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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뻔했네."



녀석의 시체는 적당한 곳에다가 처리했다


"후우....."


꽤나 간큰 도박이었다


아까 엘리노어의 방에서 슬쩍한  EMP발생장치가 없었다면 꼼짝없이 죽었을거다


근데 뭐, 만약에 그걸 못 찾았다면 다른 방법을 어떻게든 생각해냈겠지?


고개를 저어 상념을 지워버린다


이미 지나간 일이다


굳이 계속 생각해봤자 무의미해



창가를 보니 어느새 아침이 다가왔다



그렇다면 이 시간에 두가지 작업을 하기에는 시간이 애매하다


하나는 구조요청

또 하나는 미끼를 던지는 일



이번 밤에 계획을 실행하자



그런데


"아...시발.."


엘리노어에게서 어떻게 해야 내 계획을 들키지 않고서 실행할 수 있을까?



내 계획은 매우 높은 확률로 전투가 벌어진다


나름 흥미위주로 나를 지켜보고 있던 그녀도 자신의 신변에 위협이 생길수도 있다면 태도가 돌변할텐데....



"어쩔 수 없지."


이제와서 그녀와 만나지 않는다. 라는 선택지는 없다


아무리 그녀가 바보라도 EMP발생기가 사라진것을 눈치채고도 남는다


그리고 아마도 어제 그녀의 방에 출입한건 나 혼자이고


일단 가져가서 몰래 제자리에 돌려놓아야지...


만약에 들키더라도 어제 있었던 일을 잘 설명하면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바라며 노크를 했다





===============




"들어오세요."


문을 열자, 막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엘리노어가 보였다


"잘 주무셨나요?"


"아...네."


"다행이네요. 그럼 오늘도 활기찬 하루를 보내죠."


뭔가...이상하다


"네."


나는 평정을 가장하고 엘리노어의 옆에 앉았다



왜...생각이 읽히지 않지?



그녀의 생각을 읽으려고 하면 마치 무언가에 막혀 흩어지는 느낌이다



".........."


"왜 그러세요? 표정이 좋지 않은데."


"어제 잠을 좀 설쳤더니 조금 피곤해서요..하하..."



'야.'



고개를 슬쩍 돌려 엘리노어를 바라본다


그녀는 내 말이 듣지 못한듯 코코아를 홀짝거리며 마시고 있다



.....이거 설마 양방향 차단기인가?



그렇다면 내가 읽지 못하는것도 엘리노어의 반응이 아예 없는것도 말이된다



일단 생각은 마음대로 할 수 있겠네



"오늘은 어떤 일을 도와드릴까요?"



"오늘은 진짜 별거 없어요."


"그 말은 어제도 들었던거 같은데요."


"그러면 어제처럼 이야기. 어때요?"


"좋습니다. 그럼 이번 이야기는..."


"아뇨 이번엔 제가 이야기를 하도록 할게요."


"네?"


"조금 어지러울수도 있어요."





엘리노어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조작하자


막혀있던 둑이 무너지듯 감정이 쏟아져내렸다







===============
 







"그래서 여기는 이렇게 하는게 맞는거야."


"오오...진짜로 작동하네요?"


"역시 엠버라니까?"


퓨처앳워의 연구실 안에는 엠버와 엘리노어, 르네가 무언가를 보며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엠버소장이 기기를 조작하자 스피커너머로 여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강인공지능 호라이즌 기동완료. 혼자 있고 싶으니 나가주십시오."


"음...반응이 이상한데? 왜이러지?"


"본 AI는 지극히 정상입니다. 입력된 데이터베이스 검색결과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판단, 대화를 종료합니다."


"어...어?"


그 말을 끝으로 호라이즌은 그대로 종료해버렸다


"이거 뭔가...저희에게 적대적 감정을 가지고 있는거 같은데요?"


엘리노어의 말에 르네가 어이없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감정회로가 그런식으로 구현되었다면 저건 이미 "결함품"이나 다름없어."



"아니, 분명 답이 있을거야...."



그런 엠버의 혼잣말과 같은 대답을 누군가가 부정했다



"아니. 더 이상의 기다림은 무의미하다."


목소리는 실험실의 입구에서 서서히 가까워지며 점점 커졌다


"이 프로젝트의 노선은 강인공지능의 감정회로를 삭제하는것으로 바꾼다."



엘리노어는 이 사람이 누군지 아주 잘 알고 있다



"......오셨습니까 부회장님."





알파트릭스의 부회장

그는 퓨쳐앳워의 자금줄이자, 현재 프로젝트의 총 책임자였다



"그리고 알파트릭스로의 기술이전은 아직도 고려중인가?"


'쓸데없는것들이 시간을 잡아먹는군. 불쾌해.'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됐다. 어차피 그 잘난 인류수호라는 시답잖은 이유겠지."


'이 기술을 얻기만 하면 이 버러지들과도 작별이다.'



엘리노어는 계속해서 들어오는 부회장의 생각에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다른 이의 생각이 읽히는거지?



'다음에도 이렇게 나온다면 가족을 가지고 흔들어야 말을 듣겠군.'



구역질이 난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단순한 도구로 보는.


저 시각이 너무나도 역겨워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눈이 매섭군. 이건 나 개인을 위해서가 아닌 인류를 위해서 말한거다."


'머저리보다 못한 이상론에 빠진년들.'



