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live/b/counterside/42112819
모음집
"관리국에 가겠다는거야?"
"맞아. 졸업하면 꼭 들어가려고."
엘리사의 말을 들은 나는 망치로 머리를 쎄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뭐, 그렇게 위험한거 아니니까 표정 풀어. 응?"
내 표정이 그렇게나 심각했던 걸까
마음 한구석에서 욕망이 고개를 들어 내게 말을 걸어온다
-지금이라도 읽어
-후회하고 싶은거야?
-저 아이는 사실 너와 행복하게 지내고 싶을거야
닥쳐
닥치라고
그건 아니야
엘리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간에 나는 그녀의 편을 들어줄거라고
욕망을 떨치러 애써 그녀에게 말을 건넨다
"그러면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기적인 새끼
내 말을 들은 엘리사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지만 이내 웃음을 지어보였다
"금방 만날 수 있을거야. 약속할게."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알았지?"
"내가 언제 너를 걱정했다는거야?"
"풉. 그 표정으로 하니까 되게 설득력 떨어지는거 알아?"
"됐어. 나중에 연락하는거 잊지말고."
마음이 내 발을 무겁게 한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붙잡으라고
-늦지 않았어
-욕망에 솔직해져
마음을 짓밣고 뒤를 돌아본다
"엘리사."
"왜?"
좋아해
"....아니야."
그렇게 나와 그녀의 짧은 만남은 막을 내렸다
============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휴대폰 잠금을 풀고 혹시라도 부재중 연락이 온지 확인해본다
"없네."
애초에 서로 스쳐지나갈 인연이었던거다.
"병신새끼."
그런데도 나는 멍청힌게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알아. 안다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거칠게 집어넣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고 언제나 만남은 찾아오게 되어있다
그게 좋은 결과가 아닐지라도
오늘 아침은 평소의 아침과는 달랐다
이제는 일과가 되어버린 연락확인을 위해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모르는 번호로 메시지가 도착해있었다
"안녕 카인. 잘 지내고 있어?"
그 메시지를 보자, 애써 마음 한구석에 넣어두었던 감정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메시지는 여러개였다
"네가 이 메시지를 보고 있을때 쯤이면 나는 아마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닐거야."
사고가 멈춰버렸다
뭐?
"이 메시지는 내가 죽으면 발송하게 되었거든. 첫 연락이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뭐라 할말이 없네."
장난...이겠지...?
"너와 한번 만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었어. 그런데 내가 부끄럼쟁이라 그걸 미루고 미뤄왔지."
이런 장난...재미없어...
"그런데 말이야. 너는 모르겠지만 내가 지나온 삶에서 너와 함께 지냈던 시간이 그 무엇보다 소중했어."
읽혀지지 않아
이 메시지로는 그녀의 생각이 읽혀지지 않는다고
제발
말하게 해줘
휴대폰 액정위로 얼룩이 하나 둘 늘어난다
씨발...씨발...
"그러니까 너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마."
좋아한다고 말하지도 못했는데
고맙다고 말하지도 못했는데
눈물로 흐려진 나머지 글이 제대로 읽히지 않는다
"그때 네게 못했던 말이 있어."
"사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