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양 뜬금 없지만 책임이라는 말의 뜻을 아는가?"


검은 옷의 사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색이 없는 새까만 검은색 정장을 두른 남자가 명패앞에 앉아있다.

 컴컴한 조명앞에 앉아있는 탓인지. 사람 자체가 조금 흐릿하게 보이는 것 같다.

남자는 뜬금없는 질문을 소파에 앉아 있는 소녀에게 물었다.


"에? 아... 그렇죠. 책임, 잘 몰라도 세상에서 제일 가볍게 쓰고있는 말 아닐까요."


소녀는 자신앞에 있는 차를 홀짝거리다가 갑작스레 질문하는 남자에 말에 놀란듯 했으나, 곧 태연하게 질문에 대답했다.


"그렇지, 사실 책임이란것은 정말로 어려운 말일세. 특히 내 자신도 아닌 남을 책임진다는 말은"


남자는 어렵다는 듯 턱을 쓰다듬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마 세상에서 존재해선 안 될말 일 수도 있지."


"하하, 사장님도 참 그렇진 않아요, 물론 '책임'이라는 말은 본래 뜻에 비해서 협소하게 사용되고 있긴 하지만 아예 불가능한 말은 아닌걸요"


남자는 명패앞의 책상에서 나와 소녀가 앉아있는 건너편의 소파에 몸을 뉘였다.


"저만 봐도 한 소대의 소대장을 맡고있고요?"


"제 앞에 있는 분은 또 이런 제가 몸담고 있는 회사를 맡고있는 사장님이잖아요?"


소녀는 즐거운듯이 말을 이었다. 예쁜 손가락으로 커피가 담겨있던 잔의 입구 부분을 쓸어내리면서 그녀의 '사장님'을 쳐다본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있지는 않지만 모자를 푹 눌러써 눈이 보이지 않는다. 표정도 잘 보이지 않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한동안 적막이 계속됐다. 누군가  입을 열지도, 새로운 사람이 끼어들지도 않는 사무실에 시계소리가








울린다. 


또 울린다.


시간이 많이 지났을까. 창도 없어서 바깥 상황도 알 수 없다.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어질때 쯤 소녀가 물었다.


소녀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숨막힐듯한 분위기를 잘 견뎌내고 있었으나. 어떤 인간도 영원한 인내심을 가질 수 없는법 그녀 쪽에서  침묵이 깨지는 것은 필연적이었다.


"-"


"그렇지,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도 거기에 있다네"


"-"


"자넨 이게 장난으로 들리는가? 설령 그렇다면 내가 사람을... 아닐세."


"-"


"무엇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야 그저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이니까 했던거지"


"-"


"힘든 적은 없었어. 굳이 힘들다면 지금 당장이겠지 이 것은 나도, 자네도, 어찌할 바가 없지 않나?"


"무력하다는 것이지"


"-"


"포기하는게 아닐세, 말 그대로 '그만'인거지"


"-"


"울지 말게나, 여기는 멈추지 않으니까. 아마 조금 더 힘들어지고, 승률이 9할9푼이 아닌 게임을 하는것 뿐일세."


"솔직히 승률이 너무 높지않나?"


하핫. 하고 남자가 웃었다. 처음으로 보인 감정이었다.


"그래, 이건 게임 자네도 알잖나 이런 곳에 쓰는 모든 가치를 더 맛있는걸 사먹고, 더 멋진 곳에 가보고, 더 훌륭한 사람들을 만나러 갈 수 있게 사용할 수 있단걸. 물론 이 게임이 나쁘단건 아니야 오히려 좋아하네."

















"그래도 재무장은 선넘었지 시발련들아"


나는 그대로 류박의 머리를 터트려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