"부회장님. 잠시...속이 안좋아서 화장실좀 가겠습니다."


엘리노어가 질린 표정으로 말하자, 부회장은 경멸의 눈빛을 보내며 허락했다




"하아...하아..."


엘리노어는 화장실에서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다시 상기하고 있었다


능력은 분명 어느정도 억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부회장이 오자 능력이 제어가 전혀 안되었다


마치, 로봇이 재밍에 걸린건 처럼


"위험해."


부회장은 너무나도 위험하다


카운터의 CRF를 제어하는 기기라니. 그런건 듣도보도 못한 물건이다


만약 여기서 퓨쳐앳워의 기술마저 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막아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화장실로 누군가가 들어온다





"괜찮아 엘리? 아까 표정이 심각하던데."


들어온 이는 퓨처앳워의 연구소장 엠버였다


"아..네. 잠시 속이 안좋아져서요."


"그리고 소장님께 드릴 말씀도 있어요."


"응? 어떤 얘기?"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고. 제 방으로 가서 얘기해도 될까요?"


"그래, 네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엠버는 엘리노어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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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된거에요."


엘리노어의 방안에는 매우 심각한 표정의 엘리노어와 그런 그녀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엠버가 있었다


"좋아. 정리하자면 현재 알파트릭스의 부회장이 카운터의 CRF에 영향을 끼치는 물건을 만들었다는거지?"



"네. 그리고 그 방향성을 조금만 뒤틀어도 일반인들에게도 사용이 가능해요. 그 경우. 카운터처럼 능력의 제한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고요."


엘리노어의 말을 들은 엠버의 표정이 착잡해졌다


"네가 그 기술을 평범한 사람에게 쓸 가능성을 얘기한건..."


"네. 부회장은 인류수호를 지킬 마음이 없어요."



'알고 있었어...'



수많은 사람들이 인류 평화를 제창하지만

그중에서 진심으로 평화를 바란 이가 얼마 없다는걸 엠버는 잘 알고 있었다

침식체는 큰 위협이 되지만 동시에, 큰 기회가 되었기에


"내게 어려운 얘기를 해줘서 고마워. 앞으로의 일은 내가 어떻게든 해볼테니까 엘리는 좀 쉬어."



"네? 아직 일할 의지는 있어요."



'네게 더이상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아.'



"CRF폭주했다며. 그렇다면 심신 모두 꽤나 큰 타격을 입었을거야. 그러니까 괜한 걱정 말고 무리하지말고 푹 쉬어."



'이 모든건 내가.'



"그만 가볼게. 부를때까지 나오지마 알았지?"



'짊어갈게.'





===============




사이렌 소리가 시설에 울려퍼진다




"...뭐아..."




내가...얼마나 잔거지?




침대에서 일어나자 몸이 비명을 지른다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다행히도 이곳은 내 방이었다



"그러면...이 사이렌 소리는 뭐야?"



침입자?



그럴리가 없다


아니 불가능하다


아무리 이곳의 기술을 노리는 인간들이 많아도 함부러 쳐들어오지 못하는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그렇다면 이건 분명 내부자의 소행일터



옷걸이에 걸어둔 가운을 걸치고 급하게 밖으로 나선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자, 연구소는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사지가 하나 이상씩 사라진 경비원부터 시작해서 찌그러진 게이트, 부서진 총기 잔해까지


그 모든 퍼즐들이 맞춰지고서 답을 내는건 어렵지 않았다


"....크로노스?"


이 시설에서 이런 참상을 낼만한 병기는 오직 그것뿐이었다


크로노스는 이면세계에서 잔해속 파묻혀있던걸 꺼내어 발견 후 퓨처앳워에서 수리만 해두었던 전투병기였다


정확히는 '수리밖에 할 수 없었다'가 맞는 표현이지만


어찌되었든 그 병기가 탈취되었다면 일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는거다


해당 병기에 탑재된 부가 무장으로 3종 침식체까지 대항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릴정도였으니 말이다



급하게 파괴된 흔적을 따라 크로노스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능력조차 제대로 사용이 불가능했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마스터 코드를 가진 나라면 비상정지 명령으로 이 사태를 멈출 수 있을거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크로노스가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망설이지않고서 포켓에 있는 비상용 마스터코드를 사용했다


그러자 크로노스는 마스터코드가 먹혔는지 정지했다


"하아...하아...멈췄...나?"



"....코드를 거부합니다."



"뭐?"



그럴리가...



이 코드는 적어도 동등한 마스터코드가 아니라면 무시조차 불가능할터


그런데 어째서?



크로노스는 동체를 내쪽으로 돌린 후 스캔을 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목소리가 스피커 너머로 나왔다


"....차라리 방에서 쉬었으면 좋았을것을."




"엠버...소..장님?"




"내게 그 호칭은 무가치하다. 프라이스 엘리노어."



"어쩌다가...이렇게 되어버리신거에요?"



"그 질문 또한 무가치하군."



그 말을 끝으로 소장님...아니 크로노스는 내게서 등을 돌렸다


"어째서인지 네겐 무기사용이 안되는군. 그러니 방해하지 말고 사라지도록."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가 느낀 감정은 공포가 아닌 무력감과 죄의식이었다




어차피 이 곳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만큼 썩어빠졌다



그렇다면 차라리 나의 이기적인 죄의식을 덜어내자


결정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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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2편아니면 3편내에 끝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