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대, 난 그자식들이 싫다.
멋모르고 복수니 뭐니 몸뚱이나 던져대며 날 저주하고 혐오하는 그자식들이 너무 싫다.
언제 한번은 날 뒤쫓던 한 놈을 중력으로 밟아 죽인 적이 있었다.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몸뚱이가 전부 으스러진채 머리만 남겨있는 몰골이 영 구역질나는 참상이었다.
하지만 뭐 어때, 꼴좋다지.
그 개자식들에게 죽을 뻔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걸 생각하면 속이 다 후련했다.
그때, 내 코앞에서 데굴데굴 굴러가던 그 머리통에 깃든 눈빛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났다.
날 죽이고 싶어서 안달난 그런 눈이었다.
개새끼들, 니들도 똑같이 사람이나 처 죽여대는 것들이 뭐가 잘났다고 저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약 좀 빨면 뭐 어때서.
나 같은 동네 개새끼들은 약 하나도 못 빨아먹나?
딴놈들은 그것보다 더한 짓을 수백번은 더 저지르고도 떵떵거리며 사는데 왜 나하나만 가지고 저러는지 모르겠다.
그래, 약빤다고 사람을 죽이긴 했다.
급하게 돈을 구한다고 평소에 봐뒀던 돈 좀 두둑하게 들고 있던 놈들을 죽여서 털었다.
일당 빼먹어서 항의하니 복날에 개패듯이 팼던 사장놈.
날 들쥐새끼 보듯 욕하고 무서워하던 과일가게 아줌마.
허구한 내 돈을 뺏어 갔던 양아치 년놈들.
전부 찌그러뜨려서 죽였다.
가진 돈을 전부 뱉고 살려달라고 두손으로 싹싹빌던 놈들이 으스러질때 내지른 비명과 코끝을 스치는 피비린내 때문에 몇번이고 토할 뻔했지만 기꺼이 정성을 들여 죽였다.
그런 새끼들인데 마지막으로 그정도는 해줄 수 있는거 아닌가.
그러라고 준게 카운터 워치였다.
분명 하늘이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그 개자식들을 죽여서 약을 원하는 만큼 가지라고 선물해준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건 정당한 일이다. 하늘이 선물해준 일이니까.
그런데 민병대 그것들은 뉴스나 소문으로 부풀려진 일을 가지고 날 죽이려 들었다.
선량한 시민을 죽인 악독한 카운터 범죄자라나 뭐라나.
거기에 자기 동료까지 죽었다고 더 눈에 불을켜고 나한테 달려들었다.
엿먹으라지.
선량한 시민을 죽여?
이 세상에 나보다 백배 천배는 더 악독한 새끼들이 쌔고도 쌨는데 왜 나 하나만 가지고 지랄인가?
그 잘난 동료?
불나방 마냥 죽자고 달려들던 놈이 뭐 살기라도 바라셨나?
그렇게까지 하니 나도 뭐 예의상 같이 죽어줬어야한다 뭐 그런거냐?
좆까, 좆까라지.
나도 남들처럼 내 맘대로 살아보겠다는데 왜 유독 나에게만 짓궂게 구는건지….
그래서 너무 억울했다.
지금 내 배에서 철철 흐르는 이 핏물이 너무 억울했다.
“흐윽, 씨발”
코앞이었는데, 정말 코앞이었는데.
그 개고생을 해서 턴 돈으로 약을 한아름 싸고 들어와서 문지방을 넘기만 하면 됐는데.
저 망할 샷건든 민병대새끼가 다 망쳐버렸다.
개새끼, 설마 내 집 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내 집이 어딘지는 또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
내가 막지도 못할 복부의 핏물을 막으며 벽으로 기어가는 사이, 날 쐈던 민병대 놈이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표정에 혐오를 한가득 담아내고선 가증스럽다는 듯이 계속 내 얼굴을 노려보더니 내 오른 다리를 쐈다.
“아악, 씨발!”
그리고 한번더, 이번에는 내 왼쪽 다리를 쐈다.
“아아아악!”
피, 피, 피, 사방이 온통 피투성이었다.
갈갈이 찢어진 내 살점과 피로 복도가 온통 새빨갛게 칠해져 있었다.
우리집, 편안한 우리집.
