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는 안에 들어와 있었다. 쇠가 버찌처럼 빨갛게 빛나는 조리용 화덕 옆이었다. 찻주전자 수십 개가 끓고 있었다. 어떤 주전자에는 호각이 달려 있었다. 황금빛 수프가 가득한 마녀의 솥도 있었다. 수프는 걸쭉했다. 빌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태곳적 거품들이 느릿느릿 장엄하게 떠올랐다.
연회를 위해 긴 탁자들이 놓여 있었다. 자리마다 한때 분유가 담겼던 캔으로 만든 그릇이 있었다. 그보다 작은 캔은 컵이었다. 더 크고 늘씬한 캔은 길쭉한 잔이었다. 잔마다 따뜻한 우유가 찰랑거렸다.
자리마다 안전면도기, 수건, 면도날 한 갑, 초콜릿 바, 시가 두 개, 비누 한 토막, 담배 열 개비, 성냥갑, 연필, 초가 놓여 있었다.
초와 비누만 독일에서 만든 것이었다. 희끄무례하게 유백광을 내는 것이 둘이 비슷해 보였다. 이 영국인들은 알 도리가 없었지만, 초와 비누는 유대인과 집시와 동성애자와 공산주의자를 비롯한 국가의 적들의 지방을 녹여 만든 것이었다.
뭐 그런 거지.


제5도살장이란 책에서 나오듯이 그것 말고도 이것저것 섞어서 만들었음. 실제로 잘만 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