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ArtStation - Snake Illustration, Anabel Martínez Bañ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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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진실이 담긴 독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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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소년아, 너 나와 함께 가지 않으련?


내 딸들은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내 딸들이 밤마다 축제를 열자고 하는구나


너를 위해서 밤마다 춤추고 노래를 부를 거란다."



- 슈베르트, '마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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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봉인역

????

p.m.????



.....


.........



"하아.... 하아.... 허윽, 크...."


"호오....? 미치지 않는건가?"



하마터면 말 그대로 미쳐버릴 뻔했다. 간담이 서늘해진 주시윤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사방에서 영혼을 쪼갤 듯한 기세로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환상들.


거대한 무언가에 그대로 삼켜지면서 의식을 잃을 것 같은 위화감이 주시윤을 옭아맸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그런 위화감들은 물에 씻겨 내려가는 듯 사라지고 없었다. 


어지러운 느낌은 그대로였지만, 정신을 잃지는 않았다. 머릿속이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것 마냥 선명했다.


마치 4일 밤낮을 꼬박 샌 채, 카페인 음료를 몇 잔이나 연거푸 마셔서 억지로 깨어있는 것 같은 느낌.


아. 이게 정신을 빼앗긴다는 거였구나. 주시윤은 뱀을 마주하고 나서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한편으론 루시아가 펼쳐줬던 정신결계라는 것이 자신의 유일한 생명줄임을 실감했다.


역시, 이 뱀이라는 것은 존재해서는 안되는 괴물이다. 


주시윤은 다시금 긴장의 날을 벼리며 뱀을 똑바로 노려보았다.



"흥미롭구나. 내 본모습을 본 자는 누구라도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했었는데. 역시 용혈을 갖고 있어서인가?"



뱀은 신기한 생물을 본 듯 그 붉은 눈을 꿈뻑이며 주시윤에게 자신의 머리를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곧 그것의 눈매가 흉물스러운 것이라도 본 것인 양 잔뜩 구겨졌다.



"아니, 아니군. 이 푸르른 기운은... 바깥의 그 외톨이 년이구나. 어쩐지 너의 생각을 읽을 수 없더라니."


"...루시아 양 말입니까?"


"이거야 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느냐? 그 년이 머리를 좀 썼군. 하긴. 그런 이름까지 쓰면서 살고 있었으니 인간이라면 모를만도 하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요. 전생에 루시아 양이랑 악연이라도 있으신가 보네요?"


"전생이었으면 오히려 나았지. 특별히 충고 하나 하마. 그 년을 믿지 말거라. 가까이 해서 좋을 것이 없는 흉물이니까."



뱀은 구겨진 눈매를 유지한 채 마치 불쾌하다는 어조로 말했다.


아까부터 그랬지만, 뱀은 루시아에 한해서 유독 강한 증오를 드러내었다.


외톨이 년, 흉물. 뱀은 루시아를 그렇게 불렀다.


훨씬 오래 전부터 살아왔을 인외의 존재가 18세 아카데미 편입생 소녀에게 원한이라도 진 것처럼.


도대체 어떻게? 루시아가 자신에게 다른 비밀을 감추고 있기라고 한다는 걸까.



"....."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주시윤은 깔끔하게 무시하기로 했다.


루시아는 힐데를 따돌리고, 진실을 찾아내라며 자신을 여기까지 들여보내준 조력자다. 


설령 그녀가 정말 다른 꿍꿍이를 갖고 있다면, 그녀가 해준 온갖 조언이나 뱀에게 먹히지 않도록 정신에 결계를 씌워주는 행동은 설명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애당초, 주시윤은 이 영혼세계에 들어온 순간부터 마음을 다진 채였다.


뱀이 무슨 말을 한들,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자신의 기준에서 판단하기로 말이다.



"하. 당신이 남 험담할 처지인가요? 사람을 수도 없이 죽여온 괴물 주제에."


"말을 예쁘게 하는 법을 배워야겠구나. 아무리 귀중한 손님이라 해도,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거라."



주시윤은 감정을 살짝 실어 뱀을 향해 비아냥댔다. 뱀 역시 붉은 눈을 빛내며 주시윤을 위협했다.


뱀의 눈초리를 한 소년이 뱀과 눈을 맞대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그깟 외톨이 년에 비하면, '나'는 '너'에게 있어 그 의미가 너무나 다르거든. 우리 둘 모두에게는 고귀한 피가 흐르고 있으니 말이야."



