다.
"자네도 참 고생이 많았지."
"그럼요. 눈은 잃고, 스승님께 버림받고, 회사는 망하고...
그러다가 의문의 대부호에게 구원받나 했더니 사실 그 사람이
만악의 근원이었고.."
"하하.. 만악의 근원이라는 말은 좀 심한데."
"한치의 가감도 없는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만."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농담따먹기의 주제가 평소와 상이한 무거운
주제라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스스로 여자를 버렸다고 생각한
이수연이었건만,
자꾸만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참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부사장 아니었으면 여기까지도 못왔겠지."
'여기까지'가 대체 어디까지 입니까?
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렸지만 가까스로 삼켰다. 마지막 모습을
떼쓰는 여자로 남기고 싶진 않았다.
"날 원망하진 않는가?"
"이 세계를 멸망하지 않게.. 해준다던 어음은, 부도난 것으로
봐도 되겠죠?"
"..그렇게 되겠군."
"그럼 딱 한대만.. 실례해도 되겠습니까?"
"살살 부탁하네."
퍽.
관리자는 앉은 채로 정강이를 부여잡았다.
"자네, 많이 약해졌군."
"살살 부탁하신다면서요."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가혹하게 대합니까.
이번에도 이수연은 솔직할 수 없었다.
늘 그렇듯이, 더 많이 좋아하는 쪽이 지는 것이니까.
"못난 사장 밑에서 수고해줘서 고맙네."
"못나고 음습하고 변태같은 사장님덕분에 제 주름이 늘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말이 심하군, 하하.. 시그마.. 그 아이를 부탁하네.
아무리 설명을 해도 해당 기억을 포맷해버리니 말이야."
관리자는 의자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가 이수연을 스쳐 지나간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그의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그녀의 눈에선 기어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스쳐지나가는, 사랑하는 남자의 눈물을 보고도 울지 않을 여자가
있을리가 없었다.
***
"그래, 이번엔 이렇게 되는군."
"미안.. 하네."
힐데는 해고통지서와 담배를 손에 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그 말을 내가 듣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하, 그런가..?"
"거울치료라도 해준거냐. 남겨진 애들 기분이 참 더러웠겠군."
힐데는 반 이상 남은 담배를 발로 비벼껐다.
"남은 애들은 걱정말도록. 이젠 너도 없고.. 나도 스승노릇을
한 번쯤은 제대로 해봐야지."
"그래, 부탁하네."
"..함께 싸워서 영광이었다, 관리자."
관리자는 힐데의 조그만 몸이 오늘따라 유난히 더 작게만 보였다.
****
"주인님, 이거 개꿀잼 몰카각입니까? 이제 뒤에서 부사장님이
PPAP라도 추시면서 나오는 거..."
"릴리."
"주인님, 나 무서워.. 이러다가 다 죽어..! 흑.."
"... 릴리, 울지 마세요."
관리자는 차마 그녀들을 마주할 수 없었다. 늘 활발하던 모네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릴리는 베로니카의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리코리스는 그런 둘을 달래주며 연신 사나운 눈초리로 관리자를
노려보았다.
"주인님, 곁에서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베로니카가 우아하게 치맛자락을 들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미안하네, 베로니카.."
"괜찮습니다, 주인님. 저희 플로라 메이드 서비스는 언제든지
주인님이 부르실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베로니카는 살짝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녀가 미소라고 생각하고
지은 표정이 남들에게 무언가 참아내는 찡그림으로 보였단 것을
그녀는 몰랐다.
"...설령 다시 돌아오지 않으시더라도."
"자네에겐 뭘 숨길 수가 없구만."
관리자는 마지막으로 모네의 볼을 쓰다듬었다. 닭똥같은 눈물이
그의 손을 적셨다.
"주인님, 모네가 청소 못해서 짜르시는 검까..? 앞으로 잘하겠슴다!
빨래도.. 요리도 잘 하겠슴다..!"
베로니카는 그런 모네를 가만히 끌어당겼다.
"모네, 주인님은 지치신 거랍니다. 착한 아이라면 웃으면서
배웅해드려야 해요."
모네도 베로니카처럼 어색한 찡그림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관리자는 차마 그녀들에게 미소도, 눈물도 보일 수 없어 어색하게
손을 흔들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아 베로니카!"
"네, 주인님?"
"다이브, 고마웠네."
".. 주인님의 기쁨이.. 제 기쁨입니다."
