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가.. 필요할 수도 있을 수도 있을 수가 없을 수도 있긴 한데 있을 수도 있음!

“…웃으니까 보기 좋네. 아 참. 오늘부터는 너도 회사 사람이니까 김하나 대리님이라고 부르면 돼.”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면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가족을 제외하곤 처음으로 인간적인 감정을 가르쳐줬던 첫 번째 사람.
그래 분명, 나는 그 때부터 이미..
“시윤군!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야?”
명상에 잠겨 있던 내 눈 앞에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손을 흔드는 활기찬 목소리의 주인공이 방금 전까지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일반적으로 놀라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지만, 평소에도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상대가 ‘누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애써 태연한 척 웃을 수 있었다.
“아하하, 잔다뇨? 저는 그저 출격 전에 잠시 명상을 통해 마음의 준비를 더 철저히 하기 위해서..”
“마음의 준비를 이 왠만한 사람들은 존재조차도 모르는 탕비실 다락방에서 한다고? 그걸 믿어 주길 바란 건 아니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내 콧등을 짓누르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그저 머리를 긁적였다.
“애당초 시윤군은 항상 실눈을 뜨고 다녀서 잠을 자는 건지 명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그러면서 내 양 볼을 붙잡고 이리저리 흔드는 모습은 영락없는 친 누나 동생 사이에서나 있을 법한 행동이었지만 사실은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는 걸 누가 믿어줄까?
..개인적으로 이런 동생 취급이 별로기도 하지만
“또또~ 실실 웃기나 하고! 오늘 신입도 들어온다고 하는데 이렇게 한심한 꼴을 보여서야 쓰겠어?”
“정말.. 그래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었던 거란 말이죠.”
“하여간 말이나 못하면~”
누나는 내 머리카락을 한 번 정돈해 주더니 이내 어깨를 세게 내려치고는 귀엽게 ‘화이팅!’이라고 말해줬다.
“처음으로 들어오는 후배님이니까 잘 해보라고 시윤 선배!”
나는 그런 누나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 거리는 걸 느꼈지만, 누나에게 배운대로 감정을 숨겨온 내가 이런 감정의 동요를 들킬 리가 없다.
..아직은, 아직은 아니니까.
“그럼, 적당히 열심히 하고 올게요”
“그래! 잘 다녀와~”
아직은 일 하러 갈 때마다 굳이 찾아와서 잘 다녀오라고 응원해주는 관계만으로도 과하게 행복하니까 말이다.
더 이상의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
“..래서 이번에 후배님이 혼자서 돌진하는 바람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니까요 정말이지..”
나는 최근에 또 급발진으로 자기 분에 못 이기는 속도로 뛰쳐나가는 후배님의 모습을 생각하며 화풀이를 하듯 토해냈다.
“그래~?”
내 맞은편에서 카페 모카를 홀짝이며 내 얘기를 들어주던 누나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것 참 힘들었겠네~ 선배님~’이라며 장난스럽게 내 어깨를 밀쳤다.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라구요! 현장에서 그런 식의 급발진이 얼마나 위험한데!? 스승님이란 사람은 툭하면 ‘일단 지켜보지.’ 이러고 있고! 그러다가 다치거나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 건지 도통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요!”
누나는 그 뒤로도 내가 하는 반 투정과도 같은 말에 열심히 응대해주면서 빙그레 웃어보였다.
그녀가 웃고 있다면, 나 역시 기분이 좋다.
“이제는 어디 가서도 어엿하게 한 명의 선배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냐? 예전에 대리님~ 대리님~ 하고 쫄래쫄래 쫒아다니던 모습이 선명한데 말이야!”
“제가 언제 그랬다고 그럽니까!?”
분명 마음을 숨기는 게 익숙해 지기 전 까지는 누나 외의 사람들과는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지만..
“그런 코찔찔이 시윤군이 이제는 어엿한 한 사람의 선배로 성장해서.. 이 누나는 눈물이 다 나오네.. 내가 이렇게 쉽게 눈물이 나는 사람이 아닌데 말이야..”
“정말! 계속 그렇게 놀리실 거예요!?”
그녀는 내가 화 내는 척하는 걸 보면서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계속해서 웃어 보였다. 그다지 재밌는 얘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계속 웃어주면 내가 사실은 꽤나 재밌는 사람이 아닐까 라는 착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서 후배님 얘기만 하니까 뭐랄까 좀 쓸쓸하다고나 할까..”
“..에?”
그녀가 사실 나를 위해서 별 재미 없는 얘기도 웃으면서 들어주는 거라는 것 정돈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으응~ 별거 아니야, 오늘은 그냥 카페 모카보단 아메리카노가 좀 더 잘 맞았을 거 같다구!”
