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구석진 골목.
한 노인이 검은 봉투를 든 채로 허름한 집을 나서 어디론가 향한다.
가누기도 힘든 몸을 이끌고 한걸음씩 나아가며 도착한 곳은 동물병원.
직원들의 행동을 보니 노인은 이미 이러한 생활을 꽤 오래한듯 보였다.
저벅저벅 걸어들어가 까만 비닐봉투에 담겨있는 사료를 병원 로비 구석에 있는 그릇에 담는 할머니.
눈이 침침해 절반 이상을 쏟자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나온다.

"할머니! 다 쏟아져요!"

"어이고,,,, 죄송합니다,,,,,,"
손으로 일일이 주워 그릇에 담으려는 할머니와 말리는 직원.
몇년 전부터 할머니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생겨난 동물병원의 일상중 하나이다.
결국 주워담는 것을 포기하는 할머니.
복도에서 하나둘 걸어나오는 고양이들을 보며 하나씩 쓰다듬는다.

대략 2시간이 지나자, 노인은 동물병원을 나와 근처 시장으로 향한다.
늘 그렇듯 시장 한켠에 위치한 애완용품점에 들어가 고양이 사료를 산다.
이곳 사장도 항상 사료 1통을 사가는 할머니가 의심스러웠지만, 그것도 15년쯤 전의 일이 된지 오래였다.

사료더미 1개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노인.
횡단보도를 건너고 집 대문이 위치한 골목으로 발걸음을 떼려던 순간, 휘청이기 시작한다.
서있는 상태를 유지하려더 시도도 잠시, 노인은 그대로 고꾸라져 정신을 잃는다.


"... 호자십니까?"

"네.... 죄송합....."

".....비를 하셔야......"

천천히 눈을 뜨는 노인.
그녀의 눈 앞에는 의사와 동물병원 직원들이 있었다.
마땅한 가족이나 지인도 근처에 없어 걱정되 찾아왔다는 직원들.
곧이어 노인은 충격적이지만 항상 기다려온 말을 듣는다.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난 후, 상태가 점점 빠르게 악화되기 시작한 할머니.
그녀의 몇 남지 않은 친척과 가족, 친구들이 거의 항상 그녀의 곁에서 머물고 있지만, 그녀의 의식은 점점 흐려지는것 같았다.
그저 눈물만 흘릴수밖에 없는 주변인들과 십여년간 해온 마음의 정리를 마무리하는 노인.

그날 밤.
주변 모두가 잠들어있는 시각.
"삐.......... 삐............"
노인의 심장이 서서히 멈춘다.
그녀의 눈이 서서히 감기고,
시야는 점점 하얗게 변한다.

"소........"
"..........아......"
무엇인가가 그녀의 시야 속에 들어온다.
점점 명확해져 오고, 그녀는 무엇인지 알아낸듯 미소를 띈다.
그것이 그녀를 향해 뛰어오자, 그녀도 그쪽으로 따라 뛰어간다.





"소림아!"

"하림 대장!"

"왜 이렇게 늦게 오는거야?!"

"흐극.... 하림 언니...."

두 여자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녀들 주변으로 모이는 눈에 익은 인물들.

"얼마나 기다렸는지나 알아?"

"그래도... 흐극...."
"언니가 부탁한건... 흑.. 끝까지 했어......."

"그래. 넌 끝까지 잘 해줬어..."
"이제 쉬어도 돼. 호진 언니, 학생회장님, 전부 있으니까..."

"흐그극....."



아침이 밝았다.
한 노인이 병상에서 기나긴 여정을 마쳤다.
눈가는 축축했지만, 그녀는 웃으며 그녀의 이야기를 끝냈다.



새벽감성은 소설에 도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