오늘도 푹 쉬고 나와서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며 조심스럽게 인사하고 집을 나섰던 우리집 복도가 그 구역질나는 피냄새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욱, 우욱. 우애애애엑.”
역겨운 냄새였다. 맡기 싫었다.
그 개새끼들이 으스러졌을 때처럼, 그 한 번 맡으면 결코 잊을 수도 씻을 수도 없는 피비린내가 우리집에서 진동을 했다.
그래도 우리집 만큼은 이 역겨운 냄새가 안나는 곳이었는데….
다리가 산탄총에 찢겨서 아픈 것보다 이 냄새가 내 속과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 놓은게 더 괴로워서 헛구역질을 동안 민병대 녀석은 낯빛하나 바뀌지 않고 빈 탄창을 교환했다.
난 도저히 토하지 않고는 못배길 냄새를 맡고도 녀석은 아주 대수롭지 않아 했다.
분명 이런 일에 익숙한 것일 것이다.
어떻게 이 냄새에 익숙해질 수 있지?
악마같은 새끼, 난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사람 피냄새인데, 동족인 사람을 죽여야 비로소 맡을 수 있는 그 피냄새인데!
어떻게 니놈은 그걸 맡고도 아무렇지 않아 할 수 있냐고!
내가 공포에 떨며 녀석을 올려다보니 그놈은 그게 만족스러웠는지 내게 물었다.
“이제 좀 알겠나? 니가 죽였을 무고한 사람들의 고통이?”
“....내가 알게 뭐야.”
민병대 녀석이 떨어뜨린 빈 탄창이 소름끼치도록 공허하게 울려퍼졌다.
“...흥, 그래 절대 모르겠지. 너같은 범죄자들은 그런거엔 관심도 없으니까.”
모른다고? 내가 무슨 타인한테 공감도 못하는 싸이코패스라도 된다는 거야?
개소리, 세상에 어떤 싸이코패스가 피냄새 좀 맡았다고 헛구역질을 하냐, 어?
“마지막으로 할말은?”
그 말을 듣자 내 속에서 더부룩한 속말들이 한가득 끓어올랐지만 이 끔찍한 냄새에 제정신을 차릴 수 없어서 차마 다 내뱉지 못하고 가까스로 한마디를 뱉었다.
“....좆까.”
녀석은 식상하다는 듯 산탄총을 내 얼굴에 겨눴다.
“식상하군. 좀 더 색다른 말은 없나? 내 마음에 들면 편하게 죽여주지.”
그런거 없어 이 망할 싸이코야, 라는 말이 목구멍에 걸려 맴돌던 찰나.
생각해보니 억울했다.
미친걸로 따지면 저놈이 더한게 아닌가?
사람 뱃대지를 걸레짝으로 만들고 양다리를 산산조각을 내고선 여유롭게 그 감상을 물어보질 않나.
그러면서 나한테 참신한 유언까지 남기라며 편안한 죽음으로 협박하는 저놈의 행태를 보자니 너무 억울했다.
싸이코는 니가 더 싸이코잖아.
그래서 힘겹게, 아주 힘겹게
“....넌 뭔데.”
“뭐?”
“그러는 넌 대체 뭔데 아무렇지 않은건데?”
놈은 이해하지 못한듯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고개를 처박고 이 숨막히는 냄새에 절여진 내 팔을 보았다.
“냄새, 이 끔찍한 냄새가 나는데….”
내 손에 묻은 피, 온몸이 찌그러져서 토마토 즙을 짜듯이 피를 뿜던 그들에게서 났던 것과 똑같은 피가 내 손끝에 방울방울 맺혔다 떨어졌다.
그리고 그 핏물에서 솟아난 냄새가 수많은 얼굴이 되어, 팔이 되어, 비명을 지르고 죽으라고 저주를 뱉으며 내 온몸을 으쓰라뜨리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 어? 대답해봐. 너도 사람인데. 어떻게 이 끔찍한 피냄새를 맡고도 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
내가 처음 사람을 죽였던 그 순간부터, 이 냄새는 내 몸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하루종일 씻어봐도, 하수구에 빠졌다 나와도.
그 피비린내 만큼은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집에 있으면 우리집의 편안하고 독특한 냄새가 그 냄새를 지워져서 잊을 수 있었는데.