그렇게 말하며 누나는 언제 어두워졌냐는 듯이 금방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슬슬 들어가봐야지 시윤군! 오늘 힐데 소대장이 후배님이랑 같이 놀이공원에 가야 한다는 특수 임무를 내렸다면서?”
아직 얼떨떨한 체 자리에 앉아있던 나의 이마를 검지로 밀치며 누나는 그렇게 말했다.
“재밌게 놀다와! 휴식은 후배님에게도 중요하지만 코핀 컴퍼니 최고의 성실 사원에게도 중요한 일이니까!”
분명히 중간까지는 화기애애 했었던 거 같은데, 어째서 마지막에는 그렇게 거리감이 느껴졌던 걸까..
아직도 여자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
******
“..부장님, 매일 잘 못 보내셨는데요?”
“어머, 그랬었나..? 요즘 정신이 없었어서..”
부쩍 이나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는 누나의 모습은 그녀가 정말로 정신이 없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해주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이런 메일을 잘 못 보내는 건 또 어떨까 싶은데.
“..이번에 소개팅 나가시려나 봐요?”
“!?”
그녀는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올려다 봤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자신의 이상형과 자신의 프로필을 빡빡하게 작성한 내용을 보면 누가 봐도 주선자에게 보내는 메일이 틀림 없었으니까 말이다.
“헤헤.. 하필이면 그런 메일을 잘 못 보냈네, 부끄럽게..”
부끄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 한 구석에서 어두침침한 감정이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누나처럼 아름다운 여성이 소개팅을 나간다면.. 그 뒤는 분명..
“아, 근데 최근에 자꾸 퇴짜맞아서 어차피 잘 안 됐을 테니까 굳이 다시 보낼 필요는 또 없으려나~”
“???”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내 시선이 제법 부담스러웠던지 그녀는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리고 말했다.
“아.. 그.. 내가 주사가 좀 심하다 나봐.. 헤헤.. 정작 나는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말이지..”
그녀의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튀어 나왔다.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 전에 그녀가 다른 사람의 여자가 되어 있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어어?! 지금 그렇게까지 한숨 쉬기 있기야?? 나중에 회식 때 두고봐! 시윤군이 술주정 하는 모습 찍어다가 넷튜브에 다 올려 버릴 거라구!”
나는 이번이야 말로 한심스러운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나와 잠시 눈이 마주친 체 한참을 쳐다보더니 빙그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시윤군은 역시 눈동자가 예뻐, 평소에도 눈 제대로 뜨고 다니면 좋을 텐데 말이야~ 그럼 그 흑막같은 느낌도 안 들 거라고?”
그녀가 헤실 거리며 웃는 모습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나 싶어서 자리로 돌아 가려는 데 그녀가 나를 붙잡아 세웠다.
“아참 시윤군 몸 조심해, 사장님이 그러는데 곧 있으면 큰 일이 있을거라 한 동안 못 돌아올 수도 있을거라고 하더라구”
나도 못 들은 사실을 어떻게 누나가 알고 있는 걸까? 사장님과 사적으로 연락하는 사이인 건가..?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나한 테 즐겁다는 듯이 ‘이번에 부사장님 대신 들어온 사장님 엄청 키도 크고 잘 생겼더라!? 왜 설레는 키 차이라고 하잖아~?’라며 재잘거렸던 게 기억 나서 다시 한 번 어두운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마음 한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사장님은 분명 바쁜 사람이니 괜한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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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님, 시윤군은 공인 S급 카운터가 아니라구요! 혼자서 델타 팀도 상대하는 간부를 상대하는 임무를 맡기다니!? 미친 거 아닌가요!?”
몽롱한 와중에 동굴 저 멀리에서 외치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마도 누나? 그리고 누나가 말하는 대상은.. 누구지..?
“흐음.. 그건 그렇다만 시윤군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네, 김 부장이 생각하는 것만큼 보살펴야 할 동생이 아니란 말일세.”
저 목소리.. 뭔가.. 꿍꿍이가 있어보이는.. 부사장의 집무실에서 종종 들리던.. 아마도 사장님의 목소리..
“무슨 소리세요?! 시윤군은 이제 겨우 어린 시절을 막 벗어났을 뿐이라구요!”
“그렇게 까지 품에 안고만 있으면 언제 까지고 나아갈 수 없다네.”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이라면 가족이 성장하는 것보단 안전하길 바라는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보기 드문 격정적인 목소리에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뭔가.. 뭔가 이상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쩔수가 없구만 그래.”