노여움이 가득 서린 뱀의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 


그것의 눈에 담긴 감정은 인간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랑스러운 것을 볼 때의 부드러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역겹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것이었다. 인간도 아닌 것이 인간을 생각하게 만들다니.


주시윤의 표정이 찌푸려졌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뱀은 주시윤에게서 살짝 시선을 떼었다.



"잘 됐노라. 찾아온 김에 얘기나 나누자꾸나. 네게 말할 것이 많았으니 말이다."


"호오. 흥미롭네요. 저도 당신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말이죠."


"피차 같은 입장이었군."


"그래요. 제 부모님이 돌아가셨던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살짝 감정을 실어 강한 어조로 주시윤은 말을 끝마쳤다. 그의 청명한 눈에 분명한 결의가 담겼다. 


드디어 한 걸음 남았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을 뱀이라면, 힐데가 그렇게 싸매고 도는 그 날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으리라.


자. 진실에 접근하기 위한 교섭을 시작하지. 주시윤의 결연한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무슨 말부터 시작할까. 무엇을 물어볼까. 어떻게 답을 할까. 둘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수없이 많은 수 싸움을 이어나갔다.


주시윤과 뱀, 양자간의 묘한 긴장감이 서로의 시선을 통해 팽팽하게 맞부딪혔다.


먼저 입을 연 것은 뱀 쪽이었다.



"그 전에, 네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


"들어야 할 이야기라면?"


"모든 것의 시작이 되는 이야기. 네 부모에 대한 것과도 연결되니 잘 듣도록 하거라."



뱀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시윤과 뱀의 주변을 검은 빛깔의 안개가 서서히 채워갔다.


식장에서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등장하는 것처럼 주변이 안개로 뒤덮였다. 꿈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주시윤의 오감을 자극했다.


이야기라곤 했지만 뱀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주시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주아주 옛날.



뱀의 목소리였다. 노이즈가 사라졌을 뿐 분명히 뱀의 말투임을 주시윤은 알 수 있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감상할 때처럼 뱀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퍼져갔다.


검은 안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안개 너머로 풍경이 점차 바뀌어갔다.


안개는 사람이 되었고, 건물이 되었고,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것들이 뱀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며 거대한 무대를 조성한다.


그리고 주시윤의 시야 정중앙에, 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먼 옛날, 구도자라고 불리우는 선인(善人)이 있었습니다.


구도자의 세상은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었습니다. 전쟁과 기아가 끊이질 않았고, 세상은 붕괴하기 직전이었습니다.


구도자는 세상에 스며드는 악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온 세상을 떠돌아다녔습니다.


다가오는 악에 맞서 싸우기에 인간들은 너무나도 약했고, 도움받지 못한 채 스러져가는 이들은 너무나 많았습니다.


구도자 혼자서는 그 많은 인류를 구할 수 없었죠. 


당연했습니다. 그는 남들보다 조금 더 이타심이 강할 뿐인 평범한 인간이니까.


그러나 아무리 지치고 힘들더라도, 그 자신이 평범한 인간일지라도, 구도자는 사람을 돕는 것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요. 


어느날 구도자는 한 현자를 만나 '용의 피'라는 귀한 보물을 선물받았습니다. 전설 속 용의 강력한 힘을 내려준다는 보물을 말이죠.


현자는 구도자에게 경고했습니다. 


피를 마시면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운명을 뒤트는 힘은 그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구도자의 마음 속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던 그는 용의 피를 마셨죠.


그렇게 구도자는 선인(仙人)이 되었습니다.


용의 힘을 얻게 된 구도자에게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렸고,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었습니다.


자연의 소리, 에너지의 흐름, 인류를 움직여가는 거대한 파도의 존재 같은 것들을 말이죠.


구도자는 용의 신묘한 힘을 발휘하여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수도 없이 구했고, 도탄에 빠진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었습니다.


그는 상처를 치료했고, 망가진 정신을 되돌렸고, 세상을 뒤덮은 악을 능히 물리칠 만큼 강했습니다.


악을 물리치는 구도자의 곁을 수많은 용사와 호인들이 뒤따랐습니다. 어떤 악도 구도자의 앞에서는 꽁지를 빼고 도망치기에 바빴죠.


숱한 승리 끝에 마침내, 세상은 잊었던 것들을 다시 떠올렸답니다. 


사랑을 기억해냈고, 도덕을 기억해냈으며,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던 인류 본연의 가치들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구도자가 일궈낸, 인류의 승리였지요.


오늘날 그의 자취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전해집니다.


전승에 따르면, 세상을 악으로부터 구원한 구도자는 여생을 보내기 위해 모든 힘을 포기하고 평범한 인간이 되길 자처했답니다.