이젠 내 피냄새 때문에 모두 엉망이 되어있었다.
저 개새끼가 날 쏴죽여서!
“이 냄새를 맡을 때마다 소리가 들려와. 그 새끼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살려달라고 박박 우겨대는 그 좆같은 비명소리가 자꾸만 내 귀에서 메아리 친다고!”
날 보라고. 그리고 널 보라고 그렇게 핏대를 세워서 눈알을 불태우며 놈에게 물었다.
“난 이 미친 짓을 하고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는데. 날 죽이고도 빌어먹을 참신한 유언이나 물어보는 니놈 새끼는 대체 뭐냔말이야!”
놈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산탄총을 거두더니 가만히 날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 눈동자에 더이상 증오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난생처음보는 오묘한 감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저게 무엇일까? 저런 표정을 짓는 사람을 난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사람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던가?
저게 무슨 표정인지 기억이 날듯 말듯하면서도 기억나지 않는 그런 복잡미묘한 표정이었다.
저 눈을 볼때마다 가슴이 아파왔다.
뭔가 슬프고 애틋하고 그런거 같은.
마치, 마치, 그래.
내 동생을 보는 것만 같았다.
아, 그래. 동생, 내 동생
어서 가야했다.
약을 들고 어서 방으로 가야만 했다.
어서 빨리, 내 동생이 침식체가 되기전에 약과 함께 죽어야 했다.
다른 마약이면 몰라도 성냥이라면, 그걸 한가득 먹이면 침식병을 앓는 우리 민지도 편안하게 갈 수 있을테니까.
“가야돼, 나 가야돼.”
들어가지 않은 팔을 억지로 움직여서 방으로 기어갔다.
“민지야, 약 구해왔어. 이제 편하게 같이 천국갈 수 있으니까. 우리 같이가자, 응?”
바닥을 기어갔다.
기고 기고 또 기어서 내 동생 민지가 있는 방으로 기어갔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바닥을 기는데 뭔가 기는거 같지 않았다.
마치 내가 바닥인지 바닥이 나인지 모를정도로 섞여버려서 온몸이 바닥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뭐지, 이게 뭘까?
이건 어떤 기분인거지?
잘은 모르겠지만 냄새가 안나는게 무척 기분이 좋았다.
아, 그리고 소리도 안들리네.
하하, 세상이 온통 새까맣고 편안한게 정말이지, 아….
소년이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자 강민우는 그에게 다가 숨을 확인했다.
소년이 죽었다.
이제 막 16살즘 되었다던 이 카운터 강도살인마는 그렇게 죽었다.
그의 죽음을 확인한 그는 소년의 앞에 있던 반쯤 열린 낡은 방문을 완전히 열었다.
방 안에는 시체가 있었다.
척봐도 침식병이 극심하게 진행된 채로 죽은 어린 소녀의 시체가 있었다.
소녀의 목에는 칼이 꽂혀있었다.
이미 죽은지 며칠은 되어보이는 상태였다.
소년은 자신의 여동생이 이미 죽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이제는 확인할 길이 없는 일이었다.
민우는 소년의 시체 앞에 앉아 그의 손으로 미처 눈도 감지못한 소년의 눈을 대신 감겨주었다.
그리고 기도하듯 조용히 읊조렸다.
“난 널 증오한다. 사람들을 죽인 널 증오한다. 그래서 죽였다. 법이 제대로 심판하지 못하는 너같은 괴물들을 심판하고자 죽였다. 그게 옳다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또한 그들이 되어있던거야.”
그 말을 끝으로 민우는 모자를 더욱 깊게 눌러썼다.
“그러니 넌 날 증오할 자격이 있다. 날 원망해라. 내가 널 증오했듯, 날 용서치마라. 나 또한 너와 다를게 없는 괴물이니.”
그렇게 그는 그 집을 떠났다.
집을 나서는 그의 귓가에 자꾸만 소년의 목소리가 시리도록 메아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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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쓰고보니 이게 민병대 팬픽인지 그냥 순문학 단편인지 모르겠네
재미없게 봤다면 미안...하다....
이게 내 최선이었다
아 그리고 혹시 제목으로 추천할만한거 있으면 추천받음. 제목을 정하긴했는데 뭔가 마음에 안들어서 아이디어 주면 땡큐