몸이 아픈 것 보다도…
“자네가 그렇게까지 걱정을 하니 앞으로 시윤군은 최대한 안전해 보이는 임무 위주로 편성하도록 하겠네.”
저 사람이 입을 열 때마다.. 기묘할 정도로 온 몸이 죄여오는 것만 같은..
“저.. 정말이죠?”
“물론, 나는 한 입으로 두 말하는 사람이 아닐세, 최근에 유미나 군을 학교로 보내서 처음부터 공부를 시킬 생각도 있었으니, 호위로 붙이는 일이라던가 말이지?”
“아.. 유미나 양의.. 호위요..?”
“왜 그러나? 명색이 호위지 카운터 학교에서 사건이 발생해 봤자 얼마나 큰 일이 있겠나?”
“아뇨! 아무것도 아녜요! 호위.. 호위 좋죠! 시윤군도.. 아마 미나양과 같이 있는 걸 더 좋아할 거예요..”
이내 찾아온 정적과 함께 점점 심연 깊숙한 곳으로 정신이 빨려 들어가려고 할 때,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시윤 군을 생각이 지극 정성이면서 그렇게나 소개팅을 많이 다니는 건 이상하지 않나?”
“ㅇ, 에!? 아.. 아뇨.. 저기 시윤군은.. 그저 남동생이라고 생각 하는 거고..”
“그런 것 치고는 일부러 퇴짜를 놓는 거 같던데?”
“아녜요!! 그건! 그건.. 제가 주사가.. 심해서..”
“뭐? 하하, 자네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을 주사 때문에 퇴짜를 놓는다니, 주사로 불이라도 지르는게 아니 고서야 말도 안 되지 않나?”
“정말이지.. 사장님도.. 그렇게 칭찬해 주셔도..”
“뭐, 어디까지나 객관적인 평가일 뿐이다만, 그럼 이렇게 하지.”
“..에?”
또다시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 뒤 사장이 작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속삭였다.
“시윤군을 어려운 임무에서 빼는 대가로 나와 데이트 해주게나.”
“아..”
나는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그런 소리 듣지 말아요!’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고는 천근과도 같은 눈꺼풀을 약간이나마 들어올리는 게 전부였다.
유독 불길하게 느껴지는 붉은 색으로 빛나는 사장의 눈동자와 마주쳤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가 수줍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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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정말 제가 이런 곳에서 대접을 받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하하하, 돈 걱정이라면 하지 말게, 여기 헤드 셰프와는 인연이 좀 있어서 말이야”
나는 그녀의 핸드폰을 해킹해서 알아낸 데이트 장소에 몰래 숨어 들어와 있었다.
이런 나의 모습이 추하다고 생각했고, 그녀가 지금까지 수 많은 남자들과의 소개팅이 전부 무산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때 보았던 사장의 불길한 기운과, 누나가 처음으로 호의적으로 표현한 자신 외의 남자라는 사실이 나를 이렇게까지 밀어 붙인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나의 어두침침한 마음과는 관계없이, 그녀와 사장은 화기애애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누며 와인잔을 비워 나갔다.
그녀가 주사로 다른 남자들에게 퇴짜를 맞았 왔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기는 하나, 실제로 그녀가 저렇게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기에 솔직히 궁금한 게 없는 것도 아니었다.
“자네, 너무 쉬지 않고 마시는 거 같은데 괜찮은건가?”
“네헤..? 에헤헤.. 괘차나여어~ 그것보다아~ 이 사진 좀 보세요오! 너~어무 귀엽지 않나요오~~??”
그녀의 동공은 이미 반쯤 풀려 있고 하는 말에도 이미 혓바닥이 꼬일 대로 꼬인 것 같았지만, 그녀의 악명과는 다르게 술병으로 사장의 머리를 내려찍는다거나, 테이블 위에 놓인 양초로 불을 지른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귀여워서 그녀의 얼굴을 정면에서 볼 순 없었지만 초조함만 더 늘어갔다.
상대가 사장이라서 부담감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어서 주사를 안 부리는 건가?
..아니면 정말로 사장을 이성으로 좋아하고 있어서 주사를 부리지 않는건가?
그런 생각으로 머리 속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을 때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네의 주사를 보아하니 왜 지금까지 남자들한테 번번히 퇴짜를 놨는지 알 수 있겠군.”
“네헤에..?”
지금까지 주사라곤 하나도 없었던 거 같았는데 도대체 어떤 점이 주사라는 건가!?
그렇게 반쯤 어리둥절 하고 있는데 기가 차다는 듯한 말투의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전부터 주시윤군의 활약이라던가 얼마나 멋진지에 대해서만 열심히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어떤 남성이 본인 앞에서 다른 남자 얘기만 하는 여자를 좋아할 수 있겠나?”
