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모르게 내가 정말 궁금하던 것을 물어보고 말았다.
"중학생... 말씀이십니까?"
그때, 시발 이거 잘못 대답하면 나는 호라이즌한테 뒤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몽둥이 찜질을 당하는 시뮬레이션이 빠르게 돌아갔고, 그러한 미래를 막기 위해 나는 최대한 짱구를 굴렸다.
"아니 제 고향에 있는 놈이 지금 중학생인데 미군에 들어오는게 꿈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중학생이 그..."
"아 입대에 관한 이야기 말씀이십니까? 그런 이야기라면...."
솔직히 아무래도 좋을 짜증나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냥 미군에 입대라도 할까? 월급도 잘 나올테고, 그러면 매끼니마다 돈가스 도시락 사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딱! 하고 내 정수리가 아름다운 타격음을 연주했다.
"아악! 왜 때려요!"
이렇게 매일 쳐맞는데도 내 두개골이 깨지지 않는 것이야말로 기적의 연속 아닐까?
"그냥 기분이 좋지 않아서 때렸습니다."
"군인 앞이 아니라 경찰 앞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뭐 불만이라도 있습니까 휴먼?"
물도 있다고 더 패겠지.
"있긴 한데 말하면 줘팰거잖아요."
"이제 슬슬 근무환경에 익숙해진 거 같아서 다행입니다 휴먼."
"휴먼이라고 부를 거면 휴먼처럼 좀 대해주시지. 대접만 보면 개척시대 노예지 이게..."
거기까지는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 두 대나 더 쳐맞았으니까.
그렇게 중요한 일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카운터 양반들과 우리 사장님은 따로 어디론가 가버리셨다. 간만의 휴식시간을 즐길까 싶어 레이첼하고 같이 시간을 떼우기로 했다.
마침 레이첼이 심심해서 시간 떼우려고 트럼프를 가져왔길래, 인생에서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는 중요한 기술들을 전수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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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리고... 패를 딱 까기 전에 소매 속에 미리 빼두었던 카드하고 딱 바꾸면... 개쓰레기 패로도 판돈을 쓸어갈 수 있지."
'"와... 아저씨는 그런거 어디서 배웠어요?"
"어 학생 때, 등록금 버느라 이거 저거 많이 손댔거든. 원래 이런 트럼프보다는 작은 화투 쪽이 특기긴 한데. 아 그리고 카드를 나눠줄 때 쓰는 세컨드 딜이라는 기술이 있고, 덱 두 벌을 쓰는 기술이 있긴 한데 지금은 덱이 한 벌 밖에 없으니..."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내 어깨를 두드렸다.
"이봐 여기는 군사 시설 안이라고, 도박은 삼가줬으면 좋겠는데."
187억 5612만 1992 명의 용병을 제이크 워커 대령이었다.
"뭐 그냥 심심해서... 그나저나 예상보다 빨리 나오셨네."
"뭐 난 그런 머리 아픈 이야기는 질색이거든. 아이하고 도박이라니. 정서에 안 좋잖아."
억울했다. 나는 그냥 사기 도박 기술을 가르쳐 주었을 뿐, 도박은 하지 않았다. 누명을 쓰워도 유분수지. 이 용병 학살자 새끼가 나를 미성년자랑 도박이나 하는 쓰레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도박의 신은 말씀하셨다. 남에게 누명을 씌우는 용병학살자는 도박으로 한껏 벗겨먹으라고.
"그러면 한 판 하실래?"
"됐어. 군인 신분으로 도박이라니..."
"에이 뭐 쫄리셨다는 말을 그렇게 길게 풀어서 하시나. 그냥 쫄았다고 심플하게..."
"당장 셔플해."
남자 중에 쫄? 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앤티(기본 배팅액)는 얼마로 하실래? 뭐 너무 쫄리시면 그냥 재미로 해도 괜찮고."
"... 남자답고 화끈하게 가지."
