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어케 꼬인 건지는 몰라도 자꾸 여고생 역도 경기를 추천해주더라?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쉬는 시간마다 여고생들이 역도 하는 영상을 보고 있는데 뭔가.. 뭔가 좋더라.. 막 단 한 순간에 모든 힘을 다 써서 들어 올린다는 느낌이 보고 있는 나한테 까지 팍팍 다가오니까 더 몰입하게 되는 거 같음.


그러면서 막 머리 속에선 '3년 동안 2등만 한 저 학생은 1등을 경쟁 대상으로 여기고 있을 텐데, 정작 1등은 2등한텐 관심도 없고 새로 들어온 1학년 다크호스한테만 관심을 주는구나'라는 내용의 청춘 스포츠물 한 편이 뚝딱 하고 그려지는 거임! 하아.. 역시 경쟁하고 서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은 너무 멋진 거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오피스 창문을 보는데, 이제 몇년 뒤면 30이 되는데 이제껏 공부밖에 한 게 없어서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토요일 새벽 5시가 되도록 실험이 안 끝나서 이제야 쪽잠을 자려고 오피스에 라꾸라꾸를 피는 슬픈 자화상이 보이는 거지




이제껏 경쟁 한 번 한 적 없이 평온한 인생을 살아왔다는 걸 자랑스레 여겼던 것이 사실은 지금까지 그 어느 분야에서도 최선을 다한 적이 없다는 반증일 뿐이었다는 것을 어찌 이제서야 알았을까.


그저 그저 막연히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면, 대기업에 들어가게 되면, 풍족하게 살면서 내가 하고자 생각만 하고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란 헛된 희망을 품지만 년에 억 단위의 돈을 벌면서도 월에 용돈 50만원만 주며 집 안에서는 자식들 눈치 보인다고 퇴근하는 길에 잠깐 들리는 OB의 모습에 그저 퐁퐁이형이라는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다.


장난스레 말하는 퐁퐁이형이라는 말에도 논문 볼 때와 문서 작업을 할 때 외에는 컴퓨터를 거의 안 보는 그 선배는 그저 너털웃음을 지으며 '내가 요즘 살 찐 게 그렇게 티나냐? 사실 우리 마눌님이 용돈을 10만원 올려줬거든~'라고 말하는 모습에 차마 예전부터 입던 양복이 요즘들어 부쩍 커 보인다는 말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그나저나 진짜 여자 역도하는 모습 보니까 강한 여자에 대한 동경심이 들더라.. 강한 여자.. 둏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