"메이드장님, 울지 마십셔..." "뭐.. 뭘 울고 그래? 저런 바,반푼이
하나 떠난다고 훌쩍.." "롬곡옾높입니다, 흐흐윽..."
*****
"전우여, 여기는 걱정 안해도 된다. 나와 메이즈 전대, 수연이가
지킬테니까."
"류드밀라, 울면서 그런 말 해도 전혀 안든든하거든?"
그렇게 말하는 알렉스의 눈가도 이미 촉촉해져 있었다.
나는 정말이지 몇명을 울리는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걸까.
물론 관리자도 속으로 오열하고 있었다. 그가 가꿔왔던, 그가
애정을 기울였던 사원들이 하나같이 그를 배려해 붙잡지 않고
있었다. 자신들도 그만큼 힘들면서.
"관리자님,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관리자님이
아니셨으면 저희 전우들도 없었을 거고, 전우들이 아니었으면
아무리 저라도 이 상황.. 이 상황을...!"
채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경례 자세로 흐느끼는 류드밀라의
눈물을 닦아주는 알렉스의 눈물은 누가 닦아줘야 하는 것일까?
관리자는 자신에겐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여지를 남기면 그만큼 그녀의 남은 시간이 힘들어 질 것이다.
필사적으로 비열한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시선을 회피했다.
".. 기억에 남길 마지막 손길을 허락해 주지도 않는구나, 자기는."
"미안하군. 정 없는 남자라서."
"아니.. 너무 다정해서 그런거잖아? 그런 자기가 좋았어."
눈물이 맺힌채로 미소짓는 그녀가 어찌나 아름다운지.
관리자는 고개를 떨궜다.
"어딜가도 우리 잊지 않기야? 우리도 언제나 당신을 잊지 않을게."
".. 여부가 있겠나."
"부대 차렷!"
류드밀라의 구령에 어느새 도열한 메이즈전대가 관리자를 향해 섰다.
"관리자님께 대하여 경례!"
일사분란한 제식. 흠잡을 데 하나 없는 각도의 경례가 그를 향했다.
"감사합니다, 관리자님!"
"만수무강하십시오!"
관리자는 최대한 근엄한 표정으로 경례를 받고는 힘겹게 돌아섰다.
******
[엑세스 거부됨.]
관리자 권한으로 실행.
[관리자 딸 권한으로 거부됨.]
"하아.. 힘들 건 알았지만..."
관리자는 미래전략실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아침부터 관리자의
이상행동을 눈치챈 시그마는 그를 막을만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붙잡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자, 작별인사를 받지 않겠다며 방문을
걸어 잠그고 시위중이었다.
내가 인사 안받아주면 아빠도 안갈거야! 라면서.
그리고 분명히 그것은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다. 여태 그를 그녀의
방문 앞에 잡아두고 있었으니까.
관리자는 시그마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친딸도 아니지만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며 따르는 애교넘치는 아이.
아직 사고가 어려 이별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게 뻔했다.
여태껏 견뎌냈던 모진 풍파들을 헤치고 회사를 붙잡을 수 있었던
것에는 분명 그 아이의 공이 컸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도 너무 지쳐버렸다.
'실제 딸도 낳기전에 반항기를 겪게 될 줄이야..'
관리자는 조그맣게 방 문을 두드렸다.
"딸, 아빠랑 이야기좀 할까?"
"싫어, 이야기하고 나면 갈꺼잖아."
이야기 안 한 채 가고싶지 않아서 이런다는 것을 왜 몰라주는 걸까.
"아빠, 시그마가 뭐 잘못했어...? 전기 너무 많이 먹었어?"
"아빠가 부사장도 아니고 딸 밥먹는 걸로 화나겠니?"
문이 빼꼼 열렸다. 걱정스러운 표정의 시그마가 시야에 들어왔다.
관리자는 그대로 그녀의 홀로그램을 붙잡고 간지럼을 태웠다.
"꺄하하! 간지러!"
"우리 딸 언제봐도 이렇게 귀여울까?"
꺅꺅대는 시그마와 함께 바다에 갔던 일, 함께 부사장 험담하던 일,
타이탄과 노는 것을 지켜보던 일들이 떠올라 맘이 약해진다.
... 하지만 결심이 꺾일 정도는 아니다.
"딸, 아빠랑 잠깐 걸을까?"
"응!"
시그마가 살며시 손을 잡아온다. 질량부여에 성공해 폴짝폴짝 뛰며
기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우개도 집고, 열쇠도 집더니
어느새 같이 손잡고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커버렸다.
