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뢰인 하나 없이 파리만 날리는 허름한 사무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이 삐딱한 책상과 쩍하고 금까지 가있는 벽과는
대비되는 호화로운 소파에 앉은 여성이 그녀가 벌어들이는 수익엔
너무나도 과분한 최신형 TV를 바라보며 무료한 표정으로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에이이이잉, 따분해 따분해 따분해!"
본 것 또 보고 본 것 또 보는 상황에 신물이 난 로자리아가 벌떡
일어나며 리모컨을 집어 던졌다. 물론 소파에. 이번에도 박살내면
다신 새 것을 사주지 않겠다는 도마의 엄포가 문득 생각난 탓이다.
"시종, 시조오옹! 폰 좀 그만 들여다보고 이리 와 보거라."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도마는 로자리아의 부름에 응하면서도 여전히 폰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 마왕의 위엄이 언제 이렇게 땅에 떨어진건지.
로자리아는 괘씸했지만 일단은 넘어가기로 마음 먹었다.
"보거라, 요즘 관리자 놈이 이 몸에게 너무 소홀하지 않느냐?"
"뭐..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뭐라? 이 몸은 정실이다! 웨딩 드레스도 받았느니라!"
도마는 살짝 연민어린 눈길로 길길이 날뛰는 로자리아를 바라보았다.
6종을 벌레 잡듯 짓이기는 것을 여흥으로 삼던 마왕이 왜 이렇게
모자라.. 아니 '귀여워' 진 것일까. 그는 관리자가 미웠다.
"어쩌면 그 놈은 이 몸과 세라펠 년을 혼동한 것이 아닐까?
방치플레이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느냐?"
도마는 대꾸없이 주인의 빈약한 흉부를 바라보며 헷갈릴 게 따로
있지 않겠느냐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주인이시여, 그건 좀 아닐 것 같습니다."
"으으으으, 그럼 뭣 때문이란 말이더냐! 가감없이 말해보거라!"
도마는 비록 위엄이 땅에 떨어지다 못해 처박힌 그녀라지만
위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기에, 충언을 올리기 전 긴장감에 침을
꼴깍 삼켰다.
"그럼.. 외람되오나 가감없이 의견을 피력해보겠습니다. 부디
괘념치 말아주시길."
"흥! 그래. 어디 해 보아라."
도마는 팔짱을 끼고 연신 흥흥 거리는 로자리아의 눈 앞에
웨딩드레스를 입은 베로니카와 로자리아의 사진을 비교삼아
펼쳐보였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 호박같은 첩실 옆에 있으니 이 몸의 미모가 한 층 살아나는구나! 그렇지 않느냐?"
도마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선 주인님의 신체는 상대적으로 여성적인 매력이 많이 부족하십니다. 남성은 필연적으로 여성의 흉부와 둔부의 풍만함에 이끌리는 경향을 갖고 있는데, 주인님은..."
"...재밌네, 계속 해봐."
도마는 서늘하게 꽂히는 살기에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 그런 비효율적인 지방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으로, 효율적이고
날렵한 몸매를 가지신 것이지요. 그런 데에서 매력을 느끼는
남성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흥! 그럼 그렇지. 내가 좀 모델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어린이 모델...'
도마는 간신히 사족을 붙이고 싶은 욕구를 참아내고 말을 이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그 점입니다. 주인님은 주인님만의
매력을 살려 관리자에게 어필해서 그를 함락시키는 쪽이 더
주효할 것입니다."
"그래! 내 매력은 바로 뇌쇄적인..." "메스가키적인 면모.."
둘의 의견이 엇갈렸다.
로자리아는 시종을 노려봤지만 그래서는 나아질 것이 없었다.
일단 이 건방진 녀석의 의견을 계속 들어봐야 했다.
"...메스가키가 뭔데?"
"메스가키란 암컷 꼬맹이라는 뜻의 일본어로써, 어린 몸을 하고
시건방지게 성인 남성을 업신여기는 속성을 말합니다. 주인님."
"어린 몸 빼고는 딱 나구나!"
도마는 여전히 자기객관화가 잘 되지 않은 주인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요즘은 메스가키가 대세입니다. 츤데레, 얀데레 이런
틀딱적인 모에요소는 구시대적이란 말입니다!"
"그것들은 또 뭐냐.. 어쩐지 네가 꺼려지기 시작하는구나."
"다행히 주인님은 원래 성격이나 외양이 모두 메스가키적인
면모가 충분하시니, 몇가지만 더하면 완벽하게 관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그래. 그 몇가지가 뭔데?"
"일단 말투에 허접 기분나빠
이런 걸 써줘야 합니다."
"으와.. 기분나빠..."
"아닙니다! 기분나빠 하트가 포인트라구요!"
"아니 너 진짜 기분나쁘다고.."
도마는 깔끔하게 무시하고 신이나서 최고의 시청각자료를 위해
들고 있던 핸드폰 화면을 로자리아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뭔데?"
"요즘 제일 잘나가는 메스가키라고 할 수 있는 무츠키쨩입니다."
"기분나빠..."
"하트가 포인트라니까요 주인님."
"죽어버려..."
"하트만 붙이면 완벽하겠군요 주인님! 어쨌든 이 무츠키쨩을
보고 배우시면 관리자의 총애는 따놓은 당상입니다!"
로자리아는 벌레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도마를 바라보았다.
유마한테 다 말해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
로자리아는 필사적인 연습 후 사장실을 찾았다.
"그래서, 날 보러 온 용건이 뭐지, 로자리아?"
"허,허접 그런 것도 모르고, 기분나빠
등신
"
로자리아는 붉어진 얼굴로 최대한 열심히 했다.
관리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면서. 아니 생각해보면
메스가키인가 뭔가, 그냥 도마녀석 취향 아냐?
"하하, 최신트렌드에 빠삭하군, 로자리아."
관리자는 로자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만의 스킨십에
로자리아는 녹아내릴 것만 같았지만, 이 정도로 만족하고
넘어갈 순 없었다. 난 정실인데!
"빼빼로 챙겨온거 봐, 개웃겨"
"응? 나는 빼빼로같은 거 안 챙겼네만?"
로자리아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관리자의 고간을 가리켰다.
"거, 거기있네.."
관리자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로자리아를 벽에 밀어넣었다.
"힉!"
"이 건방진 암컷꼬맹이를 교육시켜줘야하는 게 성인의 의무겠지."
관리자는 바지를 내리고 웅장한 그것을 드러냈다.
"물론 빼빼로가 아니라 빠따로 말이야."
로자리아의 메스가키 대작전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로자리아는 그 날 몇번이나 행복한 교육을 받았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빼빼로데이날 올리려고했는데 많이 늦어버렸다 요즘 글 개안써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