자 내 손기술과 카운터의 동체 시력이 어느 쪽이 이길지 진지하게 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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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은 주머니 사정이 풍족할 것 같다. 우선 밀린 외상부터 갚고, 마피아 사무실에서 뽀려온 오토바이에 도색도 좀 하고, 호라이즌한테 그동안 몰래 횡령한 돈을 들키지 않도록 대포통장도 개설해야지.
그나저나 레이첼이 보이지 않았다. 애 잃어버렸다가 사고라도 나오면 내가 호라이즌한테 복날 개잡듯이 쳐맞을 거니까. 진짜 내 돈 모아서 탈출한 후에 미녀 카운터 꼬셔서 어떻게든 평안한 삶을 구축하고 말테다.
그런데 복도를 걷다보니 레이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미한 소리였지만 저 하이톤은 금방 알 수 있지.
그런데 보아하니 무슨 창고나 탕비실같은 방 안인데, 왠 군인 새끼가 레이첼한테 추근덕거리고 있었다. 역시 저 새끼가 진짜 카일이었구나.
"야 꼬맹이 저기 복도에 사탕 자판기 있다. 나 잔돈 없으니까 니가 좀 사줘."
"아저씨!"
레이첼은 금방 내 뒤로 와서 숨었고, 진 카일은 거짓 카일과는 다르게 꽤 삭은 면상을 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카운터는 아니고 그냥 시설 관계자인가. 그런데 카운터가 아니어도 흑인 특유의 피지컬에서 오는 두려움은 여전했다.
"야 아시아 원숭이 너랑 할 이야기 없으니 비켜."
"닥쳐 카카오 따던 카카오 대가리 새끼야. 채찍 가져와?"
"뭐?"
"내가 존나 싫어하는게 인종차별하고 인종차별하는 흑인이다 씹새야."
녀석은 내 멱살을 잡았다. 확실히 저 주먹에 한 대만 맞아도 내 강냉이 세 개는 가볍게 나가겠지.
"입은 다 털었냐? 싸움 좀 하나 보지?"
"아니 복싱 두 달 다니다가 그만뒀는데. 아 그런데."
난 주머니 속에서 강민우가 준 선물을 꺼냈다. 물론 선물인데, 내가 말을 안 하고 알아서 가져온 물건이다.
"권투보다는 gun투가 특기야. 치리치리뱅뱅 이 씨발년아."
"이 새끼가... 아니 신체 검사도 했을텐데 권총은 대체 어디서..."
"어 나 학생 때 등록금 버느라 알바를 좀 많이 했어."
물론 약같은 건 아니고 그냥 반짝반짝한 돌멩이 몇 개 들여왔을 뿐이다. 마약 유통이라니 그런 사악한 범죄를 저지를 리가.
"대체 아저씨는 학생 때 무슨 알바를 했던 거에요?"
"내가 편하게 살았으면 빈민가에서 맨정신으로 살 수 있을 리가 없잖니?"
"아 그건 그러네요.."
빠른 수긍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이래서 얘를 제일 좋아한다니까.
"하 그런데 그거 쏘면 누가 좆될 거 같냐? 군사 시설에 총을 가지고 들어왔으니 넌 이제..."
"응 그렇게 걱정해줄 필요 없어. 마침 우리 둘 다 장갑을 끼고 있네 그치?"
"아니 그게 갑자기 무슨..."
"어 나 등록금 벌려고 한 세 번 째 알바, 아니 이건 자영업 쪽이긴 한데..."
그 때는 자동차 상대로 하던 작은 자영업이었다.
"레이첼 말 잘 맞춰라."
"네?"
탕!
나는 그대로 내 발을 쐈다.
"아악! 씨발 존나 아파!!!!"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 사장님이 머리 때리는 거 보단 덜 아픈 거 같긴 한데 씨발 존나 아프다. 그게 한 방 딜이라면 이건 그거보다 약한 한 방 후에 도트뎀이 들어왔다.
"아 그냥 저새끼 쏠 걸 씨발..."
눈물이 나왔다. 이게 다 망할 제이크 새끼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