코핀 컴퍼니 화단엔 낙엽이 떨어져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청소부도
출근하지 않았건만 어느정도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아빠 출근하기 전에 시그마가 낙엽쓸었어! 잘했지!"
의기양양하게 칭찬을 강요하는 표정의 시그마.
딸 앞에선 울지 말자. 관리자는 시그마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딸 누구닮아서 이렇게 착하고 예쁠까?"
"아빠 닮았지!"
약 5분간, 둘은 아무런 방해 없이 낙엽길을 걸었다.
"딸, 아빠가 많이 힘들어서, 잠깐 멀리 떠나있으려고 해."
"으응... 몇밤 기다리면 돼?"
"아주 오랜시간이 될거야."
"열밤? 백밤?"
관리자는 말 없이 그녀를 쓰다듬었다. 관리자의 표정에서 시그마는
어떻게 해도 그를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급격하게 얼굴이
어두워졌다.
"부사장님이.. 착한 딸은 아빠말 잘 들어야 된댔어.. 오래 기다려도
되니까, 꼭 다시 와야 돼?"
"... 우리 딸 정말 착하네."
시그마는 양 팔을 벌려 관리자를 껴안았다. 빈말로라도 돌아오겠단
말을 하지 않는 관리자의 냄새, 질감, 기억을 온 몸에 새기겠다는 듯,
그대로 흡수되고 싶다는 듯.
한마디 원망도 없이.
그리고는 그녀의 홀로그램이 사라졌다. 전원을 끈 채 기약없는
기다림에 들어간 것이다.
관리자는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
한걸음, 한걸음. 관리자의 등 뒤로 회사가 멀어져갔다.
아직도 그가 사랑했던 사원들의 마지막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고,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한방울씩 내리기 시작한 비가 세차게 내리쳤다.
사원들이 흘린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는 듯 했다.
관리자는 금새 흠뻑 젖었다. 얼굴은 진작에 젖었으니 뭐 됐나.
"사장님!"
가장 듣고 싶었기에 가장 듣고싶지 않았던 목소리가 그를 멈춰세웠다.
'저격수는 움직이지 않는 법입니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칩니다.'
하며 그토록 뛰는 것을 싫어하던 샤오린이 우산도 없이 쫄딱 젖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감기 걸리네. 우산이라도 쓰게나."
"어떻게 저한테 말도 없이..!"
"일부러 자네에겐 휴가도 줬건만. 어떻게 알았나?"
"어떻게 몰라요! 소빈 언니도, 유진이도, 대장도 펑펑울면서 들어오는데!"
정말 몹쓸 짓을 했어. 나는 젖어도 싸군.
"서윤 양도 울던가?"
"당연하죠! 그렇게 우는 건 난생 처음 봤어요!"
"그래... 그 서윤 양도 우는 군 그래."
관리자는 애써 샤오린을 바라보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는 그 작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관리자의 시야에 들려고 필사적이었다.
"대장 눈물만 신경쓰는거에요? 저는요?"
그래서 보고싶지 않았던거야.
샤오린의 헝클어진 머리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이 관리자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저 재무장해준다고 좋아하셨잖아요?"
관리자는 주머니를 뒤적이고는 손에 쥔 것을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하하.. 우리 사원들을 전부 해고해도 이만큼이더군. 재무장에는
턱도 없이 모자란 양이지.. 미안하게 됐네. 정말 예쁠 것 같았는데."
샤오린은 울먹이며 관리자의 품에 안겼다.
"재무장 필요 없어요! 사장님만 옆에 있어주시면 된다구요!"
"미안하네. 난 너무.. 너무 지쳐버렸어."
"제가 돼지같이 스킨도 많이 받고, 재무장까지 받아서 싫으셨나요?"
"그럴리가, 나는 오히려 좋았어. 눈치야 조금 보였지만.. 그래도
자네같은 여자를 만나서 행복했네."
샤오린은 결국 왈칵 눈물을 터뜨렸다.
"저도.. 저돈데 왜 떠나시는거에요 바보 사장님!"
관리자는 그런 그녀를 조심스레 품었다.
"미안하네.. 나는 충분히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했던 모양이야."
"돌아오실 거죠..? 기다릴게요. 언제나 여기서..."
나는 애매하게 웃으며 마지막으로 아주 몹쓸 말과 함께,
오지 않을 약속을 하고 말았다.
"... 행복하게, 린 양. 갓겜되면 돌아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