자신의 힘을 계승할 후계자를 정해, 용의 힘이 인간의 욕망에 휘둘리는 일이 없도록 깊이 봉인하기로 결정했다고. 그리 전해질 뿐입니다.


......


.........



검은 안개가 서서히 걷혀갔다. 꿈결 가운데 속삭이는 것 같았던 목소리도 끊어졌다.


주시윤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눈 앞에는 여전히 거대한 뱀이 붉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주시윤을 응시하고 있었다.


째깍째깍. 주시윤의 머리가 초침처럼 돌아간다. 


이 이야기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일단은 탐색전이다. 주시윤은 간단하지만 바보같아 보일 질문을 먼저 던지기로 했다.



"흐음. 그러니까 그 구도자의 후예가 나나하라 가문이라던가, 그런 말을 하려는 건가요?"


"틀렸다. 구도자의 후예들이란 바로 너희 어머니가 속해있던 가문이니라."



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의외의 말에 주시윤은 깜짝 놀라며 반응했다.



"제 어머니를 아십니까?"


"알다마다. 너희 가문은 대대로 용혈이라는 특이한 힘을 계승해왔다. 그 힘은 신묘한 용의 권능으로, 세계를 지키고 인류를 한데 묶는데 사용되었지.


이미 내가 해준 이야기를 통해 그 유래는 대략적으로 알게 됐을 터. 즉, 네가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구도자의 직계 혈통이다. "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주시윤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흥미롭다는 듯 연기했다.


표정과 달리 속마음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혼란스럽기 짝이 없었다.


용혈이 대대로 내려오는 힘이었다고? 게다가 자신이 구도자의 후손이라고? 환상에서 봤던 그 구도자의?


아니야. 진정해 주시윤. 지금은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야.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까스로 가라앉히고 주시윤은 냉정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정보는 하나의 가설로써 그 가치가 있었다.


일단은 하나. 주시윤은 속마음을 철저히 숨기고 고개를 끄덕이며 흥미를 표시했다.



"그렇게나 대단한 힘이었군요. 저는 기껏해야 사람을 현혹시키는 정도가 다인 줄 알고 있었는데."


"그 뿐이겠느냐? 그것 말고도 더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단다. 하지만... 이번 대에는 용혈을 계승하지 못하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라 하면....?"


"용혈은 분명 신성한 힘이지만, 인간에게는 너무나 과분한 힘. 위계가 지나치게 높은 힘을 말뚝 없이 잡아두는 것은 큰 악재로 작용하기 마련이노라. 


그렇기에 너희 가문의 사람들은 대를 이어가며 용혈을 계승해왔고, 그 힘이 인류를 해치는 칼날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왔던 게야. 


허나 지금은 그 계승자가 끊기는 바람에 용혈에 독이 점점 차오르고 있다. 내버려둔다면 그것이 깨어날 때, 세상에 큰 혼란을 불러 일으킬테지."



뱀이 말하던 계승자가 끊겼다는 대목에서 주시윤은 거기서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올렸다.


그렇다면 혹시 부모님의 죽음이 용혈에 독을 차오르게 만든 원인일까?


그런 생각을 마음 한 켠에 띄워놓고 주시윤은 뱀의 진술을 계속해서 듣기로 했다.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아직 판단할 정보가 더 필요했다.



"네 부모가 죽었던 날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랬지. 그들의 죽음은 용혈의 계승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그 날... 용혈에 쌓여 있던 저주를 모두 없앨 수 있던 기회가, 네 부모가 죽음으로써 물거품이 되고 말았노라."


"스승님이 저희 부모님을 죽이셨던 것이, 그런... 이유라고요...?"


"용혈이 오염되었다면, 그것을 계승받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힘에 쌓여있던 저주들을 씻어내야 하지. 


네 스승이 그것을 오해한게다. 세상을 구하려는 행동을 세상을 무너뜨리려는 것으로. 충분히 오해할만한 여지가 있긴 했지만, 애도를 표하마."



주시윤의 얼굴에 살짝 그늘이 졌다. 작게나마, 눈망울에 샛별이 일렁였다.


그리고 뱀의 애도한다는 마지막 말 한 마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말 한 마디였음에도, 어찌나 이렇게 마음에 와닿는지.


아니 잠깐.


적의 말에 왜 내가 위안을 느끼고 있는 거지?!


이것마저 뱀의 권능이란 말인가?