“에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나와 얘기를 할 땐 항상 내가 얘기하는 게 전부였기에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그녀는 술을 마시기 시작한 뒤로 나와 있었던 일들만 하루 종일 꺼냈었다.
나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고양감이 차오르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만이 마음 속에 그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녀 역시 마음 속에 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는 뜻이 아니던가?
“자네는 정말이지 시윤군을 좋아하는 군.”
“네에~!”
사장의 약간은 어두운 목소리에 나는 더 이상 여기에 남아 그녀를 의심하는 행위가 그녀를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자네가 시윤군을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이상 영원히 그와 진정한 가족으로 있을 수 없을 걸세.”
“..네에에..? 읍!”
나는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돌려 그녀와 사장이 있는 자리를 쳐다 보았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사장은 반쯤 인사불성의 그녀의 뒷목을 붙잡고 격렬하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여기 최상층은 아주 전망이 좋은 방이 있다네, 내가 오늘, 자네와 시윤군을 진정한 가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해 주겠네.”
“………네”
나는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스승이 그토록 사용하지 말라고 했던 힘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스승의 경고, 가족이 죽었던 이유, 지금의 나에겐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었다.
지금 당장, 저기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린 가증스러운 녀석을 죽일 수만 있다면!!!
하지만 몸은 지난번과 같이 땅에 박힌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온 몸이 마치 심해에 빠져 사방에서 옥죄어 오는 것만 같이..
이 것을 이겨내야만..! 이겨내야만!!
그 때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사장과 다시 눈이 마주쳤다. 사장의 비웃음 속에는 ‘고작 이것도 극복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자네의 가족을 잃게 될 거야?’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끝내 나를 에워싼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
“허억.. 허억.. 컥!”
땀 범벅의 침대에서 튕겨져 나가듯 상반신을 세운 주시윤은 마치 있을 수 없는 것을 본 사람처럼 퀭한 눈동자로 한동안 사방을 훑어보았다.
애타게 찾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한 번, 그리고 자신이 있는 곳이 호텔이 아니라는 사실에 한 번 정신이 든 주시윤은 이내, 큰 한숨을 내쉬고는 침대에 털썩하고 등을 기댔다.
“정말 끔찍한 꿈이었어..”
이윽고 안정을 취한 그는 그제서야 자신의 팔목을 잡고 있는 손을 발견하고는 기겁하듯이 팔을 뿌리쳤다.
“거참, 지금까지 걱정해서 손해 봤구만.”
“사.. 사장?!”
이내 나는 빙그레 웃으며 ‘이젠 님자도 빼는건가?’라고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부장이 자네가 계속 악몽을 꾸는 것처럼 소리를 지르고 있다고 하기에 이렇게 직접 찾아왔는데 영 서운하구만 그래.”
“아.. 아니 그게.. 하하.. 죄송합니다!”
아직까지 혼란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는 주시윤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이 정도 자극으로는 아직 한계를 깨뜨릴 수 없는 모양이군.’이라고
“아무튼, 자네가 무사히 악몽에서 깨어난 것 같으니 이만 가보도록 하겠네.”
“아, 감사합니다..”
자신을 악몽에 빠뜨린 주범을 보고 감사하다고 하는 그 상황이 웃겼지만, 거기서 갑자기 웃으면 이상하게 볼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근엄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서둘러서 ‘그럼 수고하게.’라고 말하고 방에서 빠져나와 내 집무실로 돌아갔다.
“이 정도의 감정의 동요로도 깨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야말로 감정이 요동치는게 아니라 한 번 정도 죽어야 껍질을 깨부술 수 있는 걸까?
“..그거야말로 도박이니 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후후”
나는 커튼 사이로 이제 막 뜨기 시작한 햇빛을 보고 눈을 찡그리며 커튼을 닫았다.
“으음.. 어디 다녀오셨나요 사장님..”
“아, 미안 잠에서 깨지 말라고 커튼을 친 건데 자네를 깨우고 말았군.”
새하얀 나신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이불을 껴안고 있던 김 부장은 아직 잠에 덜 깬 표정으로 눈을 비비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방음벽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겠어.”
귀가 좋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지만, 부사장 실에서 한 얘기를 들을 정도라면 좀 더 튼튼한 벽을 세울 필요가 있겠지.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이미 꽝이 나온 이상, 굳이 실제로 주시윤군의 감정을 동요 시킬 필요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 남자와 그 여자와 그 남자 -fin-
오늘은 일찍 자려고 했는데,


요 두 짤 보고 무한 회로 돌아가서 결국 이 시간까지 글이나 쓰고 있었네 식..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