위기감이 등을 타고 흐른다. 주시윤은 다시 이성의 고리를 다잡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뱀에게 감화되고 있었다. 루시아의 결계가 있음에도 놈의 정신간섭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었나보다.


지면 안돼. 감상에 젖지 마라. 정보를 캐내라. 진실을 마주하라. 주시윤은 명령어를 새겨넣듯이 정신무장을 갖추었다.



"그럼, 계승받지 못한 용혈은 어떻게 되죠?"


"용혈에 쌓여가는 저주는 점점 강해지고 있단다. 이제는 현실세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이야. 



기다렸다는 듯이 뱀은 눈을 빛내며 말을 꺼내었다.



"얼마 전, 이 땅에 클리포트의 마왕이 강림했던 것을 기억하느냐? 용혈은 거기에 영향을 받아 잠들어있는 그 악성을 세상에 뻗치려 하고 있어. 


나나하라 가문을 침식체 군단이 덮쳤던 것도, 이 일본에 주기적으로 침식과 환각 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용혈이 오랫동안 방치되어 쌓인 저주가 점점 넘쳐 흐르는 것이니라.


허나, 다행히도, 아직 해결법은 남아있지."



뱀의 거대한 눈이 주시윤의 모습을 한가득 담았다. 그것의 눈에 말로는 표현 못할 무언의 기대감이 감돌았다.


그 눈빛을 보고 있자니 주시윤은 본능적인 두려움에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칠 뻔했다.


주시윤은 본능적으로 눈치챘다. 


놈이 원하는 것은, 주시윤도 알고 있는 대답이다.


그리고 아직은 물러설 때가 아니었다. 원하는 정보들을 더 뽑아내어 진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깊이 들어갈 필요가 있었다.



"...제가 그 방법이로군요."



원하는 대답이 떨어지자, 뱀이 흡족해하며 거대한 몸을 살짝 들어올렸다. 


놈이 인간이었다면 분명 기쁨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리라.



"똑똑하구나. 구도자의 후손인 네가 네 어머니 대신 용혈을 깨우고 힘을 정화한다면 되는 일이다.


구도자가 그랬듯, 오탁으로 점철된 힘을 다시 정상궤도로 되돌려 인류의 나침반으로 삼는 사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


"강요하진 않으마. 하지만 세상에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곤 오직 너뿐이야.


사람을 구하고 싶다면, 네 스승에게 배운 것처럼 인류를 위해 헌신하고 싶다면, 네가 구도자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내가 곁에서 함께하마."



노이즈 낀 인간 아닌 것의 목소리가 인간의 인자함과 자비로움을 흉내낸다.


인외의 존재가 인간 흉내를 내는 것이 심한 괴리감을 불러 일으킨다.


언틋 듣기에는 굉장히 끌리는 발언이었다. 그것이 악신임을 알지 못했다면 주시윤은 꼼짝없이 속아넘어갔을 것 같았다.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바깥 세상에 루시아가 있다. 그녀와 이어져 있는 영혼의 끈이, 뱀의 저주로부터 그를 지켜주고 있다.


수천 수억가지의 저주가 지금 이 순간에도 귓가에 별의별 말을 속삭이고 있음에도


대의명분과 감언이설을 내세우며 뱀이 선한 역할인 양 속이고 있음에도


주시윤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네요~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는걸요."



주시윤의 실눈이 살짝 떠졌다. 뱀의 붉은 눈동자와 대비되는 푸른 눈동자가 밝게 빛난다.


주시윤이 선택한 것은 순응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선택한 것은 투쟁이었다.


반격의 송곳니를 치켜세우고, 이빨에 독을 가득 머금은 채, 새끼 뱀은 사나운 눈초리로 눈 앞의 괴물을 담았다.



"용혈과 제 조상님들에게 그런 사연이 얽혀 있다는건 재밌는 이야기였어요. 그렇다면, 이 모든 이야기를 다 아는 당신은 도대체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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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이 너무 바빠져서 앞으로는 1주일에 1번 정도밖에 글 쓸 시간이 안날듯?????


사실 이번화도 끝까지 썼으면 도합 15000자까지 갔을텐데, 그러면 너네 못읽을까봐 반으로 쪼갰음. 


뱀이랑 주시윤 말싸움이 좀 길더라 ㅋㅋㅋ 다음주에 꼭 다음화 들고 돌아올 수 있도록 할게.


항상 이렇게 게으르고 페이스 느리게 지지부진하게 올라오는 똥글이지만 계속 읽어주고 찾아줘서 너무 고맙다이


챈럼들 댓글 보는 맛에 힘내서 쓸 수 있다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